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흉악범도 초상권 보호’ 찬반 논란

입력 2008.04.07 (08:57) 수정 2008.04.07 (09: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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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앞서 현장 검증에서도 잠깐 나왔지만 최근 잇따르는 강력범죄 피의자의 얼굴을 공개하라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습니다.

정부는 그러나 여전히 신중한 입장인데요.

뉴스타임 현장에서 이 문제를 생각해 보죠.

김학재 기자! 피의자의 인권도 중요하다는게 정부의 판단이죠?

<리포트>

네, 형이 확정되기 전까지는 피의자의 신분을 노출시키지 않는다는 ‘무죄 추정의 원칙’을 적용하고 있기 때문인데요.

범죄자의 인권이냐, 또 다른 피해 예방을 위한 국민의 알 권리냐,를 놓고 가해자 신상 공개 찬반 논란이 뜨거워지고 있습니다.

아파트 엘리베이터 안에서 어린이를 납치, 성폭행하려 했던 이모씨, 사건 현장의 CCTV에 그의 얼굴이 선명하게 찍히면서 경찰은 이씨를 공개수배하고 목격자를 찾았습니다. 그런데 이씨가 체포된 후, 그의 얼굴은 철저하게 가려졌습니다.

안양 초등학생 살해 사건의 피의자 정 모씨도 모자와 마스크로 얼굴이 철저하게 가려졌었는데요. 그 모습을 지켜본 피해아동의 어머니는 정씨의 얼굴을 공개하라며 오열했습니다.

<현장음> 故 이혜진 양 어머니 : "모자 벗기라고 해. 얼굴 좀 보게..."

2000년대 초까지만 해도 중대범죄자들의 얼굴과 실명은 대부분 언론에 공개됐었습니다. 90년대 지존파와 막가파를 비롯한 역대 흉악범들의 얼굴에서 모자나 마스크는 찾아볼 수 없었는데요.

경찰이 가해자의 얼굴을 가린 건 지난 2005년,국가인권위원회로부터 범인의 초상권도 보호되어야 한다는 권고를 받고나서부터입니다.

<인터뷰> 김상겸(동국대 법학과 교수) : "형이 확정되기 전에는 무죄 추정 원칙에 따라서 보호를 해야 하기 때문에 초상권 보호의 문제가 발생합니다. 형이 확정된 다음에도 인격권으로부터 도출되는 초상권 문제가 있기 때문에 대부분 얼굴 공개라든지 이런 것은 하지 못하는……."

하지만 최근 재범률이 높은 흉악한 아동 성범죄가 잇따르면서 이러한 초상권 보호 원칙에 비난의 화살이 집중되고 있는데요.

<인터뷰> 김선아(시민) : "아동 대상 범죄를 저지른 사람들의 인권과 초상권을 왜 지켜줘야 하는지 모르겠어요."

<인터뷰> 박광동(시민) : "사람 짓을 해야지 인권이지 사람 짓도 못하는 사람들이 인권을 얘기하는 거야 그건 말도 안 되는 거야."

재범을 막기 위해서는 범죄자들의 초상권을 지켜주는 것 보다, 범죄 예방의 공익이 우선시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진 것입니다.

<인터뷰> 김윤수(다세움성폭력상담소 부소장) : "거의 50%에 가깝다고 보고될 정도로 성범죄 재범률이 높은데 공개되면 주위에 있는 사람들이 그 사람들을 경계해서 피해를 안 입을 수 있는 예방효과가 있다라고……."

<인터뷰> 나주봉(전국 미아/실종가족찾기 시민의모임 회장) : "피의자의 인권은 보호를 받지만 피해자의 인권은 보호 받지 못하고 있는 게 현실이거든요. 피해자는 평생 그 아픔을 죽는 날까지 고스란히 가슴에 묻고 가야 하는 반면에 피의자는 몇 년만 수용생활하고 나오면 다시 사회인으로 살아가는데 너무 불공평하다……."

하지만 이에 대해 인권위를 비롯한 일부 단체들은 범죄자라 할지라도 얼굴 공개는 이중처벌이 될 수 있는 만큼 쉽게 생각해선 안 될 문제라며 팽팽하게 맞서고 있는데요.

