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층취재] ‘노동자 생일’에도 못 쉬는 노동자

입력 2007.05.01 (22:16) 수정 2007.05.01 (2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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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노동자들의 생일이라 할 수 있는 노동절이지만 일을 해야만 하는 노동자들도 많았습니다. 오히려 하루치 임금을 벌지 못해 이날이 두려운 근로빈곤층이 늘어나고 있는게 현실인데요.

박정호 기자가 그 실태와 대책을 심층취재했습니다.

<리포트>

아파트 경비원으로 일하는 60대의 이 모씨.

하루 걸러 24시간을 일하지만 임금은 법정 최저임금에도 미치지 못합니다.

<녹취> 아파트 경비원 : "(얼마 받으세요?) 한 80만 원, 그 정도 받는 것 같아요. (몇 시간 일하세요?) 시간이야 24시간, 내일 아침에 교대하니까."

올해부터 경비원 등 이른바 감시단속적 업무에도 최저임금의 70%를 적용하도록 돼 있지만 임금 인상은 고사하고 해고의 불안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실제로 서울의 한 아파트에서는 최저임금 적용에 따른 인건비 상승을 우려해 경비원을 구조 조정했고 해고된 60대의 경비원이 분신해 숨지는 일까지 일어났습니다.

<녹취> 아파트 경비원 : "왜 걱정이 안 돼요. 걱정되나, 안 되나 구조조정은 하는 거고... 사람을 여기 3명 줄인다고 했었거든."

건설 일용직 노동자들은 노동절이 오히려 두렵습니다.

대부분의 건설현장에서 공사를 중단해 하루치 임금을 벌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녹취> 건설일용직 노동자 : "나오는 사람들은 돈 벌러 나온 사람들이고. (오늘 같은 날 쉬면 불리한 것 아닙니까?) 그렇죠. 일단 일을 안 하면 일당이 안 나오니까."

영세한 중소기업 노동자들도 사정은 마찬가지입니다.

기업 규모가 작을수록 임금수준이 열악해지는 현실에서 일을 포기하기 어려운 상황입니다.

<인터뷰> 장기만(중소기업 노동자) : "우리도 먹고 살아야 되고 생활이 안되니까 잔업도 해야 되고 오늘도 사실 노동절인데 일해야 하는 입장이 우리입니다."

이처럼 우리 노동시장에서 일을 하면서도 가난을 벗어나기 어려운 이른바 근로 빈곤층이 늘고 있습니다.

현재 최저임금을 적용받는 노동자만 180만 명, 여기에 근로조건이 열악한 비정규직과 중소기업의 정규직까지 합치면 전체 노동자의 30%가량이 근로빈곤층으로 만성적인 생활고를 겪고 있습니다.

근본적인 원인은 일한 만큼 받지 못하는 임금의 왜곡현상 때문입니다.

<인터뷰> 안주엽 : "한국노동연구원 연구위원 대기업과 중소기업, 원-하청 구조, 그리고 정규직과 비정규직 등 다양한 고용형태에 의한 차별 등에 의해 자기가 받아야 될 그런 부분보다 덜 받고 있는 근로빈곤층이 늘어나고 있는 것이죠."

노동시장의 양극화 해소를 위해 일한 만큼 보상받을 수 있는 공정한 임금체계를 수립하는 일이 무엇보다 시급합니다.

KBS 뉴스 박정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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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심층취재] ‘노동자 생일’에도 못 쉬는 노동자
    • 입력 2007-05-01 21:11:52
    • 수정2007-05-01 22:1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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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노동자들의 생일이라 할 수 있는 노동절이지만 일을 해야만 하는 노동자들도 많았습니다. 오히려 하루치 임금을 벌지 못해 이날이 두려운 근로빈곤층이 늘어나고 있는게 현실인데요. 박정호 기자가 그 실태와 대책을 심층취재했습니다. <리포트> 아파트 경비원으로 일하는 60대의 이 모씨. 하루 걸러 24시간을 일하지만 임금은 법정 최저임금에도 미치지 못합니다. <녹취> 아파트 경비원 : "(얼마 받으세요?) 한 80만 원, 그 정도 받는 것 같아요. (몇 시간 일하세요?) 시간이야 24시간, 내일 아침에 교대하니까." 올해부터 경비원 등 이른바 감시단속적 업무에도 최저임금의 70%를 적용하도록 돼 있지만 임금 인상은 고사하고 해고의 불안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실제로 서울의 한 아파트에서는 최저임금 적용에 따른 인건비 상승을 우려해 경비원을 구조 조정했고 해고된 60대의 경비원이 분신해 숨지는 일까지 일어났습니다. <녹취> 아파트 경비원 : "왜 걱정이 안 돼요. 걱정되나, 안 되나 구조조정은 하는 거고... 사람을 여기 3명 줄인다고 했었거든." 건설 일용직 노동자들은 노동절이 오히려 두렵습니다. 대부분의 건설현장에서 공사를 중단해 하루치 임금을 벌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녹취> 건설일용직 노동자 : "나오는 사람들은 돈 벌러 나온 사람들이고. (오늘 같은 날 쉬면 불리한 것 아닙니까?) 그렇죠. 일단 일을 안 하면 일당이 안 나오니까." 영세한 중소기업 노동자들도 사정은 마찬가지입니다. 기업 규모가 작을수록 임금수준이 열악해지는 현실에서 일을 포기하기 어려운 상황입니다. <인터뷰> 장기만(중소기업 노동자) : "우리도 먹고 살아야 되고 생활이 안되니까 잔업도 해야 되고 오늘도 사실 노동절인데 일해야 하는 입장이 우리입니다." 이처럼 우리 노동시장에서 일을 하면서도 가난을 벗어나기 어려운 이른바 근로 빈곤층이 늘고 있습니다. 현재 최저임금을 적용받는 노동자만 180만 명, 여기에 근로조건이 열악한 비정규직과 중소기업의 정규직까지 합치면 전체 노동자의 30%가량이 근로빈곤층으로 만성적인 생활고를 겪고 있습니다. 근본적인 원인은 일한 만큼 받지 못하는 임금의 왜곡현상 때문입니다. <인터뷰> 안주엽 : "한국노동연구원 연구위원 대기업과 중소기업, 원-하청 구조, 그리고 정규직과 비정규직 등 다양한 고용형태에 의한 차별 등에 의해 자기가 받아야 될 그런 부분보다 덜 받고 있는 근로빈곤층이 늘어나고 있는 것이죠." 노동시장의 양극화 해소를 위해 일한 만큼 보상받을 수 있는 공정한 임금체계를 수립하는 일이 무엇보다 시급합니다. KBS 뉴스 박정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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