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외선 소독기 제대로 안 쓰면 ‘세균 온상’

입력 2007.05.26 (22:00) 수정 2007.05.26 (2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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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요즘 음식점에 가면 물컵 소독해주는 자외선 소독기 많이들 보실겁니다.

자외선으로 소독했으니 깨끗할거라고 생각하기 쉬운데 과연 그럴까요? 손은혜 기자가 자세히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물컵을 소독해주고 사용할 때까지 깨끗하게 보관해준다는 자외선 소독기.

위생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음식점의 필수품이 됐습니다.

<인터뷰>서교영(대학생): "자외선 소독을 했기 때문에 깨끗하다고 생각하고 먹었어요."

그렇다면 정말 소독이 잘 될까?

한 대형 식당에 설치돼 있는 자외선 소독기 안에는 컵들이 수십개씩 포개진 채 옆으로 뉘어져 있습니다.

물에 젖은 채 가장자리에 놓여 있는 컵도 있습니다.

컵들을 수거해 여러 조건에 따라 실험을 해봤습니다. 우선 물기가 있느냐, 없느냐에 따라 차이가 납니다.

물기가 없는 컵에서는 세균이 거의 발견되지 않습니다.

하지만 젖은 컵에는 세균이 많이 남아 있습니다.

컵에 물기가 묻어 있으면 자외선 투과율이 현저히 떨어지기 때문입니다.

컵을 겹쳐 놓았느냐, 아니냐에 따라서도 결과가 달라집니다. 컵을 겹쳐 놓을 경우 물기가 있을 때와 마찬가지로 자외선이 통과하지 못합니다.

안에 있는 컵은 살균이 제대로 될 리가 없습니다.

컵의 위치도 중요합니다. 중앙에 놓인 컵은 세균이 거의 사라졌습니다. 자외선이 집중되기 때문입니다.

반면, 자외선이 거의 닿지 않는 가장자리에 있는 컵은 여전히 많은 세균이 살아 있습니다.

중앙과 가장자리의 살균력이 최대 15배 차이가 났습니다.

<인터뷰>하상도(중앙대학교 식품공학과 교수): "수인성 식중독이 많이 발생하고 있어 물컵에 식중독균이 오염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하지만 이 같은 사실은 자외선 소독기 설명서 어디에도 적혀 있지 않습니다.

당연히 음식점에서도 별다른 주의 없이 소독기를 사용합니다.

<녹취>음식점 주인: "그냥 놔두면 여기서 살균되죠 뭐."

식품의약품안전청은 사용설명서에 주의 사항을 명기하도록 소독기 제작업체에 협조 공문을 보냈습니다.

<인터뷰>이영자(식약청 용기포장팀장): "자외선 살균 소독기를 제작하는 국내 업체에게도 주의 사항을 송부해 드려서 올바르게 사용할 수 있게 한 바 있습니다."

하지만 소독기 업체 가운데 식약청의 공문을 받았다는 곳은 없습니다.

업체 안에서 제대로 전달이 안 됐다는 얘기입니다.

<녹취> 자외선 소독기 제조업체 관계자: "(식약청이 권고한 적이 있나요?) 아니, 아직 통보 온 게 없어요. (그래서 안 적으신 거고요?) 네."

흔히 자동으로 살균이 될 것이라고 생각하기 쉬운 자외선 소독기.

하지만 사용법을 지키지 않으면 값비싼 물컵 보관함에 불과할 뿐입니다.

KBS 뉴스 손은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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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자외선 소독기 제대로 안 쓰면 ‘세균 온상’
    • 입력 2007-05-26 21:13:46
    • 수정2007-05-26 22:22: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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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요즘 음식점에 가면 물컵 소독해주는 자외선 소독기 많이들 보실겁니다. 자외선으로 소독했으니 깨끗할거라고 생각하기 쉬운데 과연 그럴까요? 손은혜 기자가 자세히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물컵을 소독해주고 사용할 때까지 깨끗하게 보관해준다는 자외선 소독기. 위생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음식점의 필수품이 됐습니다. <인터뷰>서교영(대학생): "자외선 소독을 했기 때문에 깨끗하다고 생각하고 먹었어요." 그렇다면 정말 소독이 잘 될까? 한 대형 식당에 설치돼 있는 자외선 소독기 안에는 컵들이 수십개씩 포개진 채 옆으로 뉘어져 있습니다. 물에 젖은 채 가장자리에 놓여 있는 컵도 있습니다. 컵들을 수거해 여러 조건에 따라 실험을 해봤습니다. 우선 물기가 있느냐, 없느냐에 따라 차이가 납니다. 물기가 없는 컵에서는 세균이 거의 발견되지 않습니다. 하지만 젖은 컵에는 세균이 많이 남아 있습니다. 컵에 물기가 묻어 있으면 자외선 투과율이 현저히 떨어지기 때문입니다. 컵을 겹쳐 놓았느냐, 아니냐에 따라서도 결과가 달라집니다. 컵을 겹쳐 놓을 경우 물기가 있을 때와 마찬가지로 자외선이 통과하지 못합니다. 안에 있는 컵은 살균이 제대로 될 리가 없습니다. 컵의 위치도 중요합니다. 중앙에 놓인 컵은 세균이 거의 사라졌습니다. 자외선이 집중되기 때문입니다. 반면, 자외선이 거의 닿지 않는 가장자리에 있는 컵은 여전히 많은 세균이 살아 있습니다. 중앙과 가장자리의 살균력이 최대 15배 차이가 났습니다. <인터뷰>하상도(중앙대학교 식품공학과 교수): "수인성 식중독이 많이 발생하고 있어 물컵에 식중독균이 오염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하지만 이 같은 사실은 자외선 소독기 설명서 어디에도 적혀 있지 않습니다. 당연히 음식점에서도 별다른 주의 없이 소독기를 사용합니다. <녹취>음식점 주인: "그냥 놔두면 여기서 살균되죠 뭐." 식품의약품안전청은 사용설명서에 주의 사항을 명기하도록 소독기 제작업체에 협조 공문을 보냈습니다. <인터뷰>이영자(식약청 용기포장팀장): "자외선 살균 소독기를 제작하는 국내 업체에게도 주의 사항을 송부해 드려서 올바르게 사용할 수 있게 한 바 있습니다." 하지만 소독기 업체 가운데 식약청의 공문을 받았다는 곳은 없습니다. 업체 안에서 제대로 전달이 안 됐다는 얘기입니다. <녹취> 자외선 소독기 제조업체 관계자: "(식약청이 권고한 적이 있나요?) 아니, 아직 통보 온 게 없어요. (그래서 안 적으신 거고요?) 네." 흔히 자동으로 살균이 될 것이라고 생각하기 쉬운 자외선 소독기. 하지만 사용법을 지키지 않으면 값비싼 물컵 보관함에 불과할 뿐입니다. KBS 뉴스 손은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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