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따라잡기] 현대판 ‘노예선 인신매매’

입력 2007.04.24 (09: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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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구인광고를 보고 직업소개소를 찾아온 구직자들을 속여 새우잡이 배에 팔아온 ‘불법 선원 알선 사기단’이 경찰에 붙잡혔습니다.

피해자가 무려 4백명이 넘는데요, 피해자 가운데는 몸이 불편한 장애인들도 많았습니다.

소현정 기자 나와있습니다. 이 많은 사람들이 어떻게 인신매매를 당한 건가요?

<리포트>

네, 이들은 찾아온 구직자들에게 술을 사먹인 뒤 하룻밤에 수백만원의 빚을 지게 만들었습니다.

이 빚을 이용해 낙도 양식장과 일명 노예선이라고 하죠, 새우잡이배에 팔아넘겨왔습니다.

아직도 벌어지고 있는 현대판 노예선, 충격적인 인신매매의 현장을 취재했습니다.

부산 남포동의 한 직업소개소. 선원모집이란 간판을 크게 내건 이곳에서는 최근 3년 동안 각종 전단지와 인터넷에 월수입 400만원을 보장해 준다는 구인 광고를 냈습니다.

지난 8일 중간 소개업자로 보이는 남자가 두 명의 구직자들을 데리고 밖으로 나오는 모습이 카메라에 포착됐습니다. 뒤를 따라가 본 결과 일행이 도착한 곳은 전남 목포였습니다.

<인터뷰> 이경열(부산해양경찰서) : "노예선이 있습니다. 1년에 한 번 입항할까 말까 하는 선박이 있는데 그런 곳에 무허가 선원 소개 업자가 매매를 한 것이죠."

이들은 이런 식으로 지난 2005년부터 지금까지 모두 443명의 구직자들을 섬과 양식장 등지로 팔아 넘긴 혐의를 받고 있습니다. 이렇게 가로챈 돈만 무려 10억원에 이릅니다.

이들의 사기망에 걸려든 피해자들은 주로 장애인이나 노숙자, 그리고 형편이 어려운 사람들이었습니다.

이 가운데는 정신지체 장애인이나 폐렴 환자 등 뱃일을 할 수 없는 사람도 많았습니다.

<인터뷰> 권씨 아버지 : "(우리 애가) 돈도 모른다고요.. 돈도.. 10살, 15살 먹은 아이보고 형이라고 그러는 아이인데.. 정신연령이 5살 밖에 안되고.. 정신지체 장애 2급이거든요."

이불이며 옷가지들이 나뒹구는 직업소개소 방 안.. 얼마 전까지도 누군가가 생활했던 것으로 보이는 이곳에서 구직자들은 숙식을 하며 승선의 날을 기다렸다고 합니다.

<인터뷰> 이경열(부산해양경찰서) : "선원들이 거주를 하다가 밥도 먹고 술도 마시고.. 무료 숙식제공이라고 해놨지만, 실제로 여기 오면 숙박료, 식비를 전부 다 선원들 몫에 계산해서 선주들로부터 받아챙기는 거죠."

그런데 돈을 벌어보겠다고 찾아온 구직자들은 배에 오르기도 전에, 이미 수 백 만원씩 빚을 지고 있었습니다.

이곳에서 지내면서 쓴 숙식비와 술값, 그리고 소개비 등이 명목이었는데요, 1인당 200에서 400. 많게는 1300만원까지 빚을 졌는데요, 피해자들은 어쩔 수 없이 배를 타야 했습니다.

<인터뷰> 이경열(부산해양경찰서) : "승선 계약서에 얼마를 우선 지급했다. 미리 준 돈이 얼마다.. 영수증을 보여주고 얼마동안 배를 타야 된다. 이런식으로 해서 목포로 보내는 거죠."

정신지체 2급 장애인 권모씨 역시, 피의자들의 말에 속아 1300만원 가까이 빚을 지고 이른바 노예선이라고 불리는 새우잡이 어선에 올랐습니다.

<인터뷰> 권씨 아버지 : "200만원 300, 500만원 이렇게 해 가지고 술집에 장사를 시켜주는 거다. 돈도 모르는 아이한테 500만원, 1000만원 해 놓으면 그걸 누가 책임질 건가..."

