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N기후변화회의 ‘발리 로드맵’은?

입력 2007.12.16 (1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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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인류의 미래가 걸린 지구 온난화 방지를 위한 유엔 기후변화회의가 어제 폐막됐습니다.

세계 190개국이 참가한 이번 회의에서는 이산화탄소 배출 목표치를 놓고 선진국간의, 또 선진국과 개발도상국간의 입장차이로 진통이 거듭됐는데요.

말 만 무성했던 이번 회의는 결국 2012년에 만료되는 교토의정서를 대체할 새로운 기후협약을 2009년까지 만들기로 합의하는 초라한 성과를 거두는데 그쳤습니다.

회의가 열린 인도네시아 발리에 나가 있는 김철민 특파원을 연결해서 자세한 내용 알아보겠습니다.

<질문 1> 김 특파원, 이번 회의의 합의 내용이 기대에 미치지 못한다는 평가가 많은데 어떻습니까?

<답변 1>

네, 그렇습니다. 지구 온난화가 심각하고 시급히 대처해야 한다는 데는 모두들 공감하면서도, 각국의 이해관계가 엇갈려서 구체적인 실천 방안이 도출되지 못했습니다.

다만 오는 2012 년에 끝나는 현행 교토 의정서를 대체해서, 새로운 국제 기후 협약을 만들어야 한다는 데는 모두들 이견이 없었습니다.

2012 년에 새로운 협약을 출범시키기 위해서는, 각국이 사전에 의회 비준 절차를 거쳐야 하는데요.

이 절차가 적어도 3년 정도 걸리기 때문에 늦어도 오는 2009 년까지는 새로운 기후 협약의 기본틀을 완성시키자고 합의한 게 이번 회의의 유일한 결과입니다.

이른바 발리 로드맵이라고 불리는 것인데요. 이 로드맵을 통해 앞으로 2 년간 실무 그룹들이 연간 4 차례 이상 만나서 구체적인 협상 절차와 범위, 협상 방식 등을 활발하게 논의하기로 했습니다.

<질문 2> 이번 회의의 최대 쟁점은 온실 가스, 그러니까 이산화탄소 배출 감축 목표치였는데요. 어떤 결론이 났습니까?

<답변 2>

네, 말씀하신 대로 이번 회의의 가장 큰 쟁점은 지구 온난화의 주범인 온실가스 배출을 얼마나 더 줄이느냐? 즉 감축 목표치를 얼마로 잡느냐 하는 것이었습니다.

현행 교토 의정서 아래서 온실가스 감축 의무를 지고 있는 유럽연합 등 38 개 선진국들은 오는 2020 년까지 1990 년 배출량 기준으로 최소 25 % 에서 최대 40 % 까지 온실가스를 추가로 줄이자고 주장했습니다.

그러나 세계 최대의 온실가스 배출국이면서, 동시에 선진국 가운데 유일하게 교토 의정서 참여를 거부하고 있는 미국은, 어떤 식으로든 온실가스 의무감축 비율을 강제로 할당하는 데는 절대로 동의할 수 없다고 버텼습니다.

또 세계 5 대 온실가스 배출국이면서도 개발도상국이라는 이유로 감축 의무에서 벗어나 있던 중국이나 인도 등도 강제 할당 방식의 감축이 아니라 국가별 상황에 맞는 자발적 감축 방식을 택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이렇게 각국의 입장이 막판까지 팽팽하게 맞서다 보니 결국 구체적인 감축 목표치를 설정하는 데는 실패했습니다.

<질문 3> 개발도상국들의 사정은 그래도 이해가 됩니다만, 미국과 유럽은 왜 서로 다른 입장을 보이는 겁니까?

<답변 3>

네, 유럽을 비롯한 선진국들은 진작부터 경제 구조를 청정 에너지 소비 구조로 전환시켜 왔습니다.

그래서 석탄이나 석유같은 탄소 연료 소비를 줄여도 산업 전반에 걸친 타격이 크지 않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그러나 미국은 여전히 탄소 연료 소비가 많은 산업구조입니다. 온실가스 배출을 줄이면 당장 자국내 산업 경쟁력이 크게 약화될 것을 걱정하고 있습니다.

