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층취재] 남해안 관광지 개발 ‘홍역’

입력 2007.06.09 (21: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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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최근 남해안 섬에 대한 관광개발사업이 잇따라 추진되고 있는 가운데, 개발 전부터 여러 가지 부작용이 발생하고 있습니다.

윤수희 기자가 심층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최근 국내 대기업 총수가 땅과 섬을 매입한 사실이 알려진 전남 여수의 한 어촌 마을, 땅을 사겠다며 찾아오는 외지인들의 발길이 잦아졌습니다.

이미 땅값이 크게 뛰었고 땅 소유주도 외지인이 더 많아졌다고 주민들은 말합니다.

<녹취> 주민 : "주로 서울이나 수도권에서 많이 오는 것 같아요. 주변에서도 전화가 많이 오고. 어디 살 만한 땅이 있냐고"

근처의 대규모 민간 관광단지 개발 현장, 골프장과 호텔 등의 건설을 위한 막바지 토지 보상이 진행 중인 가운데 2012년 세계박람회 유치 기대감으로 하루가 다르게 땅값이 뛰고 있습니다.

<인터뷰> 공인중개사 : "화양면 쪽은 보통 2배에서 3배 정도... 투자 문의전화가 하루에 수십 통씩 오고 있어요"

해양관광 개발은 자치단체들도 역점 사업으로 추진하고 있습니다.

<인터뷰> 안기홍 (여수시 관광개발과장) : "남해안의 비경을 활용한 관광개발로 수도권 등지의 관광객을 유치해 지역을 발전.."

잇단 관광사업 추진으로 남해안 섬의 올해 평균 공시지가 상승률이 육지에 비해 20~30%나 웃돌았습니다.

최근 경매에 부쳐진 전남의 한 섬은 감정가의 11배에 낙찰되기도 했습니다.

이처럼 섬에 대규모 자본이 투입되고 다리가 놓이면서 섬 주민들의 생활도 크게 달라지고 있습니다.

2년 전 다리 개통으로 육지와 연결된 전남 여수의 섬 백야도, 집집 마다 자물쇠가 굳게 걸려있습니다.

주민 전체가 한 가족처럼 지내 대문이 필요 없었던 예전과는 크게 달라진 모습입니다.

<인터뷰> 장선자 (주민) : "예전에는 대문 다 열어놓고 살았죠. 그런데 요즘엔 집집마다 도둑이 들어서..."

농작물과 방목해 키우는 염소까지 도난당하고 마을의 상징인 자연석도 원정 절도범의 표적이 되고 있습니다.

주민들은 경고문을 세워도 소용없자 도로에 말뚝을 박고 노면까지 끊었습니다.

<인터뷰> "길을 막아놔도...이제는 차는 두고 배낭 메고 들어가서 다 훔쳐가."

섬에 있는 문화재 보존에도 비상이 걸렸습니다.

천연기념물인 공룡발자국 화석이 있는 이 섬은 자치단체가 관광지로 개발하기 위해 이미 연도교 공사를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이 섬에 대해 세계문화유산 등재를 추진하고 있는 문화재청이 사업 불가 결정을 내렸고, 공사는 중단됐습니다.

<인터뷰> "이로 인한 예산낭비 막대...책임자에 대해서는 구상권을 청구해야."

섬 개발이 빠르게 진행되고 있지만 주민 소득과 연결되지 않아 섬 인구는 오히려 준다는 불만도 나옵니다.

민간과 자치단체가 경쟁적으로 섬 개발 사업을 추진하고 있지만 그만큼 부작용도 커지고 있습니다.

KBS 뉴스 윤수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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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심층취재] 남해안 관광지 개발 ‘홍역’
    • 입력 2007-06-09 21:02: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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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최근 남해안 섬에 대한 관광개발사업이 잇따라 추진되고 있는 가운데, 개발 전부터 여러 가지 부작용이 발생하고 있습니다. 윤수희 기자가 심층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최근 국내 대기업 총수가 땅과 섬을 매입한 사실이 알려진 전남 여수의 한 어촌 마을, 땅을 사겠다며 찾아오는 외지인들의 발길이 잦아졌습니다. 이미 땅값이 크게 뛰었고 땅 소유주도 외지인이 더 많아졌다고 주민들은 말합니다. <녹취> 주민 : "주로 서울이나 수도권에서 많이 오는 것 같아요. 주변에서도 전화가 많이 오고. 어디 살 만한 땅이 있냐고" 근처의 대규모 민간 관광단지 개발 현장, 골프장과 호텔 등의 건설을 위한 막바지 토지 보상이 진행 중인 가운데 2012년 세계박람회 유치 기대감으로 하루가 다르게 땅값이 뛰고 있습니다. <인터뷰> 공인중개사 : "화양면 쪽은 보통 2배에서 3배 정도... 투자 문의전화가 하루에 수십 통씩 오고 있어요" 해양관광 개발은 자치단체들도 역점 사업으로 추진하고 있습니다. <인터뷰> 안기홍 (여수시 관광개발과장) : "남해안의 비경을 활용한 관광개발로 수도권 등지의 관광객을 유치해 지역을 발전.." 잇단 관광사업 추진으로 남해안 섬의 올해 평균 공시지가 상승률이 육지에 비해 20~30%나 웃돌았습니다. 최근 경매에 부쳐진 전남의 한 섬은 감정가의 11배에 낙찰되기도 했습니다. 이처럼 섬에 대규모 자본이 투입되고 다리가 놓이면서 섬 주민들의 생활도 크게 달라지고 있습니다. 2년 전 다리 개통으로 육지와 연결된 전남 여수의 섬 백야도, 집집 마다 자물쇠가 굳게 걸려있습니다. 주민 전체가 한 가족처럼 지내 대문이 필요 없었던 예전과는 크게 달라진 모습입니다. <인터뷰> 장선자 (주민) : "예전에는 대문 다 열어놓고 살았죠. 그런데 요즘엔 집집마다 도둑이 들어서..." 농작물과 방목해 키우는 염소까지 도난당하고 마을의 상징인 자연석도 원정 절도범의 표적이 되고 있습니다. 주민들은 경고문을 세워도 소용없자 도로에 말뚝을 박고 노면까지 끊었습니다. <인터뷰> "길을 막아놔도...이제는 차는 두고 배낭 메고 들어가서 다 훔쳐가." 섬에 있는 문화재 보존에도 비상이 걸렸습니다. 천연기념물인 공룡발자국 화석이 있는 이 섬은 자치단체가 관광지로 개발하기 위해 이미 연도교 공사를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이 섬에 대해 세계문화유산 등재를 추진하고 있는 문화재청이 사업 불가 결정을 내렸고, 공사는 중단됐습니다. <인터뷰> "이로 인한 예산낭비 막대...책임자에 대해서는 구상권을 청구해야." 섬 개발이 빠르게 진행되고 있지만 주민 소득과 연결되지 않아 섬 인구는 오히려 준다는 불만도 나옵니다. 민간과 자치단체가 경쟁적으로 섬 개발 사업을 추진하고 있지만 그만큼 부작용도 커지고 있습니다. KBS 뉴스 윤수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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