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토리니섬, 관광 천국의 비결은?

입력 2008.05.04 (10: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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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세계적인 문화재의 보고인 그리스가 유적지 관광으로 막대한 수입을 올리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 유적지 관광 못지 않게 그리스의 섬 관광도 세계적인 명성을 얻고 있는데요. 우리에게도 널리 알려진 산토리니 섬의 사례를 통해 섬 관광의 특화 전략을 알아봤습니다.

김개형 순회특파원이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고대 그리스 문화의 발상지 아테네. 기원전 5세기, 아크로폴리스에 세워진 파르테논 신전은 유네스코가 세계문화유산 1호로 지정한 세계적인 문화재이자 고대 그리스의 상징입니다.

수천 년의 역사를 간직한 그리스 문화재. 많은 외국인 관광객을 불러오는 그리스 관광 산업의 원천이지만 유적지 관광이 그리스 관광의 전부는 아닙니다.

아테네에서 비행기로 40분, 지중해 동쪽, 에게 바다의 작은 섬 산토리니는 그리스 섬 관광의 백미로 꼽히는 곳입니다.

연푸른색 하늘과 코발트 빛 짙은 바다. 깎아지른 듯한 절벽이 병풍처럼 펼쳐져 있습니다. 절벽 위에 오밀조밀 들어선 작은 하얀집들. 파랗게 빛나는 바다와 하늘 사이에서 눈부신 순백색을 뿜어냅니다. 그 사이사이로 파란 점을 찍은 듯 둥근 종탑과 사각 창문이 절묘한 조화를 이루고 있습니다.

<인터뷰> 칼리(호주 관광객): “파란색과 하얀색은 대단했습니다. 너무 아름다웠어요. 사진을 천 장이나 찍었어요.”

<인터뷰> 코니 로우스트(독일 관광객): “산토리니 섬을 보면 파란색과 하얀색을 떠오릅니다. 파란색 바다와 하얀색 집 말입니다.”

한 폭의 풍경화를 배경으로 한 예비부부가 결혼 사진을 찍고 있습니다. 이런저런 포즈를 취하던 예비부부가 갑자기 짐을 챙겨 어디론가 서둘러 갑니다.

이들이 향한 곳은 에게 바다의 석양을 가장 잘 볼 수 있는 자립니다. 산토리니 섬의 일몰은 전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것 중의 하나로 알려져 있습니다.

<인터뷰> 린치웨이(타이완 예비신부): “여기에 신혼여행을 오려고 했는데, 약혼자가 여기서 결혼사진을 찍자고 했습니다. 정말 행복합니다.”

산토리니의 아침은 대형 크루즈 선박을 타고 온 관광객들로부터 시작됩니다. 설레는 마음을 안고 즐거운 발걸음으로 섬 관광에 나서는 관광객들.

섬에서의 첫 경험은 노새를 타고 계단을 오르는 것입니다. 수백년 전부터 이어져 내려온 섬 주민들의 생활을 그대로 체험하는 관광 코스입니다.

관광객들로 붐비는 산토리니 섬의 번화가, 티라 마을. 여기저기에서 크고 작은 공사가 한창입니다. 새로운 건물이 올라가는가하면 겨우내 색이 바랜 벽과 바닥을 새로 칠하는 작업이 쉴 새 없이 이뤄지고 있습니다.

지금은 산토리니 섬이 비수기에서 성수기로 접어드는 시기입니다. 관광객들을 맞이하기 위한 준비가 한창인데, 가장 중요한 작업이 섬 전체를 하얀색과 파란색으로 물들이는 일입니다.

섬을 물들이는 작업에는 엄격한 규정이 있습니다. 건물 외벽에는 흰색과 파란색, 노란색 계열의 20여 개 색깔만 허용됩니다. 계단도 하얀색만 칠할 수 있습니다. 반면 빨간색과 오랜지색, 그리고 녹색은 칠할 수 없습니다. 이를 어길 경우 과태료를 물게 됩니다.

높은 건물이 마구잡이로 들어서 전망을 해치는 경우를 막기 위해 절벽 지역에서는 3층 이상의 건물을 지을 수 없습니다. 건물의 모서리도 부드러운 느낌이 나도록 커브 형태로 지어져야 합니다.

<인터뷰> 니콜라스(산토리니 관광청): “창문과 창틀도 나무로 만든 것을 사용해야 합니다. 건물 밖에서 보이는 창문과 창틀에는 금속 재료를 쓸 수 없습니다.”

기원전 16세기 거대한 화산 폭발이 일어나 5개의 화산섬으로 이뤄진 지금의 모습을 갖추게 됐다는 산토리니 섬. 언제부터, 어떤 이유로 흰색과 파란색으로 섬을 물들이게 됐는지는 정확하지 않습니다.

흰색은 태양, 파란색은 에게 바다를 상징한다는 설과 그리스가 외세의 침입을 받았을 때 저항의 의미로 그리스 국기의 색깔을 건물 외벽과 창틀에 칠했다는 설이 가장 설득력 있습니다. 또 종교적인 의미를 부여하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인터뷰> 크리스토포로스(향토사학가): “흰색은 모든 색들과 잘 어울리면서도 다른 색깔 없이도 환상적인 색깔을 냅니다. 교회 지붕의 파란색은 하늘을 상징하는 의미가 있습니다.”

