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따라잡기] 무서운 학교 폭력…‘뇌사·사망까지’

입력 2007.11.16 (08:57)

읽어주기 기능은 크롬기반의
브라우저에서만 사용하실 수 있습니다.

<앵커 멘트>

또 학교폭력이 문제가 되고 있습니다. 친구들에게 맞은 학생이 숨지거나 뇌사상태에 빠지는 사건이 잇따르고 있습니다. 어떻게 된 일인가요?

(친구에게 가슴을 맞은 한 학생이 뇌사 상태에 빠졌는가 하면 같은 반 친구들에게 폭행을 당한 학생이 병원에서 치료를 받던 중 숨졌습니다.)

학교 폭력 문제, 잠잠해질만하면 또 터지는군요?

<리포트>

네, 그렇습니다. 학교 폭력을 근절하기 위한 노력을 하고 있지만 학생들의 인명 사고가 끊이지 않고 있습니다.

경기도 남양주의 한 야산입니다. 지난 3일, 이곳에서 친구들과 어울리던 중학교 3학년, 15살 이모군은 함께 있던 한 친구의 주먹에 가슴을 맞고 쓰러졌습니다. 그리고 그 충격으로 의식을 잃었습니다.

<녹취> 이00(피해학생 부모) : “주먹으로 이렇게 쥐고 가격을 했다고 얘기를 하더라고요. 의사 소견으로는 충격으로 인한 뇌사라고...”

그날 이군과 다른 7명의 학생들은 인근 가게에서 술을 사들고 산으로 올라갔습니다. 그러다가 이군과 친하게 지내던 한 친구가 이군에게 담배를 끊기로 한 약속을 지키지 않았다며 주먹으로 가슴을 세게 쳤습니다.

그 충격으로 이군이 정신을 잃고 쓰러지자 함께 있던 학생들이 이군에게 인공호흡을 시도했다고 합니다. 하지만 이군은 깨어나지 않았고 한 시간여 만에 병원으로 옮겨졌습니다. 현재 이 군은 심장쇼크로 인한 뇌사 상태에 빠졌습니다.

<녹취> 이00(피해학생 부모) : “누가 인공호흡을 할 때 코피가 나더라고 얘기하더라고요. 현장에 6명이라는 친구들이 한 시간 넘도록 방치할 수 있나, 그게 너무 의아한 거죠.”

이군의 가족은 이군이 친한 친구에게 맞아 이렇게 뇌사 상태로 병원에 누워 있다는 사실이 기가 막힐 따름입니다.

<녹취> 이00(피해학생 부모) : “나는 어른들 걱정만 했지 애들 걱정은 안했거든요. 사춘기니까 다 이 정도구나 했는데... 기적이 일어나서 아이가 나았으면 좋겠다는 바람이죠.”

친구들로부터 맞은 학생이 목숨을 잃은 사건도 있었습니다. 경기도 군포의 한 고등학교입니다. 지난 12일, 이 학교 2학년 17살 김 모군은 심한 탈수증세와 폐출혈 증세를 보여 병원에 입원했지만 숨지고 말았습니다.

<녹취> 병원 관계자 : “오후 3시경, 부모님 부축 하에 김00 학생이 저희 소아심장과로 왔어요. 주치의께서 보시고 상태가 안 좋아서 바로 중환자실로 이동 조치해서 치료를 했으나 상태가 급작스럽게 악화돼서 당일 밤 9시 20분경 사망했습니다.”

김군의 유가족들은 지난 7일, 김군이 체육수업시간에 학교 친구들로부터 폭행을 당했다고 주장합니다.

<녹취> 김00(피해학생 부모) : “발로 찬 걸 맞아서 이가 흔들렸는데, 치과 의사가 이가 흔들 흔들 한다 해서 물어봤어요. 물어보니까 그제서야 맞았다고 시인하더라고. 누가 때렸다고...”

김 군은 제대로 식사를 하지 못했고 심하게 열이 났다고 하는데요. 결국 일주일 만에 숨진 것입니다.

