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와 사람] 섬유 예술 대표 ‘매듭’

입력 2008.03.29 (21:44)

읽어주기 기능은 크롬기반의
브라우저에서만 사용하실 수 있습니다.

<앵커 멘트>

매듭, 특히 우리나라의 전통매듭은 독창적인 아름다움과 우수성으로 한국 섬유 예술을 대표하기도 합니다.
오늘 문화와 사람에서는 김희진 매듭장을 박석호 기자가 만나봤습니다.

<리포트>

소박한 발걸이도, 밋밋한 부채도 매듭 하나에 화려하게 탈바꿈합니다.

꽃 피고 잠자리 날아드는 풍경에서 목걸이, 귀고리 같은 장신구에 이르기까지 매듭만으로 표현이 가능합니다.

<인터뷰> 나하나(관람객) : "조상들이 일상생활의 작은 부분까지 멋과 아름다움을 표현하려고 노력하셨던 것이 느껴지는 것 같아요."

악기를 연주하듯 박자에 맞춰 실을 감은 '토짝'을 움직입니다.

시계추 같은 정확함이 실로 이어져 바르고 옹골차게 결을 이룹니다.

하루종일 해도 허리춤 길이밖에 못 짜는 더딘 작업.

이제 끈의 결이 뒤틀리지 않게 하나하나 확인하며 모양을 엮어 송곳으로 차근차근 조여갑니다.

단추매듭, 나비매듭, 국화매듭...

전통매듭의 기본형만 해도 38가지나 됩니다.

<인터뷰> 김희진(매듭장) : "실로 짜여진 끈이기 때문에 결이 있어요. 그 결을 바로 잡으면서 엮고 조인다는 것은 마음을 바로잡고 마음을 가다듬는 그런 것과 함께 한다고 늘 생각했어요."

한올 한올 꼬아서 바늘로 엮은 뒤 술판에 묶어 수증기로 쪄내야 비로소 끝마다 바늘 귀를 가진 전통 술이 완성됩니다.

20대 후반이던 1963년부터 45년 동안 매듭만 만져온 김희진 매듭장.

교황 요한 바오로 2세가 방한했을 때 매듭으로 엮은 십자가 제의를 만들었고, 새로 만든 국새에 달린 매듭도 직접 제작했습니다.

일이 힘들어서 고민과 갈등도 많았지만 매듭과의 인연은 끊어지지 않았습니다.

<인터뷰> 김희진(매듭장) : "도저히 못하겠다 싶어서 주섬주섬 보따리에 싸서 다락에다 얹어놓고는 모르는 척하고 영화보고 놀러다니다가 어느 틈에 내가 그걸 품고 다시 그걸 하고 있더라고요."

초등학교 1학년 때 색종이를 잘 접어 칭찬받은 기억이 지금도 생생하다는 김희진 매듭장.

그때의 정성과 꼼꼼함이 일흔넷 나이가 되도록 손끝에 남아 오늘도 전통 매듭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KBS 뉴스 박석호입니다.

■ 제보하기
▷ 카카오톡 : 'KBS제보' 검색, 채널 추가
▷ 전화 : 02-781-1234, 4444
▷ 이메일 : kbs1234@kbs.co.kr
▷ 유튜브, 네이버, 카카오에서도 KBS뉴스를 구독해주세요!


  • [문화와 사람] 섬유 예술 대표 ‘매듭’
    • 입력 2008-03-29 21:17:24
    뉴스 9
<앵커 멘트> 매듭, 특히 우리나라의 전통매듭은 독창적인 아름다움과 우수성으로 한국 섬유 예술을 대표하기도 합니다. 오늘 문화와 사람에서는 김희진 매듭장을 박석호 기자가 만나봤습니다. <리포트> 소박한 발걸이도, 밋밋한 부채도 매듭 하나에 화려하게 탈바꿈합니다. 꽃 피고 잠자리 날아드는 풍경에서 목걸이, 귀고리 같은 장신구에 이르기까지 매듭만으로 표현이 가능합니다. <인터뷰> 나하나(관람객) : "조상들이 일상생활의 작은 부분까지 멋과 아름다움을 표현하려고 노력하셨던 것이 느껴지는 것 같아요." 악기를 연주하듯 박자에 맞춰 실을 감은 '토짝'을 움직입니다. 시계추 같은 정확함이 실로 이어져 바르고 옹골차게 결을 이룹니다. 하루종일 해도 허리춤 길이밖에 못 짜는 더딘 작업. 이제 끈의 결이 뒤틀리지 않게 하나하나 확인하며 모양을 엮어 송곳으로 차근차근 조여갑니다. 단추매듭, 나비매듭, 국화매듭... 전통매듭의 기본형만 해도 38가지나 됩니다. <인터뷰> 김희진(매듭장) : "실로 짜여진 끈이기 때문에 결이 있어요. 그 결을 바로 잡으면서 엮고 조인다는 것은 마음을 바로잡고 마음을 가다듬는 그런 것과 함께 한다고 늘 생각했어요." 한올 한올 꼬아서 바늘로 엮은 뒤 술판에 묶어 수증기로 쪄내야 비로소 끝마다 바늘 귀를 가진 전통 술이 완성됩니다. 20대 후반이던 1963년부터 45년 동안 매듭만 만져온 김희진 매듭장. 교황 요한 바오로 2세가 방한했을 때 매듭으로 엮은 십자가 제의를 만들었고, 새로 만든 국새에 달린 매듭도 직접 제작했습니다. 일이 힘들어서 고민과 갈등도 많았지만 매듭과의 인연은 끊어지지 않았습니다. <인터뷰> 김희진(매듭장) : "도저히 못하겠다 싶어서 주섬주섬 보따리에 싸서 다락에다 얹어놓고는 모르는 척하고 영화보고 놀러다니다가 어느 틈에 내가 그걸 품고 다시 그걸 하고 있더라고요." 초등학교 1학년 때 색종이를 잘 접어 칭찬받은 기억이 지금도 생생하다는 김희진 매듭장. 그때의 정성과 꼼꼼함이 일흔넷 나이가 되도록 손끝에 남아 오늘도 전통 매듭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KBS 뉴스 박석호입니다.

이 기사가 좋으셨다면

오늘의 핫 클릭

실시간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는 뉴스

이 기사에 대한 의견을 남겨주세요.

2024 파리 올림픽 배너 이미지 수신료 수신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