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추적] 물 새고 불 나고…주공 땜질조치만

입력 2008.02.23 (21:52) 수정 2008.02.23 (22: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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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인천의 한 주공아파트 단지 집안 내부 곳곳에서 물이 흐를 정도로 습기가 차고, 누전차단기 불량으로 불이 나기도 하는 등 주민들이 큰 불편을 겪고 있습니다.

그런데도 주택공사는 석달째 땜질조치만 하고 있어 주민 불만을 키우고 있습니다.

김시원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지난해 봄 입주한 인천 논현동의 주공 임대아파트입니다.

철문 안쪽으로 습기가 가득 맺혀있고, 출입문 위 쪽에서는 굵은 물방울이 뚝뚝 떨어집니다.

문 잠금쇠는 녹슬었고, 디지털 잠금장치도 여러 번 고장났습니다.

추운 날 아침이면 현관문이 아예 얼어 붙기도 합니다.

<녹취> 이현정(아파트 주민) : "추운 날은 아이들이 학교 갈 때 몸으로 쿵 밀고도 가구요. 학교 갈 때 2, 3방울씩 뚝뚝 떨어지고 그러거든요."

다른 집들도 상황은 비슷합니다.

이 집은 아침마다 창틀에 물이 넘칩니다.

집이 너무 따뜻한가 싶어 하루에도 몇 번씩 환기를 해 봤지만, 소용이 없습니다.

<녹취> 홍동호(아파트 주민) : "평소에 계속 짜는 거에요. 하루 일과가 쥐어짜서 물 빼는 거, 얼어서 물도 안빠져..."

누전 차단기가 수시로 내려가는 집이 있는가 하면, 이 집의 경우에는 벽 면으로 물이 스며들면서 누전차단기에서 불이 나기도 했습니다.

주민들은 불안합니다.

하지만 주공은 불이 난 2가구의 누전차단기만 교체해 주고, 전기 이상을 호소한 80여 가구에 대해서는 임시 조치만 했습니다.

<녹취> 최정임(아파트 주민) : "실리콘을 떼워주셨더라구요. 불이 안나고 차단기만 내려간 집들은 거기만 떼워주고..."

이 아파트 단지에서 결로 현상을 호소하는 곳은 250여 가구로 전체 천 5백여 가구 가운데 16%가 넘습니다.

인근 임대아파트도 정도의 차이가 있을 뿐 비슷한 문제를 호소하고 있습니다.

주공은 임대 아파트가 복도식인데다 소형 평수여서 어쩔 수 없다는 입장입니다.

환기를 자주 시키고, 난방을 줄이라는 말만 되풀이합니다.

<인터뷰>유부현(주택공사 인천 고객지원팀장) : "생활 습성과 실용적이 적어서 발생하는 게 가장 크다고 생각합니다."

그렇다면 구조적인 문제는 없는 지, 전문가와 함께 한 집을 찾아 갔습니다.

열 화상 측정 장치로 결로 현상이 나타나는 곳을 촬영해 봤더니 현관문 주변의 최고 온도가 24.1도, 최저 온도는 16도 씨로 8도 가까이 차이가 납니다.

결로 현상이 나타나는 집과 그렇지 않은 집을 비교해 본 결과 같은 현관문이라도 온도 차가 6도 이상 나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일반 문틀로 공사한 뒤에 결로 방지 기능이 추가된 문을 뒤늦게 설치하면서 일부 세대의 문틀과 문 사이에 틈이 생긴 겁니다.

<인터뷰> 강재식(한국건설기술연구원) : "문틀과 문 사이로 외부 공기가 지속적으로 유입이 되는 겁니다. 결로 현상이 생길 수밖에 없는 거죠."

하지만 주공은 공식 하자는 단 14건 뿐이라면서, 시공상 문제점을 인정하지 않고 있습니다.

주민들은 대책위를 꾸려 전문가와 자체 조사에 나섰습니다.

<인터뷰> 이경수(아파트 동대표) : "하자에 대한 진단결과를 내놓고 결로가 심각하게 만든 원인이 뭔지 주공이 책임있게 규명을 해야 한다는 거죠."

서민들의 주거 안정을 위해 임대아파트를 짓는다는 대한주택공사.

수백여 가구의 주민들이 누수와 화재 위험에 노출돼 있는데, 민원 접수 2달이 넘도록 가만히 있다 취재가 시작된 뒤에야 보완 시공을 하기로 했습니다.