중국이나 인도 등 온실가스 배출이 많은 개발도상국들도 미국과 사정이 비슷합니다.

즉 온실 가스 배출을 줄이면 경제 개발이나 빈곤 탈출이라는 개도국들의 국가 과제를 달성하는데 차질이 생긴다는 것입니다.

또 그동안 지구 온난화를 불러 일으킨 주범이 바로 선진국들인데 뒤늦게 경제 개발에 나선 개도국들에게 똑같이 책임을 전가시키는 것은 부당하다는 논리입니다.

설령 개도국들에게 감축 의무를 부과한다 하더라도 그에 따른 경제적 피해는 선진국들이 재정 지원을 통해 보상을 해 줘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습니다.

<질문 4> 그런 주장을 펴는 개도국들은 현행 교토의정서 체제 아래서는 감축의무에서 벗어나 있습니다만 이번에 이들의 참여 문제가 큰 논란이 되지 않았습니까?

<답변 4>

또 말씀하신대로 개도국들 참여 문제가 이번 회의에서 두 번째로 큰 쟁점이었습니다.

중국이나 인도, 브라질, 그리고 우리나라 같은 개도국들은 현재 전 세계 온실가스 배출량의 약 40 % 정도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현행 교토 의정서 체제하에서는 개도국들에게까지 감축 의무를 부과하지는 않고 있습니다.

따라서 새로운 체제 하에서는 개도국들도 어떤 형태로든 감축 의무를 져야 한다는 데 대부분 공감대를 형성했습니다.

다만 이를 강제 할당 방식으로 할 것이냐, 아니면 각국 실정에 맞게 자발적 감축 방식으로 할 것이냐는 앞으로 실무 협의를 통해 더 논의를 해 나가기로 했습니다.

<질문 5> 그러면 개도국 그룹에 속해있는 우리나라는 이번 회의에서 어떤 입장을 취했습니까?

<답변 5>

우리나라는 현재 세계 10 위의 온실가스 배출국입니다. 그러나 우리 정부는 기본적으로 미국이나 캐나다 같은 선진국들이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는 상황에서, 굳이 적극적으로 나설 필요는 없다는 입장입니다.

선진국들이 먼저 선도적인 노력을 보이고 중국, 인도 같은 대량 배출국들이 광범위하게 참여해야 우리도 구체적인 감축 노력을 제시하겠다는 다소 소극적인 태도입니다.

사실 지구 온난화 억제 문제는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이 취임 이후 가장 역점을 두고 추진하고 있는 사업인데요.

그런 사무총장을 배출한 나라에서 너무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는 것 아니냐며, 국제사회의 따가운 질책이 잇따랐습니다.

이런 압력 때문에 우리 정부는 협상 말미에 온실가스 감축 목표치를 일부 제시하는 등 전향적인 태도 변화를 보였습니다만 기본적으로 선진국이나 다른 주요 개도국들 그늘에서 묻어가려는 소극적인 입장을 고수하고 있습니다.

<질문 6> 회의장 주변에선 세계 각 국에서 온 환경단체들의 시위가 잇따랐다고 하던데요. 실제로 어땠습니까?

<답변 6>

회의가 진행된 2 주일 동안 협상장 주변뿐만 아니라 세계 50 여개 나라에서 민간 환경단체들의 크고 작은 집회와 퍼포먼스가 잇따랐습니다.

특히 이번 회의에 가장 소극적인 태도를 보였던 미국과 부시 행정부를 비난하는 집회가 가장 많았습니다.

세계 최대의 패권 국가인 미국이 국익에만 집착하지 말고 전 인류의 미래를 배려하는 리더십을 보여 달라며 피켓을 들고 가두 집회를 벌이기도 했습니다.

