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 고달파요

⊙앵커: 날씨까지 추워져서 더 걱정입니다마는 잦은 눈 때문에 고생하시는 분들이 너무 많습니다.
고지대 주민들은 며칠째 생활에 큰 불편을 겪고 있고 각종 배달일을 하는 사람들이나 환경미화원들도 고달픈 하루 하루를 보내고 있습니다.
취재에 최동혁 기자입니다.
⊙기자: 서울 신림동의 한 고지대 마을입니다.
주부 이혜숙 씨 집에 가스가 떨어졌지만 배달이 되지 않습니다.
⊙인터뷰: 며칠 전에 전화하신 집 아니에요?
⊙인터뷰: 맞는데요.
⊙인터뷰: 땅이 미끄러워서 못 올라가겠는데요.
⊙기자: 가스가 떨어진 지 3일이 지났지만 그저 눈이 녹기만을 기다릴 수밖에 없습니다.
⊙이혜숙(서울 신림7동): 조그만 버너 하나 사다가 그렇게 해서 먹을 것도 제대로 못 해먹고요.
⊙기자: 경사가 급한 고지대 마을 주민들은 눈만 오면 가스나 연탄 등 기본적인 생필품 배달마저 끊겨버립니다.
⊙장영오(가스배달업소 사장): 3일째 지금 못 갖다 주고 있어요, 꼭대기로.
차도 못 올라가고 오토바이도 못 올라가고 사람이 메고 올라갈 수는 없고.
⊙기자: 녹을 만하면 또 내리는 눈 때문에 가장 힘들어진 사람은 배달 일을 하는 사람들입니다.
눈이 쌓인 급경사길을 만나면 오토바이도 무용지물입니다.
⊙엄종근(쌀가게 주인): 한 40군데 들어오면 한 20군데밖에 못 가요.
⊙기자: 왜요?
⊙엄종근(쌀가게 주인): 미끄러워가지고요.
⊙기자: 퀵서비스도 곳곳이 빙판길로 변하자 위험한 오토바이를 버리고 택시나 지하철 등 대중교통수단을 이용해 배달을 하고 있는 형편입니다.
하지만 이들보다 눈이 더 싫은 사람은 바로 눈을 치우는 일을 하는 사람들입니다.
치울만 하면 또 내리는 눈 탓에 이제는 눈이 지겹다고 말합니다.
⊙이광욱(영등포구 환경미화원): 진짜 싫어요.
⊙기자: 눈 오는 것 싫으세요?
⊙이광욱(영등포구 환경미화원): 처음에는 좋았었는데 이제는 싫어요.
⊙기자: 정도를 지나치면 부족한 것보다 못 하듯이 백색의 세계로 겨울의 정취를 한껏 맛보게 했던 눈도 그 정도가 지나쳐 이제 지겨워하는 시민들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KBS뉴스 최동혁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