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통조림에 기생충까지…뭘 믿고 먹나?

입력 2008.04.30 (08:50) 수정 2008.04.30 (09: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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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신세계 이마트가 만든 꽁치 통조림에서 기생충이 나왔다는 소식, 어제 전해드렸는데요.

이후 이마트 측의 대응을 보면 대기업 맞나 싶습니다.

이소정 기자! 뒤늦은 리콜 조치에다 또 하는 둥 마는 둥 이라면서요?

<리포트>

네, 다른 것도 아니고 먹는 것인데, 차원에서라도 즉시 회수 조치가 이뤄져야할텐데요~

취재 결과, 홈페이지에 공지조차 안 된 매장들이 있었습니다.

이렇게 식품 이물질 사건이 터질 때마다 소비자들은 황당함을 넘어서 분노를 느낄 수밖에 없습니다.

최근 리콜에 들어간 이마트의 꽁치통조림입니다.

유통기한이 2011년 2월 4일인 280g짜리 통조림으로 자체 브랜드 상품인데요, 생선 내장에 사는 분홍색 기생충인 '구두충’이 발견됐습니다.

<인터뷰> 김옥연(서울시 신사동) : "우선 혐오감이 생기죠. (기생충이) 3cm 정도 된다고 하잖아요."

<인터뷰>정해정(서울시 증산동) : "기생충이 나온 걸 어떻게 사 먹겠어요."

문제의 기생충이 식약청에 처음 신고된 건 3주 전이었던 지난 7일이었습니다.

<인터뷰>황성휘(광주식약청 식품안전관리과장) : "음식을 조리하기 위해서 꽁치 통조림을 땄더니 그 안에 벌레 모양의 이물질이 들어있다고 신고가 들어와서… 4월 8일 18시 30분쯤 (검사 결과를) 확인해서 홈페이지 유해식품 정보란에 부적합 식품으로 공개를 했고…"

식약청은 인체에 무해하지만 소비자에게 혐오감을 줄 수 있다고 판단해, 지난 8일 마트와 관할 지자체에
동일 제품 18000여개의 긴급 회수를 지시했다고 합니다.

<인터뷰>황성휘(광주식약청 식품안전관리과장) : "전국에 판매되고 있는 동일 제품을 수거하도록 회수 지시를 내렸습니다. 제조원 소재지인 경남 함안군청과 유통 전문 판매업 소재지인 서울 은평구청에도 동시에 지시 문서를 보냈습니다."

그러나 사흘 뒤인 지난 11일 매장에 진열됐던 제품들만 사라졌을 뿐입니다.

전국적으로 리콜이 시작된 건 열흘이 더 지난 22일부터였다고 매장 직원들은 밝혔는데요.

<녹취>이마트 매장 직원 : "22일부터 리콜을 시작했죠. 본사에서 연락이 와서 저희 매장에서 그때 한 거죠.
리콜을 해야 되나 판단하는데 아마 시간이 걸렸던 것 같습니다."

또 문제의 통조림이 판매된 해당 매장에서는 소비자로부터 직접 회수된 제품이 어제까지 한 건도 없었다고 말해 고객들에게 리콜 조치를 제대로 알리지 않았다는 지적도 받고 있습니다.

<녹취>이마트 매장 직원 : "고객들이 리콜을 해 온 적이 없었고요. 동일 상품에 대해서 아직까지 문의 온 것도 없습니다."

본사를 찾아가봤지만, 담당자를 직접 만날 수는 없었는데요.

<녹취> 이마트 직원 : "오늘 담당자가 교육을 가서 자리에 없다고……."

관할 지자체에서는 리콜에 대한 책임이 1차적으로 제조업체에 있다 보니, 유통업체의 리콜 조치에 대해서는 적극적으로 관여할 수 없다고 설명합니다.

<녹취> 자치단체 공무원 : "의무는 아니에요. 리콜 시점이 늦는지 빠른지 따질 문제가 아니고요. 다만 판매업체가 관내에 있다 보니까 회수율을 좀 더 높이고자 추가적으로 (지자체가) 요구를 하는 것뿐이지……."

리콜조치가 시작된 이후로도 이마트의 대처는 여전히 소홀해보였습니다.

취재진이 어제 오후, 서울시내 17개 매장의 개별 홈페이지를 직접 확인해봤는데요.

홈페이지에 리콜 공지를 하지 않은 매장도 7곳이나 됐습니다.

<녹취>이마트 매장 직원 : "홈페이지에 게시하라는 지침이 없어서 알아보고 있고…….다른 지점은 지금 홈페이지에 올라와 있다는 거죠?"

<녹취>이마트 매장 직원 : "그건 확인 해봐야 할 것 같아요. 인터넷은 제가 점검 못했는데……."