회의장 입구에는 전 인류가 이번 회의 결과를 감시하고 있다는 뜻으로 눈 모양을 그린 풍선들을 나무에 매달아 두기도 했습니다. 지금까지 발리에서 전해드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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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UN기후변화회의 ‘발리 로드맵’은?
    • 입력 2007-12-16 10:48:46
    특파원 현장보고
<앵커 멘트> 인류의 미래가 걸린 지구 온난화 방지를 위한 유엔 기후변화회의가 어제 폐막됐습니다. 세계 190개국이 참가한 이번 회의에서는 이산화탄소 배출 목표치를 놓고 선진국간의, 또 선진국과 개발도상국간의 입장차이로 진통이 거듭됐는데요. 말 만 무성했던 이번 회의는 결국 2012년에 만료되는 교토의정서를 대체할 새로운 기후협약을 2009년까지 만들기로 합의하는 초라한 성과를 거두는데 그쳤습니다. 회의가 열린 인도네시아 발리에 나가 있는 김철민 특파원을 연결해서 자세한 내용 알아보겠습니다. <질문 1> 김 특파원, 이번 회의의 합의 내용이 기대에 미치지 못한다는 평가가 많은데 어떻습니까? <답변 1> 네, 그렇습니다. 지구 온난화가 심각하고 시급히 대처해야 한다는 데는 모두들 공감하면서도, 각국의 이해관계가 엇갈려서 구체적인 실천 방안이 도출되지 못했습니다. 다만 오는 2012 년에 끝나는 현행 교토 의정서를 대체해서, 새로운 국제 기후 협약을 만들어야 한다는 데는 모두들 이견이 없었습니다. 2012 년에 새로운 협약을 출범시키기 위해서는, 각국이 사전에 의회 비준 절차를 거쳐야 하는데요. 이 절차가 적어도 3년 정도 걸리기 때문에 늦어도 오는 2009 년까지는 새로운 기후 협약의 기본틀을 완성시키자고 합의한 게 이번 회의의 유일한 결과입니다. 이른바 발리 로드맵이라고 불리는 것인데요. 이 로드맵을 통해 앞으로 2 년간 실무 그룹들이 연간 4 차례 이상 만나서 구체적인 협상 절차와 범위, 협상 방식 등을 활발하게 논의하기로 했습니다. <질문 2> 이번 회의의 최대 쟁점은 온실 가스, 그러니까 이산화탄소 배출 감축 목표치였는데요. 어떤 결론이 났습니까? <답변 2> 네, 말씀하신 대로 이번 회의의 가장 큰 쟁점은 지구 온난화의 주범인 온실가스 배출을 얼마나 더 줄이느냐? 즉 감축 목표치를 얼마로 잡느냐 하는 것이었습니다. 현행 교토 의정서 아래서 온실가스 감축 의무를 지고 있는 유럽연합 등 38 개 선진국들은 오는 2020 년까지 1990 년 배출량 기준으로 최소 25 % 에서 최대 40 % 까지 온실가스를 추가로 줄이자고 주장했습니다. 그러나 세계 최대의 온실가스 배출국이면서, 동시에 선진국 가운데 유일하게 교토 의정서 참여를 거부하고 있는 미국은, 어떤 식으로든 온실가스 의무감축 비율을 강제로 할당하는 데는 절대로 동의할 수 없다고 버텼습니다. 또 세계 5 대 온실가스 배출국이면서도 개발도상국이라는 이유로 감축 의무에서 벗어나 있던 중국이나 인도 등도 강제 할당 방식의 감축이 아니라 국가별 상황에 맞는 자발적 감축 방식을 택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이렇게 각국의 입장이 막판까지 팽팽하게 맞서다 보니 결국 구체적인 감축 목표치를 설정하는 데는 실패했습니다. <질문 3> 개발도상국들의 사정은 그래도 이해가 됩니다만, 미국과 유럽은 왜 서로 다른 입장을 보이는 겁니까? <답변 3> 네, 유럽을 비롯한 선진국들은 진작부터 경제 구조를 청정 에너지 소비 구조로 전환시켜 왔습니다. 그래서 석탄이나 석유같은 탄소 연료 소비를 줄여도 산업 전반에 걸친 타격이 크지 않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그러나 미국은 여전히 탄소 연료 소비가 많은 산업구조입니다. 