피의자들은 권씨에게 술을 제공하고 윤락녀와 성관계를 갖게 하는 수법으로 500만원의 빚을 지게 했고, 그 돈을 선주에게 받아 권씨를 팔아 넘긴 것입니다.

<인터뷰> 김○○(피의자) : "자기가 술 먹고 여관비 하고, 용돈 타 쓰고.. 일하려면 옷값도 있어야 하고 그럴 거 아니에요? 성매매 같은 경우는 자기가 하고 싶어서 한 거니까 당연히 자기가 내야지..."

하지만 권씨의 아버지는 아들이 그렇게 많은 돈을 유흥비로 썼다고는 믿을 수 없다고 말합니다.

<인터뷰> 권씨 아버지 : "(소개업자가) 500만원은 부채를 만들었어요. 내 생각에는 4, 50만원 쓴 걸, 몇 배 부풀려서 그렇게 해서 그건 완전히 사기고 자작극이거든요."

그래서 취재진은 실제로 권씨를 비롯한 피해자들이 배를 기다리는 동안 술을 마셨다는 전남 목포의 유흥가를 찾아가 봤습니다.

이곳에서 한 술집 주인은 피해자들에게 청구되는 엄청난 술값이 사전에 이미 계획된 것이라고 털어 놓았습니다.

<인터뷰> 술집 주인 : "소개소에서는 이런 술집으로 자기들이 데리고 와서 이 사람 술 100만원 어치만 먹이쇼. 그래서 자기네 들이 그거에 몇배를 올린다고 이런식으로 올려버리니까..."

성치 않은 몸으로 온 종일 뱃일을 하던 권모씨. 고된 선상생활을 견디지 못하고 배를 도망쳐 나왔지만, 악순환의 고리는 끊을 수 없었습니다.

피의자들이 같은 수법으로 그를 또 다른 선주에게 넘긴 것입니다.

<인터뷰> 권씨 아버지 : "또 다른 배가 많거든.. 다른 배 태워 보내서 또 서 너달 있다가 오고.. 이런 식으로 돌려서 (아이가) 집에도 못 있게 만들어 버렸어..."

경찰은 모집책 5명을 검거해 모두 구속했고, 나머지 3명을 뒤쫓고 있습니다. 경찰은 또 피해자가 더 있을 것으로 보고 수사를 벌이고 있습니다.

<인터뷰> 김진성(경찰인터뷰) : "찾고 있는 용의자들을 추적 중인데 서해안 쪽에 있다는 첩보를 듣고 신안 쪽에 와서 염전에서 일하는 작업군, 사장들, 선주들을 통해서 탐문수사 중에 있습니다."

그런데 취재도중, 취재진은 진도의 한 선착장에서 울고 있는 남자를 만났습니다. 직업소개소를 통해 선원일을 하게 됐다는 정모씨. 그는 돌아갈 차비 한 푼 없이 뱃일을 그만두고 나왔다고 합니다.

<인터뷰> 정00(소개업소 이용자) : "없어.. 차비.. 차비 없어..."

<인터뷰> 정씨 어머니 : (아드님이 배 타러 간지 몰랐어요) "몰랐어요.. 아이고, 어떡하면 좋아 아들이 차비가 없다고 하는데 저희 아들 좀 집까지 올 수 있게 해주세요."

정씨는 수 백 만원의 고수익을 보장한다는 선원모집 광고가 거짓일뿐더러, 실제로 가불의 늪에서 벗어날 수도 없었다고 말합니다.

<인터뷰> 정00(소개업소 이용자) : "제가 보기엔 (고수익 보장광고가) 거짓말인 것 같아요. 거기에서 11개월 있는 사람을 봤는데, 배 위에서 쓰는 돈을 미리돈을 받아서 쓰고.. 그런 식으로 생활하는 것 같더라고요."

일자리를 구하기 힘든 장애인 등 사회적 약자들에게 억지빚을 덮어 씌우고 임금마저 착취한 현대판 ‘선원노예장사꾼’들, 아직도 선원인신매매가 벌어지고 있다는 사실이 충격을 주고 있습니다.

