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따라잡기] ‘더는 못 살아’…황혼 이혼 급증

입력 2007.04.20 (09:26) 수정 2007.04.20 (12:34)

읽어주기 기능은 크롬기반의
브라우저에서만 사용하실 수 있습니다.

<앵커 멘트>

흔히 이상적인 부부 사이를 일컬어 ‘백년해로 한다’라는 말을 쓰는데, 이것도 옛말이 된 것 같습니다.

자녀들 때문에 꾹 참고 살다가, 시집장가 다 보내고, 늙어서나마 자유를 찾겠다는 황혼이혼이 최근 급격히 늘고 있다 고 합니다.

전체 이혼건수는 최근 3년 동안 줄었습니다만 유독 20년 이상 같이 살던 부부가 헤어지는 까닭, 어디에 있을까요?

김나나 기자 나왔습니다.

우선 황혼이혼이 얼마나 늘었는지부터 알아볼까요?

<리포트>

네, 지난해 황혼이혼 건수가 10년래 최고치를 기록하면서 갈수록 크게 늘어나고 있습니다.

지난해 55세 이상 연령층의 이혼 건수는 만 2천 9백여 건으로 10년 전보다 3.5배에 달했습니다.

최근 사회문제가 되고 있는 황혼이혼 의 실태를 취재했습니다. 올해 67살인 강 모 할머니는 지난 1973년에 결혼을 했습니다.

중매로 만난 남편과 슬하에 3형제를 뒀지만 결혼 생활은 순탄치 않았는데요, 남편은 생계를 거 의 돌보지 않았고 또 잦은 외도로 결혼생활은 늘 불행하기만 했습니다.

할머니는 결국 남편과 남남이 되는 길을 택했습니다.

<인터뷰> 강00(67세): “그 사람(남편)이 바람이 나서 이혼하려고 한 5년 걸려서 53세인가? 54세인가…”

20년이 넘게 살을 맞대고 살아온 남편과 헤어지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었지 만, 이혼을 후회한 적은 없다고 말합니다.

<인터뷰> 강00(67세): “저렇게 기본도 안 된 사람하고 사느니 차라리 혼자 사는 게 낫다고…”

이혼을 한 뒤 할머니가 가장 마음에 걸렸던 것은 결혼을 앞둔 막내아들이었습니다. 행여 부모의 이혼이 걸림돌이 될까봐 노심초사하며 종이학 천 마리를 접었다고 합니다.

다행히 미국으로 유학 간 아들이 최근 결혼을 해 한시름 놓게 됐는데요.

현재 할머니는 가족들과 떨어져 8평짜리 단칸방에서 혼자 지내고 있습니다. 낮에는 문화센터에서 외국어와 국선도를 배우며 시간을 보내는데요.

할머니는 기초생활보호대상자기 때문에 한 달에 30만원씩 지원받는 돈으로 생활하고 있습니다.

<인터뷰> 강00(67세): “굉장히 알뜰한 편이기 때문에 돈을 약 20만원 씩 모아요. (예전에는 아들) 장가보내려고 모았고... 이제 나를 위해서 모으는 거예요.”

2년 전 35년여의 결혼생활을 정리한 최모씨 역시 오랜 고민 끝에 이혼을 택했습니다.

<인터뷰> 최00(61세): “정말 미운 정도 없는 거예요. 아주 보기 싫은 거예요. 사람 자체가... 남자들은 자기 잘못은 뒷전으로 하고 자기 괴롭다는 그 생각으로 날마다 술 먹고 안 하던 폭언하고 막 그러니까... 못 견디겠는 거예요”

남편 대신 가족의 생계를 책임져야 했던 최모씨. 자녀들도 이혼을 반대하지 않았다고 합니다.

<인터뷰> 최00(61세): “아버지가 술 먹고 와서 시끄럽게 하고 그러니까 아이들도 질리더라고요. 나는 정말 너희 아버지 싫다고... 헤어지고 싶다고 그러면 어머니 하시고 싶은 대로 하라고... 너무 고생 많이 하셨으니까...”

결국, 최씨는 이혼을 선택함으로써 35년 결혼 생활의 종지부를 찍게 됐지만 지금 은 한결 마음이 편하다고 합니다.

