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동병상련’

입력 2007.04.16 (10:44) 수정 2007.04.19 (16: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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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어느 날 숲에서 큰 불이 났습니다. 숲에 있던 대부분이 도망쳤지만, 앞을 못 보는 사람과 한 쪽 다리가 불편한 사람은 그럴 수 없었습니다.

이 때 다리가 불편한 사람이 앞을 못 보는 사람에게 업혀 눈이 되어주자 그들은 무사히 숲을 빠져나올 수 있었답니다. 이솝우화에 나오는 이야긴데요.

혼자서는 부족하지만 서로가 어깨동무를 하면 온전히 하나가 되는 그런 삶의 현장이 이곳에 있습니다.

<리포트>

유니폼을 입고 앞치마를 두른 채 한 청년이 노래를 열창하고 있습니다.

관객은 휠체어에 앉은 노인들. 언뜻 보기에도 몸이 많이 불편해 보이지만 노인들은 음악에 맞춰 박수를 칩니다.

이번에는 휠체어에 앉은 할아버지가 마이크를 잡습니다. 노래자랑이 한창인 이 곳은 충북 청주에 있는 한 노인 병원. 입원해 있는 환자들은 대부분 치매나 뇌졸중을 앓고 있는 노인들입니다.

그리고 이들 앞에서 노래를 부르며 분위기를 돋우는 젊은이들은 정신지체 장애인들입니다.

이들이 병원에서 하고 있는 일은 환자들의 식사 수발과 이동을 돕는 것 같은 간병 보조 역할. 할머니 할아버지들의 사랑을 듬뿍 받는 베테랑 간병인입니다.

<녹취> 라성남(반신불수 환자) : "참 이쁜 짓만 하고 다니더라고. 내가 볼 때는, 늙은이가 볼 때는 시키지 않아도 여러 할머니들한테 공손하게 잘 하니까 타고 났다 싶더라구요."

정신지체 장애인들이 이곳에서 간병 보조 일을 시작한 것은 4년 전, 장애인 고용 촉진 공단에서 훈련한 장애인들을 병원에서 큰 기대없이 고용하면서부터 시작됐습니다.

<인터뷰> 박종림(청주 참사랑 병원 간호부장) : "저도 마찬가지고 우리 직원들도 처음에는 거부를 했습니다. 왜냐하면 선입관, 장애인에 대한 그 선입관 이런 것 때문에 불안해 하고 거부하고 그랬었는데 이 아이들 만나서 이야기 해 보니까 마음이 달라졌어요."

정신 연령은 7살 미만의 어린아이 정도지만 정신 지체 장애인들에게 반복 학습을 통해 꾸준히 훈련을 거듭하다보니 이제 누구 보다도 능수능란한 간병 보조사가 됐습니다.

무엇보다 외로움을 타는 노인들에게 말벗이 되고 안아드리고 챙겨드리면서 예상치 못했던 정서적인 치유 효과 까지 거두고 있습니다.

<녹취> 지예돈(참사랑 병원 간병 보조 주임) : "여름에 한 번 시간 있을 때 점심때나 이렇게 나와 드릴게. (그렇게 돼?) 산책 나가면 나가는 거지. 할머니 먼저 모시고 나와 드려야지. 약속은 꼭 지켜드릴게. (그래 고맙지.)"

친손자나 손녀도 그렇게 까지 살뜰하게는 못할 만큼 이들은 할머니 할아버지들을 진심으로 대하고 그 진심이 서로 통합니다.

<인터뷰> 김미숙(초정 노인병원 간호과장) : "서로 어떤 때는 막 할머니랑 삐지기도 하고 서로 그러거든요. 친구하고 서로삐져가지고 막 누구 할머니랑은 말 안할 거야. 그랬다가 막 끌어안고 다시 풀고.. 서로 그런단 말이에요."

정신지체 장애인들과 치매 같은 중증 노인들의 이른바 찰떡 궁합이 알려지면서 이제는 충북 지역에만 노인 병원 다섯 곳에서 정신지체 장애인 19명을 정식으로 고용했습니다.

