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리모델링 ‘허와 실’

입력 2007.04.16 (10:44) 수정 2007.04.19 (16: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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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서울 강남권에서 시작된 아파트 리모델링 바람이 강 건너 강북으로 번지나 싶더니 이제는 전국으로 확산되는 추세입니다.

개발 이익 환수 조치 같은 강도 높은 규제 탓에 아파트 재건축 사업이 어려워지자 손쉬운 리모델링으로 수요가 몰리고 있기 때문입니다.

전국으로 번져가는 리모델링 열기가 잠깐 스쳐가는 바람에 그칠지, 아니면 새로운 건설 시장을 여는 돌풍이 될지, 리모델링 인기의 허와 실을 짚어봤습니다.

<리포트>

서울 노원구청이 마련한 리모델링 설명회장입니다. 행사장에 들어가려는 사람들은 꼬리에 꼬리를 물고 계속 밀려듭니다.

인천과 경기도 남양주 등에서 온 사람까지, 당초 예상인 천 명을 훌쩍 뛰어넘어 3천여 명이 북적거렸습니다.

<녹취> 김분자(노원구 하계2동) : "우리 아파트가 작아요, 평수가. 20년 가깝거든요. 혹시나 들어보는 거예요. 상식을 모르니까……"

지자체가 직접 나서서 리모델링 사업 설명회를 가진 것은 이번이 처음입니다. 노원구는 238개 단지에 15만 7천여 가구가 살고 있는, 국내에서 가장 큰 아파트 밀집 지역입니다.

이 가운데 8만 4천여 가구가 사는 65개 단지가 15년이 넘은 낡은 아파트로, 리모델링 사업 대상이여서 지자체가 직접 나선 것입니다.

<인터뷰> 이노근(서울 노원구청장) : "기간은 얼마나 걸리고, 또 금융 문제는 어떻게 해결하고, 또 그런 경험을 가진 선발 시공업체로 하여금 이렇게 대화를 시킴으로써 주민들에 대한 냉정한 판단을 도와드리고……"

미도, 보람, 한양 아파트 등 3개 단지에서는 벌써 사업 추진위원회를 구성하는 등 리모델링 사업에 시동을 걸었습니다.

<인터뷰> 김성중(미도 아파트 리모델링 추진위 총무) : "배수관이나 하수관이 녹물이 나고 하니까 아파트가 지금 쓸모가 없습니다. 차라리 공사비가 더 많이 들 바에는 리모델링으로 가고 있습니다."

방배동에 있는 이 아파트는 2년여에 걸친 리모델링 공사를 마치고 지난 1월에 새로 입주했습니다. 아파트 단지 바깥 풍경의 변화뿐 아니라 무엇보다 집안 구조가 시원하게 트인 공간이 됐습니다.

<녹취> 박윤섭(쌍용건설 리모델링 사업부장) : "과감하게 이 벽을 트고 부엌 식당 거실을 이렇게 일자형 배치로 남향 보게 했습니다. 그러니까 시각적으로도 굉장히 넓어 보이고 주부들 동선도 짧아지고……"

리모델링이 성공할지 반신반의하던 주민들도 바뀐 집에 만족하고 있습니다.

<인터뷰> 최금상(방배동 예가 아파트 주민) : "남들처럼 새로운 아파트, 새 아파트에 사는 기분이 딱 들어요. 30년 정도 살던 아파트인데 깨끗해진 거죠. 보시기에도 깨끗하죠?"

독특한 외관이 입소문을 타면서 요즘은 다른 지역 사람들이 하루에도 몇 차례씩 견학을 오곤 합니다.

<인터뷰> 현은정(상계동 마들 대림 아파트) : "저희들도 재건축을 추진하려고 했는데. 여기 와서 끝낸 아파트를 보니까 좋네요. 그래서 다시 생각을 하고 있어요, 지금..."

지난달에 리모델링 사업추진위원회를 결성한 한 아파트에서 현판식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최근 페인트를 칠해서 언뜻 보면 새 집 같지만 지난 90년 완공된, 벌써 17년이나 된 아파트입니다.

<인터뷰> 강조(광장동 현대 3단지 리모델링 추진위원장) : "각 가정마다 전기량이 엄청나게 늘었습니다. 이러한 전기 용량의 증설이라든지 각종 문제가 그냥 보수나 이런 것으로는 해결될 길이 없습니다."

