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와 사람] 25년 그네 사랑 외길

입력 2007.06.16 (2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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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다음주 화요일이 음력 5월5일, 단오날이죠. 단오하면 빼놓을 수 없는 게 바로 그네뛰기인데요.

요새는 우리 전통 그네를 찾아보기가 쉽지 않습니다.

그런 전통 그네의 맥을 잇는데 25년의 세월을 바친 노인이 있습니다.

선재희 기자가 만나봤습니다.

<리포트>
단오의 꽃은 그네 타기였습니다.

창포물에 머리감고 한복 단장한 여인들은 구름이라도 잡을 듯 그넷줄을 신명나게 당겼습니다.

<인터뷰> 오연숙(68세) : "아름드리 나무 길게 뻗은 데서 거기다 그네줄 매어서 비스듬한 산기슭에서...그러면 너무너무 잘 올라가고 나무 이파리도 따고"

전통 그네의 맥을 잇는 올해 77살 된 정오봉 할아버지, 사업을 하다 은퇴 후 25년간 그네 개발에 매달려 왔습니다.

고향인 평안북도 초산에서 즐기던 그네 타기가 그리워 시작한 일입니다.

<인터뷰> 정오봉 : "고향 생각을 하면 자꾸 눈물부터 나오는데 눈물도 이제 말랐어,말라가지고"

할아버지는 전통그네를 현대화해내 관련 특허를 3개나 땄습니다.

흙이나 콘크리트 바닥 가릴 것 없이 쉽게 세울 수 있도록 이등변 삼각형 모양의 그네 지지대를 고안해 냈습니다.

<인터뷰> 정오봉 : "땅을 파지 않고서 아무 데나 독지나 공간이나 아무 데나 설치할 수 있다는 게 특이한 점입니다"

전통 그네는 어린이용 그네와 달리 보통 9미터 높이에 매달리게 돼 선 채로 온 몸을 움직여 타야합니다.

젊은 남성도 15번밖에 못 탈 정도로 전신운동이 됩니다.

<인터뷰> 고민욱(다산고 3학년) : "무서우면서 더우면서...모르겠어요, 놀이기구 타는 기분?"

<인터뷰> 윤성준(다산고 2학년) : "지치고 그랬던 일 타고 나면 바람도 많이 쐬면서 다 날아가는 것 같고"

몇 년 전만 해도 단오 때면 동네마다 그네 대회가 열렸지만 올핸 할아버지의 그네도 3곳에만 설치될 정도로 그네놀이는 잊혀져 가고 있습니다.

<인터뷰> 정오봉 : "나같은 사람이 대한민국에 열 사람만 된다면 그네가 활성화될 텐데 그렇게 돼 있질 못하기 때문에 아쉬워요."

온 국민이 그네를 즐기고, 언젠간 고향 땅에서 그네를 탈 수 있기를, 할아버지는 그 꿈을 오늘도 그네에 실어 보냅니다.

KBS 뉴스 선재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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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문화와 사람] 25년 그네 사랑 외길
    • 입력 2007-06-16 21:14:00
    뉴스 9
<앵커 멘트> 다음주 화요일이 음력 5월5일, 단오날이죠. 단오하면 빼놓을 수 없는 게 바로 그네뛰기인데요. 요새는 우리 전통 그네를 찾아보기가 쉽지 않습니다. 그런 전통 그네의 맥을 잇는데 25년의 세월을 바친 노인이 있습니다. 선재희 기자가 만나봤습니다. <리포트> 단오의 꽃은 그네 타기였습니다. 창포물에 머리감고 한복 단장한 여인들은 구름이라도 잡을 듯 그넷줄을 신명나게 당겼습니다. <인터뷰> 오연숙(68세) : "아름드리 나무 길게 뻗은 데서 거기다 그네줄 매어서 비스듬한 산기슭에서...그러면 너무너무 잘 올라가고 나무 이파리도 따고" 전통 그네의 맥을 잇는 올해 77살 된 정오봉 할아버지, 사업을 하다 은퇴 후 25년간 그네 개발에 매달려 왔습니다. 고향인 평안북도 초산에서 즐기던 그네 타기가 그리워 시작한 일입니다. <인터뷰> 정오봉 : "고향 생각을 하면 자꾸 눈물부터 나오는데 눈물도 이제 말랐어,말라가지고" 할아버지는 전통그네를 현대화해내 관련 특허를 3개나 땄습니다. 흙이나 콘크리트 바닥 가릴 것 없이 쉽게 세울 수 있도록 이등변 삼각형 모양의 그네 지지대를 고안해 냈습니다. <인터뷰> 정오봉 : "땅을 파지 않고서 아무 데나 독지나 공간이나 아무 데나 설치할 수 있다는 게 특이한 점입니다" 전통 그네는 어린이용 그네와 달리 보통 9미터 높이에 매달리게 돼 선 채로 온 몸을 움직여 타야합니다. 젊은 남성도 15번밖에 못 탈 정도로 전신운동이 됩니다. <인터뷰> 고민욱(다산고 3학년) : "무서우면서 더우면서...모르겠어요, 놀이기구 타는 기분?" <인터뷰> 윤성준(다산고 2학년) : "지치고 그랬던 일 타고 나면 바람도 많이 쐬면서 다 날아가는 것 같고" 몇 년 전만 해도 단오 때면 동네마다 그네 대회가 열렸지만 올핸 할아버지의 그네도 3곳에만 설치될 정도로 그네놀이는 잊혀져 가고 있습니다. <인터뷰> 정오봉 : "나같은 사람이 대한민국에 열 사람만 된다면 그네가 활성화될 텐데 그렇게 돼 있질 못하기 때문에 아쉬워요." 온 국민이 그네를 즐기고, 언젠간 고향 땅에서 그네를 탈 수 있기를, 할아버지는 그 꿈을 오늘도 그네에 실어 보냅니다. KBS 뉴스 선재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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