관계당국은 이번기회에 철저한 조사를 통해 인신매매를 자행하는 불법조직들을 완전히 뿌리 뽑아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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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07-04-24 08:36: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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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구인광고를 보고 직업소개소를 찾아온 구직자들을 속여 새우잡이 배에 팔아온 ‘불법 선원 알선 사기단’이 경찰에 붙잡혔습니다. 피해자가 무려 4백명이 넘는데요, 피해자 가운데는 몸이 불편한 장애인들도 많았습니다. 소현정 기자 나와있습니다. 이 많은 사람들이 어떻게 인신매매를 당한 건가요? <리포트> 네, 이들은 찾아온 구직자들에게 술을 사먹인 뒤 하룻밤에 수백만원의 빚을 지게 만들었습니다. 이 빚을 이용해 낙도 양식장과 일명 노예선이라고 하죠, 새우잡이배에 팔아넘겨왔습니다. 아직도 벌어지고 있는 현대판 노예선, 충격적인 인신매매의 현장을 취재했습니다. 부산 남포동의 한 직업소개소. 선원모집이란 간판을 크게 내건 이곳에서는 최근 3년 동안 각종 전단지와 인터넷에 월수입 400만원을 보장해 준다는 구인 광고를 냈습니다. 지난 8일 중간 소개업자로 보이는 남자가 두 명의 구직자들을 데리고 밖으로 나오는 모습이 카메라에 포착됐습니다. 뒤를 따라가 본 결과 일행이 도착한 곳은 전남 목포였습니다. <인터뷰> 이경열(부산해양경찰서) : "노예선이 있습니다. 1년에 한 번 입항할까 말까 하는 선박이 있는데 그런 곳에 무허가 선원 소개 업자가 매매를 한 것이죠." 이들은 이런 식으로 지난 2005년부터 지금까지 모두 443명의 구직자들을 섬과 양식장 등지로 팔아 넘긴 혐의를 받고 있습니다. 이렇게 가로챈 돈만 무려 10억원에 이릅니다. 이들의 사기망에 걸려든 피해자들은 주로 장애인이나 노숙자, 그리고 형편이 어려운 사람들이었습니다. 이 가운데는 정신지체 장애인이나 폐렴 환자 등 뱃일을 할 수 없는 사람도 많았습니다. <인터뷰> 권씨 아버지 : "(우리 애가) 돈도 모른다고요.. 돈도.. 10살, 15살 먹은 아이보고 형이라고 그러는 아이인데.. 정신연령이 5살 밖에 안되고.. 정신지체 장애 2급이거든요." 이불이며 옷가지들이 나뒹구는 직업소개소 방 안.. 얼마 전까지도 누군가가 생활했던 것으로 보이는 이곳에서 구직자들은 숙식을 하며 승선의 날을 기다렸다고 합니다. <인터뷰> 이경열(부산해양경찰서) : "선원들이 거주를 하다가 밥도 먹고 술도 마시고.. 무료 숙식제공이라고 해놨지만, 실제로 여기 오면 숙박료, 식비를 전부 다 선원들 몫에 계산해서 선주들로부터 받아챙기는 거죠." 그런데 돈을 벌어보겠다고 찾아온 구직자들은 배에 오르기도 전에, 이미 수 백 만원씩 빚을 지고 있었습니다. 이곳에서 지내면서 쓴 숙식비와 술값, 그리고 소개비 등이 명목이었는데요, 1인당 200에서 400. 많게는 1300만원까지 빚을 졌는데요, 피해자들은 어쩔 수 없이 배를 타야 했습니다. <인터뷰> 이경열(부산해양경찰서) : "승선 계약서에 얼마를 우선 지급했다. 미리 준 돈이 얼마다.. 영수증을 보여주고 얼마동안 배를 타야 된다. 이런식으로 해서 목포로 보내는 거죠." 