<인터뷰> 김진묵(장애인 고용촉진 공단 충북지사) : "정신지체 하면 대다수 제조 관련 단순 노무 쪽으로 취업이 많이 돼요. 그리고 흔히 3D 업종이죠. 그런 쪽에 취업이 되는데 이건 새로운 휴먼 서비스 거든요. 사람을 직접 대하는 서비스로는 공단 충북 지사가 전국 최초입니다. 최초로 휴먼 서비스를 제공하는 거죠."

충북의 또 다른 노인 병원. 운동 치료실에서 일하는 권소섭 씨는 전혀 장애인으로 보이지 않을 만큼 손놀림이 능숙합니다.

<녹취> 권소섭(정신지체 3급) : "(지금 뭐하는 거에요?) 여기 아프신데 치료하고 계시는데... 지금 약간 욕창 생기려고 해서 방지하려고 쬐고 있어요. 허리 아프시고 그러셔서. (많이 좋아졌어요?) 네 많이 좋아졌어요."

걷기 운동, 구르기 운동, 팔 운동, 발 운동 등 소섭 씨는 할아버지 할머니들을 일일이 눈으로 좇아가며 물리치료사들의 손이 닿지 않는 부분 까지 척척 알아서 도움을 줍니다.

<인터뷰> 최유정(초정 노인병원 물리치료사) : "잘하죠. 정말 왠만한 초보 물리 치료사 보다 더 낫다고 할 정도로.. 이제 한 5년 정도 됐으니까 그리고 계속 이런 반복하는 학습을 시켜서 이제는 그걸 뛰어 넘어서 자기가 응용까지 할 수 있을 정도로..."

자신과 마찬 가지로 정신지체 장애가 있는 어머니와 단 둘이 사는 소섭 씨.

지난해 중풍으로 쓰러진 외할머니를 매일 같이 찾아 뵙고 돌봐드리는 소섭 씨는 병원에서 효손으로도 칭찬이 자자 합니다.

25살 윤지연 씨는 7층 할아버지 할머니들의 마스코틉니다. 지연 씨가 쉬는 날이면 노인 환자들은 지연 씨를 애타게 찾으며 언제 나오는 지 조바심을 내고, 이런 마음은 지연 씨도 다르지 않습니다

<인터뷰> 윤지연(정신지체 3급/간병 보조인) : "토요일 날 일요일 날은요 치료 가야 한다는 생각에 맨날 집에서 전화받을 때도 감사합니다... 라고 계속하고. 병원 쉬는 날 치료가야 되는데.. 빨간 날 보다는 여기 있는 게 훨씬 좋아요. 빨간 날은 심심해요."

<녹취> 윤지연 : "할머니 오늘 물리 치료 가시고. 발 마사지 오케이? (오케이.)"

비장애인들은 잘 알아듣지 못하는 노인들의 말을 장애인인 이들은 외려 잘 알아듣고 통역까지 해 줍니다. 교감이 되기 때문입니다.

<인터뷰> 이순진(다리 수술 환자) : "지연이 가면 죽어. 보고 싶어서. (할머니 나 안가.) 가지 마... 시집 가서 아들 낳아가지고 나한테 안기고 그랴."

말을 제대로 할 수 없고 표현도 하기 힘든 노인들. 그러나 표정에서 기쁨이 느껴집니다.

<녹취> "할아버지 스마일..."

화단에 물주는 법을 가르치면 비가 오는 날도 화단에 물을 주는 것을 거르지 않는 정신지체 장애인들.

처음에는 편견과 의구심을 갖고 이들을 대하던 간호사와 간병인들은 이제는 오히려 이들에게 변함없는 성실함과 순수한 마음을 배우고 있습니다.

<인터뷰> 이원희(초정 노인병원 원장) : "이 아이들의 특징이 꾀를 안부리는 게 특징이거든요. 그래서 뭐든지 자기네들이 거의 한다는 거. 그것이 또한 이런 간호사나 간병사 들이 일하면서 꾀가 날 때 그것이 이 사람들에게 충격을 준 거에요. 나는 얘들 보다 조금 더 나은데... 뭔가 더 해드려야겠다. 이런 생각으로 서로 좋은 관계가 되어 있는거죠."

