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따라잡기] 불안·초조·조바심…주식 중독

입력 2007.10.01 (09:03) 수정 2007.10.01 (1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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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요즘은 주식투자 안 하는 사람들도 한 번 해볼까하는 유혹을 자주 접하게 되죠, 그런데 그럴 때 이미 투자중인 사람들로부터 듣게 되는 조언 중에 하나가 ‘함부로 시작하지 말라‘는 겁니다.

‘한 번 시작하면 빠져나 오기가 힘들다‘는 거죠, 참 아이러니죠?

그렇습니다. 하지만 그만큼 관두고 싶어도 맘대로 안 된다는 얘기죠? 실제로 주식중독이란 말을 쓰는데 중독자들은 가족도, 일도, 잠도 모두 통제 불능 상태에 빠진다고 합니다.

김지영기자~ 요즘 뭐 대학생, 초등학생 까지 남녀노소를 가리지 않죠?

네, 그렇습니다. 대학가 역시 주식 열풍이 거세지면서 학교생활은 제쳐놓고 무리하게 빚을 내서까지 주식투자에 열을 올리는 학생들이 생겨났는데요.

일상생활에 활력을 주는 재테크의 수준을 넘어 직장이나 학교생활까지 위협하고 있는 주식중독의 실태를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서른 두 살의 직장인 정모 씨는 요즘 점심을 대부분 빵으로 해결하는데요, 상사의 눈치를 안보고 마음껏 주식투자를 할 수 있는 유일한 시간이기 때문입니다.

<인터뷰> 정OO(직장인) : "밥은 안 먹죠. 시간도 많이 뺏기고 집중할 수도 없으니까 미래를 위해 잠시 희생하는 거죠. 미친 듯이 몰입해서 제대로 한 번 올라서자……, 한 방을 노리는 거죠."

정씨는 외근을 할 때도 늘 노트북을 켜놓고 움직이는데요. 아슬아슬 운전대를 잡고 있는 순간에도 오로지 머릿속은 주식에 대한 생각뿐입니다.

<인터뷰> 정OO(직장인) : " 장이 좋은 날은 좋아서 계속 봐야 하고, 안 좋은 날은 하락이니까 저점매수라도 하려고 계속 보게 돼요. 운전하다가 중간에라도 매수 타임이 생기면 갓길에 차를 세우고 매수도 하고……."
하루에 수십 번씩 주가를 확인하며 매수타임을 노린다는 정씨, 지난해 대출로 마련한 4천만 원 중 벌써 절반 넘게 손해를 봤지만, 주식에 대한 집착은 점점 더 심해진다고 합니다.

<인터뷰> 정OO(직장인) : "미련이 남아요. 금방 또 오를까봐……. 새벽까지 컴퓨터만 켜 놓고 주말에는 더 답답해요. 빨리 월요일 장이 열렸으면 싶은데 숫자만 아른거리고 주식에 대한 욕심을 버릴 수가 없어요."

대학생 이모 씨는 올해 초부터 주식투자를 시작했는데요, 이번 학기 강의시간표는 아예 주식 시장이 끝나는 시간에 맞춰 짰습니다. '

<인터뷰> 이OO(대학생) : "수업은 거의 오후로 장이 끝나는 시간에 맞췄는데 오늘은 어쩔 수 없이 한 과목 신청해 놓은 게 있어서……. 요새 저처럼 주식에 투자하는 애들은 강의를 오후에 다 몰아놔요."

학교 근처 PC방에서 몇 시간씩 자리를 뜨지 못하는 이씨, 주식매매에 열을 올리느라 수업을 빼먹는 날도 많다고 합니다.

<인터뷰> 이OO(대학생) : "수업을 못 들어갈 때가 잦죠. 그럴 땐 대리 출석시키죠. 단 몇 분 사이에 상황이 변해서 자리를 못 떠요."

na> 이씨는 얼마 전 자취방 보증금까지 주식에 모두 투자해 날리고 지금은 친구 집에 얹혀사는 신세가 되었는데요. 벌써 천만 원 넘게 손해를 봤지만, 이씨에겐 여전히 주식이 로또 그 이상의 큰 대박으로 그려집니다.

<인터뷰> 이OO(대학생) : "월세 보증금 700만 원과 휴학한 친구 등록금을 빌려서 투자를 했고……. 취업이나 공부보다 더 욕심이 나는 것 같아요. 아예 휴학을 하고 해볼까 고민도 했었죠. "

전문가들은 정씨나 이씨와 같은 증세가 전형적인 주식중독이라고 지적하는데요.

<인터뷰> 반건호(경희의료원 정신과 교수) : "말자막 주식을 하지 않을 때 금단 증상이 나타나는 게 가장 큰 문제라고 생각이 되는데요."

그걸 안 하면 초조, 불안, 우울해 질 수도 있고 뭔가 손해 보는 느낌 때문에 자꾸 조바심이 나죠.