<인터뷰> 최00(61세): “(이혼을 하고서) 얻은 건 하여튼 마음 편한 것...평생 마음이 안 편하고... 불편하게 살았다고 하나? 그렇게 살았는데... 좀 편해요 마음이...”

이렇게 결혼한 지 20년이 넘는 부부가 갈라서는 이른바 황혼이혼이 갈수록 크게 늘고 있습니다.

지난 해 통계청 조사결과를 보면 전체이혼건수는 최근 3년 동안 계속 줄고 있지만, 황혼이혼은 오히려 늘고 있는데요, 특히, 55살 이상 연령층은 10년 전보다 남자는 3. 5배, 그리고 여자는 5. 1배로 늘었습니다.

지난해 이혼한 부부 다섯 쌍 가운데 한 쌍이 황혼이혼이었습니다.

<인터뷰> 곽배희(한국가정법률상담소): “여성들이 이혼을 요구하는 비율이 남성보다 배 이상 많고, 전국적인 통계로 보더라도 50대 이상 60대, 70대 노년 이혼의 증 가가 우리나라 이혼율을 전반적으로 올리는 요인이 되고 있거든요.”

나이가 들수록 배우자를 충분히 배려하고 이해 할 것이라는 예상을 완전히 뒤집는 결과였습니다.

그렇다면 연세가 많은 분들은 황혼이혼에 대해 어떻게 생각할까요?

<인터뷰> 유공덕(73세): “이해가 되는 점은 많죠. 오죽하면 저렇게 됐는가... 자녀들 보기 에 떳떳하게 내가 살고 있고, 생활하고 이혼을 하는데... 가정불화로서 이혼을 하는데 무엇이 부끄러워요... 부끄러울 것 하나도 없어요.”

<인터뷰> 안태균(76세): “폭력이라던가 또는 불화를 그냥 계속 겪고 도저히 사는 것이 죽는 것만 같이 못한 그런 느낌을 받고... 거기에서 자연히 나 나름대로 편하게 당분간 여생 이라도 살아야겠다는 그런 느낌으로…”

이처럼 황혼이혼이 급증하면서 사회문제가 되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중년의 부부들이 이혼의 위기를 극복할 방법은 없을까?

부부행복학교를 찾아가 봤습니다. 중장년 부부들이 다정히 둘러앉아 강의를 듣고 있는데요, 부부간 서로를 이해 하자는 것이 이날의 주제였습니다.

<인터뷰> 김용봉(52세/부부행복학교 참가자): “상대편(아내)을 그 전에는 말을 무 시를 했어요. ‘나는 남자니까 네가 말을 들어라’ 라고 생각을 했었는데 그렇다 보니까 자꾸 부딪치게 되는데 지금은 서로 상대편이 무슨 말을 하는지 귀를 기울여서 들어주고...”

이 프로그램에서 가장 강조하는 것은 부부 간의 대화입니다.

참여자들은 서로를 이해하는데 있어 가장 기본적인 것부터 실천하다 보니 눈에 띄게 부부 사이가 좋아졌다고 합니다.

<인터뷰> 안정은(목사/부부행복학교 교사): “신혼 초에 가졌던 즐거웠던 추억들을 다시 한 번 기억하도록 해서 지금 현실적으로 힘들고 지쳐 있을지라도 다시 한 번 그 때 일 로 인해서 재충전 할 수 있는 그런 기회를 만들고자 하는 프로그램이죠.”

실제로, 이혼위기까지 갔다가 이 프로그램을 통해 위기를 극복한 부부도 만날 수 있었습니다.

<인터뷰> 김00(부부행복학교 참가자): “그...마지막까지, (이혼서류에) 도장까지 찍었었어요. 찍었다가... 한 달 좀 넘게 있다가 다시 또 잘 이야기가 돼서... 지금은 행복하게 살고 있습니다.”

늘어만 가는 황혼이혼. 부부간에 진솔한 대화를 자주 나누고, 또 서로에 대한 이해와 관심으로 중년의 위기를 극복해야겠습니다.

■ 제보하기
▷ 카카오톡 : 'KBS제보' 검색, 채널 추가
▷ 전화 : 02-781-1234, 4444
▷ 이메일 : kbs1234@kbs.co.kr
▷ 유튜브, 네이버, 카카오에서도 KBS뉴스를 구독해주세요!