이 지역에선 유행처럼 단지마다 리모델링 사업 추진위원회가 결성된 상태입니다. 이처럼, 한때 강남 일대에서 불던 리모델링 바람이 이제 강북 지역으로 급속히 확산되고 있습니다.

용산구 이촌동도 예외가 아닙니다. 이촌동 현대 아파트는 주민들의 뜻을 모으는 절차를 모두 마치고 리모델링 공사를 시작해도 좋다는 허가를 구청에서 내 주기만 기다리고 있습니다.

재건축을 할지 리모델링을 할지 논란이 분분했지만 현실적인 여건 때문에 결국, 리모델링으로 기울었습니다. 재건축에는 각종 규제가 따르기 때문입니다.

<인터뷰> 김하영(현대 아파트 리모델링 주택조합장) : "용적률이 230% 지구이기 때문에 과거 74년도 75년도에 지을 때 이미 268% 이상 오버되어 있기 때문에 도저히 재건축은 안 된다는 그런 결론이 나와서..."

재건축 시장이 빠르게 위축된 것은 이처럼 정부의 강력한 통제가 신호탄이 됐습니다.

재건축으로 생긴 개발 이익은 세금으로 거둬들이고 집값이 올라도 쉽게 팔 수 없게 만든 규제 정책이 재건축의 발목을 잡고 있습니다.

조합이 일단 만들어지면 입주한 뒤 일정한 기간이 지날 때까지는 새 집을 팔 수도 없습니다. 재건축을 하려면 기다려야 하는 시간도 훨씬 길어졌습니다.

전에는 건물을 짓고 20년이 지나면 재건축 대상인지 아닌지를 판단하는 안전 진단을 받을 수 있었지만 이제는 적어도 30년은 넘어야 가능하게 됐습니다.

예를 들어, 지난 87년에 준공된 아파트는 기존 원칙으로는 올해부터 재건축이 가능했지만 이제는 2019년 이후에나 재건축 안전진단을 받을 수 있습니다.

<인터뷰> 김용진(부동산뱅크 정보운영본부장) : "투자 수익은 더할지라도 기간을 고려한다면 실제 투자 수익 자체가 거의 없는 이 같은 상황이기 때문에 재건축을 통해서 시세 차익을 얻겠다, 이런 부분들은 시장에서 앞으로 많이 줄지 않겠냐……"

반면에 리모델링을 하게 되면 개발부담금과 기반 시설비가 들지 않기 때문에 재건축을 하는 것보다 이익이라는 판단이 리모델링 바람 아래 깔려 있습니다.

리모델링은 재건축과는 달리 임대주택과 작은 평형 아파트를 반드시 지어야 한다거나 기반시설 부담금을 물고 개발 이익 일부를 세금으로 내는 것 같은 각종 규제를 받지 않는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게다가 아파트를 헐고 새로 짓는 공사는 길게는 10년까지 걸리지만 리모델링 공사 기간은 절반 정도면 되기 때문에 사업 비용을 크게 줄일 수 있습니다.

건물 전체를 헐어내지 않기 때문에 건축 폐기물을 줄이면서도 주거 환경을 개선할 수 있다는 점은 환경 측면에서도 매력적입니다.

최근에는 주택법 시행령이 바뀌면서 집을 지은 지 15년만 지나면 리모델링을 할 수 있게 되면서 전망이 한층 밝아졌습니다.

<인터뷰> 윤영선(한국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 : "노후 아파트가 급속도로 늘어나는 2010년도 이후부터는 리모델링이 적어도 세 가지 방식, 신축과 재건축 또는 재개발, 그것과 동등한 규모로서 리모델링 시장이 하나의 중요한 영역으로 자리 잡고 발전해 나갈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서울 옥수동에 있는 한 아파트. 2년 전에 리모델링 사업 추진위원회를 결성했지만 아직 조합을 만들지도 못했습니다.

조합을 세우고 사업을 추진하려면 전체 주민의 2/3 동의가 필요하고 각 동 별로도 2/3의 동의를 받아야 합니다. 그런데 일부 주민들이 시큰둥한 반응을 보이고 있습니다.

<녹취> 아파트 관리 사무소장 : "노인 분들은 굳이 돈 들여 갖고 이사 가고, 그 다음에 돈 들여서 리모델링 할 것 있는가..리모델링 하는 비용도..."

또 다른 아파트 단지는 10개 동 가운데 9개 동만으로 리모델링 조합을 만들었습니다.

한 동 주민들이 소극적인 태도를 보였기 때문인데 일방적으로 전기와 수도를 끊고 공사를 밀어부칠 수도 없는 상황이 계속되고 있습니다.