매일같이 주식매매를 안하면 불안하고, 장이 열리지 않는 주말엔 불안감이 더 심해지는 경우. 또, 본전을 만회하려고 분에 넘치는 대출을 받거나, 주식 투자를 가족에게 숨기는 등 이 가운에 3가지 이상에 해당된다면 주식 중독증을 의심해봐야 합니다.

대학교 4학년생인 최모씨 역시 지난 방학동안 심한 주식 중독 증세에 시달렸는데요.

<인터뷰> 최OO(대학생) : " 말자막 신기하겠지만 단 1초 화장실 가는 시간이라도 화면에서 눈을 뗄 수가 없어요. 방해받지 않으려고 휴대전화까지 끄고, 국내와 미국주식시장까지 하면 거의 13시간 정도……."

대학생 모의투자대회 수상을 하면서 단기투자에 자신감이 붙었던 최씨. 하지만, 심각한 식욕부진과 불면증에 시달리고서야 자신의 투자방식에 문제가 있음을 느꼈습니다.

<인터뷰> 최OO(대학생) : " 배가 고파도 밥이 안 먹히고 불안해서 눈을 감고 있어도 약을 먹은 것처럼 머리가 멍하니까 잠들지 못하는 상태까지 되는 거예요. 거의 3주간 잠을 못 잘 정도였으니까요."

그 뒤 최씨는 투자방식을 장기전으로 바꾸고, 얼마 남지 않은 학교생활에 좀 더 충실해지려고 노력하고 있는데요.

<인터뷰> 최OO(대학생) : " 얻어 봐야 푼돈인데 과연 이런 상황이 학생으로서 올바르고 정상인가라는 생각도 해봤고 꿈도 버리고 원하는 것을 못 한다면 얼마나 어리석은 일이겠습니까."

투자전문가들은 단기간의 대박만을 노리는 무모한 투자는 약이 아닌 위험한 독이 될 수 있다고 경고합니다.

<인터뷰> 최준철(투자자문사 대표) : " 말자막 주식이 항상 좋을 수는 없습니다. 투자란 여유자금으로 시간을 길게 보고 철저한 분석에 근거해서 해야 좋은 결과를 얻을 수가 있는데 마음이 조급하면 정확한 판단을 못 하게 되죠."

