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층취재] 추방 위기에 몰린 이주 아동

입력 2008.02.08 (2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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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외국인 불법 체류자들의 자녀 역시 한국에서 불안한 삶을 살고 있습니다.
더군다나 학교에 다니는 아이 때문에 한시적으로 체류를 보장받은 이들도 이달말로 그 시한이 끝나 새학기가 되면 자녀와 함께 추방될 처지에 놓였습니다.

김지선 기자가 심층취재했습니다.

<리포트>

인도네시아에서 우리나라로 온 지 6년째인 뜨구.

처음엔 낯선 한국 친구들과 지내는 게 힘들었지만 지금은 유창한 한국어 실력을 뽐낼 정도입니다.

하지만 뜨구는 다음달이면 한국을 떠나야 할 처지입니다.

불법 체류자인 부모님의 비자 시한이 이달로 만료되기 때문입니다.

<인터뷰> 뜨구(초등학교 4학년) : "예전에 아빠가 한번 잡혔었는데 그게 슬펐어요. 여기서 부모님이랑 계속 공부할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영광이는 지난 2000년 한국에서 태어나자마자 불법 체류자가 됐습니다.

스리랑카에서 온 엄마, 아빠가 불법 체류자였기 때문입니다.

영광이를 학교에 바래다주던 엄마는 단속에 걸려 추방될 뻔한 적도 있었습니다.

<인터뷰> 야무나(하영광 엄마) : "그때 진짜 답답했었어요. 너무 불안했어요. 잠을 잘 때도 밥을 먹을 때도 나는 조금 있다가 나가야 돼, 나가야 돼 그렇게 생각했었으니까요."

불법 체류자 아이들의 인권을 보장하라는 요구가 높아지자, 법무부는 지난 2006년 초등학교에 다니는 자녀를 둔 불법 체류자들에게 비자를 연장해줬습니다.

불법 체류 사실을 자진 신고한다는 조건 하에서였습니다.

그러나 이 혜택을 받은 아이들은 불과 90여 명.

국내에 거주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되는 초 중 고등학생 불법 체류자 자녀 만여 명 가운데 극히 일부에 불과합니다.

그마저도 이달이면 비자가 끝나 자기 나라로 돌아가야 할 처지입니다.

정부는 불법 체류자의 자녀들도 학교에 다닐 수 있도록 허용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입학 허가를 학교장의 재량에 맡겨뒀기 때문에 이런저런 이유로 아이들의 입학을 거부하는 학교도 많습니다.

이주 아동들을 위한 교육 체계도 없고 불법 체류하는 아이들을 맡아서 교육하기를 부담스러워하기 때문입니다.

대다수 아이들은 불법 체류자의 신분으로 학교에 다니거나 학업을 아예 포기하는 실정입니다.

<녹취> 미등록 고등학생 : "학교 안 다니는 친구들은 거의 공장에서 일하고.. 놀고 일하고 계속 이것만 반복해요."

정부는 아이들이 학교에 다닌다는 이유만으로 불법 체류하고 있는 부모들의 체류를 보장해줄 수는 없다는 입장입니다.

<인터뷰> 이춘복(법무부 체류 정책과 과장) : "또 다른 불법 체류를 양산하는 문제가 제기되기 때문에 2월 29일까지 한시적으로 출국 유예 조치를 해준 것을 재연장하는 것은 곤란하다는 입장입니다."

그러나 시민단체들은 이제 우리 정부가 인식을 바꿔야 할 때라고 말합니다.

<인터뷰> 이은하(성동외국인근로자센터 팀장) : "우리나라 국민이 단일한 언어로 하지 못하는 것들을 두 가지, 세 가지 언어로 능통한 사람으로 자라게 되거든요. 나중에 이 아이들이 한국에서 얼마나 훌륭한 자원이 될 것인가."

우리나라는 부모의 체류 신분에 상관없이 아동의 교육권을 보장해야 한다는 'UN 아동권리협약'을 지난 91년 비준한 바 있습니다.

