[집중취재] ②학점은행제, 학력 세탁 수단 전락

입력 2007.03.22 (22: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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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학점 은행제도가 이렇게 편법 편입학, 학력 세탁 수단으로 전락한데는 학위 취득에 필요한 학점을 너무나 쉽게 딸 수 있어 가능했습니다.

계속해서 유원중 기자입니다.

<리포트>

지난달 끝난 서울 모 대학의 학사편입 합격자들입니다.

4년제 학위를 받고 다시 3학년에 편입한 학생들이지만 나이는 스물한두 살밖에 안돼 일반 3학년생과 별 차이가 없습니다.

재수생이나 전문대, 지방대를 중도에 포기한 학생들이 학점은행제를 통해 속성으로 학사학위를 받았기 때문입니다.

<인터뷰>학사편입 합격생 : "전 22살입니다. 학점은행제 통해서 (학위 받는데) 1년 6개월 걸렸습니다."

이 합격생의 성적증명서입니다.

지난 2005년 재수를 포기하고 학점은행제를 선택한 이 학생은 사이버대학과 평생교육원 등에서 1년 동안 42학점을 취득했습니다.

같은 해 자격증 2개를 취득해 54학점을 추가합니다.

이듬해에도 자격증 한 개를 더 따는 등 1년 반 만에 학위를 받는데 필요한 140학점을 모두 이수했습니다.

<인터뷰>김 모군: "학사편입 합격생 학점 따기 수월한 부분이 있습니다. 인터넷으로 시험을 보다 보니까 '커닝' 같은 게 자유롭다 보니까..."

합격률이 높은 자격시험을 골라 집중 공부해 자격증도 2-3개가 기본입니다.

<인터뷰> 신 모군 (학사편입 합격생) : "전 보름 정도 공부했는데, 유명하다는 책 사서 문제 풀어보고 그러니까 (합격이)됐어요."

이들이 학위 따기와 함께 준비하는 것은 영어공부. 어려운 수능이나 논술없이 서울 중상위권 대학에 진학한 셈입니다.

<인터뷰> 00대학교 입학과장:" 너무 쉽게 학점을 받아서 오는 이런 학생들이 입학 뒤에 학업을 따라오지 못하는 부작용이 생기고 있습니다."

학점은행제를 통한 학사취득은 지난 99년 136명이었지만 지난해는 약 2만 명에 육박할 정도로 크게 늘었습니다.

이들이 학사편입에 대거 몰리면서 실제로 올해 서울 주요대 학사편입생의 80% 정도가 이들 학점은행제 출신 학생들인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인터뷰>김봉환 (숙명여대 교육학과 교수):"학점은행제가 다른 대학으로 옮기기 위한 수단으로 활용된다면 정규교육 과정에서 열심히 노력한 학생들에게 허탈감을 줄 수 있습니다."

학사편입은 이미 4년제 대학을 졸업한 학생들 가운데 전공을 바꾸려는 일부 학생들을 위해 만들어진 것입니다.

학사관리가 엉망인 학점은행제가 원래 목적과는 달리 어려운 입시를 피해 상위권대학에 진입하려는 일부 학생들의 학력 세탁 방편으로 쓰이고 있습니다.

KBS 뉴스 유원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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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집중취재] ②학점은행제, 학력 세탁 수단 전락
    • 입력 2007-03-22 21:20:02
    뉴스 9
<앵커 멘트> 학점 은행제도가 이렇게 편법 편입학, 학력 세탁 수단으로 전락한데는 학위 취득에 필요한 학점을 너무나 쉽게 딸 수 있어 가능했습니다. 계속해서 유원중 기자입니다. <리포트> 지난달 끝난 서울 모 대학의 학사편입 합격자들입니다. 4년제 학위를 받고 다시 3학년에 편입한 학생들이지만 나이는 스물한두 살밖에 안돼 일반 3학년생과 별 차이가 없습니다. 재수생이나 전문대, 지방대를 중도에 포기한 학생들이 학점은행제를 통해 속성으로 학사학위를 받았기 때문입니다. <인터뷰>학사편입 합격생 : "전 22살입니다. 학점은행제 통해서 (학위 받는데) 1년 6개월 걸렸습니다." 이 합격생의 성적증명서입니다. 지난 2005년 재수를 포기하고 학점은행제를 선택한 이 학생은 사이버대학과 평생교육원 등에서 1년 동안 42학점을 취득했습니다. 같은 해 자격증 2개를 취득해 54학점을 추가합니다. 이듬해에도 자격증 한 개를 더 따는 등 1년 반 만에 학위를 받는데 필요한 140학점을 모두 이수했습니다. <인터뷰>김 모군: "학사편입 합격생 학점 따기 수월한 부분이 있습니다. 인터넷으로 시험을 보다 보니까 '커닝' 같은 게 자유롭다 보니까..." 합격률이 높은 자격시험을 골라 집중 공부해 자격증도 2-3개가 기본입니다. <인터뷰> 신 모군 (학사편입 합격생) : "전 보름 정도 공부했는데, 유명하다는 책 사서 문제 풀어보고 그러니까 (합격이)됐어요." 이들이 학위 따기와 함께 준비하는 것은 영어공부. 어려운 수능이나 논술없이 서울 중상위권 대학에 진학한 셈입니다. <인터뷰> 00대학교 입학과장:" 너무 쉽게 학점을 받아서 오는 이런 학생들이 입학 뒤에 학업을 따라오지 못하는 부작용이 생기고 있습니다." 학점은행제를 통한 학사취득은 지난 99년 136명이었지만 지난해는 약 2만 명에 육박할 정도로 크게 늘었습니다. 이들이 학사편입에 대거 몰리면서 실제로 올해 서울 주요대 학사편입생의 80% 정도가 이들 학점은행제 출신 학생들인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인터뷰>김봉환 (숙명여대 교육학과 교수):"학점은행제가 다른 대학으로 옮기기 위한 수단으로 활용된다면 정규교육 과정에서 열심히 노력한 학생들에게 허탈감을 줄 수 있습니다." 학사편입은 이미 4년제 대학을 졸업한 학생들 가운데 전공을 바꾸려는 일부 학생들을 위해 만들어진 것입니다. 학사관리가 엉망인 학점은행제가 원래 목적과는 달리 어려운 입시를 피해 상위권대학에 진입하려는 일부 학생들의 학력 세탁 방편으로 쓰이고 있습니다. KBS 뉴스 유원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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