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촌 현장] 올림픽 앞둔 베이징의 ‘빛과 그늘’

입력 2008.01.20 (11:40) 수정 2008.01.20 (11: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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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상전벽해, 뽕나무 밭이 푸른 바다로 변한다는 이 고사성어는 오늘의 베이징을 말하고 있습니다.

올 8월에 열리는 올림픽을 앞두고 3천년 고도 베이징에서는 각양각색, 최첨단의 건물들이 속속 들어서면서 도시 자체가 새로 태어나고 있는데요.

하지만 그 과정에서 많은 문화 유산들이 사라지고, 서민들은 삶의 터전에서 쫓겨나는 아픔을 겪고 있습니다.

올림픽을 준비 중인 베이징의 빛과 그늘을, 정인성 특파원이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인터뷰> 베이징 시민: "중국인이라는 게 매우 자랑스럽고 기쁩니다."

<인터뷰> 철거 지역 주민: "다 철거해 버렸어요. 우리 가족들은 모두 맨땅에서 자고 있어요."

600년 동안 중국 황제들의 처소였던 자금성! 우주에서도 보인다는 만리장성! 과거 건축물로 상징되던 베이징시가 올림픽을 앞두고 대변신을 꾀하고 있습니다.

3월 개장을 앞두고 마무리 작업에 한창인 올림픽 주 경기장입니다. 9만 천 석 규모의 이 경기장은 독특한 형태 때문에 '새 둥지'라는 별칭으로 불리고 있습니다.

물방울이 직육면체 전체를 감싸고 있는 수영장, 이색적인 물결 모양 지붕의 실내 체육관 등도 독특한 자태를 뽐내고 있습니다. 베이징시내 30개 경기장의 공정률은 99%에 달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 경기장들이 베이징시의 대변신을 주도하고 있습니다.

피사의 사탑을 연상케 하는 중국 중앙 방송국의 새 건물입니다. 기울어진 건물 두 개가 꼭대기에서 이어지는 최첨단 건축 기법이 동원됐습니다. 10억 달러, 우리 돈으로 9천억 원이 넘는 돈이 투입된 이 건물은 영국의 더 타임스가 뽑은 세계 10대 건축 기적으로 꼽히고 있습니다.

<녹취> 올레 쉬렌(CCTV 신사옥 설계자): "허공에서 연결되는 고리 모양의 부분은 텔레비젼의 모든 면을 조합해 하나의 건축물로 만든 것입니다."

세계 최대 규모를 자랑하는 국가 대극장은 지난해 말 개장했습니다. 동서 길이는 2백 미터, 남북 길이는 백40미터가 넘습니다. 2천석이 넘는 오페라홀과 음악홀, 천 석의 연극홀은 물론 크고 작은 각종 홀들이 자리 잡고 있습니다.

<녹취> 가오위텐(국가대극장 매니저): "지금은 이런 양식의 건물을 받아들이는사람이 적을 지 몰라도 10년,20년 후에는 베이징의 대표적 건축물이 될 것입니다."

서우두 국제공항의 제3 청사도 다음달 문을 열 예정입니다. 축구 경기장 170개 규모의 이 터미널은, 자연 채광을 최대한 살린 세련된 건축미가 돋보이는 것으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올림픽 건축물들은 기념품 상품으로도 활용되고 있습니다. 금과 은으로 제작된 주 경기장 모형은 우리돈으로 수백만원을 호가하지만 인기를 끌고 있습니다.

<녹취> 이정(베이징 시민): "올림픽이 베이징에서 열리기 때문에 기념품을 사서 선물하면 우리가 주인이라는 느낌이 들어요."

올림픽 유치 이후 베이징은 인구 1800 만명, 자동차 300 만대, 호텔 780개를 갖춘 명실상부한 국제도시로 변신했습니다.

새롭게 들어서고 있는 각양각색의 건축물들은 베이징의 현재와 미래를 상징하는 새 랜드마크로 자리 잡고 있습니다.

최근 베이징의 변신은 과거 올림픽을 앞둔 서울의 모습이 떠오를 정도로 역동적이고 빠릅니다. 하지만 화려한 그 이면엔 전통 문화 유산이 사라지고 서민들이 삶의 터전에서 밀려나는 그늘이 숨어 있습니다.