장애인들을 소외하는 우리 사회의 분위기 탓에 사회성을 제대로 기르지 못했던 이들도 병원에서 직업을 갖고 교육을 받으면서 점차 달라져갔습니다.

<녹취> 간호과장 : "오늘은 어땠어?"

<녹취> 정리 모임 : "하두 혼나다 보니까 이젠 괜찮아요."

<인터뷰> 김미숙(초정 노인병원 간호과장) : "사회성이 너무 떨어져서 집에 와서도 한 마디도 안하고 엄마 아빠하고도. 아빠가 퇴근하고 들어오셔도 오셨느냐 출근하실 때도 안녕히 다녀오시라고 그런 말도 안했었대요. 근데 여기 다니면서 애가 밝아져 가지고 엄마 아빠하고 이야기하고 인사하고 이런 걸 배웠다고 좋아하더라구요."

간병 보조인들이 일을 마친 뒤 단합 대회를 하는 날. 노래방에 들어서자 마자 마이크를 잡습니다. 처음에는 음정 박자 모두 엉망이었지만 자꾸 격려해주고 모임을 가지면서 사회성도 눈에 띄게 늘었습니다.

<인터뷰> 노길심(참사랑 병원 간병 보조인) : "서로 일하는 데 분위기도 좋고 활력소가 되잖아요. 가끔 가다 뭐 자주는 못해도 가끔 가다 놀아요."

<인터뷰> 홍용기(참사랑 병원 간병 보조인) : "그 이튿날 일하는 게 대번 활력소가 생기고 애들이 더 힘이 안 들어 보이게 일을 하고, 우리가 나이가 좀 있으니까 딸 같고 아들 같고..."

이러다보니 부모들이 적극적으로 나서 장애인들이 병원에 취업하길 원하고 있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한 실정입니다.

<인터뷰> 윤진우(보람 재활원 사회복지사) : "길을 또 새로 열어주는 것도사회복지 차원에서 더 나은 발전는 모습들을 보여지길 저희들도 바라면서 장애인들이 많이 설 수 있는 공간을 많이 제공해주면 좋으니까..."

오는 20일이 장애인의 날이지만 좀처럼 깨어지지 않고 있는 장애인에 대한 편견이 가장 큰 문제입니다.

충청북도에서 간병 보조 사업이 시작된 지 5년이 지났는데도 전국으로 좀처럼 확산되지 않는 것도 그러한 인식을 깨기가 어렵기 때문입니다.

<인터뷰> 김진묵(장애인 고용촉진공단 충북지사) : "정신 지체인들이 과연 자기 부모님, 나이 드신 치매노인이잖아요. 그런 분들과 잘 어울릴 수 있을까 라는 어떤 그런 부담감을 갖고 있는 건 사실이에요. 때문에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 받는 통합 교육이 우선돼야 한다는 주장도 나옵니다."

<인터뷰> 이원희(초정 노인병원 원장) : "유치원서부터 같이 자라는 데서 되는 거거든요. 그래서 교육 면에서도 많이 우리나라에서 국가적인 차원에서 생각을 해서 정말 이 아이들이 이미 한 생명으로 태어나서 사회에 봉헌하고 기여할 수 있다는 걸 충분히 우리도 같이 보여주고 받아주고 해야지 돼요."

정신 연령이 7살 수준에서 멈춰 종합적인 사고나 업무를 할 수 없는 정신지체 장애인들.

그러나 스스로 걷지도 식사를 하지도 못하고 어제의 일을 기억하지 못하는 노인들에게 장애인들은 손과 다리가 되어 주고 가족이 되어 줍니다.

<녹취> 지예돈(참사랑 병원 간병보조) : "저희 보고 손주라고 하세요. (손자에요?) 예. 손주여..."