어릴 때부터 심장질환을 앓아 큰 수술을 받았다는 김군. 몇 년 전에는 머리를 크게 다쳐 건강이 그다지 좋지 않은 상태였다고 합니다. 그러다보니 친구들로부터 놀림감이 됐다는 겁니다.

<녹취> 김00(피해학생 부모) : “저번에 머리를 다쳐서 정신이 조금 안좋은 장애 있었어요. 뇌손상. 그러다보니까 애들이 오고 가면서 툭툭 치고 피멍들고 그런 일이 한 두 번 아니었어요. 그냥 애가 장애인이기 때문에 부모로서 그냥 그런가보다 했어요.”

김군이 종종 학교에서 손등이나 다리에 멍이 든 채 돌아오는 것을 알았어도 가족들은 그저 친구들의 장난이 심하다고만 생각했다고 합니다.

하지만 이번 일을 통해 그동안 김군이, 친구들로부터 괴롭힘을 당해왔다는 사실을 알게 된 것입니다. 김군의 가족들은 분한 마음에 당장 학교에 찾아가려 했지만 김군이 말렸다고 하는데요, 친구들의 보복이 두려웠기 때문입니다.

<녹취> 김00(피해학생 부모) : “(아이가) 죽는 날 아침에도 내가 학교 가서 담임한테 말해서 아이들이 너 다시는 못 때리게 할게. 담임 만나서 얘기할게 하니까, 아빠 때린다는 얘기하지 마라. 그런 얘기 하면 맞아죽는대요.”

하지만 이런 유가족들의 주장과는 달리 학교 측은 김군과 친구들 사이에 별다른 문제가 없었다고 말합니다. 체육 수업 중에 학생들이 김군에게 가벼운 장난을 친 것은 사실이지만 폭행은 아니라는 겁니다.

<녹취> 학교 관계자 : “아니에요, 그러지 않았어요. 애들이 서로 장난치고 놀리고 그러잖아요. 얘도 마찬가지로 다른 아이들이 얘가 아픈 사실을 잘 잊어버린대요. 그런 일 없어요. 애들이 장난을 같이 쳐도 (폭행은) 없어요. 그런 거는.”

김군과 같은 반 친구들 역시 학교 측과 같은 반응입니다. 평소 아이들이 김군에게 장난을 많이 쳤던 것은 사실이지만 악의는 없었다고 말합니다.

<녹취> 피해자 친구 : “서로 장난식으로 남자끼리 주고 받고 그런거 있잖아요. 그런 것도 많이 했고 어떻게 보면 00 입장에선 저희 반 애들이 괴롭힌 거라고 생각할 수도 있는데 저희 그렇게 집단적으로 구타하고 그런 적은 없고요.”

<녹취> 피해자 친구 : “학교에서도 유명했고 많은 애들이 알고 있었고, 00 챙겨주는 아이들도 많았고 그냥 다 같이 잘 놀았어요.”

지난 7월, 국가 청소년위원회에서 발표한 자료를 보면 학생과 학부모 그리고 교사의 상당수가 학교 폭력에 대한 두려움을 느끼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학교 폭력으로 피해를 입은 학생들은 보복이 두려워서 주변에 피해 사실을 알리는 것을 꺼린다고 합니다. 계속되는 폭력에 시달리던 학생이 주위의 도움을 받지 못한 채 스스로 목숨을 끊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이렇게 인명사고가 잇따르면서 보다 철저한 학교폭력 예방교육의 필요성이 강조되고 있습니다.

<인터뷰> 조정실(회장/학교폭력피해자가족 협의회) : “사건 사례 중심같은 실질적인 예방 교육을 통해서 네가 한 행동으로 인해 친구가 죽음을 맞을 수도 있고 평생을 불구로 살아갈 수 있다는 인식을 깨우쳤으면...”

잠잠하다 싶으면 다시 또 일어나는 학교폭력사고, 학교 안팎에서 죽음으로까지 내모는 학교 폭력사고가 잇따르면서 학생과 학부모의 불안 역시 커지고 있습니다.

■ 제보하기
▷ 카카오톡 : 'KBS제보' 검색, 채널 추가
▷ 전화 : 02-781-1234, 4444
▷ 이메일 : kbs1234@kbs.co.kr
▷ 유튜브, 네이버, 카카오에서도 KBS뉴스를 구독해주세요!