<인터뷰> 박진(인권단체 관계자 범죄자) : "얼굴이 공개되면 범죄자와 관련 있는 모든 사람들이 증오 범죄에 노출될 수가 있어요. 아들이 그런 범죄자라는 것이 온 동네에 밝혀질 거 아니에요. 그러면 그 가족들은 어떻게 보호할 거냐는 거죠."

그렇다면 외국의 경우는 어떨까? 현재 미국과 일본 등에서는 재발 방지를 위해 강력 범죄자의 신상을 언론에 공개하는 분위기로 바뀌고 있는데요.

미국은 특히 메건법 등을 통해 성 범죄자를 끝까지 추적하고 얼굴과 실명을 비롯한 모든 정보를 일반인들에게 상세하게 알리고 있습니다.

물론 우리나라에서도 올해부터 청소년 대상 성범죄자 신상공개제도를 시작하긴 했습니다.

하지만 범죄자 주소지에 한해서만 신상정보를 열람할 수 있고, 기존 성범죄자들에게 소급 적용이 되지 않아 사실상 찾아볼 정보는 전무한 상황인데요.

아동 성범죄자 만큼이라도 신상공개를 강력하게 더 확대하고 사후 감시와 교육에 힘을 쏟아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대목입니다.

<인터뷰> 김상겸(동국대 법학과 교수) : "아동의 경우에는 성숙하지 못한 인격체로서 국가가 보호를 해야 한다는 점에 초점을 맞추어야 합니다. 예방차원에서 성범죄자에 대한 신상 공개를 좀 더 적극적으로 알릴 필요가 있고……."

사회에 언제 다시 돌아와 범죄를 저지를지 모른다는 불안감에 얼굴을 알려야 한다는 목소리와 신상공개라는 강력한 수단을 이용하는 것은 과잉대응이라는 의견이 팽팽하게 맞서고 있는데요.