어느 한 쪽 만으로는 부족하고 모자람이 있는 그들이지만 마음과 마음이 맞닿으면서 이제는 서로가 서로를 치유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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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아름다운 ‘동병상련’
    • 입력 2007-04-16 10:12:20
    • 수정2007-04-19 16:14:09
    취재파일K
<앵커 멘트> 어느 날 숲에서 큰 불이 났습니다. 숲에 있던 대부분이 도망쳤지만, 앞을 못 보는 사람과 한 쪽 다리가 불편한 사람은 그럴 수 없었습니다. 이 때 다리가 불편한 사람이 앞을 못 보는 사람에게 업혀 눈이 되어주자 그들은 무사히 숲을 빠져나올 수 있었답니다. 이솝우화에 나오는 이야긴데요. 혼자서는 부족하지만 서로가 어깨동무를 하면 온전히 하나가 되는 그런 삶의 현장이 이곳에 있습니다. <리포트> 유니폼을 입고 앞치마를 두른 채 한 청년이 노래를 열창하고 있습니다. 관객은 휠체어에 앉은 노인들. 언뜻 보기에도 몸이 많이 불편해 보이지만 노인들은 음악에 맞춰 박수를 칩니다. 이번에는 휠체어에 앉은 할아버지가 마이크를 잡습니다. 노래자랑이 한창인 이 곳은 충북 청주에 있는 한 노인 병원. 입원해 있는 환자들은 대부분 치매나 뇌졸중을 앓고 있는 노인들입니다. 그리고 이들 앞에서 노래를 부르며 분위기를 돋우는 젊은이들은 정신지체 장애인들입니다. 이들이 병원에서 하고 있는 일은 환자들의 식사 수발과 이동을 돕는 것 같은 간병 보조 역할. 할머니 할아버지들의 사랑을 듬뿍 받는 베테랑 간병인입니다. <녹취> 라성남(반신불수 환자) : "참 이쁜 짓만 하고 다니더라고. 내가 볼 때는, 늙은이가 볼 때는 시키지 않아도 여러 할머니들한테 공손하게 잘 하니까 타고 났다 싶더라구요." 정신지체 장애인들이 이곳에서 간병 보조 일을 시작한 것은 4년 전, 장애인 고용 촉진 공단에서 훈련한 장애인들을 병원에서 큰 기대없이 고용하면서부터 시작됐습니다. <인터뷰> 박종림(청주 참사랑 병원 간호부장) : "저도 마찬가지고 우리 직원들도 처음에는 거부를 했습니다. 왜냐하면 선입관, 장애인에 대한 그 선입관 이런 것 때문에 불안해 하고 거부하고 그랬었는데 이 아이들 만나서 이야기 해 보니까 마음이 달라졌어요." 정신 연령은 7살 미만의 어린아이 정도지만 정신 지체 장애인들에게 반복 학습을 통해 꾸준히 훈련을 거듭하다보니 이제 누구 보다도 능수능란한 간병 보조사가 됐습니다. 무엇보다 외로움을 타는 노인들에게 말벗이 되고 안아드리고 챙겨드리면서 예상치 못했던 정서적인 치유 효과 까지 거두고 있습니다. <녹취> 지예돈(참사랑 병원 간병 보조 주임) : "여름에 한 번 시간 있을 때 점심때나 이렇게 나와 드릴게. (그렇게 돼?) 산책 나가면 나가는 거지. 할머니 먼저 모시고 나와 드려야지. 약속은 꼭 지켜드릴게. (그래 고맙지.)" 친손자나 손녀도 그렇게 까지 살뜰하게는 못할 만큼 이들은 할머니 할아버지들을 진심으로 대하고 그 진심이 서로 통합니다. <인터뷰> 김미숙(초정 노인병원 간호과장) : "서로 어떤 때는 막 할머니랑 삐지기도 하고 서로 그러거든요. 친구하고 서로삐져가지고 막 누구 할머니랑은 말 안할 거야. 그랬다가 막 끌어안고 다시 풀고.. 서로 그런단 말이에요." 