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태수 전 회장, 교비로 해외 도피 생활

입력 2008.02.14 (21: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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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정태수 전한보그룹 회장이 1년 가까이 해외 도피생활을 해오면서 자신이 설립한 대학의 지원을 받고 있는 것으로 KBS 취재결과 확인됐습니다.

학교 운영에도 여전히 개입하고 있습니다.

엄진아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2천 2백억 원이 넘는 세금을 내지 않아 4년째 고액 체납자 부동의 1위인 정태수 전 한보그룹 회장, 정 씨는 지난해 자신이 설립한 강릉영동대학의 교비 수십 억 원을 횡령한 혐의로 징역형을 선고받은 뒤 지병을 치료한다며 해외로 나가 1년 가까이 돌아오지 않고 있습니다.

정 씨는 현재 카자흐스탄에 머물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녹취> 정태수 씨 카자흐스탄 현지 통역 담당: (정 전 회장의 건강이 좋지 않나요?) "그런 말은 못 들었는 데, 건강해 보이셨어요."

정 씨의 며느리가 학장으로 있는 강릉영동대학입니다.

이 대학은 지난해 가을 정 씨의 도피처인 카자흐스탄에 뜬금없이 해외지사를 만들었습니다.

유학생을 유치하겠다는 게 겉으로 내세운 이유지만 현지에 사무실도 없고 지사를 통해 유학생을 유치한 적도 없습니다.

더욱이 해외지사에 파견된 직원 2명 가운데 한 명은 정 씨의 오랜 측근이고, 나머지 1명은 유치업무와 관련 없는 정 씨의 전속 간호사로 확인됐습니다.

<녹취> 정태수 씨 카자흐스탄 현지 통역 담당: ((정 씨와)간호사들이 항상 같이 계셨나요?) "예, 약도 드리고 필요한 거 챙겨 드리고..."

지사 운영비와 인건비는 전액 대학에서 지불됐습니다.

대학 측은 정 씨에게 간호사를 파견한 것은 인정했지만 해외지사는 정 씨와 관련이 없다고 주장합니다.

<녹취> 강릉영동대 기획실 관계자: (유치지사하고 정 전 회장하고 관련성이 있습니까?) "관련성이 전혀 없죠."

정 씨는 도피 생활 중에도 학교 운영에 깊숙히 개입했습니다.

정 씨가 지난해 9월 대학에 보낸 문건입니다.

특정인을 석좌교수로 임명하라는 내용입니다.

<녹취> 강릉영동대 기획실 관계자: (해외지사하고 정 전 회장하고 관련성이 있습니까?) "관련성이 전혀 없죠."

<녹취> 대학 관계자(음성변조): "여직원 한 명까지도 다 인사를 지시하고 있죠." (해외 도피 중에도...) "그럼요."

정태수 씨는 설립자라는 이유로 학교 돈도 가져다 쓴 것으로 교육부 감사에서 드러났습니다.

장학기금 가운데 2억 원 가까이가 정 씨에게 빠져나갔고 지속적으로 생계비 지원 등을 요구하기도 했습니다.

정 씨가 횡령한 학교 돈 30여 억 원도 아직까지 변제되지 않았습니다.

<녹취> 학교 관계자(음성변조): "전체적인 학교 감사 이런 걸 안 했기 때문에 정확한 수치는 모르지만, 지난 5년 동안 (정태수씨에게 나간 돈이) 20~30억 원 정도라고 추산합니다. 매 년"
강릉영동대학은 교수협의회도, 직원 노조도 꾸려지지 않았습니다.

결국 그 어떤 제재 장치도 없었던 겁니다.

강릉영동대가 설립된 지난 83년 이후 교육부 감사는 단 두 차례, 그것도 부분 감사에 그쳤습니다.

KBS 뉴스 엄진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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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태수 전 회장, 교비로 해외 도피 생활
    • 입력 2008-02-14 21:16:57
    뉴스 9
<앵커 멘트> 정태수 전한보그룹 회장이 1년 가까이 해외 도피생활을 해오면서 자신이 설립한 대학의 지원을 받고 있는 것으로 KBS 취재결과 확인됐습니다. 학교 운영에도 여전히 개입하고 있습니다. 엄진아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2천 2백억 원이 넘는 세금을 내지 않아 4년째 고액 체납자 부동의 1위인 정태수 전 한보그룹 회장, 정 씨는 지난해 자신이 설립한 강릉영동대학의 교비 수십 억 원을 횡령한 혐의로 징역형을 선고받은 뒤 지병을 치료한다며 해외로 나가 1년 가까이 돌아오지 않고 있습니다. 정 씨는 현재 카자흐스탄에 머물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녹취> 정태수 씨 카자흐스탄 현지 통역 담당: (정 전 회장의 건강이 좋지 않나요?) "그런 말은 못 들었는 데, 건강해 보이셨어요." 정 씨의 며느리가 학장으로 있는 강릉영동대학입니다. 이 대학은 지난해 가을 정 씨의 도피처인 카자흐스탄에 뜬금없이 해외지사를 만들었습니다. 유학생을 유치하겠다는 게 겉으로 내세운 이유지만 현지에 사무실도 없고 지사를 통해 유학생을 유치한 적도 없습니다. 더욱이 해외지사에 파견된 직원 2명 가운데 한 명은 정 씨의 오랜 측근이고, 나머지 1명은 유치업무와 관련 없는 정 씨의 전속 간호사로 확인됐습니다. <녹취> 정태수 씨 카자흐스탄 현지 통역 담당: ((정 씨와)간호사들이 항상 같이 계셨나요?) "예, 약도 드리고 필요한 거 챙겨 드리고..." 지사 운영비와 인건비는 전액 대학에서 지불됐습니다. 대학 측은 정 씨에게 간호사를 파견한 것은 인정했지만 해외지사는 정 씨와 관련이 없다고 주장합니다. <녹취> 강릉영동대 기획실 관계자: (유치지사하고 정 전 회장하고 관련성이 있습니까?) "관련성이 전혀 없죠." 정 씨는 도피 생활 중에도 학교 운영에 깊숙히 개입했습니다. 정 씨가 지난해 9월 대학에 보낸 문건입니다. 특정인을 석좌교수로 임명하라는 내용입니다. <녹취> 강릉영동대 기획실 관계자: (해외지사하고 정 전 회장하고 관련성이 있습니까?) "관련성이 전혀 없죠." <녹취> 대학 관계자(음성변조): "여직원 한 명까지도 다 인사를 지시하고 있죠." (해외 도피 중에도...) "그럼요." 정태수 씨는 설립자라는 이유로 학교 돈도 가져다 쓴 것으로 교육부 감사에서 드러났습니다. 장학기금 가운데 2억 원 가까이가 정 씨에게 빠져나갔고 지속적으로 생계비 지원 등을 요구하기도 했습니다. 정 씨가 횡령한 학교 돈 30여 억 원도 아직까지 변제되지 않았습니다. <녹취> 학교 관계자(음성변조): "전체적인 학교 감사 이런 걸 안 했기 때문에 정확한 수치는 모르지만, 지난 5년 동안 (정태수씨에게 나간 돈이) 20~30억 원 정도라고 추산합니다. 매 년" 강릉영동대학은 교수협의회도, 직원 노조도 꾸려지지 않았습니다. 결국 그 어떤 제재 장치도 없었던 겁니다. 강릉영동대가 설립된 지난 83년 이후 교육부 감사는 단 두 차례, 그것도 부분 감사에 그쳤습니다. KBS 뉴스 엄진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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