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6년 만에 찾은 ‘아버지의 전쟁터’

입력 2007.07.27 (20: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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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오늘은 한국전쟁을 중단시킨 정전협정 체결 54주년이 되는 날입니다.

잘 아시다시피 한국전쟁에는 16개 동맹국 병사들도 참전했고 이중 상당수가 전사했는데 낯선 이국땅에서 전사한 한 프랑스 병사의 아들이 56년만에 아버지가 숨져간 땅을 찾았습니다.

최재현 기자가 만나봤습니다.

<리포트>

1951년 9월 프랑스군과 북한군의 치열한 전투로 많은 사상자를 냈던 강원도 양구 '단장의 능선' 전투...

24살의 프랑스 병사 프란시스 가이도 이곳에서 전사했습니다.

22살의 아리따운 아내와 2살짜리 딸, 그리고 6개월 된 젖먹이 아들을 프랑스에 남긴채...

그로부터 56년 젖먹이었던 프란시스의 아들 악셀이 아버지가 숨져 간 한국땅을 밟았습니다.

<인터뷰> 악셀 가이(프랑스 참전용사 아들) : "5살 때 어머니로부터 아버지가 한국전쟁에서 돌아가셨다는 말을 들었지만 너무 어려서 잘 알아듣지 못했습니다."

아버지를 앗아간 한국을 원망했던 악셀은 한국전 참전 프랑스 용사와 그 가족들을 위한 위문 행사에 초대된 뒤 한국 방문을 결심했습니다.

<인터뷰> 손대오(유엔군추모연합회 부회장) : "끝나고 나서 내가 이렇게 기쁜날이 없었다. 아버지에 대해 이렇게 인정해주고 이래서 아버지가 싸웠던 한국에서 아버지 이름이라도 확인하고 싶다."

묘기에 가까운 특공무술을 펼쳐보이는 씩씩한 한국군 병사들을 보며 악셀은 50여 년 전 이 땅의 전쟁 영웅이었던 아버지의 모습을 상상해 봅니다.

한국군 병사들의 극진한 환대를 받으며 아버지의 희생이 한국인들에게 얼마나 값진 것이었는지 깨닫게 된 악셀에게 처음 보는 한국 사람, 처음 먹는 한국 음식도 낯설게 느껴지지 않습니다.

<인터뷰> 악셀 가이 : "특별하고 다소 맵지만 맛있어서 다 먹었습니다."

<인터뷰> 니콜(악셀의 부인) : "매우 새롭고 맛있습니다. 정말 고맙습니다. 프랑스로 다시 돌아가기가 두려울 정도입니다."

22년전 돌아가신 어머니 그리고 건강이 좋지 않은 누나와 함께 오지 못한 게 안타까울 뿐 한국 방문을 통해 기대 이상의 성과를 거뒀다는 악셀

<인터뷰> 악셀 가이 : "그동안 끝낼 수 없었던 아버지에 대한 애도를 이번 한국 방문을 통해 마침내 끝낼 수 있었습니다."

악셀은 기회가 된다면 한국에 다시 와 아버지가 지나갔던 발자취를 하나하나 구체적으로 찾아보고 싶다고 합니다.

KBS뉴스 최재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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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56년 만에 찾은 ‘아버지의 전쟁터’
    • 입력 2007-07-27 20:22:12
    뉴스타임
<앵커 멘트> 오늘은 한국전쟁을 중단시킨 정전협정 체결 54주년이 되는 날입니다. 잘 아시다시피 한국전쟁에는 16개 동맹국 병사들도 참전했고 이중 상당수가 전사했는데 낯선 이국땅에서 전사한 한 프랑스 병사의 아들이 56년만에 아버지가 숨져간 땅을 찾았습니다. 최재현 기자가 만나봤습니다. <리포트> 1951년 9월 프랑스군과 북한군의 치열한 전투로 많은 사상자를 냈던 강원도 양구 '단장의 능선' 전투... 24살의 프랑스 병사 프란시스 가이도 이곳에서 전사했습니다. 22살의 아리따운 아내와 2살짜리 딸, 그리고 6개월 된 젖먹이 아들을 프랑스에 남긴채... 그로부터 56년 젖먹이었던 프란시스의 아들 악셀이 아버지가 숨져 간 한국땅을 밟았습니다. <인터뷰> 악셀 가이(프랑스 참전용사 아들) : "5살 때 어머니로부터 아버지가 한국전쟁에서 돌아가셨다는 말을 들었지만 너무 어려서 잘 알아듣지 못했습니다." 아버지를 앗아간 한국을 원망했던 악셀은 한국전 참전 프랑스 용사와 그 가족들을 위한 위문 행사에 초대된 뒤 한국 방문을 결심했습니다. <인터뷰> 손대오(유엔군추모연합회 부회장) : "끝나고 나서 내가 이렇게 기쁜날이 없었다. 아버지에 대해 이렇게 인정해주고 이래서 아버지가 싸웠던 한국에서 아버지 이름이라도 확인하고 싶다." 묘기에 가까운 특공무술을 펼쳐보이는 씩씩한 한국군 병사들을 보며 악셀은 50여 년 전 이 땅의 전쟁 영웅이었던 아버지의 모습을 상상해 봅니다. 한국군 병사들의 극진한 환대를 받으며 아버지의 희생이 한국인들에게 얼마나 값진 것이었는지 깨닫게 된 악셀에게 처음 보는 한국 사람, 처음 먹는 한국 음식도 낯설게 느껴지지 않습니다. <인터뷰> 악셀 가이 : "특별하고 다소 맵지만 맛있어서 다 먹었습니다." <인터뷰> 니콜(악셀의 부인) : "매우 새롭고 맛있습니다. 정말 고맙습니다. 프랑스로 다시 돌아가기가 두려울 정도입니다." 22년전 돌아가신 어머니 그리고 건강이 좋지 않은 누나와 함께 오지 못한 게 안타까울 뿐 한국 방문을 통해 기대 이상의 성과를 거뒀다는 악셀 <인터뷰> 악셀 가이 : "그동안 끝낼 수 없었던 아버지에 대한 애도를 이번 한국 방문을 통해 마침내 끝낼 수 있었습니다." 악셀은 기회가 된다면 한국에 다시 와 아버지가 지나갔던 발자취를 하나하나 구체적으로 찾아보고 싶다고 합니다. KBS뉴스 최재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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