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집에 잡초 무성…옛 모습 잃은 고향

입력 2007.09.25 (2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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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추석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것 역시 가족과 고향이죠.

그런데 이젠 대부분의 농촌 고향마을에 빈집이 넘쳐나고 버려진 논밭은 황무지가 되면서 정겹고 훈훈했던 옛모습이 사라져가고 있습니다.

임재성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시집온 뒤 60년간 고향마을을 지키고 있는 송귀녀 할머니!

추석을 맞이했지만 찾아오는 사람 하나 없습니다.

<인터뷰> 송귀녀(77세/마을주민) : "마루에 우두커니 앉아있다가, 울기도 하고...신세 타령하다가 그렇게 세월 보내는 거지..."

송할머니의 유일한 이웃은 장애아들 부부와 함께 살고 있는 유복순 할머니 집뿐입니다.

30여 가구, 백여 명의 주민들이 살았던 이 마을은 명절 때가 되면 여느 농촌과 마찬가지로 마을 전체가 잔치 분위기였습니다.

하지만, 마을 사람이 하나둘씩 도시로 떠나면서 지금은 빈집에 잡초만 무성합니다.

녹슨 냉장고, 폐쇄된 마을 공동 우물, 인적이 끊긴 골목길이 정겨웠던 지난날의 마을 모습을 어렴풋이 떠올리게 합니다.

<인터뷰> 유복순(80세/마을주민) : "여기서 마을이랑 이 동구나무 지킬 사람이 다시 들어올지 모르겠어.그게 제일 아쉬워."

원주민들이 모두 떠난 마을에 몇몇 외지인이 새로 이사와 살기도 합니다.

하지만, 넉넉했던 지난날의 모습을 찾아보기는 힘듭니다.

<인터뷰> 최영한(마을 이장) : "명절 때면 모여서 소주도 한잔하고, 덕담도 나누고 그랬는데 사람이 없으니까..."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주민들이 마을회관처럼 이용했던 곳입니다.

그러나 원주민들은 모두 떠나고, 외지에서 들어온 4가구만이 마을을 지키고 있습니다.

이제 농촌 어딜 가나 어린이들이 뛰어 노는 모습을 찾아보기는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습니다.

3개 마을, 3백여 가구가 모여 살았던 전남의 이 마을은 주민이 절반 가까이 줄면서 최근 2년 동안 신생아가 단 한 명도 태어나지 않았습니다.

36년 만에 초등학교 모교를 찾은 심상갑 씨, 흉물스럽게 변한 교실이 먼저 눈에 들어옵니다.

정겨운 친구들, 마음껏 뛰놀던 교정의 모습은 이제 먼 추억에만 남아 있습니다.

<인터뷰> 심상갑(수곡초등학교 졸업) : "주변에 있는 나무들을 우리 학생들이 작업해서 다 키워놨는데..."

마을 사람이 떠난 논밭은 이제 가을이 와도 더 이상 황금벌판이 아닙니다.

잡풀로 뒤덮이고 황폐한 이곳이 농지였다는 사실을 구분하기조차 힘듭니다.

지난 5년 사이 버려지거나 용도가 바뀐 농지는 8만여 ha, 전국 농경지의 5%나 됩니다.

<인터뷰> 방영수(농민) : "젊은이들 다나가고, 그리고 농사지어 봐야 소득이 없잖아요."

도시화에다, 개방이라는 시대 흐름 속에 우리의 공동체였던 농촌의 모습은 점점 먼 추억 속의 모습이 되고 있습니다.

KBS 뉴스 임재성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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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빈집에 잡초 무성…옛 모습 잃은 고향
    • 입력 2007-09-25 21:20:08
    뉴스 9
<앵커 멘트> 추석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것 역시 가족과 고향이죠. 그런데 이젠 대부분의 농촌 고향마을에 빈집이 넘쳐나고 버려진 논밭은 황무지가 되면서 정겹고 훈훈했던 옛모습이 사라져가고 있습니다. 임재성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시집온 뒤 60년간 고향마을을 지키고 있는 송귀녀 할머니! 추석을 맞이했지만 찾아오는 사람 하나 없습니다. <인터뷰> 송귀녀(77세/마을주민) : "마루에 우두커니 앉아있다가, 울기도 하고...신세 타령하다가 그렇게 세월 보내는 거지..." 송할머니의 유일한 이웃은 장애아들 부부와 함께 살고 있는 유복순 할머니 집뿐입니다. 30여 가구, 백여 명의 주민들이 살았던 이 마을은 명절 때가 되면 여느 농촌과 마찬가지로 마을 전체가 잔치 분위기였습니다. 하지만, 마을 사람이 하나둘씩 도시로 떠나면서 지금은 빈집에 잡초만 무성합니다. 녹슨 냉장고, 폐쇄된 마을 공동 우물, 인적이 끊긴 골목길이 정겨웠던 지난날의 마을 모습을 어렴풋이 떠올리게 합니다. <인터뷰> 유복순(80세/마을주민) : "여기서 마을이랑 이 동구나무 지킬 사람이 다시 들어올지 모르겠어.그게 제일 아쉬워." 원주민들이 모두 떠난 마을에 몇몇 외지인이 새로 이사와 살기도 합니다. 하지만, 넉넉했던 지난날의 모습을 찾아보기는 힘듭니다. <인터뷰> 최영한(마을 이장) : "명절 때면 모여서 소주도 한잔하고, 덕담도 나누고 그랬는데 사람이 없으니까..."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주민들이 마을회관처럼 이용했던 곳입니다. 그러나 원주민들은 모두 떠나고, 외지에서 들어온 4가구만이 마을을 지키고 있습니다. 이제 농촌 어딜 가나 어린이들이 뛰어 노는 모습을 찾아보기는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습니다. 3개 마을, 3백여 가구가 모여 살았던 전남의 이 마을은 주민이 절반 가까이 줄면서 최근 2년 동안 신생아가 단 한 명도 태어나지 않았습니다. 36년 만에 초등학교 모교를 찾은 심상갑 씨, 흉물스럽게 변한 교실이 먼저 눈에 들어옵니다. 정겨운 친구들, 마음껏 뛰놀던 교정의 모습은 이제 먼 추억에만 남아 있습니다. <인터뷰> 심상갑(수곡초등학교 졸업) : "주변에 있는 나무들을 우리 학생들이 작업해서 다 키워놨는데..." 마을 사람이 떠난 논밭은 이제 가을이 와도 더 이상 황금벌판이 아닙니다. 잡풀로 뒤덮이고 황폐한 이곳이 농지였다는 사실을 구분하기조차 힘듭니다. 지난 5년 사이 버려지거나 용도가 바뀐 농지는 8만여 ha, 전국 농경지의 5%나 됩니다. <인터뷰> 방영수(농민) : "젊은이들 다나가고, 그리고 농사지어 봐야 소득이 없잖아요." 도시화에다, 개방이라는 시대 흐름 속에 우리의 공동체였던 농촌의 모습은 점점 먼 추억 속의 모습이 되고 있습니다. KBS 뉴스 임재성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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