흉악범죄를 효과적으로 줄일 수 있는 근본적인 해결 방안이 나오지 않는 한 앞으로도 이러한 논쟁은 계속될 것으로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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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08-04-07 08:36: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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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앞서 현장 검증에서도 잠깐 나왔지만 최근 잇따르는 강력범죄 피의자의 얼굴을 공개하라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습니다. 정부는 그러나 여전히 신중한 입장인데요. 뉴스타임 현장에서 이 문제를 생각해 보죠. 김학재 기자! 피의자의 인권도 중요하다는게 정부의 판단이죠? <리포트> 네, 형이 확정되기 전까지는 피의자의 신분을 노출시키지 않는다는 ‘무죄 추정의 원칙’을 적용하고 있기 때문인데요. 범죄자의 인권이냐, 또 다른 피해 예방을 위한 국민의 알 권리냐,를 놓고 가해자 신상 공개 찬반 논란이 뜨거워지고 있습니다. 아파트 엘리베이터 안에서 어린이를 납치, 성폭행하려 했던 이모씨, 사건 현장의 CCTV에 그의 얼굴이 선명하게 찍히면서 경찰은 이씨를 공개수배하고 목격자를 찾았습니다. 그런데 이씨가 체포된 후, 그의 얼굴은 철저하게 가려졌습니다. 안양 초등학생 살해 사건의 피의자 정 모씨도 모자와 마스크로 얼굴이 철저하게 가려졌었는데요. 그 모습을 지켜본 피해아동의 어머니는 정씨의 얼굴을 공개하라며 오열했습니다. <현장음> 故 이혜진 양 어머니 : "모자 벗기라고 해. 얼굴 좀 보게..." 2000년대 초까지만 해도 중대범죄자들의 얼굴과 실명은 대부분 언론에 공개됐었습니다. 90년대 지존파와 막가파를 비롯한 역대 흉악범들의 얼굴에서 모자나 마스크는 찾아볼 수 없었는데요. 경찰이 가해자의 얼굴을 가린 건 지난 2005년,국가인권위원회로부터 범인의 초상권도 보호되어야 한다는 권고를 받고나서부터입니다. <인터뷰> 김상겸(동국대 법학과 교수) : "형이 확정되기 전에는 무죄 추정 원칙에 따라서 보호를 해야 하기 때문에 초상권 보호의 문제가 발생합니다. 형이 확정된 다음에도 인격권으로부터 도출되는 초상권 문제가 있기 때문에 대부분 얼굴 공개라든지 이런 것은 하지 못하는……." 하지만 최근 재범률이 높은 흉악한 아동 성범죄가 잇따르면서 이러한 초상권 보호 원칙에 비난의 화살이 집중되고 있는데요. <인터뷰> 김선아(시민) : "아동 대상 범죄를 저지른 사람들의 인권과 초상권을 왜 지켜줘야 하는지 모르겠어요." <인터뷰> 박광동(시민) : "사람 짓을 해야지 인권이지 사람 짓도 못하는 사람들이 인권을 얘기하는 거야 그건 말도 안 되는 거야." 재범을 막기 위해서는 범죄자들의 초상권을 지켜주는 것 보다, 범죄 예방의 공익이 우선시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진 것입니다. <인터뷰> 김윤수(다세움성폭력상담소 부소장) : "거의 50%에 가깝다고 보고될 정도로 성범죄 재범률이 높은데 공개되면 주위에 있는 사람들이 그 사람들을 경계해서 피해를 안 입을 수 있는 예방효과가 있다라고……." <인터뷰> 나주봉(전국 미아/실종가족찾기 시민의모임 회장) : "피의자의 인권은 보호를 받지만 피해자의 인권은 보호 받지 못하고 있는 게 현실이거든요. 피해자는 평생 그 아픔을 죽는 날까지 고스란히 가슴에 묻고 가야 하는 반면에 피의자는 몇 년만 수용생활하고 나오면 다시 사회인으로 살아가는데 너무 불공평하다……." 하지만 이에 대해 인권위를 비롯한 일부 단체들은 범죄자라 할지라도 얼굴 공개는 이중처벌이 될 수 있는 만큼 쉽게 생각해선 안 될 문제라며 팽팽하게 맞서고 있는데요. <인터뷰> 박진(인권단체 관계자 범죄자) : "얼굴이 공개되면 범죄자와 관련 있는 모든 사람들이 증오 범죄에 노출될 수가 있어요. 아들이 그런 범죄자라는 것이 온 동네에 밝혀질 거 아니에요. 그러면 그 가족들은 어떻게 보호할 거냐는 거죠." 그렇다면 외국의 경우는 어떨까? 현재 미국과 일본 등에서는 재발 방지를 위해 강력 범죄자의 신상을 언론에 공개하는 분위기로 바뀌고 있는데요. 미국은 특히 메건법 등을 통해 성 범죄자를 끝까지 추적하고 얼굴과 실명을 비롯한 모든 정보를 일반인들에게 상세하게 알리고 있습니다. 물론 우리나라에서도 올해부터 청소년 대상 성범죄자 신상공개제도를 시작하긴 했습니다. 하지만 범죄자 주소지에 한해서만 신상정보를 열람할 수 있고, 기존 성범죄자들에게 소급 적용이 되지 않아 사실상 찾아볼 정보는 전무한 상황인데요. 아동 성범죄자 만큼이라도 신상공개를 강력하게 더 확대하고 사후 감시와 교육에 힘을 쏟아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대목입니다. <인터뷰> 김상겸(동국대 법학과 교수) : "아동의 경우에는 성숙하지 못한 인격체로서 국가가 보호를 해야 한다는 점에 초점을 맞추어야 합니다. 예방차원에서 성범죄자에 대한 신상 공개를 좀 더 적극적으로 알릴 필요가 있고……." 사회에 언제 다시 돌아와 범죄를 저지를지 모른다는 불안감에 얼굴을 알려야 한다는 목소리와 신상공개라는 강력한 수단을 이용하는 것은 과잉대응이라는 의견이 팽팽하게 맞서고 있는데요. 흉악범죄를 효과적으로 줄일 수 있는 근본적인 해결 방안이 나오지 않는 한 앞으로도 이러한 논쟁은 계속될 것으로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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