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타임 현장] 두꺼비, ‘산란’ 위해 목숨 건 대이동

입력 2008.03.21 (09: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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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자연의 신비... 지금부터는 저희 뉴스에서 자연 다큐멘터리와 비슷한 취재물을 보여 드리겠는데요, 이름하여 두꺼비들의 목숨을 건 대이동입니다.

지금이 두꺼비 산란철인데요, 알을 낳기 위해서 멀고도 험한 여정 을 숙명처럼 계속하고 있습니다.

정지주 기자~ 대이동이 이뤄지는 곳이 어디죠?

<리포트>

예로부터 두꺼비는 재와 복을 상징하는 동물로 대접받아왔잖아요, 최근엔 또 환경 지표종으로 그 중요성이 더 부각되고 있죠?

두꺼비 등 양서류가 피부호흡을 하기 때문에 환경오염에 민감한데요, 따라서 두꺼비가 사는 곳은 사람이 살기에도 깨끗하다는 얘기가 됩니다.

말씀하셨듯이 산란철을 맞아 두꺼비들이 산란지로 이동을 시작했는데요, 그 이동로를 도로가 가로막고 곳곳에 그물이 널려있어 쉽지 않은 여정이라 고 합니다. 두꺼비들의 목숨을 건 산란철 대이동, 취재했습니다.

대구광역시 수성구에 있는 망월저수지입니다. 지난 해 5월, 수십만 마리의 새끼 두꺼비들이 사람이 다 니는 길까지 점령하며 서식지인 욱수골로 대이동을 하고 있습니다. 한발, 한발 힘겨워 보이지만, 새끼 두꺼비들의 행군은 끝없이 이어집니다.

1년 후, 치열한 생존경쟁에서 살아남은 두꺼비들이 어른 두꺼비로 성장해 태어났던 저수지로 다시 돌아 갑니다. 날씨가 풀리는 이달 중순부터 산란철이 시작되기 때문인데요.

마치 어미 등에 새끼 두꺼비가 업혀 있는 것 같지 만, 실은 미리 암컷을 찜해놓은 수컷두꺼비입니다. 밑에 큰 것이 암컷, 업힌 듯 보이는 작은 놈이 수컷인데요, 암컷의 배를 꼭 잡고 있는 모습이 편하게 이동하려고 꾀를 부리는 것 같지만, 사실은 암컷의 배를 압박해 산란을 잘하도록 돕는 것이라고 합니다.

암컷을 차지하려는 수컷들의 경쟁은 아주 치열한데요. 엉금엉금 기어 겨우 도착한 저수지. 물가에는 수컷 두꺼비들이 암컷을 기다리며 신경전을 벌이기도 하고, 이미 짝을 만난 암컷을 빼앗으려 용감하게 도전장을 내밀기도 합니다.

하지만, 어떻게 차지한 암컷입니까... 순순히 물러날 리 없습니다.

이렇게 산란지까지 무사히 내려와 암컷을 차지하고 알을 낳기 위해 애쓰는데요... 하지만 이들을 방해하는 불청객도 있습니다. 바로 두꺼비 떼를 구경하기 위해 나온 사람들인데요...

밤늦은 시간에도 저수지를 향해 이동하는 두꺼비들의 발길은 계속 이어집니다. 하지만 가는 길이 순탄치만은 않은데요...도심에 가깝기 때문에 길을 조금만 벗어나도 아주 위험해지기 때문입니다.

아차, 하는 순간 맨홀 속으로 빠져버리는가 하면, 차로에 떨어져 오도 가도 못 하는 신세가 되는 경우도 있습니다. 불과 15센티미터 높이의 보도블럭도길 잃은 두꺼비에게는 높은 장벽입니다. 결국 취재진의 도움으로 이 두꺼비 한 쌍은 제 길로 들어섰습니다 이렇게 두꺼비들의 산란을 위한 이동은 자칫 죽을 수도 있는 고난의 연속입니다.

