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동5인조] “학교가 부족해요”

입력 2008.03.14 (20: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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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이른바 '꿈의 신도시'라 불리며 젊은층들을 대거 유입했던 화성 동탄지구, 기억하시지요?

그런데 요즘 이 곳 분위기가 심상치 않습니다.

분양 당시 발표됐던 초등학교 가운데 한 곳의 신설 계획이 전면 무효화된 것을 두고, 해당 교육청과 학부모들이 '등교거부'를 운운할 정도로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다는데요.

교육의 가치와 경제적 논리를 둘러싼 대립의 현장, <출동5인조> 류란 기자가 다녀왔습니다.

<리포트>

점심 시간, 학생들이 식당으로 이동합니다.

그런데 그 사이로 식사가 담긴 배식통이 어디론가 배달되는 모습이 포착됩니다.

따라가 보니, 몇몇 교실 앞에 놓여집니다.

학생들이 따로 나뉘어 밥을 먹는 것입니다.

이상한 점은 이뿐만이 아닙니다.

옆반 친구들과 달리 한 눈에 보기에도 허술한 교실을 쓰는 학생들도 있습니다.

원래는 음악실과 미술실이었던 곳에 간이 칠판을 걸고 수업 중인 것입니다.

지난해 개교한 학교에 대체 무슨 일이 벌어진 걸까.

<인터뷰> 맹미경(학부모) : "교육청에서 나와서 직접 눈으로 보셨으면 좋겠어요. 아이들이 얼마나 열악한 환경에서 공부하고 있는지..."

문제는 개교 예정이던 인근 초등학교 한 곳이 전면 백지화되면서 시작됐습니다.

갈 곳이 없어진 학생들이 가장 가까운 이 초등학교로 몰려들었고, 이 때문에 당초 24학급 9백여 명 기준으로 완성된 건물이 옆 동네 학생까지 받아들이면서 천2백81명을 수용하게 된 것입니다.

교육청은 건물을 중축하면 문제가 없다는 설명이지만, 학부모들의 반응은 더욱 부정적입니다.

<인터뷰> 맹미경(학부모) : "무슨 초고증 빌딩 지어서 애들 가르칠 거래요? 그럼 운동장은요? 운동장도 증축해 준대요? 왜 확보된 땅을 활용하지 않겠다는 건지..."

하지만 교육청은 교육청 나름의 판단 근거가 있습니다.

예정됐던 주택단지가 반이나 줄어들었기 때문에 학교가 남아돌 것이라는 계산입니다.

<인터뷰> 한동흔(경기도 화성교육청 학교설립담당) : "학교 하나를 짓는데 보통 250억 정도가 듭니다. 교실이 남는데 또 학교를 짓는다는 건 예산 낭비라고 보는 거죠. (그럼 운동장은?) 그건 뭐.,,저희도 참 애로점이 있습니다."

수요가 준 만큼 공급을 줄이는 것이 예산운용의 기본이라는 것이 교육청의 얘기입니다.

하지만 이마저도 비난받고 있습니다.

<인터뷰> 배강우(학부모) : "교육청에서 전수조사를 할 때 세대당 초등학생 수를 0.3명으로 잡았거든요. 그런데 실제로 조사를 해보니까 0.6명 정도가 나옵니다."

나중에 분명히 학교가 모자랄 수밖에 없어요.

그러니까 교육청은 초등학교 수요 조사를 할 때 세대당 초등생 수를 0.37명으로 계산해 학교 한 곳을 없앴지만, 실제로는 세대당 0.5~0.6명 정도 되기 때문에 잘못됐다는 것입니다.

게다가 앞으로 초등학교 두 곳을 추가로 백지화할 계획이어서, 동탄지구의 본격적인 입주가 시작되는 오는 9월 이후에는 사태를 겉잡을 수 없을 것이란 주장입니다.

이런 오류는 교육청도 인정하고 있습니다.

<인터뷰> 한동흔(화성교육청 학교설립 담당) : "원래는 24 학급으로 개교를 했는데, 이 때 계산을 해보니까 30 학급이 필요한 거예요. (그러니까 벌써 부족한 거였네요?) 네. 그렇습니다."

올해 교육부가 제시한 학급당 적정 인원은 38명, 서울 시내 학교의 평균은 30명대 초반이지만, 문제가 되는 초등학교는 교실 수가 부족해 45명 수준입니다.

현재 재학생만으로도 전교생이 반팔 벌려 설 간격이 나오지 않아, 전체 조회나 운동회는 꿈도 못꾸는 수준입니다.