심지어 취재진의 전화를 받고 나서야 부랴부랴 공지를 새로 올리는 곳들도 있었는데요~.

<녹취>이마트 직원 : "각 점포 내에는 이미 다 공지가 된 걸로 알고 있고요. (홈페이지에) 미처 공지를 못 한 점포들은 곧 할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식품 이물질 발견 뒤 업체들의 늑장 대처, 이번 뿐만이 아니었죠!

쥐머리가 들었던 농심 새우깡.

칼날이 들었던 동원 F&B 참치캔.

해당기업들은 발견 사실을 알고도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다가, 하나같이 식약청이 확인 작업에 나서자
그 때서야 뒤늦게 수습에 매달렸는데요.

대기업들의 사정이 이렇다보니 소비자들은 대체 뭘 믿고 먹으라는 것인지 불신이 극에 달하고 있습니다.

<인터뷰> 조남춘(서울시 신사동) : "굉장히 불쾌한 일이죠. 바로 해결해야죠. 요즘에 사건 터지는 걸 보면 꼭 그렇더라고……."

<인터뷰>김혜영(서울시 수색동) : "너무 안일하게 생각했던 거죠. 업체들을 믿고 사는데 그런 일 발생하면 조치를 성의껏 빨리빨리 해야 되는데……."

지금까지 식품 업계가 이물질 문제를 똑부러지게 처리해오지 않은 데는 관련 당국의 안일한 태도와 미비한 처벌이 한 몫을 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습니다.

<녹취> 자치단체 공무원 : "(이물질이) 어떤 문제를 일으킬 정도로 위험하다면 거기에 따라 또 처벌 규정이 정해지겠지만 부주의했던 정도로만 보고 시정명령을 내려요."

제조업체 뿐 아니라, 유통업체에 대해서도 관련 규정을 좀 더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습니다.

<인터뷰>문은숙(소비자시민모임 기획처장) : "제조업체보다는 유통업체들이 소비자들의 정보 등 문제를 빨리 알릴 수 있는 방법과 수단을 갖고 있어요. 유통업체들이 재빠르게 리콜을 할 수 있도록 하는 책임이나 규정이 부족해요."

잇따른 식품 이물질 사고로 식품업체나 유통업체에 대한 신뢰가 끝없이 떨어지고 있는데요.