<인터뷰> 00아파트 리모델링 조합장 : "저희 단지는 비교적 동의율이 높았던 단지입니다. 그 후에 리모델링에 반대하는 분들이 일부 나오셔서 그 분들이 일부 철회를 했죠. 지금 철회를 해도 70% 정도는 동의가 된 상태입니다."

재건축과는 달리 일반 분양할 가구를 더 지을 수 없는 리모델링은 모든 비용을 주민들이 부담해야 하기 때문에 여윳돈이 없는 경우에는 결심하기조차 어렵습니다.

개발 이익을 상대적으로 더 챙길 수 있는 재건축에 대한 기대가 여전한 점도 리모델링 추진을 반대하는 이유가 되고 있습니다.

<인터뷰> 김경자(응봉동) : "지금은 우리가 재건축할 조건이 되거든요. 그런데 만약에 리모델링을 해가지고 용적률이 높아지면 우리는 이제 재건축은 영원히 없어요."

그렇다면 리모델링 아파트는 확실한 투자처일까. 전문가들은 리모델링 아파트에 묻지마 투자를 하다가는 오히려 적자를 볼 수도 있다고 경고합니다.

부동산 시장의 속성 상 추진위원회만 만들어도 집값이 뛰기 시작하기 때문에 더 주의해야 합니다.

리모델링 효과가 미리 값에 반영되기 때문에 일단 절차가 본격화된 뒤에는 자산 가치가 더 이상 커지지 않거나 오히려 뒷걸음질 칠 가능성도 크다는 것입니다.

<인터뷰> 김영진(내집마련정보사 대표) : "리모델링해서 자산가치가 늘어나는 지역이 있는 반면에 오히려 큰 평수일수록 평당 단가가 낮아지는 지역이 있습니다. 지방 같은 경우가 그렇거든요."

최근 하락세가 뚜렷해지고 있는 재건축을 대신할 새로운 투자 방식으로 떠오르고 있는 리모델링.

