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타임 현장] 가을 산행, 안전 불감증

입력 2007.10.01 (10:11) 수정 2007.10.01 (1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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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멘트>

가을 단풍철이 시작되면서 산을 찾는 등산객들이 늘고 있습니다. 하지만, 안전수칙을 지키지 않아 각종 사고가 잇따르고 있습니다. 지난 추석연휴에도 산악회 회원들과 함께 지리산을 찾은 50대 남자가 낙석에 맞아 목숨을 잃었습니다.

김학재 기자, 김기자도 지난 주말에 산에 다녀왔죠?

<리포트>

네, 주말에 지리산을 등반했었는데요, 최근 변덕스런 날씨에 폭우도 잦아 물기를 머금고 있는 돌들 때문에 미끄러지거나 낙석이 많아 안전사고의 위험이 컸습니다. 이번에 낙석사고가 난 지점도 출입이 통제된 곳으로 무리하게 산행을 하다 변을 당했는데요, 주말 전국 산에는 구두를 신거나 심지어 양복을 입고 산을 오르는 등산객들이 많아 안전사고가 잇따랐습니다. 추석명절이었던 지난달 25일 저녁, 대전에 사는 53살 오 모씨는 추석 차례를 지낸 뒤, 산악회 회원 24명과 함께 지리산으로 등산을 떠났습니다.

<녹취>오 씨 아들 (음성변조) : “추석이니까 아침에 와서 아버지랑 점심 식사하고 아버지가 등산 간다고 하셔서... 고속도로 나들목에서 타고 가시거든요. 버스타고.” 26일 새벽, 등반을 시작한 산악회 회원들은 정규 등산로가 아닌 샛길로 산행 경로를 정했습니다. 칠선계곡 내에 있는 대륙폭포를 지나 중봉으로 향하는 길. 하지만, 이곳은 잦은 기상악화와 낙석위험이 있는 출입통제 지역이었습니다.

<인터뷰> 신태상 소방장 (거창소방서 산악구조대) “등산로도 없고, 낙석이라든지 기타 장애물로 인해서 상당히 위험한 지역입니다.” 결국 산행을 하던 오 씨는 갑자기 굴러 떨어진 0.5톤 무게의 돌덩이에 맞는 사고를 당했습니다. 출혈이 심했지만, 산이 깊어 휴대전화도 되지 않았습니다. 우여곡절 끝에 산악구조대가 도착했지만, 이미 오 씨는 숨진 뒤였습니다.

<인터뷰> 신태상 소방장 (거창소방서 산악구조대) : “많은 비로 인해서 지반이 약한 상태에서 많은 돌무더기가 내려와서 좌측 대퇴부가 깔려 있었습니다.

요즘 산에는 단풍이 물들기 시작했는데요, 이렇게 등산의 계절을 맞아 산을 찾는 사람들이 늘고 있습니다. 지난 주말, 북한산을 찾은 등산객 수는 5만 8천명이 넘었습니다. 이러다보니 이날도 크고 작은 안전사고가 잇따랐습니다.

<녹취> 손성모 경장 (북한산 경찰 산악구조대) : “(등산객이 허리를 다쳤습니다. ) 위치는? (호랑이골 뒤쪽입니다.)” 사고 지역은 경사가 가파른 바위 절벽 아래였습니다. 밧줄을 타고 바위 절벽을 내려가던 65살 한 모씨가 밧줄을 놓쳐 5미터 아래 낭떠러지로 굴러 떨어진 것입니다.

<인터뷰> 한00 (등산객) : “줄잡고 내려오다가 줄을 놓쳐버리니까 뒤로 넘어져 버렸어요.” 함께 등산을 하던 한 씨의 친구 역시 바위절벽에 미끄러져, 하마터면 큰일 날 뻔했습니다.

<인터뷰> 손성모 경장 (북한산 경찰 산악구조대) : “그 분들이 실수 한건 암벽 구간을 두, 세 명이 같이 내려가는 거죠. 짧은 구간이라도 암벽 구간은 한 명씩 한 명씩 안전하게 안전한 곳까지 이동했을 때, 이동해야 해야 되는데...” 평소 북한산을 자주 찾지만, 이 길은 처음이라는 한 씨는 이 사고로 허리를 심하게 다쳤습니다. 절벽 지대라 결국 한 씨는 다시 정상부근으로 옮겨져, 구조헬기의 도움을 받아야했습니다.