정신지체 장애인들과 치매 같은 중증 노인들의 이른바 찰떡 궁합이 알려지면서 이제는 충북 지역에만 노인 병원 다섯 곳에서 정신지체 장애인 19명을 정식으로 고용했습니다. <인터뷰> 김진묵(장애인 고용촉진 공단 충북지사) : "정신지체 하면 대다수 제조 관련 단순 노무 쪽으로 취업이 많이 돼요. 그리고 흔히 3D 업종이죠. 그런 쪽에 취업이 되는데 이건 새로운 휴먼 서비스 거든요. 사람을 직접 대하는 서비스로는 공단 충북 지사가 전국 최초입니다. 최초로 휴먼 서비스를 제공하는 거죠." 충북의 또 다른 노인 병원. 운동 치료실에서 일하는 권소섭 씨는 전혀 장애인으로 보이지 않을 만큼 손놀림이 능숙합니다. <녹취> 권소섭(정신지체 3급) : "(지금 뭐하는 거에요?) 여기 아프신데 치료하고 계시는데... 지금 약간 욕창 생기려고 해서 방지하려고 쬐고 있어요. 허리 아프시고 그러셔서. (많이 좋아졌어요?) 네 많이 좋아졌어요." 걷기 운동, 구르기 운동, 팔 운동, 발 운동 등 소섭 씨는 할아버지 할머니들을 일일이 눈으로 좇아가며 물리치료사들의 손이 닿지 않는 부분 까지 척척 알아서 도움을 줍니다. <인터뷰> 최유정(초정 노인병원 물리치료사) : "잘하죠. 정말 왠만한 초보 물리 치료사 보다 더 낫다고 할 정도로.. 이제 한 5년 정도 됐으니까 그리고 계속 이런 반복하는 학습을 시켜서 이제는 그걸 뛰어 넘어서 자기가 응용까지 할 수 있을 정도로..." 자신과 마찬 가지로 정신지체 장애가 있는 어머니와 단 둘이 사는 소섭 씨. 지난해 중풍으로 쓰러진 외할머니를 매일 같이 찾아 뵙고 돌봐드리는 소섭 씨는 병원에서 효손으로도 칭찬이 자자 합니다. 25살 윤지연 씨는 7층 할아버지 할머니들의 마스코틉니다. 지연 씨가 쉬는 날이면 노인 환자들은 지연 씨를 애타게 찾으며 언제 나오는 지 조바심을 내고, 이런 마음은 지연 씨도 다르지 않습니다 <인터뷰> 윤지연(정신지체 3급/간병 보조인) : "토요일 날 일요일 날은요 치료 가야 한다는 생각에 맨날 집에서 전화받을 때도 감사합니다... 라고 계속하고. 병원 쉬는 날 치료가야 되는데.. 빨간 날 보다는 여기 있는 게 훨씬 좋아요. 빨간 날은 심심해요." <녹취> 윤지연 : "할머니 오늘 물리 치료 가시고. 발 마사지 오케이? (오케이.)" 비장애인들은 잘 알아듣지 못하는 노인들의 말을 장애인인 이들은 외려 잘 알아듣고 통역까지 해 줍니다. 교감이 되기 때문입니다. <인터뷰> 이순진(다리 수술 환자) : "지연이 가면 죽어. 보고 싶어서. (할머니 나 안가.) 가지 마... 시집 가서 아들 낳아가지고 나한테 안기고 그랴." 말을 제대로 할 수 없고 표현도 하기 힘든 노인들. 그러나 표정에서 기쁨이 느껴집니다. <녹취> "할아버지 스마일..." 화단에 물주는 법을 가르치면 비가 오는 날도 화단에 물을 주는 것을 거르지 않는 정신지체 장애인들. 처음에는 편견과 의구심을 갖고 이들을 대하던 간호사와 간병인들은 이제는 오히려 이들에게 변함없는 성실함과 순수한 마음을 배우고 있습니다. <인터뷰> 이원희(초정 노인병원 원장) : "이 아이들의 특징이 꾀를 안부리는 게 특징이거든요. 그래서 뭐든지 자기네들이 거의 한다는 거. 그것이 또한 이런 간호사나 간병사 들이 일하면서 꾀가 날 때 그것이 이 사람들에게 충격을 준 거에요. 나는 얘들 보다 조금 더 나은데... 뭔가 더 해드려야겠다. 이런 생각으로 서로 좋은 관계가 되어 있는거죠." 