환경오염에 민감해 깨끗한 곳에서만 사는 두꺼비.지난해 욱수골 일대가 우리나라 최대 두꺼비 서식지로 알려졌는데요... 당시 생태공원 조성계획도 제기 됐지만, 아직까지 구체적으로 진행된 건 없다고 합니다.

<인터뷰> 돈관 스님(불광사 주지) : "이게 빠른 시간 안으로 시급하게 돼야 좀 (두꺼비들을) 구제할 수 있지 만약 이대로 둔다면 영원히..."

산란지 바로 옆에는 도로에 세워놓은 차들로 가득하고, 등산로와도 이어져 사람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습니다. 시민들은 두꺼비를 보호해야 한다는 생각은 들지만, 어떻게 해야 할지 막막하다고 합니다.

<인터뷰> 이종갑(시민) : "우리가 지켜야 되는데 참... 큰 (짐승)도 못 지키는데, 두꺼비가 자그마하지 않습니까. 잘 안 보이는 거죠. 서로가 조심하는 거 밖에 없죠. 우리가 조심해야죠."

특히 이 일대에서 텃밭을 경작하는 사람들의 도움이 필요한데요, 산짐승의 침입을 막으려고 쳐놓은 그물이 사실상 두꺼비들의 이동로를 가로막고 있습니다.그물에 다리가 걸려 빠져나가지 못하거나, 이동경로를 바꾸다 농수로나 하수구에 빠져 버리는 경우도많습니다.

<인터뷰> 이재혁(위원장/경북대구녹색연합) : "이게 굉장히 높이가 있기 때문에 성채 두꺼비나 새끼 두꺼비들이 도저히 통과할 수가 없습니다."

작년 같은 경우에도 이동하다가 (그물에) 걸려서 발이 끼어서 말라죽는 경우도 많이 관찰했습니다.

산란지 가까운 곳에는 쓰레기가 넘쳐나 두꺼비들의 산란을 방해하기도 하는데요... 하수구에서는 겹겹이 쌓인 쓰레기에 심한 악취까지 진동을 합니다. 이런 곳에 두꺼비들이 빠지기도 하는데요... 하지만 두꺼비들은 어김없이 산란을 준비하기도 합니다.

<인터뷰> 이재혁(위원장/경북대구녹색연합) : "수로자체가 망월지 바로 옆에 있는 수로입니다. 수심도 안 깊은데다가 온도가 올라가면 (쓰레기 때문에) 수질이 급격하게 나빠집니다. 물이 다 썩어 버려요. 거기에 올챙이가 살수가 없죠."

때문에 환경단체회원들과 자원봉사자들이 수시로 찾아와 하수구에 빠진 두꺼비들을 구출해 안전한 산란지로 옮겨주고 있습니다. 하지만 어디까지나 임시방편일 뿐, 대대적인 홍보에도 불구하고, 줄지 않는 쓰레기들은 두꺼비들의 생태 환경을 파괴하고있습니다.

심각한 건 두꺼비들이 산란하는 망월지의 수질이좋지 않다는 건데요... 수초까지 부족해 산란은 물론올챙이가 자라기에 알맞은 환경이 마련되지 않는다는 겁니다.

<인터뷰> 이재혁(위원장/경북대구녹색연합) : "악취도 심하고 작년보다 더 심한 것 같아요. 그래서 아마 판단하건대 (최하 수질등급) 6등급 정도의 수질로... 오염이 되었으니까 두꺼비한테 안 좋은 영향을 미칠 수도 있고, 그래서 굉장히 걱정이 많습니다."

두꺼비의 산란철 대이동은 이달 말까지 계속될 예정입니다. 두꺼비가 살지 못하는 곳에서는 결국 사람도 살기 어려워질 것이라고 하는데요.