<녹취> 한00 (등산객) : “이쪽은 처음이에요. 구조대원들이 이렇게 고생하는 건 생각을 못했어요. 너무너무 고맙죠. 이루 말할 수 없죠. ” 북한산 인수봉 정상 부근입니다. 깍아지른 듯한 화강암 바 위산을 아슬아슬하게 오르내리는 등산객들이 많았습니다.

난간을 세워둔 등산로가 있지만, 사람들은 아예 길이 아닌 바위를 넘어다니고 있었습니다. 안전장비하나 없이 맨손으로 암벽등반을 하는 간 큰 등산객들도 있었습니다.

<녹취> 강균석 안전관리원 (북한산 국립공원) : “아저씨! 내려오세요. 거긴 길이 아니에요. 내려오세요.” 바로 수 십 미터 절벽으로 이어지는 출입통제 지역이지만, 정작 등산객들은 별로 위험하지 않다며, 대수롭지 않다는 반응입니다. 사람들이 많이 다녀 통제지역인 줄 몰랐다는 사람도 있습니다.

<인터뷰> 등산객 : “(여기 통제구역인데요.) 통제구역이에요? 이쪽이? (모르셨어요?) 네, 다들 잠깐잠깐 나와서 쉬셔서...”

<녹취> 등산객 : “20년 동안 다녔는데... 사고 날 게 뭐가 있어. 우리가 보기엔 길이야. 대도로나 마찬가지야.” 상황이 이렇다 보니 올해 들어서만 이 부근에서 암벽등반을 하던 등산객들이 무려 5명이나 목숨을 잃었습니다.

<인터뷰> 강균석 안전관리원 (북한산 국립공원) : “대부분 안전에 대한 인식이 없다고 하면 맞을 겁니다. 안전장치를 무시한 자유 등반을 함으로써 사고가 발생되는 지역입니다.

올해 여기서 5건의 사망사고가 났습니다.” 등산을 할 때는 복장만 제대로 갖춰도 웬만한 안전사고를 예방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등산로에서는 심지어 구두를 신고 산행하는 사람들도 있었습니다.

<인터뷰> 등산객 : “(구두신고 산에 올라갔다 오시는 거예요?) 네. (안 불편하세요?) 안 불편해요. 저기 서울대에서 지금 이쪽으로 넘어오는 건데요, (위험하잖아요.) 안전합니다. 정말.” 평지에서 넘어진 20대 이 여성 역시 신고 있던 신발이 문제였습니다.

<인터뷰> 등산객 : “(괜찮아요?) 미끄러진 거예요. (뭐 신고 온 거예요?) 골프화요. 등산화가 없어서...” 서울시 도봉구에 있는 도봉산 정상부근에서는 양복차림의 한 남자가 바위절벽을 오르는 모습이 눈에 띄었습니다. 그나마 운동화를 신고 있었지만, 바위산을 오르기에는 위험천만한 복장입니다.

<녹취> 김완중 상경 (도봉산 경찰 산악구조대) : “한번 봐요. (이거 마라톤화거든요.) 푹푹 들어가잖아요. 이러면 산에서는 안 좋은 거예요. 마찰력이 이런 (등산화) 보다 떨어지니까 미끄러지면 사고가 날 수 있죠.” 이 남자는 집 앞에 잠깐 산책을 나왔다가 어쩌다보니 산 정상까지 올라오게 됐다고 말합니다.

<인터뷰> 등산객 : “집에서 나왔다가 걸어서 오다보니까 여기까지 오게 됐습니다. 여기까지 올라올 생각은 안했는데, 올라오게 됐네...” 등산로 여기저기는 술판도 벌어집니다. 막걸리에 맥주, 심지어는 양주를 마시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한 잔정도야 괜찮겠지 하지만, 이것이 사고를 키우는 주요 원인이 된다고 합니다.

<녹취> 등산객 : “마를 땐 좋아요. 술 한 잔 하고 올라오면, 중간에 에너지 부족할 때 진짜 좋아요. 저는 딱 한잔 마셨죠.”

