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층취재] 백혈병 치료길은 열렸지만

입력 2007.03.31 (22:01) 수정 2007.03.31 (2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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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새로운 치료술이 등장하면서 백혈병의 완치율은 점차 높아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문제는 건강보험 적용이 잘 되지 않아서 환자와 가족들은 여전히 엄청난 치료비에 절망한다는 점입니다.

그 실태와 문제점을 이충헌 의학전문기자가 심층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8년 전 급성골수성백혈병 판정을 받았던 이철준씨.

골수이식, 즉 조혈모세포 이식수술 뒤 곧바로 완치 판정을 받았습니다.

한 달에 한번 씩 피검사를 할 뿐 일상생활에는 아무런 지장이 없습니다.

<인터뷰> 이철준(백혈병 완치 판정): "건강상태는 한달에 한번씩 체크만 하고, 크게 지장이 없어요. 생활하는데는..."

이처럼 기존의 항암치료에다 조혈모세포 이식술이 더해지면서 백혈병의 완치율은 70%에 육박합니다.

특히 글리벡을 복용하는 만성골수성백혈병 환자들의 경우 5년 생존율이 89%로 당뇨보다 높아 백혈병은 이제 난치병이라기보다 만성질환에 가깝습니다.

<인터뷰> 이종욱(여의도성모병원 혈액내과): "항암치료가 발전하고, 조혈모세포이식술이 세계수준 이상이기 때문에 대다수의 백혈병 환자들이 이식 후에 완치되고..."

문제는 새 치료법의 비용 부담입니다.

지난 2005년부터 건강보험 보장성을 강화하면서 암환자들의 부담이 대폭 줄었지만, 백혈병 환자들의 고통을 덜어주기에는 크게 못 미치는 현실입니다.

지난해 2월 백혈병 진단을 받고 1년 넘게 치료중인 양용남 씨. 3천만 원이 넘는 치료비를 대기 위해 신혼집 전세금을 빼낸 탓에 아내와 떨어져 부모님의 임대아파트에서 살고 있습니다.

1차 조혈모세포 이식이 실패해 곧 2차 이식을 해야 하지만, 조혈모세포 이식의 경우 건강보험은 단 한차례만 적용돼 더 이상 혜택을 받을 수 없습니다.

또 감염이 생길 경우 고가의 초강력 항생제 주사를 맞아야 하지만, 이 역시 2주가 넘으면 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습니다.

이 때문에 양씨의 경우 조혈모세포 이식비와 항암주사 비용 등 향후 3개월 치료에만 7천만 원이 필요하지만 수입이 없는 상태여서 걱정이 태산입니다.

<인터뷰> 양용남(백혈병 환자): "돈이 한 두푼 들어가는 것이 아니다라는 말씀을 미리 해 주시더라구요. 알겠습니다, 일단 살고 보겠습니다. 살려만 주세요, 그렇게 말씀드렸죠."

사실 백혈병은 환자마다 증상과 심한 정도가 달라 다양한 항암치료가 병행되어야 합니다.

때문에 첨단치료를 건강보험에서 인정하는 등 표준치료법의 적용 범위를 넓혀야 환자들에게 필요한 도움을 줄 수 있습니다.

<인터뷰> 민우성(여의도성모병원 혈액내과): "그런 치료가 인정되지 않는다면 환자는 그런 치료를 받지 못해 사망하게 되겠죠. 따라서 그런 치료에 대해 건강보험에서 융통성을..."

목숨을 건질 길은 열렸지만 값비싼 치료비에 절망하는 신규 백혈병 환자가 해마다 4천 명, 탄력적인 건강보험 적용이 무엇보다 시급해 보입니다.

KBS 뉴스 이충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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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심층취재] 백혈병 치료길은 열렸지만
    • 입력 2007-03-31 21:24:17
    • 수정2007-03-31 22:09:41
    뉴스 9
<앵커 멘트> 새로운 치료술이 등장하면서 백혈병의 완치율은 점차 높아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문제는 건강보험 적용이 잘 되지 않아서 환자와 가족들은 여전히 엄청난 치료비에 절망한다는 점입니다. 그 실태와 문제점을 이충헌 의학전문기자가 심층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8년 전 급성골수성백혈병 판정을 받았던 이철준씨. 골수이식, 즉 조혈모세포 이식수술 뒤 곧바로 완치 판정을 받았습니다. 한 달에 한번 씩 피검사를 할 뿐 일상생활에는 아무런 지장이 없습니다. <인터뷰> 이철준(백혈병 완치 판정): "건강상태는 한달에 한번씩 체크만 하고, 크게 지장이 없어요. 생활하는데는..." 이처럼 기존의 항암치료에다 조혈모세포 이식술이 더해지면서 백혈병의 완치율은 70%에 육박합니다. 특히 글리벡을 복용하는 만성골수성백혈병 환자들의 경우 5년 생존율이 89%로 당뇨보다 높아 백혈병은 이제 난치병이라기보다 만성질환에 가깝습니다. <인터뷰> 이종욱(여의도성모병원 혈액내과): "항암치료가 발전하고, 조혈모세포이식술이 세계수준 이상이기 때문에 대다수의 백혈병 환자들이 이식 후에 완치되고..." 문제는 새 치료법의 비용 부담입니다. 지난 2005년부터 건강보험 보장성을 강화하면서 암환자들의 부담이 대폭 줄었지만, 백혈병 환자들의 고통을 덜어주기에는 크게 못 미치는 현실입니다. 지난해 2월 백혈병 진단을 받고 1년 넘게 치료중인 양용남 씨. 3천만 원이 넘는 치료비를 대기 위해 신혼집 전세금을 빼낸 탓에 아내와 떨어져 부모님의 임대아파트에서 살고 있습니다. 1차 조혈모세포 이식이 실패해 곧 2차 이식을 해야 하지만, 조혈모세포 이식의 경우 건강보험은 단 한차례만 적용돼 더 이상 혜택을 받을 수 없습니다. 또 감염이 생길 경우 고가의 초강력 항생제 주사를 맞아야 하지만, 이 역시 2주가 넘으면 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습니다. 이 때문에 양씨의 경우 조혈모세포 이식비와 항암주사 비용 등 향후 3개월 치료에만 7천만 원이 필요하지만 수입이 없는 상태여서 걱정이 태산입니다. <인터뷰> 양용남(백혈병 환자): "돈이 한 두푼 들어가는 것이 아니다라는 말씀을 미리 해 주시더라구요. 알겠습니다, 일단 살고 보겠습니다. 살려만 주세요, 그렇게 말씀드렸죠." 사실 백혈병은 환자마다 증상과 심한 정도가 달라 다양한 항암치료가 병행되어야 합니다. 때문에 첨단치료를 건강보험에서 인정하는 등 표준치료법의 적용 범위를 넓혀야 환자들에게 필요한 도움을 줄 수 있습니다. <인터뷰> 민우성(여의도성모병원 혈액내과): "그런 치료가 인정되지 않는다면 환자는 그런 치료를 받지 못해 사망하게 되겠죠. 따라서 그런 치료에 대해 건강보험에서 융통성을..." 목숨을 건질 길은 열렸지만 값비싼 치료비에 절망하는 신규 백혈병 환자가 해마다 4천 명, 탄력적인 건강보험 적용이 무엇보다 시급해 보입니다. KBS 뉴스 이충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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