못 믿을 강력범 검거율…관행된 ‘축소 보고’

입력 2008.04.03 (22: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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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대통령이 다그쳐야 움직인다는 비판을 받고 있는 경찰이지만 강력 사건 검거율은 90%라고 내세우고 있습니다.

과연 얼마나 믿을 수 있을까요? 축소 보고에 따른 허수일뿐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습니다.

이정은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사건 뭉개기는 경찰서도 예외가 아니었습니다.

한남대 경찰행정학과 탁종연 조교수가 지난 2006년 전국의 경사급 경찰관 3백여 명을 설문 조사한 결과, '신고된 사건을 90% 이상 보고하고 있다'는 응답은 40%에 그쳤습니다.

신고되지 않은 사건의 정식 보고율은 19% 대로 뚝 떨어집니다.

특히 아동 성추행 같은 기타 성범죄나 폭력, 절도 사건은 있는 그대로 보고하는 경우가 50%에도 못 미쳤습니다.

<녹취> 경찰청 근무 경찰: "사건 물 말아먹는다고 하잖아요. 누락시키는 거죠. 있는 그대로 (보고)하면 일단은 사건 발생이나 이런 게 늘잖아요. 늘면 싫어하지."

설문조사에 응한 경찰들은 사건 발생이 많으면 노는 것으로 보는 분위기나 범인 검거율로 평가를 하는 관행 등이 축소 보고를 부추기고 있다고 답했습니다.

<녹취> 경찰서 근무 경찰: "소위 말하는, 눈치를 준다든지, 불편하게 대한다든지 그러면서 느끼는 거죠. 이렇게 하면 나를 싫어하는구나 하고."

국내의 강력범 검거율은 절도를 제외하면 모두 90%를 웃돕니다.

미국이나 영국이 발표한 검거율보다 많게는 네 배까지 높습니다.

세계 1,2위를 다투는 이 같은 검거율도 결국, 축소 보고한 자료를 기초로 했기 때문에 실제 검거율보다 부풀려질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습니다.

<인터뷰> 탁종연(한남대 경찰행정학 교수): "절도 사건이 발생했던 것을 50% 이상 축소하기 때문에 검거율이 (다른 나라보다) 두 배로 나타나는 것이지 실제 두 배를 잡아서 그럴 수는 없는 겁니다."

축소 보고와 검거율 높이기로 이어지는 악순환의 고리를 이제는 끊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습니다.

KBS 뉴스 이정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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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못 믿을 강력범 검거율…관행된 ‘축소 보고’
    • 입력 2008-04-03 21:10: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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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대통령이 다그쳐야 움직인다는 비판을 받고 있는 경찰이지만 강력 사건 검거율은 90%라고 내세우고 있습니다. 과연 얼마나 믿을 수 있을까요? 축소 보고에 따른 허수일뿐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습니다. 이정은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사건 뭉개기는 경찰서도 예외가 아니었습니다. 한남대 경찰행정학과 탁종연 조교수가 지난 2006년 전국의 경사급 경찰관 3백여 명을 설문 조사한 결과, '신고된 사건을 90% 이상 보고하고 있다'는 응답은 40%에 그쳤습니다. 신고되지 않은 사건의 정식 보고율은 19% 대로 뚝 떨어집니다. 특히 아동 성추행 같은 기타 성범죄나 폭력, 절도 사건은 있는 그대로 보고하는 경우가 50%에도 못 미쳤습니다. <녹취> 경찰청 근무 경찰: "사건 물 말아먹는다고 하잖아요. 누락시키는 거죠. 있는 그대로 (보고)하면 일단은 사건 발생이나 이런 게 늘잖아요. 늘면 싫어하지." 설문조사에 응한 경찰들은 사건 발생이 많으면 노는 것으로 보는 분위기나 범인 검거율로 평가를 하는 관행 등이 축소 보고를 부추기고 있다고 답했습니다. <녹취> 경찰서 근무 경찰: "소위 말하는, 눈치를 준다든지, 불편하게 대한다든지 그러면서 느끼는 거죠. 이렇게 하면 나를 싫어하는구나 하고." 국내의 강력범 검거율은 절도를 제외하면 모두 90%를 웃돕니다. 미국이나 영국이 발표한 검거율보다 많게는 네 배까지 높습니다. 세계 1,2위를 다투는 이 같은 검거율도 결국, 축소 보고한 자료를 기초로 했기 때문에 실제 검거율보다 부풀려질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습니다. <인터뷰> 탁종연(한남대 경찰행정학 교수): "절도 사건이 발생했던 것을 50% 이상 축소하기 때문에 검거율이 (다른 나라보다) 두 배로 나타나는 것이지 실제 두 배를 잡아서 그럴 수는 없는 겁니다." 축소 보고와 검거율 높이기로 이어지는 악순환의 고리를 이제는 끊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습니다. KBS 뉴스 이정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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