  • [뉴스따라잡기] ‘더는 못 살아’…황혼 이혼 급증
    • 입력 2007-04-20 08:39:12
    • 수정2007-04-20 12:34:27
    아침뉴스타임
<앵커 멘트> 흔히 이상적인 부부 사이를 일컬어 ‘백년해로 한다’라는 말을 쓰는데, 이것도 옛말이 된 것 같습니다. 자녀들 때문에 꾹 참고 살다가, 시집장가 다 보내고, 늙어서나마 자유를 찾겠다는 황혼이혼이 최근 급격히 늘고 있다 고 합니다. 전체 이혼건수는 최근 3년 동안 줄었습니다만 유독 20년 이상 같이 살던 부부가 헤어지는 까닭, 어디에 있을까요? 김나나 기자 나왔습니다. 우선 황혼이혼이 얼마나 늘었는지부터 알아볼까요? <리포트> 네, 지난해 황혼이혼 건수가 10년래 최고치를 기록하면서 갈수록 크게 늘어나고 있습니다. 지난해 55세 이상 연령층의 이혼 건수는 만 2천 9백여 건으로 10년 전보다 3.5배에 달했습니다. 최근 사회문제가 되고 있는 황혼이혼 의 실태를 취재했습니다. 올해 67살인 강 모 할머니는 지난 1973년에 결혼을 했습니다. 중매로 만난 남편과 슬하에 3형제를 뒀지만 결혼 생활은 순탄치 않았는데요, 남편은 생계를 거 의 돌보지 않았고 또 잦은 외도로 결혼생활은 늘 불행하기만 했습니다. 할머니는 결국 남편과 남남이 되는 길을 택했습니다. <인터뷰> 강00(67세): “그 사람(남편)이 바람이 나서 이혼하려고 한 5년 걸려서 53세인가? 54세인가…” 20년이 넘게 살을 맞대고 살아온 남편과 헤어지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었지 만, 이혼을 후회한 적은 없다고 말합니다. <인터뷰> 강00(67세): “저렇게 기본도 안 된 사람하고 사느니 차라리 혼자 사는 게 낫다고…” 이혼을 한 뒤 할머니가 가장 마음에 걸렸던 것은 결혼을 앞둔 막내아들이었습니다. 행여 부모의 이혼이 걸림돌이 될까봐 노심초사하며 종이학 천 마리를 접었다고 합니다. 다행히 미국으로 유학 간 아들이 최근 결혼을 해 한시름 놓게 됐는데요. 현재 할머니는 가족들과 떨어져 8평짜리 단칸방에서 혼자 지내고 있습니다. 낮에는 문화센터에서 외국어와 국선도를 배우며 시간을 보내는데요. 할머니는 기초생활보호대상자기 때문에 한 달에 30만원씩 지원받는 돈으로 생활하고 있습니다. <인터뷰> 강00(67세): “굉장히 알뜰한 편이기 때문에 돈을 약 20만원 씩 모아요. (예전에는 아들) 장가보내려고 모았고... 이제 나를 위해서 모으는 거예요.” 2년 전 35년여의 결혼생활을 정리한 최모씨 역시 오랜 고민 끝에 이혼을 택했습니다. <인터뷰> 최00(61세): “정말 미운 정도 없는 거예요. 아주 보기 싫은 거예요. 사람 자체가... 남자들은 자기 잘못은 뒷전으로 하고 자기 괴롭다는 그 생각으로 날마다 술 먹고 안 하던 폭언하고 막 그러니까... 못 견디겠는 거예요” 남편 대신 가족의 생계를 책임져야 했던 최모씨. 자녀들도 이혼을 반대하지 않았다고 합니다. <인터뷰> 최00(61세): “아버지가 술 먹고 와서 시끄럽게 하고 그러니까 아이들도 질리더라고요. 나는 정말 너희 아버지 싫다고... 헤어지고 싶다고 그러면 어머니 하시고 싶은 대로 하라고... 너무 고생 많이 하셨으니까...” 결국, 최씨는 이혼을 선택함으로써 35년 결혼 생활의 종지부를 찍게 됐지만 지금 은 한결 마음이 편하다고 합니다. <인터뷰> 최00(61세): “(이혼을 하고서) 얻은 건 하여튼 마음 편한 것...평생 마음이 안 편하고... 