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해설] 공권력의 제자리

입력 2008.03.21 (07:15) 수정 2008.03.21 (07: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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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삼 해설위원]

툭하면 도심 거리가 전쟁터처럼 변하는가 하면 고속도로가 점거돼 두절되기도 했습니다. 쇠파이프와 죽창과 최루탄이 난무한 현장에서 많은 사람이 다쳤고 때론 목숨까지 잃었습니다. 그동안 우리 사회가 겪은 집회와 시위문화는 살벌했습니다.
새정부가 불법시위와 파업에 강한 대처 의지를 보이면서 정말 이제 그런 모습이 사라졌으면 하는 기대를 갖게 합니다. 법질서를 파괴하면 형사처벌은 물론 손해까지 물어내야 하고, 불상사가 나더라도 정당한 공무집행이라면 책임을 면한다는 것입니다. 대통령이 취임직후 ‘법과 원칙’을 강조하고 나선 데 따른 사법당국의 조첩니다.
너무나 당연한 얘기가 왜 새롭고 강한 메시지로 들리는지 돌이켜 볼 필요가 있습니다. 우리 사회에는 불법 폭력시위가 너무 잦았습니다. 과잉진압 등 공권력의 남용도 자주 문제가 됐습니다.
그런 과정을 거치면서 집회와 결사의 자유는 크게 신장됐습니다. 반면에 공권력은 상대적으로 위축돼온 게 사실입니다. 당국은 처음엔 언제나 강경대처 하겠다고 겁을 줬다가 나중엔 슬그머니 넘어가는 경우가 허다했습니다. 불법 집단행동에 대한 정권의 인식이 달라 그 눈치를 봐야했기 때문입니다.
공권력이 바로서는 것을 원치 않는 국민은 없습니다. 공권력은 생리상 눈치를 살피지 않을 수 없는 두 얼굴을 갖고 있습니다. 정부가 먼저 법과 원칙을 지키면 공권력은 자동적으로 힘을 받습니다.
과거엔 어땠습니까? 불법 집단행동에 대해 정부가 애매한 태도를 보이거나 때로는 두둔하기도 했습니다. 그래서 시민들의 원성을 사고 조롱을 당하기도 했습니다. 그런 상황에서 공권력의 바른 집행을 요구하거나 기대한다는 것은 공염불에 지나지 않습니다.
한국개발연구원은 불법시위로 빚어진 사회적 비용이 지난 2005년에 12조 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했습니다. 이런 나라에 누가 투자하겠느냐는 지적이 따릅니다. 대통령이 경제 살리기의 전제 조건을 법과 질서의 확립이라고 강조하는 것도 이 때문입니다.
정부가 불법행동에 엄정하게 대처하려면 어느 집단이건 불법을 통해 호소하지 않게끔 사전에 경고하고 감독해야 합니다. 뒷짐을 지고 있다가 생존권을 들고 뛰쳐나온 사람들을 막기만 한다면 ‘법과 원칙’이 지켜질 수 없습니다. 정부도 집단도 제자리에서 할 일을 다해야 한다는 얘깁니다.
거리에서 난투극이 벌어지고 다치고 잡혀가고 일터를 잃는 불행한 사태가 사라지기를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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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뉴스해설] 공권력의 제자리
    • 입력 2008-03-21 06:14:06
    • 수정2008-03-21 07:49:38
    뉴스광장 1부
[이준삼 해설위원] 툭하면 도심 거리가 전쟁터처럼 변하는가 하면 고속도로가 점거돼 두절되기도 했습니다. 쇠파이프와 죽창과 최루탄이 난무한 현장에서 많은 사람이 다쳤고 때론 목숨까지 잃었습니다. 그동안 우리 사회가 겪은 집회와 시위문화는 살벌했습니다. 새정부가 불법시위와 파업에 강한 대처 의지를 보이면서 정말 이제 그런 모습이 사라졌으면 하는 기대를 갖게 합니다. 법질서를 파괴하면 형사처벌은 물론 손해까지 물어내야 하고, 불상사가 나더라도 정당한 공무집행이라면 책임을 면한다는 것입니다. 대통령이 취임직후 ‘법과 원칙’을 강조하고 나선 데 따른 사법당국의 조첩니다. 너무나 당연한 얘기가 왜 새롭고 강한 메시지로 들리는지 돌이켜 볼 필요가 있습니다. 우리 사회에는 불법 폭력시위가 너무 잦았습니다. 과잉진압 등 공권력의 남용도 자주 문제가 됐습니다. 그런 과정을 거치면서 집회와 결사의 자유는 크게 신장됐습니다. 반면에 공권력은 상대적으로 위축돼온 게 사실입니다. 당국은 처음엔 언제나 강경대처 하겠다고 겁을 줬다가 나중엔 슬그머니 넘어가는 경우가 허다했습니다. 불법 집단행동에 대한 정권의 인식이 달라 그 눈치를 봐야했기 때문입니다. 공권력이 바로서는 것을 원치 않는 국민은 없습니다. 공권력은 생리상 눈치를 살피지 않을 수 없는 두 얼굴을 갖고 있습니다. 정부가 먼저 법과 원칙을 지키면 공권력은 자동적으로 힘을 받습니다. 과거엔 어땠습니까? 불법 집단행동에 대해 정부가 애매한 태도를 보이거나 때로는 두둔하기도 했습니다. 그래서 시민들의 원성을 사고 조롱을 당하기도 했습니다. 그런 상황에서 공권력의 바른 집행을 요구하거나 기대한다는 것은 공염불에 지나지 않습니다. 한국개발연구원은 불법시위로 빚어진 사회적 비용이 지난 2005년에 12조 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했습니다. 이런 나라에 누가 투자하겠느냐는 지적이 따릅니다. 대통령이 경제 살리기의 전제 조건을 법과 질서의 확립이라고 강조하는 것도 이 때문입니다. 정부가 불법행동에 엄정하게 대처하려면 어느 집단이건 불법을 통해 호소하지 않게끔 사전에 경고하고 감독해야 합니다. 뒷짐을 지고 있다가 생존권을 들고 뛰쳐나온 사람들을 막기만 한다면 ‘법과 원칙’이 지켜질 수 없습니다. 정부도 집단도 제자리에서 할 일을 다해야 한다는 얘깁니다. 거리에서 난투극이 벌어지고 다치고 잡혀가고 일터를 잃는 불행한 사태가 사라지기를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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