바람을 타기보다는 우리 아파트에 딱 들어맞는 개발 방법은 무엇인지, 어떤 이익을 기대할 수 있는지, 차분하고 세밀한 분석이 먼저 필요하다고 전문가들은 조언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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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아파트 리모델링 ‘허와 실’
    • 입력 2007-04-16 10:12:04
    • 수정2007-04-19 16:14:09
    취재파일K
<앵커 멘트> 서울 강남권에서 시작된 아파트 리모델링 바람이 강 건너 강북으로 번지나 싶더니 이제는 전국으로 확산되는 추세입니다. 개발 이익 환수 조치 같은 강도 높은 규제 탓에 아파트 재건축 사업이 어려워지자 손쉬운 리모델링으로 수요가 몰리고 있기 때문입니다. 전국으로 번져가는 리모델링 열기가 잠깐 스쳐가는 바람에 그칠지, 아니면 새로운 건설 시장을 여는 돌풍이 될지, 리모델링 인기의 허와 실을 짚어봤습니다. <리포트> 서울 노원구청이 마련한 리모델링 설명회장입니다. 행사장에 들어가려는 사람들은 꼬리에 꼬리를 물고 계속 밀려듭니다. 인천과 경기도 남양주 등에서 온 사람까지, 당초 예상인 천 명을 훌쩍 뛰어넘어 3천여 명이 북적거렸습니다. <녹취> 김분자(노원구 하계2동) : "우리 아파트가 작아요, 평수가. 20년 가깝거든요. 혹시나 들어보는 거예요. 상식을 모르니까……" 지자체가 직접 나서서 리모델링 사업 설명회를 가진 것은 이번이 처음입니다. 노원구는 238개 단지에 15만 7천여 가구가 살고 있는, 국내에서 가장 큰 아파트 밀집 지역입니다. 이 가운데 8만 4천여 가구가 사는 65개 단지가 15년이 넘은 낡은 아파트로, 리모델링 사업 대상이여서 지자체가 직접 나선 것입니다. <인터뷰> 이노근(서울 노원구청장) : "기간은 얼마나 걸리고, 또 금융 문제는 어떻게 해결하고, 또 그런 경험을 가진 선발 시공업체로 하여금 이렇게 대화를 시킴으로써 주민들에 대한 냉정한 판단을 도와드리고……" 미도, 보람, 한양 아파트 등 3개 단지에서는 벌써 사업 추진위원회를 구성하는 등 리모델링 사업에 시동을 걸었습니다. <인터뷰> 김성중(미도 아파트 리모델링 추진위 총무) : "배수관이나 하수관이 녹물이 나고 하니까 아파트가 지금 쓸모가 없습니다. 차라리 공사비가 더 많이 들 바에는 리모델링으로 가고 있습니다." 방배동에 있는 이 아파트는 2년여에 걸친 리모델링 공사를 마치고 지난 1월에 새로 입주했습니다. 아파트 단지 바깥 풍경의 변화뿐 아니라 무엇보다 집안 구조가 시원하게 트인 공간이 됐습니다. <녹취> 박윤섭(쌍용건설 리모델링 사업부장) : "과감하게 이 벽을 트고 부엌 식당 거실을 이렇게 일자형 배치로 남향 보게 했습니다. 그러니까 시각적으로도 굉장히 넓어 보이고 주부들 동선도 짧아지고……" 리모델링이 성공할지 반신반의하던 주민들도 바뀐 집에 만족하고 있습니다. <인터뷰> 최금상(방배동 예가 아파트 주민) : "남들처럼 새로운 아파트, 새 아파트에 사는 기분이 딱 들어요. 30년 정도 살던 아파트인데 깨끗해진 거죠. 보시기에도 깨끗하죠?" 독특한 외관이 입소문을 타면서 요즘은 다른 지역 사람들이 하루에도 몇 차례씩 견학을 오곤 합니다. <인터뷰> 현은정(상계동 마들 대림 아파트) : "저희들도 재건축을 추진하려고 했는데. 여기 와서 끝낸 아파트를 보니까 좋네요. 그래서 다시 생각을 하고 있어요, 지금..." 지난달에 리모델링 사업추진위원회를 결성한 한 아파트에서 현판식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최근 페인트를 칠해서 언뜻 보면 새 집 같지만 지난 90년 완공된, 벌써 17년이나 된 아파트입니다. <인터뷰> 강조(광장동 현대 3단지 리모델링 추진위원장) : "각 가정마다 전기량이 엄청나게 늘었습니다. 이러한 전기 용량의 증설이라든지 각종 문제가 그냥 보수나 이런 것으로는 해결될 길이 없습니다." 이 지역에선 유행처럼 단지마다 리모델링 사업 추진위원회가 결성된 상태입니다. 이처럼, 한때 강남 일대에서 불던 리모델링 바람이 이제 강북 지역으로 급속히 확산되고 있습니다. 용산구 이촌동도 예외가 아닙니다. 이촌동 현대 아파트는 주민들의 뜻을 모으는 절차를 모두 마치고 리모델링 공사를 시작해도 좋다는 허가를 구청에서 내 주기만 기다리고 있습니다. 재건축을 할지 리모델링을 할지 논란이 분분했지만 현실적인 여건 때문에 결국, 리모델링으로 기울었습니다. 재건축에는 각종 규제가 따르기 때문입니다. <인터뷰> 김하영(현대 아파트 리모델링 주택조합장) : "용적률이 230% 지구이기 때문에 과거 74년도 75년도에 지을 때 이미 268% 이상 오버되어 있기 때문에 도저히 재건축은 안 된다는 그런 결론이 나와서..." 재건축 시장이 빠르게 위축된 것은 이처럼 정부의 강력한 통제가 신호탄이 됐습니다. 