장애인들을 소외하는 우리 사회의 분위기 탓에 사회성을 제대로 기르지 못했던 이들도 병원에서 직업을 갖고 교육을 받으면서 점차 달라져갔습니다. <녹취> 간호과장 : "오늘은 어땠어?" <녹취> 정리 모임 : "하두 혼나다 보니까 이젠 괜찮아요." <인터뷰> 김미숙(초정 노인병원 간호과장) : "사회성이 너무 떨어져서 집에 와서도 한 마디도 안하고 엄마 아빠하고도. 아빠가 퇴근하고 들어오셔도 오셨느냐 출근하실 때도 안녕히 다녀오시라고 그런 말도 안했었대요. 근데 여기 다니면서 애가 밝아져 가지고 엄마 아빠하고 이야기하고 인사하고 이런 걸 배웠다고 좋아하더라구요." 간병 보조인들이 일을 마친 뒤 단합 대회를 하는 날. 노래방에 들어서자 마자 마이크를 잡습니다. 처음에는 음정 박자 모두 엉망이었지만 자꾸 격려해주고 모임을 가지면서 사회성도 눈에 띄게 늘었습니다. <인터뷰> 노길심(참사랑 병원 간병 보조인) : "서로 일하는 데 분위기도 좋고 활력소가 되잖아요. 가끔 가다 뭐 자주는 못해도 가끔 가다 놀아요." <인터뷰> 홍용기(참사랑 병원 간병 보조인) : "그 이튿날 일하는 게 대번 활력소가 생기고 애들이 더 힘이 안 들어 보이게 일을 하고, 우리가 나이가 좀 있으니까 딸 같고 아들 같고..." 이러다보니 부모들이 적극적으로 나서 장애인들이 병원에 취업하길 원하고 있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한 실정입니다. <인터뷰> 윤진우(보람 재활원 사회복지사) : "길을 또 새로 열어주는 것도사회복지 차원에서 더 나은 발전는 모습들을 보여지길 저희들도 바라면서 장애인들이 많이 설 수 있는 공간을 많이 제공해주면 좋으니까..." 오는 20일이 장애인의 날이지만 좀처럼 깨어지지 않고 있는 장애인에 대한 편견이 가장 큰 문제입니다. 충청북도에서 간병 보조 사업이 시작된 지 5년이 지났는데도 전국으로 좀처럼 확산되지 않는 것도 그러한 인식을 깨기가 어렵기 때문입니다. <인터뷰> 김진묵(장애인 고용촉진공단 충북지사) : "정신 지체인들이 과연 자기 부모님, 나이 드신 치매노인이잖아요. 그런 분들과 잘 어울릴 수 있을까 라는 어떤 그런 부담감을 갖고 있는 건 사실이에요. 때문에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 받는 통합 교육이 우선돼야 한다는 주장도 나옵니다." <인터뷰> 이원희(초정 노인병원 원장) : "유치원서부터 같이 자라는 데서 되는 거거든요. 그래서 교육 면에서도 많이 우리나라에서 국가적인 차원에서 생각을 해서 정말 이 아이들이 이미 한 생명으로 태어나서 사회에 봉헌하고 기여할 수 있다는 걸 충분히 우리도 같이 보여주고 받아주고 해야지 돼요." 정신 연령이 7살 수준에서 멈춰 종합적인 사고나 업무를 할 수 없는 정신지체 장애인들. 그러나 스스로 걷지도 식사를 하지도 못하고 어제의 일을 기억하지 못하는 노인들에게 장애인들은 손과 다리가 되어 주고 가족이 되어 줍니다. <녹취> 지예돈(참사랑 병원 간병보조) : "저희 보고 손주라고 하세요. (손자에요?) 예. 손주여..." 어느 한 쪽 만으로는 부족하고 모자람이 있는 그들이지만 마음과 마음이 맞닿으면서 이제는 서로가 서로를 치유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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