온실가스 배출을 줄이면 당장 자국내 산업 경쟁력이 크게 약화될 것을 걱정하고 있습니다. 중국이나 인도 등 온실가스 배출이 많은 개발도상국들도 미국과 사정이 비슷합니다. 즉 온실 가스 배출을 줄이면 경제 개발이나 빈곤 탈출이라는 개도국들의 국가 과제를 달성하는데 차질이 생긴다는 것입니다. 또 그동안 지구 온난화를 불러 일으킨 주범이 바로 선진국들인데 뒤늦게 경제 개발에 나선 개도국들에게 똑같이 책임을 전가시키는 것은 부당하다는 논리입니다. 설령 개도국들에게 감축 의무를 부과한다 하더라도 그에 따른 경제적 피해는 선진국들이 재정 지원을 통해 보상을 해 줘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습니다. <질문 4> 그런 주장을 펴는 개도국들은 현행 교토의정서 체제 아래서는 감축의무에서 벗어나 있습니다만 이번에 이들의 참여 문제가 큰 논란이 되지 않았습니까? <답변 4> 또 말씀하신대로 개도국들 참여 문제가 이번 회의에서 두 번째로 큰 쟁점이었습니다. 중국이나 인도, 브라질, 그리고 우리나라 같은 개도국들은 현재 전 세계 온실가스 배출량의 약 40 % 정도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현행 교토 의정서 체제하에서는 개도국들에게까지 감축 의무를 부과하지는 않고 있습니다. 따라서 새로운 체제 하에서는 개도국들도 어떤 형태로든 감축 의무를 져야 한다는 데 대부분 공감대를 형성했습니다. 다만 이를 강제 할당 방식으로 할 것이냐, 아니면 각국 실정에 맞게 자발적 감축 방식으로 할 것이냐는 앞으로 실무 협의를 통해 더 논의를 해 나가기로 했습니다. <질문 5> 그러면 개도국 그룹에 속해있는 우리나라는 이번 회의에서 어떤 입장을 취했습니까? <답변 5> 우리나라는 현재 세계 10 위의 온실가스 배출국입니다. 그러나 우리 정부는 기본적으로 미국이나 캐나다 같은 선진국들이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는 상황에서, 굳이 적극적으로 나설 필요는 없다는 입장입니다. 선진국들이 먼저 선도적인 노력을 보이고 중국, 인도 같은 대량 배출국들이 광범위하게 참여해야 우리도 구체적인 감축 노력을 제시하겠다는 다소 소극적인 태도입니다. 사실 지구 온난화 억제 문제는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이 취임 이후 가장 역점을 두고 추진하고 있는 사업인데요. 그런 사무총장을 배출한 나라에서 너무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는 것 아니냐며, 국제사회의 따가운 질책이 잇따랐습니다. 이런 압력 때문에 우리 정부는 협상 말미에 온실가스 감축 목표치를 일부 제시하는 등 전향적인 태도 변화를 보였습니다만 기본적으로 선진국이나 다른 주요 개도국들 그늘에서 묻어가려는 소극적인 입장을 고수하고 있습니다. <질문 6> 회의장 주변에선 세계 각 국에서 온 환경단체들의 시위가 잇따랐다고 하던데요. 실제로 어땠습니까? <답변 6> 회의가 진행된 2 주일 동안 협상장 주변뿐만 아니라 세계 50 여개 나라에서 민간 환경단체들의 크고 작은 집회와 퍼포먼스가 잇따랐습니다. 특히 이번 회의에 가장 소극적인 태도를 보였던 미국과 부시 행정부를 비난하는 집회가 가장 많았습니다. 세계 최대의 패권 국가인 미국이 국익에만 집착하지 말고 전 인류의 미래를 배려하는 리더십을 보여 달라며 피켓을 들고 가두 집회를 벌이기도 했습니다. 회의장 입구에는 전 인류가 이번 회의 결과를 감시하고 있다는 뜻으로 눈 모양을 그린 풍선들을 나무에 매달아 두기도 했습니다. 지금까지 발리에서 전해드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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