  • [뉴스 따라잡기] 무서운 학교 폭력…‘뇌사·사망까지’
    • 입력 2007-11-16 08:25:55
    아침뉴스타임
<앵커 멘트> 또 학교폭력이 문제가 되고 있습니다. 친구들에게 맞은 학생이 숨지거나 뇌사상태에 빠지는 사건이 잇따르고 있습니다. 어떻게 된 일인가요? (친구에게 가슴을 맞은 한 학생이 뇌사 상태에 빠졌는가 하면 같은 반 친구들에게 폭행을 당한 학생이 병원에서 치료를 받던 중 숨졌습니다.) 학교 폭력 문제, 잠잠해질만하면 또 터지는군요? <리포트> 네, 그렇습니다. 학교 폭력을 근절하기 위한 노력을 하고 있지만 학생들의 인명 사고가 끊이지 않고 있습니다. 경기도 남양주의 한 야산입니다. 지난 3일, 이곳에서 친구들과 어울리던 중학교 3학년, 15살 이모군은 함께 있던 한 친구의 주먹에 가슴을 맞고 쓰러졌습니다. 그리고 그 충격으로 의식을 잃었습니다. <녹취> 이00(피해학생 부모) : “주먹으로 이렇게 쥐고 가격을 했다고 얘기를 하더라고요. 의사 소견으로는 충격으로 인한 뇌사라고...” 그날 이군과 다른 7명의 학생들은 인근 가게에서 술을 사들고 산으로 올라갔습니다. 그러다가 이군과 친하게 지내던 한 친구가 이군에게 담배를 끊기로 한 약속을 지키지 않았다며 주먹으로 가슴을 세게 쳤습니다. 그 충격으로 이군이 정신을 잃고 쓰러지자 함께 있던 학생들이 이군에게 인공호흡을 시도했다고 합니다. 하지만 이군은 깨어나지 않았고 한 시간여 만에 병원으로 옮겨졌습니다. 현재 이 군은 심장쇼크로 인한 뇌사 상태에 빠졌습니다. <녹취> 이00(피해학생 부모) : “누가 인공호흡을 할 때 코피가 나더라고 얘기하더라고요. 현장에 6명이라는 친구들이 한 시간 넘도록 방치할 수 있나, 그게 너무 의아한 거죠.” 이군의 가족은 이군이 친한 친구에게 맞아 이렇게 뇌사 상태로 병원에 누워 있다는 사실이 기가 막힐 따름입니다. <녹취> 이00(피해학생 부모) : “나는 어른들 걱정만 했지 애들 걱정은 안했거든요. 사춘기니까 다 이 정도구나 했는데... 기적이 일어나서 아이가 나았으면 좋겠다는 바람이죠.” 친구들로부터 맞은 학생이 목숨을 잃은 사건도 있었습니다. 경기도 군포의 한 고등학교입니다. 지난 12일, 이 학교 2학년 17살 김 모군은 심한 탈수증세와 폐출혈 증세를 보여 병원에 입원했지만 숨지고 말았습니다. <녹취> 병원 관계자 : “오후 3시경, 부모님 부축 하에 김00 학생이 저희 소아심장과로 왔어요. 주치의께서 보시고 상태가 안 좋아서 바로 중환자실로 이동 조치해서 치료를 했으나 상태가 급작스럽게 악화돼서 당일 밤 9시 20분경 사망했습니다.” 김군의 유가족들은 지난 7일, 김군이 체육수업시간에 학교 친구들로부터 폭행을 당했다고 주장합니다. <녹취> 김00(피해학생 부모) : “발로 찬 걸 맞아서 이가 흔들렸는데, 치과 의사가 이가 흔들 흔들 한다 해서 물어봤어요. 물어보니까 그제서야 맞았다고 시인하더라고. 누가 때렸다고...” 김 군은 제대로 식사를 하지 못했고 심하게 열이 났다고 하는데요. 결국 일주일 만에 숨진 것입니다. 어릴 때부터 심장질환을 앓아 큰 수술을 받았다는 김군. 몇 년 전에는 머리를 크게 다쳐 건강이 그다지 좋지 않은 상태였다고 합니다. 그러다보니 친구들로부터 놀림감이 됐다는 겁니다. <녹취> 김00(피해학생 부모) : “저번에 머리를 다쳐서 정신이 조금 안좋은 장애 있었어요. 