베이징의 도심, 톈안먼 남쪽에 위치한 전통 골목 '후통' 지역입니다. 베이징시는 도시 이미지를 바꾼다는 이유로, 2년 전부터 이 지역에 대한 재개발 공사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수백 년 동안 베이징의 산 증인이었던 '후통'의 상당 부분이 파편이 됐습니다. 2만 가구에 달했던 주민들은 보상금을 받고 뿔뿔이 흩어졌고, 갈 곳 없는 6천 가구만 남아 있습니다. 시 정부에서 지급한 보상금으론 집을 마련할 수 없다는 게 남아있는 주민들의 하소연입니다.

<인터뷰> 왕젠(철거 지역 주민): "3년 전이라면 30만 위안으로 60 제곱 미터짜리 집을 살 수 있었어요. 하지만 지금은 집값이 두 배 이상 올라 60만 위안으로도 살 수 없어요."

올림픽 경기장 부근 사정도 비슷합니다. 경기장 주변의 빈민 거주지들이 계속 철거되고 있습니다. 이사를 거부하며 항의하는 주민들도 있지만 역부족입니다.

<녹취> 장야오야오(철거 지역 주민): "올림픽을 핑계로 시정부에서 약간의 보상금만 주고 우리 집을 부쉈어요. 이게 올림픽을 개최하는 중국의 방식인가요? 중국에서 인권이란 게 있나요?"

도시 미관을 해친다는 이유로, 경기장 건설에 필요하다는 이유로 30여개 동네가 사라졌고, 집을 잃은 베이징 시민은 150만 명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되고 있습니다. '올림픽의 성공'이란 기치 아래 모든 것이 묻혀가는 분위기입니다

베이징 올림픽은 전세계 2백여개 국가에서 만5천여명의 선수단이 참가해 역대 최대 규모가 될 전망입니다.

전세계에서 몰려든 170만명 이상의 관광객은 베이징의 현대화된 모습에 경탄을 하게 될 것입니다.