생명을 만들어 내려는 두꺼비들의 고된 여정이 경이롭기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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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08-03-21 08:27:59
    아침뉴스타임
<앵커 멘트> 자연의 신비... 지금부터는 저희 뉴스에서 자연 다큐멘터리와 비슷한 취재물을 보여 드리겠는데요, 이름하여 두꺼비들의 목숨을 건 대이동입니다. 지금이 두꺼비 산란철인데요, 알을 낳기 위해서 멀고도 험한 여정 을 숙명처럼 계속하고 있습니다. 정지주 기자~ 대이동이 이뤄지는 곳이 어디죠? <리포트> 예로부터 두꺼비는 재와 복을 상징하는 동물로 대접받아왔잖아요, 최근엔 또 환경 지표종으로 그 중요성이 더 부각되고 있죠? 두꺼비 등 양서류가 피부호흡을 하기 때문에 환경오염에 민감한데요, 따라서 두꺼비가 사는 곳은 사람이 살기에도 깨끗하다는 얘기가 됩니다. 말씀하셨듯이 산란철을 맞아 두꺼비들이 산란지로 이동을 시작했는데요, 그 이동로를 도로가 가로막고 곳곳에 그물이 널려있어 쉽지 않은 여정이라 고 합니다. 두꺼비들의 목숨을 건 산란철 대이동, 취재했습니다. 대구광역시 수성구에 있는 망월저수지입니다. 지난 해 5월, 수십만 마리의 새끼 두꺼비들이 사람이 다 니는 길까지 점령하며 서식지인 욱수골로 대이동을 하고 있습니다. 한발, 한발 힘겨워 보이지만, 새끼 두꺼비들의 행군은 끝없이 이어집니다. 1년 후, 치열한 생존경쟁에서 살아남은 두꺼비들이 어른 두꺼비로 성장해 태어났던 저수지로 다시 돌아 갑니다. 날씨가 풀리는 이달 중순부터 산란철이 시작되기 때문인데요. 마치 어미 등에 새끼 두꺼비가 업혀 있는 것 같지 만, 실은 미리 암컷을 찜해놓은 수컷두꺼비입니다. 밑에 큰 것이 암컷, 업힌 듯 보이는 작은 놈이 수컷인데요, 암컷의 배를 꼭 잡고 있는 모습이 편하게 이동하려고 꾀를 부리는 것 같지만, 사실은 암컷의 배를 압박해 산란을 잘하도록 돕는 것이라고 합니다. 암컷을 차지하려는 수컷들의 경쟁은 아주 치열한데요. 엉금엉금 기어 겨우 도착한 저수지. 물가에는 수컷 두꺼비들이 암컷을 기다리며 신경전을 벌이기도 하고, 이미 짝을 만난 암컷을 빼앗으려 용감하게 도전장을 내밀기도 합니다. 하지만, 어떻게 차지한 암컷입니까... 순순히 물러날 리 없습니다. 이렇게 산란지까지 무사히 내려와 암컷을 차지하고 알을 낳기 위해 애쓰는데요... 하지만 이들을 방해하는 불청객도 있습니다. 바로 두꺼비 떼를 구경하기 위해 나온 사람들인데요... 밤늦은 시간에도 저수지를 향해 이동하는 두꺼비들의 발길은 계속 이어집니다. 하지만 가는 길이 순탄치만은 않은데요...도심에 가깝기 때문에 길을 조금만 벗어나도 아주 위험해지기 때문입니다. 아차, 하는 순간 맨홀 속으로 빠져버리는가 하면, 차로에 떨어져 오도 가도 못 하는 신세가 되는 경우도 있습니다. 불과 15센티미터 높이의 보도블럭도길 잃은 두꺼비에게는 높은 장벽입니다. 결국 취재진의 도움으로 이 두꺼비 한 쌍은 제 길로 들어섰습니다 이렇게 두꺼비들의 산란을 위한 이동은 자칫 죽을 수도 있는 고난의 연속입니다. 