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따라잡기] 땅도 없이 ‘수목장 사기’

입력 2007.07.02 (09: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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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나무 뿌리 주변에 유골을 뿌리거나 묻는 수목장이 새로운 장례문화로 요즘 각광받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 수목장을 해주겠다며 노인들을 속여 수십억원을 가로챈 일당이 구속됐습니다.

윤지연 기자,실제 수목장을 하겠다는 사람이 많은가요.

<리포트>

네. 수목장은 자연친화적인 방식때문에 요즘 많은 관심을 모으고 있습니다.

이러다보니 지난해부터 일간지 등에 수목장 광고가 크게 실리고 있는데요.

이번에 붙잡힌 사람들은 허가도 받지 않았을 뿐더러 수목장을 치를 땅조차 없으면서 회원들을 끌어 모았습니다.

부모는 자식을, 자식은 부모를 생각해 가입한 피해자가 수 천명에 이릅니다. 

지난 2월, 서울 은평구에 사는 마흔 두살의 유모씨는 한 상조회사로부터 전화를 받았습니다.

국가 유공자가 운영한다는 상조회사는 유씨에게 특별한 조건을 제시했습니다.

<인터뷰> 유00(피해자) : “먼저 텔레마케터 연락을 해서 알았고요. 초기에 45만원을 내면 후불로 상조회사가 하는 금액에 한 60프로가 싸다는 얘기를 했었고... 수목장이든 절에 모시는 두 가지 조건이 너무 마음에 들어서 가입하게 됐습니다.”

이 상조회사는 가입비 45만원을 내고 회원으로 등록한 후, 장례 때 195만원을 더 내면 납골당이나 수목장을 무료로 제공하고 모든 장례절차를 책임져준다고 홍보했습니다.

이렇게 텔레마케터를 통한 가입 권유는 한 번만이 아니었습니다. 며칠 전 다시 전화를 해 추가 가입을 권유하기도 했습니다.

<녹취> 유00(피해자) : “왜 한 분만 가입했느냐, 한 분 더 가입하면 되지 않겠느냐, 이번에 회사 상호가 바뀌면서 이 조건이 마지막이 될 것 같다 그러니까 가입을 좀 서둘러라...”

이 상조회사 대표 이 모씨는 자신이 베트남전 참전용사 출신 국가유공자라는 점을 강조하면서 가입자들을 안심시켰습니다.

<녹취> 유00(피해자) : “일반 개인이 하는 그런 상조회사가 아니고... 월남전 참전하신 분들 중에 고엽제로 고생하신 분들이 많은데 거기에 있는 사람들이 만든거고, 그 분들을 위해 하는 거였기 때문에 믿지 않을 수가 없었구요.”

이 상조회사는 지난해4월부터 납골당과 수목장을 무료로 제공하겠다며 주요 일간지에 광고를 하고 본격적인 회원 모집에 나섰습니다. 회사가 국가 단체의 후원을 받고 있다점을 특히 강조했다고합니다.

<녹취> 박00(피해자) : “국가에서 기증받은 수목장이 경기도 파주에 있다니까 고객들은 그걸 다 믿었죠.”

또한 이들이 제시한 가격은 다른 상조회사의 장례비용보다 매우 싼 편이어서 가입자들의 관심을 끌기에 충분했습니다.

<녹취> 김00(피해자) : “가격이 싸니까. 다른 데는 비싸고... 여기는 55만원 하니까 사고, 여기는 정부에서 유공자들 하는 데니까 믿고... 그 한마디에 믿은 거지. 유공자들. 다른 데는 185만원씩 가입비를 냈거든...”

이렇게 모인 회원은 전국적으로 7천 여 명. 가입비 등 피해액은 32억 원이 넘습니다.

특히 회원들은 저소득층의 노인들이 많았는데요. 대부분 장례 문제로 자식들에게 부담을 주고 싶지 않다며 회원가입을 했습니다.

<녹취> 김00(피해자) : “자식들 갑자기 일 당하면 당황해가지고 어떻게 할 줄을 모른다고요. 애들 부담 좀 덜어주려고... 애들이 난리에요. 오늘 내일 죽는건 아니지만 속아서...”

그런데 막상 문제는 가입한 회원들이 사망하면서 생기기 시작했습니다. 올 2월 어머니가 돌아가신 한 회원이 수목장을 요구하자 회사는 나중에 수목장을 해주겠다며 일단 납골당에 유골을 안치를 시켰습니다.

취재진은 이 상조회사가 건설한 납골묘와 수목장 부지가 있다는 경기도 파주의 한 야산을 찾아가봤습니다.

회사 측의 말과는 달리 이곳은 묘지 설치가 금지된 곳이었습니다.즉,허가를 받지 않고 납골묘를 건설한 상태였습니다. 결국 단속에 걸린 회사 측은 묘지 시설을 모두 폐기하고 현장을 원상복구하라는 명령을 받았습니다.

회사를 믿고 가입했던 유족들은 이런 사실에 기가 막힐 따름입니다.