사후조치마저 미흡해 소비자들 사이에선 해당 업체 상품에 대한 불매운동 움직임까지 일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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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08-04-30 08:25: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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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신세계 이마트가 만든 꽁치 통조림에서 기생충이 나왔다는 소식, 어제 전해드렸는데요. 이후 이마트 측의 대응을 보면 대기업 맞나 싶습니다. 이소정 기자! 뒤늦은 리콜 조치에다 또 하는 둥 마는 둥 이라면서요? <리포트> 네, 다른 것도 아니고 먹는 것인데, 차원에서라도 즉시 회수 조치가 이뤄져야할텐데요~ 취재 결과, 홈페이지에 공지조차 안 된 매장들이 있었습니다. 이렇게 식품 이물질 사건이 터질 때마다 소비자들은 황당함을 넘어서 분노를 느낄 수밖에 없습니다. 최근 리콜에 들어간 이마트의 꽁치통조림입니다. 유통기한이 2011년 2월 4일인 280g짜리 통조림으로 자체 브랜드 상품인데요, 생선 내장에 사는 분홍색 기생충인 '구두충’이 발견됐습니다. <인터뷰> 김옥연(서울시 신사동) : "우선 혐오감이 생기죠. (기생충이) 3cm 정도 된다고 하잖아요." <인터뷰>정해정(서울시 증산동) : "기생충이 나온 걸 어떻게 사 먹겠어요." 문제의 기생충이 식약청에 처음 신고된 건 3주 전이었던 지난 7일이었습니다. <인터뷰>황성휘(광주식약청 식품안전관리과장) : "음식을 조리하기 위해서 꽁치 통조림을 땄더니 그 안에 벌레 모양의 이물질이 들어있다고 신고가 들어와서… 4월 8일 18시 30분쯤 (검사 결과를) 확인해서 홈페이지 유해식품 정보란에 부적합 식품으로 공개를 했고…" 식약청은 인체에 무해하지만 소비자에게 혐오감을 줄 수 있다고 판단해, 지난 8일 마트와 관할 지자체에 동일 제품 18000여개의 긴급 회수를 지시했다고 합니다. <인터뷰>황성휘(광주식약청 식품안전관리과장) : "전국에 판매되고 있는 동일 제품을 수거하도록 회수 지시를 내렸습니다. 제조원 소재지인 경남 함안군청과 유통 전문 판매업 소재지인 서울 은평구청에도 동시에 지시 문서를 보냈습니다." 그러나 사흘 뒤인 지난 11일 매장에 진열됐던 제품들만 사라졌을 뿐입니다. 전국적으로 리콜이 시작된 건 열흘이 더 지난 22일부터였다고 매장 직원들은 밝혔는데요. <녹취>이마트 매장 직원 : "22일부터 리콜을 시작했죠. 본사에서 연락이 와서 저희 매장에서 그때 한 거죠. 리콜을 해야 되나 판단하는데 아마 시간이 걸렸던 것 같습니다." 또 문제의 통조림이 판매된 해당 매장에서는 소비자로부터 직접 회수된 제품이 어제까지 한 건도 없었다고 말해 고객들에게 리콜 조치를 제대로 알리지 않았다는 지적도 받고 있습니다. <녹취>이마트 매장 직원 : "고객들이 리콜을 해 온 적이 없었고요. 동일 상품에 대해서 아직까지 문의 온 것도 없습니다." 본사를 찾아가봤지만, 담당자를 직접 만날 수는 없었는데요. <녹취> 이마트 직원 : "오늘 담당자가 교육을 가서 자리에 없다고……." 관할 지자체에서는 리콜에 대한 책임이 1차적으로 제조업체에 있다 보니, 유통업체의 리콜 조치에 대해서는 적극적으로 관여할 수 없다고 설명합니다. <녹취> 자치단체 공무원 : "의무는 아니에요. 리콜 시점이 늦는지 빠른지 따질 문제가 아니고요. 다만 판매업체가 관내에 있다 보니까 회수율을 좀 더 높이고자 추가적으로 (지자체가) 요구를 하는 것뿐이지……." 리콜조치가 시작된 이후로도 이마트의 대처는 여전히 소홀해보였습니다. 취재진이 어제 오후, 서울시내 17개 매장의 개별 홈페이지를 직접 확인해봤는데요. 홈페이지에 리콜 공지를 하지 않은 매장도 7곳이나 됐습니다. <녹취>이마트 매장 직원 : "홈페이지에 게시하라는 지침이 없어서 알아보고 있고…….다른 지점은 지금 홈페이지에 올라와 있다는 거죠?" <녹취>이마트 매장 직원 : "그건 확인 해봐야 할 것 같아요. 인터넷은 제가 점검 못했는데……." 심지어 취재진의 전화를 받고 나서야 부랴부랴 공지를 새로 올리는 곳들도 있었는데요~. <녹취>이마트 직원 : "각 점포 내에는 이미 다 공지가 된 걸로 알고 있고요. (홈페이지에) 미처 공지를 못 한 점포들은 곧 할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식품 이물질 발견 뒤 업체들의 늑장 대처, 이번 뿐만이 아니었죠! 쥐머리가 들었던 농심 새우깡. 칼날이 들었던 동원 F&B 참치캔. 해당기업들은 발견 사실을 알고도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다가, 하나같이 식약청이 확인 작업에 나서자 그 때서야 뒤늦게 수습에 매달렸는데요. 대기업들의 사정이 이렇다보니 소비자들은 대체 뭘 믿고 먹으라는 것인지 불신이 극에 달하고 있습니다. <인터뷰> 조남춘(서울시 신사동) : "굉장히 불쾌한 일이죠. 바로 해결해야죠. 요즘에 사건 터지는 걸 보면 꼭 그렇더라고……." <인터뷰>김혜영(서울시 수색동) : "너무 안일하게 생각했던 거죠. 업체들을 믿고 사는데 그런 일 발생하면 조치를 성의껏 빨리빨리 해야 되는데……." 지금까지 식품 업계가 이물질 문제를 똑부러지게 처리해오지 않은 데는 관련 당국의 안일한 태도와 미비한 처벌이 한 몫을 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습니다. <녹취> 자치단체 공무원 : "(이물질이) 어떤 문제를 일으킬 정도로 위험하다면 거기에 따라 또 처벌 규정이 정해지겠지만 부주의했던 정도로만 보고 시정명령을 내려요." 제조업체 뿐 아니라, 유통업체에 대해서도 관련 규정을 좀 더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습니다. <인터뷰>문은숙(소비자시민모임 기획처장) : "제조업체보다는 유통업체들이 소비자들의 정보 등 문제를 빨리 알릴 수 있는 방법과 수단을 갖고 있어요. 유통업체들이 재빠르게 리콜을 할 수 있도록 하는 책임이나 규정이 부족해요." 잇따른 식품 이물질 사고로 식품업체나 유통업체에 대한 신뢰가 끝없이 떨어지고 있는데요. 사후조치마저 미흡해 소비자들 사이에선 해당 업체 상품에 대한 불매운동 움직임까지 일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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