KBS 뉴스 김지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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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심층취재] 추방 위기에 몰린 이주 아동
    • 입력 2008-02-08 21:21:40
    뉴스 9
<앵커 멘트> 외국인 불법 체류자들의 자녀 역시 한국에서 불안한 삶을 살고 있습니다. 더군다나 학교에 다니는 아이 때문에 한시적으로 체류를 보장받은 이들도 이달말로 그 시한이 끝나 새학기가 되면 자녀와 함께 추방될 처지에 놓였습니다. 김지선 기자가 심층취재했습니다. <리포트> 인도네시아에서 우리나라로 온 지 6년째인 뜨구. 처음엔 낯선 한국 친구들과 지내는 게 힘들었지만 지금은 유창한 한국어 실력을 뽐낼 정도입니다. 하지만 뜨구는 다음달이면 한국을 떠나야 할 처지입니다. 불법 체류자인 부모님의 비자 시한이 이달로 만료되기 때문입니다. <인터뷰> 뜨구(초등학교 4학년) : "예전에 아빠가 한번 잡혔었는데 그게 슬펐어요. 여기서 부모님이랑 계속 공부할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영광이는 지난 2000년 한국에서 태어나자마자 불법 체류자가 됐습니다. 스리랑카에서 온 엄마, 아빠가 불법 체류자였기 때문입니다. 영광이를 학교에 바래다주던 엄마는 단속에 걸려 추방될 뻔한 적도 있었습니다. <인터뷰> 야무나(하영광 엄마) : "그때 진짜 답답했었어요. 너무 불안했어요. 잠을 잘 때도 밥을 먹을 때도 나는 조금 있다가 나가야 돼, 나가야 돼 그렇게 생각했었으니까요." 불법 체류자 아이들의 인권을 보장하라는 요구가 높아지자, 법무부는 지난 2006년 초등학교에 다니는 자녀를 둔 불법 체류자들에게 비자를 연장해줬습니다. 불법 체류 사실을 자진 신고한다는 조건 하에서였습니다. 그러나 이 혜택을 받은 아이들은 불과 90여 명. 국내에 거주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되는 초 중 고등학생 불법 체류자 자녀 만여 명 가운데 극히 일부에 불과합니다. 그마저도 이달이면 비자가 끝나 자기 나라로 돌아가야 할 처지입니다. 정부는 불법 체류자의 자녀들도 학교에 다닐 수 있도록 허용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입학 허가를 학교장의 재량에 맡겨뒀기 때문에 이런저런 이유로 아이들의 입학을 거부하는 학교도 많습니다. 이주 아동들을 위한 교육 체계도 없고 불법 체류하는 아이들을 맡아서 교육하기를 부담스러워하기 때문입니다. 대다수 아이들은 불법 체류자의 신분으로 학교에 다니거나 학업을 아예 포기하는 실정입니다. <녹취> 미등록 고등학생 : "학교 안 다니는 친구들은 거의 공장에서 일하고.. 놀고 일하고 계속 이것만 반복해요." 정부는 아이들이 학교에 다닌다는 이유만으로 불법 체류하고 있는 부모들의 체류를 보장해줄 수는 없다는 입장입니다. <인터뷰> 이춘복(법무부 체류 정책과 과장) : "또 다른 불법 체류를 양산하는 문제가 제기되기 때문에 2월 29일까지 한시적으로 출국 유예 조치를 해준 것을 재연장하는 것은 곤란하다는 입장입니다." 그러나 시민단체들은 이제 우리 정부가 인식을 바꿔야 할 때라고 말합니다. <인터뷰> 이은하(성동외국인근로자센터 팀장) : "우리나라 국민이 단일한 언어로 하지 못하는 것들을 두 가지, 세 가지 언어로 능통한 사람으로 자라게 되거든요. 나중에 이 아이들이 한국에서 얼마나 훌륭한 자원이 될 것인가." 우리나라는 부모의 체류 신분에 상관없이 아동의 교육권을 보장해야 한다는 'UN 아동권리협약'을 지난 91년 비준한 바 있습니다. KBS 뉴스 김지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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