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받고 팔아버린 ‘아이들의 일조권’

입력 2007.05.21 (20:32) 수정 2007.05.21 (20: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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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아파트와 오피스텔 등이 고층화되면서 주변 학교의 일조권 피해가 심각한 상황입니다.

문제는 학교 일조권을 보호할 법이 없다는 것인데, 이렇다보니 보상금을 받고 학생들의 일조권을 포기하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습니다.

최재훈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이 초등학교는 동지 때를 기준으로 했을 때 하룻 동안 햇빛이 채 한 시간도 들지 않습니다.

지난 2005년 바로 앞에 32층 주상복합건물이 들어서면서부텁니다.

<인터뷰>이영석(성서초등학교 행정과장) : "동절기에는 햇빛이 없어 야외 체육은 못한다. 교실이 추워서..."

교육청은 건물 층수를 7층 낮춰 달라는 소송을 제기했지만 법원의 강제 조정으로 결국 1억3천여 만 원을 받고 32층까지 올리는 것에 합의했습니다.

폭 6미터 도로를 두고 초등학교 앞에 35층, 36층 규모로 지어지고 있는 이 건물은 지난해 부산지법으로부터 20층을 초과해 짓지 말라는 결정을 받았습니다.

심각한 일조권 피해가 예상되기 때문이었습니다.

그러나 소송 당사자인 교육청은 학교 재건축을 조건으로 당초 층수를 그대로 올리도록 건설사와 합의했습니다.

<인터뷰>부산시 교육청 관계자 : "소송을 해도 승소한다고 장담할 수 없어서..."

바로 맞은 편에 25층과 23층짜리 아파트가 들어서 일조권 피해가 우려되는 또다른 초등학교, 이 학교도 층수를 줄이도록 요구하기로 했다가 사업자가 기부금 3억 원을 내놓겠다고 하자 슬그머니 없던 일로 해버렸습니다.

<녹취>부산 서부교육청 관계자 : "2층 정도 줄여도 비슷하니까 그런데 사업자가 3억원 내겠다고 제안해서..."

지난 2005년 부터 최근까지 부산에서 일조권 문제가 발생한 학교 가운데 이렇게 합의를 해준 곳은 모두 23곳.

이 가운데 보조금을 받거나 시설물 개선을 조건으로 합의를 한 경우는 모두 7곳에 이릅니다.

결국 돈을 받고 학생들의 일조권을 포기한 셈입니다.

하지만 근본적인 문제는 학교 일조권을 보호할 법규정이 없다는데 있습니다.

<인터뷰>이정재(동아대 건축학과 교수) : "기준이 없다 보니까 법적으로 어느 정도의 일조를 받아야 되는지 판단이 서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국내 건축법에는 전용, 일반 주거지역에만 한하여 건축물 높이의 1/2 이상을 기존 경계선에서 떨어뜨려야 한다는 규정이 있을 뿐입니다.

그러나 일본의 경우 주거지역 뿐 아니라 상업지역에 이르기까지 10단계로 구분해 일조량을 의무화하고 있습니다.

특히 성장기 초등학생에게 햇빛은 빈혈과 우울증 등의 예방과 치료에도 중요하다고 전문가들은 말합니다.

<인터뷰>오덕자(부산대 체육교육학과 교수) : "초등학교때 급성장이 이뤄지는 데 이때 햇빛이 비타민 D와 무기질을 생성하게 해 키가 크는 데 매우 중요한 역할..."

학교 주변 건축물은 고층화되고 있지만 법 규정이 없다는 이유로 어린이들의 일조권이 보호받지 못하고 있습니다.

KBS 뉴스 최재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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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돈 받고 팔아버린 ‘아이들의 일조권’
    • 입력 2007-05-21 20:15:29
    • 수정2007-05-21 20:39:49
    뉴스타임
<앵커 멘트> 아파트와 오피스텔 등이 고층화되면서 주변 학교의 일조권 피해가 심각한 상황입니다. 문제는 학교 일조권을 보호할 법이 없다는 것인데, 이렇다보니 보상금을 받고 학생들의 일조권을 포기하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습니다. 최재훈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이 초등학교는 동지 때를 기준으로 했을 때 하룻 동안 햇빛이 채 한 시간도 들지 않습니다. 지난 2005년 바로 앞에 32층 주상복합건물이 들어서면서부텁니다. <인터뷰>이영석(성서초등학교 행정과장) : "동절기에는 햇빛이 없어 야외 체육은 못한다. 교실이 추워서..." 교육청은 건물 층수를 7층 낮춰 달라는 소송을 제기했지만 법원의 강제 조정으로 결국 1억3천여 만 원을 받고 32층까지 올리는 것에 합의했습니다. 폭 6미터 도로를 두고 초등학교 앞에 35층, 36층 규모로 지어지고 있는 이 건물은 지난해 부산지법으로부터 20층을 초과해 짓지 말라는 결정을 받았습니다. 심각한 일조권 피해가 예상되기 때문이었습니다. 그러나 소송 당사자인 교육청은 학교 재건축을 조건으로 당초 층수를 그대로 올리도록 건설사와 합의했습니다. <인터뷰>부산시 교육청 관계자 : "소송을 해도 승소한다고 장담할 수 없어서..." 바로 맞은 편에 25층과 23층짜리 아파트가 들어서 일조권 피해가 우려되는 또다른 초등학교, 이 학교도 층수를 줄이도록 요구하기로 했다가 사업자가 기부금 3억 원을 내놓겠다고 하자 슬그머니 없던 일로 해버렸습니다. <녹취>부산 서부교육청 관계자 : "2층 정도 줄여도 비슷하니까 그런데 사업자가 3억원 내겠다고 제안해서..." 지난 2005년 부터 최근까지 부산에서 일조권 문제가 발생한 학교 가운데 이렇게 합의를 해준 곳은 모두 23곳. 이 가운데 보조금을 받거나 시설물 개선을 조건으로 합의를 한 경우는 모두 7곳에 이릅니다. 결국 돈을 받고 학생들의 일조권을 포기한 셈입니다. 하지만 근본적인 문제는 학교 일조권을 보호할 법규정이 없다는데 있습니다. <인터뷰>이정재(동아대 건축학과 교수) : "기준이 없다 보니까 법적으로 어느 정도의 일조를 받아야 되는지 판단이 서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국내 건축법에는 전용, 일반 주거지역에만 한하여 건축물 높이의 1/2 이상을 기존 경계선에서 떨어뜨려야 한다는 규정이 있을 뿐입니다. 그러나 일본의 경우 주거지역 뿐 아니라 상업지역에 이르기까지 10단계로 구분해 일조량을 의무화하고 있습니다. 특히 성장기 초등학생에게 햇빛은 빈혈과 우울증 등의 예방과 치료에도 중요하다고 전문가들은 말합니다. <인터뷰>오덕자(부산대 체육교육학과 교수) : "초등학교때 급성장이 이뤄지는 데 이때 햇빛이 비타민 D와 무기질을 생성하게 해 키가 크는 데 매우 중요한 역할..." 학교 주변 건축물은 고층화되고 있지만 법 규정이 없다는 이유로 어린이들의 일조권이 보호받지 못하고 있습니다. KBS 뉴스 최재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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