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와 사람] 국악은 내 인생

입력 2008.03.15 (21: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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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우리 소리를 지키겠다고 나선 젊은이들이 있습니다.

우연히 접한 국악에 매료돼 좋은 직업과 직장도 마다한 이들의 남다른 변신, 정성호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구성진 판소리 가락이 강의실에 울려 퍼집니다.

장엄하고 힘찬 적벽가의 한 대목을 주고받는 이들의 표정에는 진지함이 배어납니다.

젊은 예비 소리꾼들을 가르치는 41살의 한승석 씨.

20여 년 전 명문대 법대에 입학할 때까지만 해도 촉망받는 법학도였습니다.

우연히 국악 동아리에 가입 한 한씨는 국악의 매력에 빠져들었고 졸업후 진로를 바꿔 대학 국악과에 입학했습니다.

판·검사가 될 줄 알았던 부모의 만류가 있었지만, 아들의 뜻을 꺽진 못했습니다.

지난해엔 '적벽가' 완창에 성공해 남성 소리꾼이 손에 꼽히는 국악계에서 유망주로 떠올랐습니다.

<인터뷰> 한승석(국악인): "혼자 앉아서 가만히 연습을 하고 목을 풀다 보면 행복한 느낌을 많이 가지고요. 이런 기막힌 음악을 평생하며 산다는 게 즐거운 일이구나."

테이프를 들으며 독학하던 그에게 12년 동안 소리를 대물림해준 스승은 안숙선 명창입니다.

오랜만에 만난 두 사람. 소리를 맞추는 사이 허물이라곤 찾아볼 수 없습니다.

<인터뷰> 안숙선(중요무형문화재 23호): "젊은 의식이 있는 저의 제자라고, 우리 국악계의 앞날을 낙관적으로 생각하게 하는 제자입니다."

국악 관현악 합주단의 연습장, 대금과 해금 거문고 소리와 함께 이두현씨의 피리 소리가 묻혀있습니다.

이씨는 과학고와 카이스트 석사 과정을 마친 뒤 얼마 전까지 연구원으로 대기업에 다니던 잘나가는 공학도였습니다.

그런 그가 서른이 넘은 나이에 직장을 그만두고 모험을 감행한 건 우연히 태평소를 접하면서부터입니다.

구슬픈 한을 담은 피리 소리에 반해 독학으로 배우다, 아예 국악과에 입학했습니다.

저마다 다른 목소리처럼 피리에 자신만의 음색을 담아내겠다는 이두현 씨.

피리를 잡는 순간 모든 잡념은 사라집니다.

<인터뷰> 이두현(중앙대 국악대학 1학년): "훌륭한 연주자가 되는 게 목표고요. 좀 더 나아가서는 국악을 좀 더 많은 사람들이 사랑해주고..."

점점 설 곳을 잃어가는 우리의 소리.

하지만, 탄탄대로 같은 미래를 접고 힘든 국악의 길을 선택한 이들의 용기와 노력이 부활의 작은 불씨가 되고 있습니다.

KBS 뉴스 정성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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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문화와 사람] 국악은 내 인생
    • 입력 2008-03-15 21:18:56
    뉴스 9
<앵커 멘트> 우리 소리를 지키겠다고 나선 젊은이들이 있습니다. 우연히 접한 국악에 매료돼 좋은 직업과 직장도 마다한 이들의 남다른 변신, 정성호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구성진 판소리 가락이 강의실에 울려 퍼집니다. 장엄하고 힘찬 적벽가의 한 대목을 주고받는 이들의 표정에는 진지함이 배어납니다. 젊은 예비 소리꾼들을 가르치는 41살의 한승석 씨. 20여 년 전 명문대 법대에 입학할 때까지만 해도 촉망받는 법학도였습니다. 우연히 국악 동아리에 가입 한 한씨는 국악의 매력에 빠져들었고 졸업후 진로를 바꿔 대학 국악과에 입학했습니다. 판·검사가 될 줄 알았던 부모의 만류가 있었지만, 아들의 뜻을 꺽진 못했습니다. 지난해엔 '적벽가' 완창에 성공해 남성 소리꾼이 손에 꼽히는 국악계에서 유망주로 떠올랐습니다. <인터뷰> 한승석(국악인): "혼자 앉아서 가만히 연습을 하고 목을 풀다 보면 행복한 느낌을 많이 가지고요. 이런 기막힌 음악을 평생하며 산다는 게 즐거운 일이구나." 테이프를 들으며 독학하던 그에게 12년 동안 소리를 대물림해준 스승은 안숙선 명창입니다. 오랜만에 만난 두 사람. 소리를 맞추는 사이 허물이라곤 찾아볼 수 없습니다. <인터뷰> 안숙선(중요무형문화재 23호): "젊은 의식이 있는 저의 제자라고, 우리 국악계의 앞날을 낙관적으로 생각하게 하는 제자입니다." 국악 관현악 합주단의 연습장, 대금과 해금 거문고 소리와 함께 이두현씨의 피리 소리가 묻혀있습니다. 이씨는 과학고와 카이스트 석사 과정을 마친 뒤 얼마 전까지 연구원으로 대기업에 다니던 잘나가는 공학도였습니다. 그런 그가 서른이 넘은 나이에 직장을 그만두고 모험을 감행한 건 우연히 태평소를 접하면서부터입니다. 구슬픈 한을 담은 피리 소리에 반해 독학으로 배우다, 아예 국악과에 입학했습니다. 저마다 다른 목소리처럼 피리에 자신만의 음색을 담아내겠다는 이두현 씨. 피리를 잡는 순간 모든 잡념은 사라집니다. <인터뷰> 이두현(중앙대 국악대학 1학년): "훌륭한 연주자가 되는 게 목표고요. 좀 더 나아가서는 국악을 좀 더 많은 사람들이 사랑해주고..." 점점 설 곳을 잃어가는 우리의 소리. 하지만, 탄탄대로 같은 미래를 접고 힘든 국악의 길을 선택한 이들의 용기와 노력이 부활의 작은 불씨가 되고 있습니다. KBS 뉴스 정성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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