불편하게 살았다고 하나? 그렇게 살았는데... 좀 편해요 마음이...” 이렇게 결혼한 지 20년이 넘는 부부가 갈라서는 이른바 황혼이혼이 갈수록 크게 늘고 있습니다. 지난 해 통계청 조사결과를 보면 전체이혼건수는 최근 3년 동안 계속 줄고 있지만, 황혼이혼은 오히려 늘고 있는데요, 특히, 55살 이상 연령층은 10년 전보다 남자는 3. 5배, 그리고 여자는 5. 1배로 늘었습니다. 지난해 이혼한 부부 다섯 쌍 가운데 한 쌍이 황혼이혼이었습니다. <인터뷰> 곽배희(한국가정법률상담소): “여성들이 이혼을 요구하는 비율이 남성보다 배 이상 많고, 전국적인 통계로 보더라도 50대 이상 60대, 70대 노년 이혼의 증 가가 우리나라 이혼율을 전반적으로 올리는 요인이 되고 있거든요.” 나이가 들수록 배우자를 충분히 배려하고 이해 할 것이라는 예상을 완전히 뒤집는 결과였습니다. 그렇다면 연세가 많은 분들은 황혼이혼에 대해 어떻게 생각할까요? <인터뷰> 유공덕(73세): “이해가 되는 점은 많죠. 오죽하면 저렇게 됐는가... 자녀들 보기 에 떳떳하게 내가 살고 있고, 생활하고 이혼을 하는데... 가정불화로서 이혼을 하는데 무엇이 부끄러워요... 부끄러울 것 하나도 없어요.” <인터뷰> 안태균(76세): “폭력이라던가 또는 불화를 그냥 계속 겪고 도저히 사는 것이 죽는 것만 같이 못한 그런 느낌을 받고... 거기에서 자연히 나 나름대로 편하게 당분간 여생 이라도 살아야겠다는 그런 느낌으로…” 이처럼 황혼이혼이 급증하면서 사회문제가 되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중년의 부부들이 이혼의 위기를 극복할 방법은 없을까? 부부행복학교를 찾아가 봤습니다. 중장년 부부들이 다정히 둘러앉아 강의를 듣고 있는데요, 부부간 서로를 이해 하자는 것이 이날의 주제였습니다. <인터뷰> 김용봉(52세/부부행복학교 참가자): “상대편(아내)을 그 전에는 말을 무 시를 했어요. ‘나는 남자니까 네가 말을 들어라’ 라고 생각을 했었는데 그렇다 보니까 자꾸 부딪치게 되는데 지금은 서로 상대편이 무슨 말을 하는지 귀를 기울여서 들어주고...” 이 프로그램에서 가장 강조하는 것은 부부 간의 대화입니다. 참여자들은 서로를 이해하는데 있어 가장 기본적인 것부터 실천하다 보니 눈에 띄게 부부 사이가 좋아졌다고 합니다. <인터뷰> 안정은(목사/부부행복학교 교사): “신혼 초에 가졌던 즐거웠던 추억들을 다시 한 번 기억하도록 해서 지금 현실적으로 힘들고 지쳐 있을지라도 다시 한 번 그 때 일 로 인해서 재충전 할 수 있는 그런 기회를 만들고자 하는 프로그램이죠.” 실제로, 이혼위기까지 갔다가 이 프로그램을 통해 위기를 극복한 부부도 만날 수 있었습니다. <인터뷰> 김00(부부행복학교 참가자): “그...마지막까지, (이혼서류에) 도장까지 찍었었어요. 찍었다가... 한 달 좀 넘게 있다가 다시 또 잘 이야기가 돼서... 지금은 행복하게 살고 있습니다.” 늘어만 가는 황혼이혼. 부부간에 진솔한 대화를 자주 나누고, 또 서로에 대한 이해와 관심으로 중년의 위기를 극복해야겠습니다.

이 기사가 좋으셨다면

오늘의 핫 클릭

실시간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는 뉴스

이 기사에 대한 의견을 남겨주세요.

2024 파리 올림픽 배너 이미지 수신료 수신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