하지만 화려한 겉모습을 만드는 과정에서 사라져 버린 문화 유산과 쫓겨난 서민들의 상처는 베이징이 짊어져야 할 또 다른 역사가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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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구촌 현장] 올림픽 앞둔 베이징의 ‘빛과 그늘’
    • 입력 2008-01-20 08:15:42
    • 수정2008-01-20 11:45:16
    특파원 현장보고
<앵커 멘트> 상전벽해, 뽕나무 밭이 푸른 바다로 변한다는 이 고사성어는 오늘의 베이징을 말하고 있습니다. 올 8월에 열리는 올림픽을 앞두고 3천년 고도 베이징에서는 각양각색, 최첨단의 건물들이 속속 들어서면서 도시 자체가 새로 태어나고 있는데요. 하지만 그 과정에서 많은 문화 유산들이 사라지고, 서민들은 삶의 터전에서 쫓겨나는 아픔을 겪고 있습니다. 올림픽을 준비 중인 베이징의 빛과 그늘을, 정인성 특파원이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인터뷰> 베이징 시민: "중국인이라는 게 매우 자랑스럽고 기쁩니다." <인터뷰> 철거 지역 주민: "다 철거해 버렸어요. 우리 가족들은 모두 맨땅에서 자고 있어요." 600년 동안 중국 황제들의 처소였던 자금성! 우주에서도 보인다는 만리장성! 과거 건축물로 상징되던 베이징시가 올림픽을 앞두고 대변신을 꾀하고 있습니다. 3월 개장을 앞두고 마무리 작업에 한창인 올림픽 주 경기장입니다. 9만 천 석 규모의 이 경기장은 독특한 형태 때문에 '새 둥지'라는 별칭으로 불리고 있습니다. 물방울이 직육면체 전체를 감싸고 있는 수영장, 이색적인 물결 모양 지붕의 실내 체육관 등도 독특한 자태를 뽐내고 있습니다. 베이징시내 30개 경기장의 공정률은 99%에 달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 경기장들이 베이징시의 대변신을 주도하고 있습니다. 피사의 사탑을 연상케 하는 중국 중앙 방송국의 새 건물입니다. 기울어진 건물 두 개가 꼭대기에서 이어지는 최첨단 건축 기법이 동원됐습니다. 10억 달러, 우리 돈으로 9천억 원이 넘는 돈이 투입된 이 건물은 영국의 더 타임스가 뽑은 세계 10대 건축 기적으로 꼽히고 있습니다. <녹취> 올레 쉬렌(CCTV 신사옥 설계자): "허공에서 연결되는 고리 모양의 부분은 텔레비젼의 모든 면을 조합해 하나의 건축물로 만든 것입니다." 세계 최대 규모를 자랑하는 국가 대극장은 지난해 말 개장했습니다. 동서 길이는 2백 미터, 남북 길이는 백40미터가 넘습니다. 2천석이 넘는 오페라홀과 음악홀, 천 석의 연극홀은 물론 크고 작은 각종 홀들이 자리 잡고 있습니다. <녹취> 가오위텐(국가대극장 매니저): "지금은 이런 양식의 건물을 받아들이는사람이 적을 지 몰라도 10년,20년 후에는 베이징의 대표적 건축물이 될 것입니다." 서우두 국제공항의 제3 청사도 다음달 문을 열 예정입니다. 축구 경기장 170개 규모의 이 터미널은, 자연 채광을 최대한 살린 세련된 건축미가 돋보이는 것으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올림픽 건축물들은 기념품 상품으로도 활용되고 있습니다. 금과 은으로 제작된 주 경기장 모형은 우리돈으로 수백만원을 호가하지만 인기를 끌고 있습니다. <녹취> 이정(베이징 시민): "올림픽이 베이징에서 열리기 때문에 기념품을 사서 선물하면 우리가 주인이라는 느낌이 들어요." 올림픽 유치 이후 베이징은 인구 1800 만명, 자동차 300 만대, 호텔 780개를 갖춘 명실상부한 국제도시로 변신했습니다. 새롭게 들어서고 있는 각양각색의 건축물들은 베이징의 현재와 미래를 상징하는 새 랜드마크로 자리 잡고 있습니다. 최근 베이징의 변신은 과거 올림픽을 앞둔 서울의 모습이 떠오를 정도로 역동적이고 빠릅니다. 하지만 화려한 그 이면엔 전통 문화 유산이 사라지고 서민들이 삶의 터전에서 밀려나는 그늘이 숨어 있습니다. 베이징의 도심, 톈안먼 남쪽에 위치한 전통 골목 '후통' 지역입니다. 베이징시는 도시 이미지를 바꾼다는 이유로, 2년 전부터 이 지역에 대한 재개발 공사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수백 년 동안 베이징의 산 증인이었던 '후통'의 상당 부분이 파편이 됐습니다. 2만 가구에 달했던 주민들은 보상금을 받고 뿔뿔이 흩어졌고, 갈 곳 없는 6천 가구만 남아 있습니다. 시 정부에서 지급한 보상금으론 집을 마련할 수 없다는 게 남아있는 주민들의 하소연입니다. <인터뷰> 왕젠(철거 지역 주민): "3년 전이라면 30만 위안으로 60 제곱 미터짜리 집을 살 수 있었어요. 하지만 지금은 집값이 두 배 이상 올라 60만 위안으로도 살 수 없어요." 올림픽 경기장 부근 사정도 비슷합니다. 경기장 주변의 빈민 거주지들이 계속 철거되고 있습니다. 이사를 거부하며 항의하는 주민들도 있지만 역부족입니다. <녹취> 장야오야오(철거 지역 주민): "올림픽을 핑계로 시정부에서 약간의 보상금만 주고 우리 집을 부쉈어요. 이게 올림픽을 개최하는 중국의 방식인가요? 중국에서 인권이란 게 있나요?" 도시 미관을 해친다는 이유로, 경기장 건설에 필요하다는 이유로 30여개 동네가 사라졌고, 집을 잃은 베이징 시민은 150만 명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되고 있습니다. '올림픽의 성공'이란 기치 아래 모든 것이 묻혀가는 분위기입니다 베이징 올림픽은 전세계 2백여개 국가에서 만5천여명의 선수단이 참가해 역대 최대 규모가 될 전망입니다. 전세계에서 몰려든 170만명 이상의 관광객은 베이징의 현대화된 모습에 경탄을 하게 될 것입니다. 하지만 화려한 겉모습을 만드는 과정에서 사라져 버린 문화 유산과 쫓겨난 서민들의 상처는 베이징이 짊어져야 할 또 다른 역사가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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