뇌손상. 그러다보니까 애들이 오고 가면서 툭툭 치고 피멍들고 그런 일이 한 두 번 아니었어요. 그냥 애가 장애인이기 때문에 부모로서 그냥 그런가보다 했어요.” 김군이 종종 학교에서 손등이나 다리에 멍이 든 채 돌아오는 것을 알았어도 가족들은 그저 친구들의 장난이 심하다고만 생각했다고 합니다. 하지만 이번 일을 통해 그동안 김군이, 친구들로부터 괴롭힘을 당해왔다는 사실을 알게 된 것입니다. 김군의 가족들은 분한 마음에 당장 학교에 찾아가려 했지만 김군이 말렸다고 하는데요, 친구들의 보복이 두려웠기 때문입니다. <녹취> 김00(피해학생 부모) : “(아이가) 죽는 날 아침에도 내가 학교 가서 담임한테 말해서 아이들이 너 다시는 못 때리게 할게. 담임 만나서 얘기할게 하니까, 아빠 때린다는 얘기하지 마라. 그런 얘기 하면 맞아죽는대요.” 하지만 이런 유가족들의 주장과는 달리 학교 측은 김군과 친구들 사이에 별다른 문제가 없었다고 말합니다. 체육 수업 중에 학생들이 김군에게 가벼운 장난을 친 것은 사실이지만 폭행은 아니라는 겁니다. <녹취> 학교 관계자 : “아니에요, 그러지 않았어요. 애들이 서로 장난치고 놀리고 그러잖아요. 얘도 마찬가지로 다른 아이들이 얘가 아픈 사실을 잘 잊어버린대요. 그런 일 없어요. 애들이 장난을 같이 쳐도 (폭행은) 없어요. 그런 거는.” 김군과 같은 반 친구들 역시 학교 측과 같은 반응입니다. 평소 아이들이 김군에게 장난을 많이 쳤던 것은 사실이지만 악의는 없었다고 말합니다. <녹취> 피해자 친구 : “서로 장난식으로 남자끼리 주고 받고 그런거 있잖아요. 그런 것도 많이 했고 어떻게 보면 00 입장에선 저희 반 애들이 괴롭힌 거라고 생각할 수도 있는데 저희 그렇게 집단적으로 구타하고 그런 적은 없고요.” <녹취> 피해자 친구 : “학교에서도 유명했고 많은 애들이 알고 있었고, 00 챙겨주는 아이들도 많았고 그냥 다 같이 잘 놀았어요.” 지난 7월, 국가 청소년위원회에서 발표한 자료를 보면 학생과 학부모 그리고 교사의 상당수가 학교 폭력에 대한 두려움을 느끼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학교 폭력으로 피해를 입은 학생들은 보복이 두려워서 주변에 피해 사실을 알리는 것을 꺼린다고 합니다. 계속되는 폭력에 시달리던 학생이 주위의 도움을 받지 못한 채 스스로 목숨을 끊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이렇게 인명사고가 잇따르면서 보다 철저한 학교폭력 예방교육의 필요성이 강조되고 있습니다. <인터뷰> 조정실(회장/학교폭력피해자가족 협의회) : “사건 사례 중심같은 실질적인 예방 교육을 통해서 네가 한 행동으로 인해 친구가 죽음을 맞을 수도 있고 평생을 불구로 살아갈 수 있다는 인식을 깨우쳤으면...” 잠잠하다 싶으면 다시 또 일어나는 학교폭력사고, 학교 안팎에서 죽음으로까지 내모는 학교 폭력사고가 잇따르면서 학생과 학부모의 불안 역시 커지고 있습니다.

이 기사가 좋으셨다면

오늘의 핫 클릭

실시간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는 뉴스

이 기사에 대한 의견을 남겨주세요.

2024 파리 올림픽 배너 이미지 수신료 수신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