환경오염에 민감해 깨끗한 곳에서만 사는 두꺼비.지난해 욱수골 일대가 우리나라 최대 두꺼비 서식지로 알려졌는데요... 당시 생태공원 조성계획도 제기 됐지만, 아직까지 구체적으로 진행된 건 없다고 합니다. <인터뷰> 돈관 스님(불광사 주지) : "이게 빠른 시간 안으로 시급하게 돼야 좀 (두꺼비들을) 구제할 수 있지 만약 이대로 둔다면 영원히..." 산란지 바로 옆에는 도로에 세워놓은 차들로 가득하고, 등산로와도 이어져 사람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습니다. 시민들은 두꺼비를 보호해야 한다는 생각은 들지만, 어떻게 해야 할지 막막하다고 합니다. <인터뷰> 이종갑(시민) : "우리가 지켜야 되는데 참... 큰 (짐승)도 못 지키는데, 두꺼비가 자그마하지 않습니까. 잘 안 보이는 거죠. 서로가 조심하는 거 밖에 없죠. 우리가 조심해야죠." 특히 이 일대에서 텃밭을 경작하는 사람들의 도움이 필요한데요, 산짐승의 침입을 막으려고 쳐놓은 그물이 사실상 두꺼비들의 이동로를 가로막고 있습니다.그물에 다리가 걸려 빠져나가지 못하거나, 이동경로를 바꾸다 농수로나 하수구에 빠져 버리는 경우도많습니다. <인터뷰> 이재혁(위원장/경북대구녹색연합) : "이게 굉장히 높이가 있기 때문에 성채 두꺼비나 새끼 두꺼비들이 도저히 통과할 수가 없습니다." 작년 같은 경우에도 이동하다가 (그물에) 걸려서 발이 끼어서 말라죽는 경우도 많이 관찰했습니다. 산란지 가까운 곳에는 쓰레기가 넘쳐나 두꺼비들의 산란을 방해하기도 하는데요... 하수구에서는 겹겹이 쌓인 쓰레기에 심한 악취까지 진동을 합니다. 이런 곳에 두꺼비들이 빠지기도 하는데요... 하지만 두꺼비들은 어김없이 산란을 준비하기도 합니다. <인터뷰> 이재혁(위원장/경북대구녹색연합) : "수로자체가 망월지 바로 옆에 있는 수로입니다. 수심도 안 깊은데다가 온도가 올라가면 (쓰레기 때문에) 수질이 급격하게 나빠집니다. 물이 다 썩어 버려요. 거기에 올챙이가 살수가 없죠." 때문에 환경단체회원들과 자원봉사자들이 수시로 찾아와 하수구에 빠진 두꺼비들을 구출해 안전한 산란지로 옮겨주고 있습니다. 하지만 어디까지나 임시방편일 뿐, 대대적인 홍보에도 불구하고, 줄지 않는 쓰레기들은 두꺼비들의 생태 환경을 파괴하고있습니다. 심각한 건 두꺼비들이 산란하는 망월지의 수질이좋지 않다는 건데요... 수초까지 부족해 산란은 물론올챙이가 자라기에 알맞은 환경이 마련되지 않는다는 겁니다. <인터뷰> 이재혁(위원장/경북대구녹색연합) : "악취도 심하고 작년보다 더 심한 것 같아요. 그래서 아마 판단하건대 (최하 수질등급) 6등급 정도의 수질로... 오염이 되었으니까 두꺼비한테 안 좋은 영향을 미칠 수도 있고, 그래서 굉장히 걱정이 많습니다." 두꺼비의 산란철 대이동은 이달 말까지 계속될 예정입니다. 두꺼비가 살지 못하는 곳에서는 결국 사람도 살기 어려워질 것이라고 하는데요. 생명을 만들어 내려는 두꺼비들의 고된 여정이 경이롭기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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