KBS 뉴스 류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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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출동5인조] “학교가 부족해요”
    • 입력 2008-03-14 20:22: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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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이른바 '꿈의 신도시'라 불리며 젊은층들을 대거 유입했던 화성 동탄지구, 기억하시지요? 그런데 요즘 이 곳 분위기가 심상치 않습니다. 분양 당시 발표됐던 초등학교 가운데 한 곳의 신설 계획이 전면 무효화된 것을 두고, 해당 교육청과 학부모들이 '등교거부'를 운운할 정도로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다는데요. 교육의 가치와 경제적 논리를 둘러싼 대립의 현장, <출동5인조> 류란 기자가 다녀왔습니다. <리포트> 점심 시간, 학생들이 식당으로 이동합니다. 그런데 그 사이로 식사가 담긴 배식통이 어디론가 배달되는 모습이 포착됩니다. 따라가 보니, 몇몇 교실 앞에 놓여집니다. 학생들이 따로 나뉘어 밥을 먹는 것입니다. 이상한 점은 이뿐만이 아닙니다. 옆반 친구들과 달리 한 눈에 보기에도 허술한 교실을 쓰는 학생들도 있습니다. 원래는 음악실과 미술실이었던 곳에 간이 칠판을 걸고 수업 중인 것입니다. 지난해 개교한 학교에 대체 무슨 일이 벌어진 걸까. <인터뷰> 맹미경(학부모) : "교육청에서 나와서 직접 눈으로 보셨으면 좋겠어요. 아이들이 얼마나 열악한 환경에서 공부하고 있는지..." 문제는 개교 예정이던 인근 초등학교 한 곳이 전면 백지화되면서 시작됐습니다. 갈 곳이 없어진 학생들이 가장 가까운 이 초등학교로 몰려들었고, 이 때문에 당초 24학급 9백여 명 기준으로 완성된 건물이 옆 동네 학생까지 받아들이면서 천2백81명을 수용하게 된 것입니다. 교육청은 건물을 중축하면 문제가 없다는 설명이지만, 학부모들의 반응은 더욱 부정적입니다. <인터뷰> 맹미경(학부모) : "무슨 초고증 빌딩 지어서 애들 가르칠 거래요? 그럼 운동장은요? 운동장도 증축해 준대요? 왜 확보된 땅을 활용하지 않겠다는 건지..." 하지만 교육청은 교육청 나름의 판단 근거가 있습니다. 예정됐던 주택단지가 반이나 줄어들었기 때문에 학교가 남아돌 것이라는 계산입니다. <인터뷰> 한동흔(경기도 화성교육청 학교설립담당) : "학교 하나를 짓는데 보통 250억 정도가 듭니다. 교실이 남는데 또 학교를 짓는다는 건 예산 낭비라고 보는 거죠. (그럼 운동장은?) 그건 뭐.,,저희도 참 애로점이 있습니다." 수요가 준 만큼 공급을 줄이는 것이 예산운용의 기본이라는 것이 교육청의 얘기입니다. 하지만 이마저도 비난받고 있습니다. <인터뷰> 배강우(학부모) : "교육청에서 전수조사를 할 때 세대당 초등학생 수를 0.3명으로 잡았거든요. 그런데 실제로 조사를 해보니까 0.6명 정도가 나옵니다." 나중에 분명히 학교가 모자랄 수밖에 없어요. 그러니까 교육청은 초등학교 수요 조사를 할 때 세대당 초등생 수를 0.37명으로 계산해 학교 한 곳을 없앴지만, 실제로는 세대당 0.5~0.6명 정도 되기 때문에 잘못됐다는 것입니다. 게다가 앞으로 초등학교 두 곳을 추가로 백지화할 계획이어서, 동탄지구의 본격적인 입주가 시작되는 오는 9월 이후에는 사태를 겉잡을 수 없을 것이란 주장입니다. 이런 오류는 교육청도 인정하고 있습니다. <인터뷰> 한동흔(화성교육청 학교설립 담당) : "원래는 24 학급으로 개교를 했는데, 이 때 계산을 해보니까 30 학급이 필요한 거예요. (그러니까 벌써 부족한 거였네요?) 네. 그렇습니다." 올해 교육부가 제시한 학급당 적정 인원은 38명, 서울 시내 학교의 평균은 30명대 초반이지만, 문제가 되는 초등학교는 교실 수가 부족해 45명 수준입니다. 현재 재학생만으로도 전교생이 반팔 벌려 설 간격이 나오지 않아, 전체 조회나 운동회는 꿈도 못꾸는 수준입니다. KBS 뉴스 류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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