<인터뷰> 이주영 안전관리원 (북한산 국립공원) : "음주를 하게 되면 아무래도 자신감이랄까 사람이 겁이 없어지니까 암벽지역에서도 무모하게 산행을 하게 되죠." 단풍이 물들기 시작하는 10월. 모처럼 등산계획 세우시는 분들 많으실 텐데요, 즐거운 마음으로 나선 가을산행이 불의의 사고로 이어지지 않도록 안전 수칙을 반드시 지켜 안전한 산행이 되도록 해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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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07-10-01 08:37:48
    • 수정2007-10-01 10:1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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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멘트> 가을 단풍철이 시작되면서 산을 찾는 등산객들이 늘고 있습니다. 하지만, 안전수칙을 지키지 않아 각종 사고가 잇따르고 있습니다. 지난 추석연휴에도 산악회 회원들과 함께 지리산을 찾은 50대 남자가 낙석에 맞아 목숨을 잃었습니다. 김학재 기자, 김기자도 지난 주말에 산에 다녀왔죠? <리포트> 네, 주말에 지리산을 등반했었는데요, 최근 변덕스런 날씨에 폭우도 잦아 물기를 머금고 있는 돌들 때문에 미끄러지거나 낙석이 많아 안전사고의 위험이 컸습니다. 이번에 낙석사고가 난 지점도 출입이 통제된 곳으로 무리하게 산행을 하다 변을 당했는데요, 주말 전국 산에는 구두를 신거나 심지어 양복을 입고 산을 오르는 등산객들이 많아 안전사고가 잇따랐습니다. 추석명절이었던 지난달 25일 저녁, 대전에 사는 53살 오 모씨는 추석 차례를 지낸 뒤, 산악회 회원 24명과 함께 지리산으로 등산을 떠났습니다. <녹취>오 씨 아들 (음성변조) : “추석이니까 아침에 와서 아버지랑 점심 식사하고 아버지가 등산 간다고 하셔서... 고속도로 나들목에서 타고 가시거든요. 버스타고.” 26일 새벽, 등반을 시작한 산악회 회원들은 정규 등산로가 아닌 샛길로 산행 경로를 정했습니다. 칠선계곡 내에 있는 대륙폭포를 지나 중봉으로 향하는 길. 하지만, 이곳은 잦은 기상악화와 낙석위험이 있는 출입통제 지역이었습니다. <인터뷰> 신태상 소방장 (거창소방서 산악구조대) “등산로도 없고, 낙석이라든지 기타 장애물로 인해서 상당히 위험한 지역입니다.” 결국 산행을 하던 오 씨는 갑자기 굴러 떨어진 0.5톤 무게의 돌덩이에 맞는 사고를 당했습니다. 출혈이 심했지만, 산이 깊어 휴대전화도 되지 않았습니다. 우여곡절 끝에 산악구조대가 도착했지만, 이미 오 씨는 숨진 뒤였습니다. <인터뷰> 신태상 소방장 (거창소방서 산악구조대) : “많은 비로 인해서 지반이 약한 상태에서 많은 돌무더기가 내려와서 좌측 대퇴부가 깔려 있었습니다. 요즘 산에는 단풍이 물들기 시작했는데요, 이렇게 등산의 계절을 맞아 산을 찾는 사람들이 늘고 있습니다. 지난 주말, 북한산을 찾은 등산객 수는 5만 8천명이 넘었습니다. 이러다보니 이날도 크고 작은 안전사고가 잇따랐습니다. <녹취> 손성모 경장 (북한산 경찰 산악구조대) : “(등산객이 허리를 다쳤습니다. ) 위치는? (호랑이골 뒤쪽입니다.)” 사고 지역은 경사가 가파른 바위 절벽 아래였습니다. 밧줄을 타고 바위 절벽을 내려가던 65살 한 모씨가 밧줄을 놓쳐 5미터 아래 낭떠러지로 굴러 떨어진 것입니다. <인터뷰> 한00 (등산객) : “줄잡고 내려오다가 줄을 놓쳐버리니까 뒤로 넘어져 버렸어요.” 함께 등산을 하던 한 씨의 친구 역시 바위절벽에 미끄러져, 하마터면 큰일 날 뻔했습니다. <인터뷰> 손성모 경장 (북한산 경찰 산악구조대) : “그 분들이 실수 한건 암벽 구간을 두, 세 명이 같이 내려가는 거죠. 짧은 구간이라도 암벽 구간은 한 명씩 한 명씩 안전하게 안전한 곳까지 이동했을 때, 이동해야 해야 되는데...” 