재건축으로 생긴 개발 이익은 세금으로 거둬들이고 집값이 올라도 쉽게 팔 수 없게 만든 규제 정책이 재건축의 발목을 잡고 있습니다. 조합이 일단 만들어지면 입주한 뒤 일정한 기간이 지날 때까지는 새 집을 팔 수도 없습니다. 재건축을 하려면 기다려야 하는 시간도 훨씬 길어졌습니다. 전에는 건물을 짓고 20년이 지나면 재건축 대상인지 아닌지를 판단하는 안전 진단을 받을 수 있었지만 이제는 적어도 30년은 넘어야 가능하게 됐습니다. 예를 들어, 지난 87년에 준공된 아파트는 기존 원칙으로는 올해부터 재건축이 가능했지만 이제는 2019년 이후에나 재건축 안전진단을 받을 수 있습니다. <인터뷰> 김용진(부동산뱅크 정보운영본부장) : "투자 수익은 더할지라도 기간을 고려한다면 실제 투자 수익 자체가 거의 없는 이 같은 상황이기 때문에 재건축을 통해서 시세 차익을 얻겠다, 이런 부분들은 시장에서 앞으로 많이 줄지 않겠냐……" 반면에 리모델링을 하게 되면 개발부담금과 기반 시설비가 들지 않기 때문에 재건축을 하는 것보다 이익이라는 판단이 리모델링 바람 아래 깔려 있습니다. 리모델링은 재건축과는 달리 임대주택과 작은 평형 아파트를 반드시 지어야 한다거나 기반시설 부담금을 물고 개발 이익 일부를 세금으로 내는 것 같은 각종 규제를 받지 않는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게다가 아파트를 헐고 새로 짓는 공사는 길게는 10년까지 걸리지만 리모델링 공사 기간은 절반 정도면 되기 때문에 사업 비용을 크게 줄일 수 있습니다. 건물 전체를 헐어내지 않기 때문에 건축 폐기물을 줄이면서도 주거 환경을 개선할 수 있다는 점은 환경 측면에서도 매력적입니다. 최근에는 주택법 시행령이 바뀌면서 집을 지은 지 15년만 지나면 리모델링을 할 수 있게 되면서 전망이 한층 밝아졌습니다. <인터뷰> 윤영선(한국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 : "노후 아파트가 급속도로 늘어나는 2010년도 이후부터는 리모델링이 적어도 세 가지 방식, 신축과 재건축 또는 재개발, 그것과 동등한 규모로서 리모델링 시장이 하나의 중요한 영역으로 자리 잡고 발전해 나갈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서울 옥수동에 있는 한 아파트. 2년 전에 리모델링 사업 추진위원회를 결성했지만 아직 조합을 만들지도 못했습니다. 조합을 세우고 사업을 추진하려면 전체 주민의 2/3 동의가 필요하고 각 동 별로도 2/3의 동의를 받아야 합니다. 그런데 일부 주민들이 시큰둥한 반응을 보이고 있습니다. <녹취> 아파트 관리 사무소장 : "노인 분들은 굳이 돈 들여 갖고 이사 가고, 그 다음에 돈 들여서 리모델링 할 것 있는가..리모델링 하는 비용도..." 또 다른 아파트 단지는 10개 동 가운데 9개 동만으로 리모델링 조합을 만들었습니다. 한 동 주민들이 소극적인 태도를 보였기 때문인데 일방적으로 전기와 수도를 끊고 공사를 밀어부칠 수도 없는 상황이 계속되고 있습니다. <인터뷰> 00아파트 리모델링 조합장 : "저희 단지는 비교적 동의율이 높았던 단지입니다. 그 후에 리모델링에 반대하는 분들이 일부 나오셔서 그 분들이 일부 철회를 했죠. 지금 철회를 해도 70% 정도는 동의가 된 상태입니다." 재건축과는 달리 일반 분양할 가구를 더 지을 수 없는 리모델링은 모든 비용을 주민들이 부담해야 하기 때문에 여윳돈이 없는 경우에는 결심하기조차 어렵습니다. 개발 이익을 상대적으로 더 챙길 수 있는 재건축에 대한 기대가 여전한 점도 리모델링 추진을 반대하는 이유가 되고 있습니다. <인터뷰> 김경자(응봉동) : "지금은 우리가 재건축할 조건이 되거든요. 그런데 만약에 리모델링을 해가지고 용적률이 높아지면 우리는 이제 재건축은 영원히 없어요." 그렇다면 리모델링 아파트는 확실한 투자처일까. 전문가들은 리모델링 아파트에 묻지마 투자를 하다가는 오히려 적자를 볼 수도 있다고 경고합니다. 부동산 시장의 속성 상 추진위원회만 만들어도 집값이 뛰기 시작하기 때문에 더 주의해야 합니다. 리모델링 효과가 미리 값에 반영되기 때문에 일단 절차가 본격화된 뒤에는 자산 가치가 더 이상 커지지 않거나 오히려 뒷걸음질 칠 가능성도 크다는 것입니다. <인터뷰> 김영진(내집마련정보사 대표) : "리모델링해서 자산가치가 늘어나는 지역이 있는 반면에 오히려 큰 평수일수록 평당 단가가 낮아지는 지역이 있습니다. 지방 같은 경우가 그렇거든요." 최근 하락세가 뚜렷해지고 있는 재건축을 대신할 새로운 투자 방식으로 떠오르고 있는 리모델링. 바람을 타기보다는 우리 아파트에 딱 들어맞는 개발 방법은 무엇인지, 어떤 이익을 기대할 수 있는지, 차분하고 세밀한 분석이 먼저 필요하다고 전문가들은 조언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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