<녹취> 홍00(피해자) : “그 사람들이 임시 안치를 했는데 5월, 6월이면 아마 허가가 떨어지니까 그때 안치한다고 뭐 그러다가 지금 또 거기가 헐리고 그러니까 벽제 무슨 어디다가 모셨대요. 엊그제까지만 해도 수목장 해준다고 옮겨준다고 맨 그러더라구요.”

법적으로 수목장이나 납골당은 종교단체나 재단법인이 운영하도록 돼 있습니다.하지만 이씨는 아예 그 자격요건이 되지 않습니다.

게다가 이씨는 수목장 부지도 확보하지 않은 채 회원을 모집해왔던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녹취> 이00(업체대표) : “수목장 혹은 납골당 시설이 충분히 완비가 돼 있었나요?” “그때요? 준비는 하고 있었고, 일단은...”

현행법상으로도 애초부터 수목장 묘지를 건설할 수가 없는데 이들은 불법으로 사업을 벌여온 것입니다.

수목장지 건설을 허가하는 ‘장사 등에 관한 법률안’이 만들어져 국회를 통과된 것은 지난 4월말이고 , 내년 4월 이후에나 시행되기 때문입니다.

임시로 고인의 유골이 모셔졌다는 납골당은 지난해 가을, 경매로 넘어가 현재 납골당 영업권 허가마저 취소된 상황이었습니다.

<녹취> 납골당 관계자 : “낙찰을 받고 영업권을 여기서 취소를 했습니다. 지금 심의 중에 있어요.” “중간에 납골을 했다면?” “불법이겠죠...”

경찰은 곧 수목장 안치허가가 날 것이라며 허위광고를 하고 회원을 모집한 상조회 대표 59살 이모씨와 지사장 49살 신모씨를 사기혐의로 구속했습니다.

<인터뷰> 한군덕(경사/성동경찰서) : “아직 법이 없다는 거를 본인도 알아요. 현재는 법이 없는데 미래에 생길 것이다, 라는 가정을 가지고 회원을 선모집했던 부분이 좀 너무 성급하지 않았나...”

결국 이들은 수목장부지는 물론 납골당도 제대로 확보하지 않은채 수천명의 노인들로부터 ‘쌈짓돈’을 털어온 것입니다.

<인터뷰> 한군덕(경사/성동경찰서) : "수당조로 다 나가고 하니까 결국 본사에 회원들로부터 가입비를 받아서 적립해 놓은 자본금은 없는거죠. 중간에 다 떠버리는 거죠."

