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동부 후배는 ‘졸병’?…폭력·착취 대물림

입력 2007.06.30 (21:46) 수정 2007.07.01 (07: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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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방졸. 방의 졸병이란 의미로 운동부 안에서 후배가 선배의 종처럼 착취당하는 관행을 여실히 보여주는 단언데요.

그 폐단이 얼마나 심각한지 김도환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한 대학교의 운동부 합숙소입니다.

기말고사가 끝난 특기생들에게 하루 외박이 주어졌지만, 1학년생 이군은 집에 가지 못하고, 밀린 빨래 감들을 정리하고 있습니다.

<녹취> "좋은 선배면 이런 거 천천히 해도 되고, 아니면 후닥닥 치워야 되요."

4인 1실의 합숙소에서 가장 저학년인 이군은 빨래와 청소 당번입니다.

<인터뷰> 축구 선수: "1,2학년 때 고생하고 3학년 때부터 괜찮아지죠."

이런 과정에서 학년 차별과 심부름 착취, 언어폭력은 예사롭게 일어납니다.

<인터뷰> 축구 선수: "악질 방장 만나면 나쁜 거 다 배우고 너무 안 좋은 것만 배우니까 안 좋죠."

얼차려 등 고학년들의 폭력을 견디지, 못해 운동을 그만두는 사례도 빈번하게 발생합니다.

<인터뷰> 농구 선수: "경기 끝나고 맞고, 이러다가 소풍이라고 하는데, 집단 이탈하고, 또 나가고 반복."

현장 지도자들은 이런 풍토를 모른 척하거나, 오히려 이용하면서 통제의 수단으로 삼기도 합니다.

<인터뷰> 감독: "1,2학년 때 심해서 나간다고 했던 애들, 4학년 때 더 괴롭혀요. 본전 생각 나는거지, 다 그렇게 가는거야."

이처럼 경직된 선,후배관계는 학생 운동부를 거쳐 프로팀과 대표팀까지 이어지며, 뿌리 깊게 자리 잡았습니다.

연봉 6억 8천만 원으로 프로 농구 최고 몸값을 받는 김주성 선수도 지난해까지 대표팀에서 빨래와 청소를 맡았습니다.

<인터뷰> 김주성: "저도 잡일들 많이 했지요. 그런데 지금은 많이 바뀌었어요. 덜하죠. 요즘에는..."

국가 인권위원회의 발표에 따르면 초등학교 4,5,6학년 운동부 학생들 가운데 74퍼센트가 폭력 피해를 경험했고, 가해자의 80퍼센트 이상이 지도자와 선배인 것으로 조사돼, 폭력적 행동과 착취는 대물림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운동을 통해서만 세상을 그려가는 학생들은 이러한 환경 속에 쉽게 방황하고, 창의성이 떨어집니다.

따라서, 잘못된 관행이 이어지는 엘리트 체육을 개인의 자유와 권리를 보장할 수 있도록 개선하고, 체육 특기생의 학습권을 보장하는 일도 더 이상 미룰 일이 아닙니다.

<인터뷰> 문영주(청소년 상담 심리 전문가): "특기생들 대인관계의 폭이 너무 좁다. 운동 밖에 모르니까 다양한 학교 생활이 절실하다."

입으로는 지연 학연 등 파벌을 배척한다고 해놓고, 폐해가 심한 집단주의를 통제의 수단으로 삼는 일부 지도자와 교육자들도 각성해야 합니다.

억압적인 풍토 속에 운동 기계만을 양산하는 지금의 운동부를 바로잡는 일.

한국 스포츠의 뿌리를 바로 서게 만드는 길입니다.

KBS 뉴스 김도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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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운동부 후배는 ‘졸병’?…폭력·착취 대물림
    • 입력 2007-06-30 21:08:22
    • 수정2007-07-01 07:54:30
    뉴스 9
<앵커 멘트> 방졸. 방의 졸병이란 의미로 운동부 안에서 후배가 선배의 종처럼 착취당하는 관행을 여실히 보여주는 단언데요. 그 폐단이 얼마나 심각한지 김도환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한 대학교의 운동부 합숙소입니다. 기말고사가 끝난 특기생들에게 하루 외박이 주어졌지만, 1학년생 이군은 집에 가지 못하고, 밀린 빨래 감들을 정리하고 있습니다. <녹취> "좋은 선배면 이런 거 천천히 해도 되고, 아니면 후닥닥 치워야 되요." 4인 1실의 합숙소에서 가장 저학년인 이군은 빨래와 청소 당번입니다. <인터뷰> 축구 선수: "1,2학년 때 고생하고 3학년 때부터 괜찮아지죠." 이런 과정에서 학년 차별과 심부름 착취, 언어폭력은 예사롭게 일어납니다. <인터뷰> 축구 선수: "악질 방장 만나면 나쁜 거 다 배우고 너무 안 좋은 것만 배우니까 안 좋죠." 얼차려 등 고학년들의 폭력을 견디지, 못해 운동을 그만두는 사례도 빈번하게 발생합니다. <인터뷰> 농구 선수: "경기 끝나고 맞고, 이러다가 소풍이라고 하는데, 집단 이탈하고, 또 나가고 반복." 현장 지도자들은 이런 풍토를 모른 척하거나, 오히려 이용하면서 통제의 수단으로 삼기도 합니다. <인터뷰> 감독: "1,2학년 때 심해서 나간다고 했던 애들, 4학년 때 더 괴롭혀요. 본전 생각 나는거지, 다 그렇게 가는거야." 이처럼 경직된 선,후배관계는 학생 운동부를 거쳐 프로팀과 대표팀까지 이어지며, 뿌리 깊게 자리 잡았습니다. 연봉 6억 8천만 원으로 프로 농구 최고 몸값을 받는 김주성 선수도 지난해까지 대표팀에서 빨래와 청소를 맡았습니다. <인터뷰> 김주성: "저도 잡일들 많이 했지요. 그런데 지금은 많이 바뀌었어요. 덜하죠. 요즘에는..." 국가 인권위원회의 발표에 따르면 초등학교 4,5,6학년 운동부 학생들 가운데 74퍼센트가 폭력 피해를 경험했고, 가해자의 80퍼센트 이상이 지도자와 선배인 것으로 조사돼, 폭력적 행동과 착취는 대물림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운동을 통해서만 세상을 그려가는 학생들은 이러한 환경 속에 쉽게 방황하고, 창의성이 떨어집니다. 따라서, 잘못된 관행이 이어지는 엘리트 체육을 개인의 자유와 권리를 보장할 수 있도록 개선하고, 체육 특기생의 학습권을 보장하는 일도 더 이상 미룰 일이 아닙니다. <인터뷰> 문영주(청소년 상담 심리 전문가): "특기생들 대인관계의 폭이 너무 좁다. 운동 밖에 모르니까 다양한 학교 생활이 절실하다." 입으로는 지연 학연 등 파벌을 배척한다고 해놓고, 폐해가 심한 집단주의를 통제의 수단으로 삼는 일부 지도자와 교육자들도 각성해야 합니다. 억압적인 풍토 속에 운동 기계만을 양산하는 지금의 운동부를 바로잡는 일. 한국 스포츠의 뿌리를 바로 서게 만드는 길입니다. KBS 뉴스 김도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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