주식중독은 그 심각성을 스스로 깨닫지 못할 때 통제가 더욱 어려워진다고 하는데요. 대한민국을 휩쓸고 있는 주식 열풍 속에 자신의 투자방식이 혹시 도를 넘어서진 않았는지, 꼼꼼히 점검해봐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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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뉴스 따라잡기] 불안·초조·조바심…주식 중독
    • 입력 2007-10-01 08:34:28
    • 수정2007-10-01 10:11: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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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요즘은 주식투자 안 하는 사람들도 한 번 해볼까하는 유혹을 자주 접하게 되죠, 그런데 그럴 때 이미 투자중인 사람들로부터 듣게 되는 조언 중에 하나가 ‘함부로 시작하지 말라‘는 겁니다. ‘한 번 시작하면 빠져나 오기가 힘들다‘는 거죠, 참 아이러니죠? 그렇습니다. 하지만 그만큼 관두고 싶어도 맘대로 안 된다는 얘기죠? 실제로 주식중독이란 말을 쓰는데 중독자들은 가족도, 일도, 잠도 모두 통제 불능 상태에 빠진다고 합니다. 김지영기자~ 요즘 뭐 대학생, 초등학생 까지 남녀노소를 가리지 않죠? 네, 그렇습니다. 대학가 역시 주식 열풍이 거세지면서 학교생활은 제쳐놓고 무리하게 빚을 내서까지 주식투자에 열을 올리는 학생들이 생겨났는데요. 일상생활에 활력을 주는 재테크의 수준을 넘어 직장이나 학교생활까지 위협하고 있는 주식중독의 실태를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서른 두 살의 직장인 정모 씨는 요즘 점심을 대부분 빵으로 해결하는데요, 상사의 눈치를 안보고 마음껏 주식투자를 할 수 있는 유일한 시간이기 때문입니다. <인터뷰> 정OO(직장인) : "밥은 안 먹죠. 시간도 많이 뺏기고 집중할 수도 없으니까 미래를 위해 잠시 희생하는 거죠. 미친 듯이 몰입해서 제대로 한 번 올라서자……, 한 방을 노리는 거죠." 정씨는 외근을 할 때도 늘 노트북을 켜놓고 움직이는데요. 아슬아슬 운전대를 잡고 있는 순간에도 오로지 머릿속은 주식에 대한 생각뿐입니다. <인터뷰> 정OO(직장인) : " 장이 좋은 날은 좋아서 계속 봐야 하고, 안 좋은 날은 하락이니까 저점매수라도 하려고 계속 보게 돼요. 운전하다가 중간에라도 매수 타임이 생기면 갓길에 차를 세우고 매수도 하고……." 하루에 수십 번씩 주가를 확인하며 매수타임을 노린다는 정씨, 지난해 대출로 마련한 4천만 원 중 벌써 절반 넘게 손해를 봤지만, 주식에 대한 집착은 점점 더 심해진다고 합니다. <인터뷰> 정OO(직장인) : "미련이 남아요. 금방 또 오를까봐……. 새벽까지 컴퓨터만 켜 놓고 주말에는 더 답답해요. 빨리 월요일 장이 열렸으면 싶은데 숫자만 아른거리고 주식에 대한 욕심을 버릴 수가 없어요." 대학생 이모 씨는 올해 초부터 주식투자를 시작했는데요, 이번 학기 강의시간표는 아예 주식 시장이 끝나는 시간에 맞춰 짰습니다. ' <인터뷰> 이OO(대학생) : "수업은 거의 오후로 장이 끝나는 시간에 맞췄는데 오늘은 어쩔 수 없이 한 과목 신청해 놓은 게 있어서……. 요새 저처럼 주식에 투자하는 애들은 강의를 오후에 다 몰아놔요." 학교 근처 PC방에서 몇 시간씩 자리를 뜨지 못하는 이씨, 주식매매에 열을 올리느라 수업을 빼먹는 날도 많다고 합니다. <인터뷰> 이OO(대학생) : "수업을 못 들어갈 때가 잦죠. 그럴 땐 대리 출석시키죠. 단 몇 분 사이에 상황이 변해서 자리를 못 떠요." na> 이씨는 얼마 전 자취방 보증금까지 주식에 모두 투자해 날리고 지금은 친구 집에 얹혀사는 신세가 되었는데요. 벌써 천만 원 넘게 손해를 봤지만, 이씨에겐 여전히 주식이 로또 그 이상의 큰 대박으로 그려집니다. <인터뷰> 이OO(대학생) : "월세 보증금 700만 원과 휴학한 친구 등록금을 빌려서 투자를 했고……. 취업이나 공부보다 더 욕심이 나는 것 같아요. 아예 휴학을 하고 해볼까 고민도 했었죠. " 전문가들은 정씨나 이씨와 같은 증세가 전형적인 주식중독이라고 지적하는데요. <인터뷰> 반건호(경희의료원 정신과 교수) : "말자막 주식을 하지 않을 때 금단 증상이 나타나는 게 가장 큰 문제라고 생각이 되는데요." 그걸 안 하면 초조, 불안, 우울해 질 수도 있고 뭔가 손해 보는 느낌 때문에 자꾸 조바심이 나죠. 매일같이 주식매매를 안하면 불안하고, 장이 열리지 않는 주말엔 불안감이 더 심해지는 경우. 또, 본전을 만회하려고 분에 넘치는 대출을 받거나, 주식 투자를 가족에게 숨기는 등 이 가운에 3가지 이상에 해당된다면 주식 중독증을 의심해봐야 합니다. 대학교 4학년생인 최모씨 역시 지난 방학동안 심한 주식 중독 증세에 시달렸는데요. <인터뷰> 최OO(대학생) : " 말자막 신기하겠지만 단 1초 화장실 가는 시간이라도 화면에서 눈을 뗄 수가 없어요. 방해받지 않으려고 휴대전화까지 끄고, 국내와 미국주식시장까지 하면 거의 13시간 정도……." 대학생 모의투자대회 수상을 하면서 단기투자에 자신감이 붙었던 최씨. 하지만, 심각한 식욕부진과 불면증에 시달리고서야 자신의 투자방식에 문제가 있음을 느꼈습니다. <인터뷰> 최OO(대학생) : " 배가 고파도 밥이 안 먹히고 불안해서 눈을 감고 있어도 약을 먹은 것처럼 머리가 멍하니까 잠들지 못하는 상태까지 되는 거예요. 거의 3주간 잠을 못 잘 정도였으니까요." 그 뒤 최씨는 투자방식을 장기전으로 바꾸고, 얼마 남지 않은 학교생활에 좀 더 충실해지려고 노력하고 있는데요. <인터뷰> 최OO(대학생) : " 얻어 봐야 푼돈인데 과연 이런 상황이 학생으로서 올바르고 정상인가라는 생각도 해봤고 꿈도 버리고 원하는 것을 못 한다면 얼마나 어리석은 일이겠습니까." 투자전문가들은 단기간의 대박만을 노리는 무모한 투자는 약이 아닌 위험한 독이 될 수 있다고 경고합니다. <인터뷰> 최준철(투자자문사 대표) : " 말자막 주식이 항상 좋을 수는 없습니다. 투자란 여유자금으로 시간을 길게 보고 철저한 분석에 근거해서 해야 좋은 결과를 얻을 수가 있는데 마음이 조급하면 정확한 판단을 못 하게 되죠." 주식중독은 그 심각성을 스스로 깨닫지 못할 때 통제가 더욱 어려워진다고 하는데요. 대한민국을 휩쓸고 있는 주식 열풍 속에 자신의 투자방식이 혹시 도를 넘어서진 않았는지, 꼼꼼히 점검해봐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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