자식을 사랑하는 마음에, 그리고 부모님을 위하는 마음에 장례토탈서비스에 가입한 사람들은 금전적 손해는 물론 편안한 죽음을 준비하려던 마음에 큰 상처를 입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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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07-07-02 08:29: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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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나무 뿌리 주변에 유골을 뿌리거나 묻는 수목장이 새로운 장례문화로 요즘 각광받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 수목장을 해주겠다며 노인들을 속여 수십억원을 가로챈 일당이 구속됐습니다. 윤지연 기자,실제 수목장을 하겠다는 사람이 많은가요. <리포트> 네. 수목장은 자연친화적인 방식때문에 요즘 많은 관심을 모으고 있습니다. 이러다보니 지난해부터 일간지 등에 수목장 광고가 크게 실리고 있는데요. 이번에 붙잡힌 사람들은 허가도 받지 않았을 뿐더러 수목장을 치를 땅조차 없으면서 회원들을 끌어 모았습니다. 부모는 자식을, 자식은 부모를 생각해 가입한 피해자가 수 천명에 이릅니다.  지난 2월, 서울 은평구에 사는 마흔 두살의 유모씨는 한 상조회사로부터 전화를 받았습니다. 국가 유공자가 운영한다는 상조회사는 유씨에게 특별한 조건을 제시했습니다. <인터뷰> 유00(피해자) : “먼저 텔레마케터 연락을 해서 알았고요. 초기에 45만원을 내면 후불로 상조회사가 하는 금액에 한 60프로가 싸다는 얘기를 했었고... 수목장이든 절에 모시는 두 가지 조건이 너무 마음에 들어서 가입하게 됐습니다.” 이 상조회사는 가입비 45만원을 내고 회원으로 등록한 후, 장례 때 195만원을 더 내면 납골당이나 수목장을 무료로 제공하고 모든 장례절차를 책임져준다고 홍보했습니다. 이렇게 텔레마케터를 통한 가입 권유는 한 번만이 아니었습니다. 며칠 전 다시 전화를 해 추가 가입을 권유하기도 했습니다. <녹취> 유00(피해자) : “왜 한 분만 가입했느냐, 한 분 더 가입하면 되지 않겠느냐, 이번에 회사 상호가 바뀌면서 이 조건이 마지막이 될 것 같다 그러니까 가입을 좀 서둘러라...” 이 상조회사 대표 이 모씨는 자신이 베트남전 참전용사 출신 국가유공자라는 점을 강조하면서 가입자들을 안심시켰습니다. <녹취> 유00(피해자) : “일반 개인이 하는 그런 상조회사가 아니고... 월남전 참전하신 분들 중에 고엽제로 고생하신 분들이 많은데 거기에 있는 사람들이 만든거고, 그 분들을 위해 하는 거였기 때문에 믿지 않을 수가 없었구요.” 이 상조회사는 지난해4월부터 납골당과 수목장을 무료로 제공하겠다며 주요 일간지에 광고를 하고 본격적인 회원 모집에 나섰습니다. 회사가 국가 단체의 후원을 받고 있다점을 특히 강조했다고합니다. <녹취> 박00(피해자) : “국가에서 기증받은 수목장이 경기도 파주에 있다니까 고객들은 그걸 다 믿었죠.” 또한 이들이 제시한 가격은 다른 상조회사의 장례비용보다 매우 싼 편이어서 가입자들의 관심을 끌기에 충분했습니다. <녹취> 김00(피해자) : “가격이 싸니까. 다른 데는 비싸고... 여기는 55만원 하니까 사고, 여기는 정부에서 유공자들 하는 데니까 믿고... 그 한마디에 믿은 거지. 유공자들. 다른 데는 185만원씩 가입비를 냈거든...” 이렇게 모인 회원은 전국적으로 7천 여 명. 가입비 등 피해액은 32억 원이 넘습니다. 특히 회원들은 저소득층의 노인들이 많았는데요. 대부분 장례 문제로 자식들에게 부담을 주고 싶지 않다며 회원가입을 했습니다. <녹취> 김00(피해자) : “자식들 갑자기 일 당하면 당황해가지고 어떻게 할 줄을 모른다고요. 애들 부담 좀 덜어주려고... 애들이 난리에요. 오늘 내일 죽는건 아니지만 속아서...” 그런데 막상 문제는 가입한 회원들이 사망하면서 생기기 시작했습니다. 올 2월 어머니가 돌아가신 한 회원이 수목장을 요구하자 회사는 나중에 수목장을 해주겠다며 일단 납골당에 유골을 안치를 시켰습니다. 취재진은 이 상조회사가 건설한 납골묘와 수목장 부지가 있다는 경기도 파주의 한 야산을 찾아가봤습니다. 회사 측의 말과는 달리 이곳은 묘지 설치가 금지된 곳이었습니다.즉,허가를 받지 않고 납골묘를 건설한 상태였습니다. 결국 단속에 걸린 회사 측은 묘지 시설을 모두 폐기하고 현장을 원상복구하라는 명령을 받았습니다. 회사를 믿고 가입했던 유족들은 이런 사실에 기가 막힐 따름입니다. <녹취> 홍00(피해자) : “그 사람들이 임시 안치를 했는데 5월, 6월이면 아마 허가가 떨어지니까 그때 안치한다고 뭐 그러다가 지금 또 거기가 헐리고 그러니까 벽제 무슨 어디다가 모셨대요. 엊그제까지만 해도 수목장 해준다고 옮겨준다고 맨 그러더라구요.” 법적으로 수목장이나 납골당은 종교단체나 재단법인이 운영하도록 돼 있습니다.하지만 이씨는 아예 그 자격요건이 되지 않습니다. 게다가 이씨는 수목장 부지도 확보하지 않은 채 회원을 모집해왔던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녹취> 이00(업체대표) : “수목장 혹은 납골당 시설이 충분히 완비가 돼 있었나요?” “그때요? 준비는 하고 있었고, 일단은...” 현행법상으로도 애초부터 수목장 묘지를 건설할 수가 없는데 이들은 불법으로 사업을 벌여온 것입니다. 수목장지 건설을 허가하는 ‘장사 등에 관한 법률안’이 만들어져 국회를 통과된 것은 지난 4월말이고 , 내년 4월 이후에나 시행되기 때문입니다. 임시로 고인의 유골이 모셔졌다는 납골당은 지난해 가을, 경매로 넘어가 현재 납골당 영업권 허가마저 취소된 상황이었습니다. <녹취> 납골당 관계자 : “낙찰을 받고 영업권을 여기서 취소를 했습니다. 지금 심의 중에 있어요.” “중간에 납골을 했다면?” “불법이겠죠...” 경찰은 곧 수목장 안치허가가 날 것이라며 허위광고를 하고 회원을 모집한 상조회 대표 59살 이모씨와 지사장 49살 신모씨를 사기혐의로 구속했습니다. <인터뷰> 한군덕(경사/성동경찰서) : “아직 법이 없다는 거를 본인도 알아요. 현재는 법이 없는데 미래에 생길 것이다, 라는 가정을 가지고 회원을 선모집했던 부분이 좀 너무 성급하지 않았나...” 결국 이들은 수목장부지는 물론 납골당도 제대로 확보하지 않은채 수천명의 노인들로부터 ‘쌈짓돈’을 털어온 것입니다. <인터뷰> 한군덕(경사/성동경찰서) : "수당조로 다 나가고 하니까 결국 본사에 회원들로부터 가입비를 받아서 적립해 놓은 자본금은 없는거죠. 중간에 다 떠버리는 거죠." 자식을 사랑하는 마음에, 그리고 부모님을 위하는 마음에 장례토탈서비스에 가입한 사람들은 금전적 손해는 물론 편안한 죽음을 준비하려던 마음에 큰 상처를 입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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