KBS 뉴스 김시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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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현장추적] 물 새고 불 나고…주공 땜질조치만
    • 입력 2008-02-23 21:07:49
    • 수정2008-02-23 22:08: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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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인천의 한 주공아파트 단지 집안 내부 곳곳에서 물이 흐를 정도로 습기가 차고, 누전차단기 불량으로 불이 나기도 하는 등 주민들이 큰 불편을 겪고 있습니다. 그런데도 주택공사는 석달째 땜질조치만 하고 있어 주민 불만을 키우고 있습니다. 김시원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지난해 봄 입주한 인천 논현동의 주공 임대아파트입니다. 철문 안쪽으로 습기가 가득 맺혀있고, 출입문 위 쪽에서는 굵은 물방울이 뚝뚝 떨어집니다. 문 잠금쇠는 녹슬었고, 디지털 잠금장치도 여러 번 고장났습니다. 추운 날 아침이면 현관문이 아예 얼어 붙기도 합니다. <녹취> 이현정(아파트 주민) : "추운 날은 아이들이 학교 갈 때 몸으로 쿵 밀고도 가구요. 학교 갈 때 2, 3방울씩 뚝뚝 떨어지고 그러거든요." 다른 집들도 상황은 비슷합니다. 이 집은 아침마다 창틀에 물이 넘칩니다. 집이 너무 따뜻한가 싶어 하루에도 몇 번씩 환기를 해 봤지만, 소용이 없습니다. <녹취> 홍동호(아파트 주민) : "평소에 계속 짜는 거에요. 하루 일과가 쥐어짜서 물 빼는 거, 얼어서 물도 안빠져..." 누전 차단기가 수시로 내려가는 집이 있는가 하면, 이 집의 경우에는 벽 면으로 물이 스며들면서 누전차단기에서 불이 나기도 했습니다. 주민들은 불안합니다. 하지만 주공은 불이 난 2가구의 누전차단기만 교체해 주고, 전기 이상을 호소한 80여 가구에 대해서는 임시 조치만 했습니다. <녹취> 최정임(아파트 주민) : "실리콘을 떼워주셨더라구요. 불이 안나고 차단기만 내려간 집들은 거기만 떼워주고..." 이 아파트 단지에서 결로 현상을 호소하는 곳은 250여 가구로 전체 천 5백여 가구 가운데 16%가 넘습니다. 인근 임대아파트도 정도의 차이가 있을 뿐 비슷한 문제를 호소하고 있습니다. 주공은 임대 아파트가 복도식인데다 소형 평수여서 어쩔 수 없다는 입장입니다. 환기를 자주 시키고, 난방을 줄이라는 말만 되풀이합니다. <인터뷰>유부현(주택공사 인천 고객지원팀장) : "생활 습성과 실용적이 적어서 발생하는 게 가장 크다고 생각합니다." 그렇다면 구조적인 문제는 없는 지, 전문가와 함께 한 집을 찾아 갔습니다. 열 화상 측정 장치로 결로 현상이 나타나는 곳을 촬영해 봤더니 현관문 주변의 최고 온도가 24.1도, 최저 온도는 16도 씨로 8도 가까이 차이가 납니다. 결로 현상이 나타나는 집과 그렇지 않은 집을 비교해 본 결과 같은 현관문이라도 온도 차가 6도 이상 나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일반 문틀로 공사한 뒤에 결로 방지 기능이 추가된 문을 뒤늦게 설치하면서 일부 세대의 문틀과 문 사이에 틈이 생긴 겁니다. <인터뷰> 강재식(한국건설기술연구원) : "문틀과 문 사이로 외부 공기가 지속적으로 유입이 되는 겁니다. 결로 현상이 생길 수밖에 없는 거죠." 하지만 주공은 공식 하자는 단 14건 뿐이라면서, 시공상 문제점을 인정하지 않고 있습니다. 주민들은 대책위를 꾸려 전문가와 자체 조사에 나섰습니다. <인터뷰> 이경수(아파트 동대표) : "하자에 대한 진단결과를 내놓고 결로가 심각하게 만든 원인이 뭔지 주공이 책임있게 규명을 해야 한다는 거죠." 서민들의 주거 안정을 위해 임대아파트를 짓는다는 대한주택공사. 수백여 가구의 주민들이 누수와 화재 위험에 노출돼 있는데, 민원 접수 2달이 넘도록 가만히 있다 취재가 시작된 뒤에야 보완 시공을 하기로 했습니다. KBS 뉴스 김시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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