평소 북한산을 자주 찾지만, 이 길은 처음이라는 한 씨는 이 사고로 허리를 심하게 다쳤습니다. 절벽 지대라 결국 한 씨는 다시 정상부근으로 옮겨져, 구조헬기의 도움을 받아야했습니다. <녹취> 한00 (등산객) : “이쪽은 처음이에요. 구조대원들이 이렇게 고생하는 건 생각을 못했어요. 너무너무 고맙죠. 이루 말할 수 없죠. ” 북한산 인수봉 정상 부근입니다. 깍아지른 듯한 화강암 바 위산을 아슬아슬하게 오르내리는 등산객들이 많았습니다. 난간을 세워둔 등산로가 있지만, 사람들은 아예 길이 아닌 바위를 넘어다니고 있었습니다. 안전장비하나 없이 맨손으로 암벽등반을 하는 간 큰 등산객들도 있었습니다. <녹취> 강균석 안전관리원 (북한산 국립공원) : “아저씨! 내려오세요. 거긴 길이 아니에요. 내려오세요.” 바로 수 십 미터 절벽으로 이어지는 출입통제 지역이지만, 정작 등산객들은 별로 위험하지 않다며, 대수롭지 않다는 반응입니다. 사람들이 많이 다녀 통제지역인 줄 몰랐다는 사람도 있습니다. <인터뷰> 등산객 : “(여기 통제구역인데요.) 통제구역이에요? 이쪽이? (모르셨어요?) 네, 다들 잠깐잠깐 나와서 쉬셔서...” <녹취> 등산객 : “20년 동안 다녔는데... 사고 날 게 뭐가 있어. 우리가 보기엔 길이야. 대도로나 마찬가지야.” 상황이 이렇다 보니 올해 들어서만 이 부근에서 암벽등반을 하던 등산객들이 무려 5명이나 목숨을 잃었습니다. <인터뷰> 강균석 안전관리원 (북한산 국립공원) : “대부분 안전에 대한 인식이 없다고 하면 맞을 겁니다. 안전장치를 무시한 자유 등반을 함으로써 사고가 발생되는 지역입니다. 올해 여기서 5건의 사망사고가 났습니다.” 등산을 할 때는 복장만 제대로 갖춰도 웬만한 안전사고를 예방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등산로에서는 심지어 구두를 신고 산행하는 사람들도 있었습니다. <인터뷰> 등산객 : “(구두신고 산에 올라갔다 오시는 거예요?) 네. (안 불편하세요?) 안 불편해요. 저기 서울대에서 지금 이쪽으로 넘어오는 건데요, (위험하잖아요.) 안전합니다. 정말.” 평지에서 넘어진 20대 이 여성 역시 신고 있던 신발이 문제였습니다. <인터뷰> 등산객 : “(괜찮아요?) 미끄러진 거예요. (뭐 신고 온 거예요?) 골프화요. 등산화가 없어서...” 서울시 도봉구에 있는 도봉산 정상부근에서는 양복차림의 한 남자가 바위절벽을 오르는 모습이 눈에 띄었습니다. 그나마 운동화를 신고 있었지만, 바위산을 오르기에는 위험천만한 복장입니다. <녹취> 김완중 상경 (도봉산 경찰 산악구조대) : “한번 봐요. (이거 마라톤화거든요.) 푹푹 들어가잖아요. 이러면 산에서는 안 좋은 거예요. 마찰력이 이런 (등산화) 보다 떨어지니까 미끄러지면 사고가 날 수 있죠.” 이 남자는 집 앞에 잠깐 산책을 나왔다가 어쩌다보니 산 정상까지 올라오게 됐다고 말합니다. <인터뷰> 등산객 : “집에서 나왔다가 걸어서 오다보니까 여기까지 오게 됐습니다. 여기까지 올라올 생각은 안했는데, 올라오게 됐네...” 등산로 여기저기는 술판도 벌어집니다. 막걸리에 맥주, 심지어는 양주를 마시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한 잔정도야 괜찮겠지 하지만, 이것이 사고를 키우는 주요 원인이 된다고 합니다. <녹취> 등산객 : “마를 땐 좋아요. 술 한 잔 하고 올라오면, 중간에 에너지 부족할 때 진짜 좋아요. 저는 딱 한잔 마셨죠.” <인터뷰> 이주영 안전관리원 (북한산 국립공원) : "음주를 하게 되면 아무래도 자신감이랄까 사람이 겁이 없어지니까 암벽지역에서도 무모하게 산행을 하게 되죠." 단풍이 물들기 시작하는 10월. 모처럼 등산계획 세우시는 분들 많으실 텐데요, 즐거운 마음으로 나선 가을산행이 불의의 사고로 이어지지 않도록 안전 수칙을 반드시 지켜 안전한 산행이 되도록 해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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