정신지체 2급 장애인 권모씨 역시, 피의자들의 말에 속아 1300만원 가까이 빚을 지고 이른바 노예선이라고 불리는 새우잡이 어선에 올랐습니다. <인터뷰> 권씨 아버지 : "200만원 300, 500만원 이렇게 해 가지고 술집에 장사를 시켜주는 거다. 돈도 모르는 아이한테 500만원, 1000만원 해 놓으면 그걸 누가 책임질 건가..." 피의자들은 권씨에게 술을 제공하고 윤락녀와 성관계를 갖게 하는 수법으로 500만원의 빚을 지게 했고, 그 돈을 선주에게 받아 권씨를 팔아 넘긴 것입니다. <인터뷰> 김○○(피의자) : "자기가 술 먹고 여관비 하고, 용돈 타 쓰고.. 일하려면 옷값도 있어야 하고 그럴 거 아니에요? 성매매 같은 경우는 자기가 하고 싶어서 한 거니까 당연히 자기가 내야지..." 하지만 권씨의 아버지는 아들이 그렇게 많은 돈을 유흥비로 썼다고는 믿을 수 없다고 말합니다. <인터뷰> 권씨 아버지 : "(소개업자가) 500만원은 부채를 만들었어요. 내 생각에는 4, 50만원 쓴 걸, 몇 배 부풀려서 그렇게 해서 그건 완전히 사기고 자작극이거든요." 그래서 취재진은 실제로 권씨를 비롯한 피해자들이 배를 기다리는 동안 술을 마셨다는 전남 목포의 유흥가를 찾아가 봤습니다. 이곳에서 한 술집 주인은 피해자들에게 청구되는 엄청난 술값이 사전에 이미 계획된 것이라고 털어 놓았습니다. <인터뷰> 술집 주인 : "소개소에서는 이런 술집으로 자기들이 데리고 와서 이 사람 술 100만원 어치만 먹이쇼. 그래서 자기네 들이 그거에 몇배를 올린다고 이런식으로 올려버리니까..." 성치 않은 몸으로 온 종일 뱃일을 하던 권모씨. 고된 선상생활을 견디지 못하고 배를 도망쳐 나왔지만, 악순환의 고리는 끊을 수 없었습니다. 피의자들이 같은 수법으로 그를 또 다른 선주에게 넘긴 것입니다. <인터뷰> 권씨 아버지 : "또 다른 배가 많거든.. 다른 배 태워 보내서 또 서 너달 있다가 오고.. 이런 식으로 돌려서 (아이가) 집에도 못 있게 만들어 버렸어..." 경찰은 모집책 5명을 검거해 모두 구속했고, 나머지 3명을 뒤쫓고 있습니다. 경찰은 또 피해자가 더 있을 것으로 보고 수사를 벌이고 있습니다. <인터뷰> 김진성(경찰인터뷰) : "찾고 있는 용의자들을 추적 중인데 서해안 쪽에 있다는 첩보를 듣고 신안 쪽에 와서 염전에서 일하는 작업군, 사장들, 선주들을 통해서 탐문수사 중에 있습니다." 그런데 취재도중, 취재진은 진도의 한 선착장에서 울고 있는 남자를 만났습니다. 직업소개소를 통해 선원일을 하게 됐다는 정모씨. 그는 돌아갈 차비 한 푼 없이 뱃일을 그만두고 나왔다고 합니다. <인터뷰> 정00(소개업소 이용자) : "없어.. 차비.. 차비 없어..." <인터뷰> 정씨 어머니 : (아드님이 배 타러 간지 몰랐어요) "몰랐어요.. 아이고, 어떡하면 좋아 아들이 차비가 없다고 하는데 저희 아들 좀 집까지 올 수 있게 해주세요." 정씨는 수 백 만원의 고수익을 보장한다는 선원모집 광고가 거짓일뿐더러, 실제로 가불의 늪에서 벗어날 수도 없었다고 말합니다. <인터뷰> 정00(소개업소 이용자) : "제가 보기엔 (고수익 보장광고가) 거짓말인 것 같아요. 거기에서 11개월 있는 사람을 봤는데, 배 위에서 쓰는 돈을 미리돈을 받아서 쓰고.. 그런 식으로 생활하는 것 같더라고요." 일자리를 구하기 힘든 장애인 등 사회적 약자들에게 억지빚을 덮어 씌우고 임금마저 착취한 현대판 ‘선원노예장사꾼’들, 아직도 선원인신매매가 벌어지고 있다는 사실이 충격을 주고 있습니다. 관계당국은 이번기회에 철저한 조사를 통해 인신매매를 자행하는 불법조직들을 완전히 뿌리 뽑아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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