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사 구분 못하는 재벌…기업을 사조직처럼

입력 2007.05.01 (22: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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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이번 사건을 보면 김 회장측은 처음부터 지금까지 회사 인력을 대거 동원하고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회장 개인의 사건인데도 공과 사를 구별하지 않고 있는 것입니다.

회사를 사조직처럼 부리는 재벌의 행태를 정창화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이번 사건의 발단이 된 김승연 회장 차남의 입국 현장... 한화측 경호원들이 취재진과 실랑이를 벌입니다.

<녹취> "아아아 앞에 앞에 앞에!"

이번 사건은 김 씨의 개인적인 일인데도 회사 인력이 동원된 것입니다.

<녹취> 아들: "제 일로 인해 아버지가 폐를 끼쳐 정말 송구스럽습니다. 그리고 물의를 일으켜서 정말 죄송합니다."

회장 총수 자신도 개인 일이라고 밝혔지만, 경찰 출석 당시에는 회사 법무실장이 함께 했습니다.

분명 회사 차원에서 이번 사건을 대응한다는 뜻입니다.

한화측은 경찰 조사에 앞서 회사 법무실 소속 변호인 10명이 포함된 변호인단을 꾸렸다고 밝혔습니다.

민형사상 개인적 사건의 경우, 개인이 자신의 비용으로 외부 변호사를 선임하는 통념에 어긋나는 것입니다.

재벌그룹들의 회장의 일이라면 공과 사를 구별하지 않는 것입니다.

<인터뷰> 김영희(변호사): "기업 총수가 회사와 업무 관련성이 없는 개인적인 일에 대해서 회사 임직원들을 동원하거나 회사 돈으로 변호사 보수를 지급한다면 업무상 배임에 해당할 소지가 큽니다."

아들의 보복폭력에 경호원을 동원한 것은 사적인 범죄 행위에 회사 인력을 동원한 것이어서 더욱 문제입니다.

회장의 명령에 현실적으로 저항하기 어려운 이들은 본의 아니게 범법자가 될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녹취> 한화 관계자: (경호하시는 분들은 정식 직원인가요?) "그렇죠. 회장을 옆에서 보좌하는 분들이 다른 데서 파견돼서 온다든지 상식적으로 그럴 순 없잖아요."

지난해 횡령과 비자금 조성 등 혐의로 법정에 섰던 현대차 정몽구 회장과 두산 박용성 회장도 소송비용을 누가 댔는지 여전히 의문입니다.

이미 미국에서는 범죄 혐의가 확인될 경우, 재벌 총수는 물론이고, 대통령까지도 소송 비용은 철저히 개인이 부담하고 있습니다.

르윈스키 스캔들로 탄핵위기로 몰렸던 빌 클린턴 전 미국 대통령도 개인 돈으로 변호사를 고용했고 케네스 레이 엔론 창업주 역시 각종 민·형사 소송 변호 비용으로 빈털털이가 될 지경에 놓였습니다.

엔론 사태이후 우리나라 기업들도 앞다퉈 윤리경영을 선언하는 등 분위기 쇄신에 나섰지만, 공허한 메아리에 그치고 있습니다.

<인터뷰> 하태훈(고려대 교수): "회사 자체를 개인 소유로 생각하고 있는 거죠. 그러다보니까 공적인 부분과 사적인 부분을 구별하지 않고 회사 재산 자체가 내 것이라고 생각해서 이런 일이 벌어지는 거죠."

유례없는 재벌 회장의 폭행 의혹, 회사 차원의 대응을 보이고 있는 한화도 임직원은 기본 윤리를 지켜야 한다고 윤리규정에 명시하고 있습니다.

KBS 뉴스 정창화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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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공사 구분 못하는 재벌…기업을 사조직처럼
    • 입력 2007-05-01 21:01:24
    뉴스 9
<앵커 멘트> 이번 사건을 보면 김 회장측은 처음부터 지금까지 회사 인력을 대거 동원하고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회장 개인의 사건인데도 공과 사를 구별하지 않고 있는 것입니다. 회사를 사조직처럼 부리는 재벌의 행태를 정창화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이번 사건의 발단이 된 김승연 회장 차남의 입국 현장... 한화측 경호원들이 취재진과 실랑이를 벌입니다. <녹취> "아아아 앞에 앞에 앞에!" 이번 사건은 김 씨의 개인적인 일인데도 회사 인력이 동원된 것입니다. <녹취> 아들: "제 일로 인해 아버지가 폐를 끼쳐 정말 송구스럽습니다. 그리고 물의를 일으켜서 정말 죄송합니다." 회장 총수 자신도 개인 일이라고 밝혔지만, 경찰 출석 당시에는 회사 법무실장이 함께 했습니다. 분명 회사 차원에서 이번 사건을 대응한다는 뜻입니다. 한화측은 경찰 조사에 앞서 회사 법무실 소속 변호인 10명이 포함된 변호인단을 꾸렸다고 밝혔습니다. 민형사상 개인적 사건의 경우, 개인이 자신의 비용으로 외부 변호사를 선임하는 통념에 어긋나는 것입니다. 재벌그룹들의 회장의 일이라면 공과 사를 구별하지 않는 것입니다. <인터뷰> 김영희(변호사): "기업 총수가 회사와 업무 관련성이 없는 개인적인 일에 대해서 회사 임직원들을 동원하거나 회사 돈으로 변호사 보수를 지급한다면 업무상 배임에 해당할 소지가 큽니다." 아들의 보복폭력에 경호원을 동원한 것은 사적인 범죄 행위에 회사 인력을 동원한 것이어서 더욱 문제입니다. 회장의 명령에 현실적으로 저항하기 어려운 이들은 본의 아니게 범법자가 될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녹취> 한화 관계자: (경호하시는 분들은 정식 직원인가요?) "그렇죠. 회장을 옆에서 보좌하는 분들이 다른 데서 파견돼서 온다든지 상식적으로 그럴 순 없잖아요." 지난해 횡령과 비자금 조성 등 혐의로 법정에 섰던 현대차 정몽구 회장과 두산 박용성 회장도 소송비용을 누가 댔는지 여전히 의문입니다. 이미 미국에서는 범죄 혐의가 확인될 경우, 재벌 총수는 물론이고, 대통령까지도 소송 비용은 철저히 개인이 부담하고 있습니다. 르윈스키 스캔들로 탄핵위기로 몰렸던 빌 클린턴 전 미국 대통령도 개인 돈으로 변호사를 고용했고 케네스 레이 엔론 창업주 역시 각종 민·형사 소송 변호 비용으로 빈털털이가 될 지경에 놓였습니다. 엔론 사태이후 우리나라 기업들도 앞다퉈 윤리경영을 선언하는 등 분위기 쇄신에 나섰지만, 공허한 메아리에 그치고 있습니다. <인터뷰> 하태훈(고려대 교수): "회사 자체를 개인 소유로 생각하고 있는 거죠. 그러다보니까 공적인 부분과 사적인 부분을 구별하지 않고 회사 재산 자체가 내 것이라고 생각해서 이런 일이 벌어지는 거죠." 유례없는 재벌 회장의 폭행 의혹, 회사 차원의 대응을 보이고 있는 한화도 임직원은 기본 윤리를 지켜야 한다고 윤리규정에 명시하고 있습니다. KBS 뉴스 정창화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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