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 사회 갈등 일으키는 ‘할당 제도’

입력 2008.02.09 (21:49) 수정 2008.02.09 (22: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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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카스트 제도가 여전히 큰 영향력을 갖고있는 인도에는, 신분이 낮은 사람들에게 여러 혜택을 주는 '할당 제도'가 있습니다.
그런데 좋은 명분으로 시자된 이제도가 오히려 사회갈등을 일으키고 있다고 합니다.
이재강 특파원이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인도 북서부 라자스탄 주에서 올라온 농민들이 시위를 벌이고 있습니다.

인도에 6백여 만명이 있는 '구자르'라는 부족 사람들입니다.

이들은 자신들을 '지정 부족민'으로 인정해 줄 것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그렇게 되면 취직과 대학 입학이 한결 쉬워지기 때문입니다.

<인터뷰>카르타르 싱(구자르 부족민) : "우리를 '지정부족민'으로 해주겠다고 공약하는 정당에 투표할 것입니다. "

인도 정부는 독립 직후부터 불가촉천민을 뜻하는 '지정카스트', 부족 공동체 집단인 '지정부족민'에 대해 정부와 공공기관 일자리, 그리고 고등교육기관 정원의 각각 15%와 7.5%를 할당하고 있습니다.

1990년부터는 또다른 하층민이 '여타후진계급'으로 지정돼, 공무원 자리의 27%가 이들로 채워지고 있고, 이는 대학으로 확대될 예정입니다.

총 50%가 할당으로 충원되는 셈입니다.

<인터뷰>아비세크 아만(대학생) : "하위 카스트보다는 빈곤 계층을 우대하는 정책을 써야 나라가 발전할 것입니다."

인도에서 하위 계급은 인구의 50%에서 70%, 선거에서 이들이 갖는 막강한 영향력 때문에, 할당의 대상과 폭은 날로 커지고 있습니다.

불가촉천민을 정치적 기반으로 하는 우타르프라데시 주정부는 최근 이 제도를 민간 분야로까지 확대하기로 해 논란을 일으키고 있습니다.

<인터뷰>아닐 아난드(힌두스탄 타임스/논설위원) : "정치인들이 정서에 영합해 득표 수단으로 이용하면서 할당 제도에 해를 주고 있습니다."

할당 혜택을 요구하는 집단적 목소리가 곳곳에서 터져나오고 이에 반대하는 집단과 유혈 충돌까지 벌어지면서, 당초 사회적 약자의 지위를 개선하기 위해 도입된 제도가 갈수록 갈등의 진원지가 되고 있습니다.

카스트에 따른 차별은 현실에서 엄연히 남아 있고, 이 차별을 해결해보려는 할당 제도는 새로운 도전에 직면해 있지만... 인도 사회는 이 문제에 대해 아직 뚜렷한 대안을 찾지 못하고 있습니다.

뉴델리에서 KBS 뉴스 이재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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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인도, 사회 갈등 일으키는 ‘할당 제도’
    • 입력 2008-02-09 21:17:52
    • 수정2008-02-09 22:2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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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카스트 제도가 여전히 큰 영향력을 갖고있는 인도에는, 신분이 낮은 사람들에게 여러 혜택을 주는 '할당 제도'가 있습니다. 그런데 좋은 명분으로 시자된 이제도가 오히려 사회갈등을 일으키고 있다고 합니다. 이재강 특파원이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인도 북서부 라자스탄 주에서 올라온 농민들이 시위를 벌이고 있습니다. 인도에 6백여 만명이 있는 '구자르'라는 부족 사람들입니다. 이들은 자신들을 '지정 부족민'으로 인정해 줄 것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그렇게 되면 취직과 대학 입학이 한결 쉬워지기 때문입니다. <인터뷰>카르타르 싱(구자르 부족민) : "우리를 '지정부족민'으로 해주겠다고 공약하는 정당에 투표할 것입니다. " 인도 정부는 독립 직후부터 불가촉천민을 뜻하는 '지정카스트', 부족 공동체 집단인 '지정부족민'에 대해 정부와 공공기관 일자리, 그리고 고등교육기관 정원의 각각 15%와 7.5%를 할당하고 있습니다. 1990년부터는 또다른 하층민이 '여타후진계급'으로 지정돼, 공무원 자리의 27%가 이들로 채워지고 있고, 이는 대학으로 확대될 예정입니다. 총 50%가 할당으로 충원되는 셈입니다. <인터뷰>아비세크 아만(대학생) : "하위 카스트보다는 빈곤 계층을 우대하는 정책을 써야 나라가 발전할 것입니다." 인도에서 하위 계급은 인구의 50%에서 70%, 선거에서 이들이 갖는 막강한 영향력 때문에, 할당의 대상과 폭은 날로 커지고 있습니다. 불가촉천민을 정치적 기반으로 하는 우타르프라데시 주정부는 최근 이 제도를 민간 분야로까지 확대하기로 해 논란을 일으키고 있습니다. <인터뷰>아닐 아난드(힌두스탄 타임스/논설위원) : "정치인들이 정서에 영합해 득표 수단으로 이용하면서 할당 제도에 해를 주고 있습니다." 할당 혜택을 요구하는 집단적 목소리가 곳곳에서 터져나오고 이에 반대하는 집단과 유혈 충돌까지 벌어지면서, 당초 사회적 약자의 지위를 개선하기 위해 도입된 제도가 갈수록 갈등의 진원지가 되고 있습니다. 카스트에 따른 차별은 현실에서 엄연히 남아 있고, 이 차별을 해결해보려는 할당 제도는 새로운 도전에 직면해 있지만... 인도 사회는 이 문제에 대해 아직 뚜렷한 대안을 찾지 못하고 있습니다. 뉴델리에서 KBS 뉴스 이재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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