섬을 물들이는 색깔에 대해 저마다 다른 해석을 내놓고 있지만 산토리니는 해마다 같은 색깔의 옷을 입습니다. 인구 2만 명에 불과한 산토리니에 해마다 3백 만 명에 가까운 관광객이 찾아오는 이유입니다.

산토리니 섬이 세계적인 관광지가 된 것은 천혜의 자연 환경 때문만은 아닙니다. 수 천 년을 통해 전해 내려온 전통과 그 전통을 계승해 독특한 개성으로 만들어낸 산토리니 사람들의 노력도 큰 몫을 하고 있습니다.

지난 2005년 외국인 관광객 천 5백만 명이 그리스를 방문했습니다. 이 가운데 5분의 1 가량이 지중해와 에게해에 자리한 3천 여개의 섬에서 관광을 즐겼습니다. 수천 개의 섬을 가진 우리나라가 눈여겨볼 대목입니다.

대낮 서울 한복판을 오성홍기로 뒤덮은 중국 시위대의 폭력 사태는 우리의 심경을 매우 복잡하게 만들었습니다. 무엇보다 왜곡된 역사 인식아래 자라난 젊은이들에게서 중국의 불안한 미래를 엿볼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특파원 현장보고, 오늘 순서 여기서 마치겠습니다. 여러분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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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산토리니섬, 관광 천국의 비결은?
    • 입력 2008-05-04 10:11:57
    특파원 현장보고
<앵커 멘트> 세계적인 문화재의 보고인 그리스가 유적지 관광으로 막대한 수입을 올리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 유적지 관광 못지 않게 그리스의 섬 관광도 세계적인 명성을 얻고 있는데요. 우리에게도 널리 알려진 산토리니 섬의 사례를 통해 섬 관광의 특화 전략을 알아봤습니다. 김개형 순회특파원이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고대 그리스 문화의 발상지 아테네. 기원전 5세기, 아크로폴리스에 세워진 파르테논 신전은 유네스코가 세계문화유산 1호로 지정한 세계적인 문화재이자 고대 그리스의 상징입니다. 수천 년의 역사를 간직한 그리스 문화재. 많은 외국인 관광객을 불러오는 그리스 관광 산업의 원천이지만 유적지 관광이 그리스 관광의 전부는 아닙니다. 아테네에서 비행기로 40분, 지중해 동쪽, 에게 바다의 작은 섬 산토리니는 그리스 섬 관광의 백미로 꼽히는 곳입니다. 연푸른색 하늘과 코발트 빛 짙은 바다. 깎아지른 듯한 절벽이 병풍처럼 펼쳐져 있습니다. 절벽 위에 오밀조밀 들어선 작은 하얀집들. 파랗게 빛나는 바다와 하늘 사이에서 눈부신 순백색을 뿜어냅니다. 그 사이사이로 파란 점을 찍은 듯 둥근 종탑과 사각 창문이 절묘한 조화를 이루고 있습니다. <인터뷰> 칼리(호주 관광객): “파란색과 하얀색은 대단했습니다. 너무 아름다웠어요. 사진을 천 장이나 찍었어요.” <인터뷰> 코니 로우스트(독일 관광객): “산토리니 섬을 보면 파란색과 하얀색을 떠오릅니다. 파란색 바다와 하얀색 집 말입니다.” 한 폭의 풍경화를 배경으로 한 예비부부가 결혼 사진을 찍고 있습니다. 이런저런 포즈를 취하던 예비부부가 갑자기 짐을 챙겨 어디론가 서둘러 갑니다. 이들이 향한 곳은 에게 바다의 석양을 가장 잘 볼 수 있는 자립니다. 산토리니 섬의 일몰은 전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것 중의 하나로 알려져 있습니다. <인터뷰> 린치웨이(타이완 예비신부): “여기에 신혼여행을 오려고 했는데, 약혼자가 여기서 결혼사진을 찍자고 했습니다. 정말 행복합니다.” 산토리니의 아침은 대형 크루즈 선박을 타고 온 관광객들로부터 시작됩니다. 설레는 마음을 안고 즐거운 발걸음으로 섬 관광에 나서는 관광객들. 섬에서의 첫 경험은 노새를 타고 계단을 오르는 것입니다. 수백년 전부터 이어져 내려온 섬 주민들의 생활을 그대로 체험하는 관광 코스입니다. 관광객들로 붐비는 산토리니 섬의 번화가, 티라 마을. 여기저기에서 크고 작은 공사가 한창입니다. 새로운 건물이 올라가는가하면 겨우내 색이 바랜 벽과 바닥을 새로 칠하는 작업이 쉴 새 없이 이뤄지고 있습니다. 지금은 산토리니 섬이 비수기에서 성수기로 접어드는 시기입니다. 관광객들을 맞이하기 위한 준비가 한창인데, 가장 중요한 작업이 섬 전체를 하얀색과 파란색으로 물들이는 일입니다. 섬을 물들이는 작업에는 엄격한 규정이 있습니다. 건물 외벽에는 흰색과 파란색, 노란색 계열의 20여 개 색깔만 허용됩니다. 계단도 하얀색만 칠할 수 있습니다. 반면 빨간색과 오랜지색, 그리고 녹색은 칠할 수 없습니다. 이를 어길 경우 과태료를 물게 됩니다. 높은 건물이 마구잡이로 들어서 전망을 해치는 경우를 막기 위해 절벽 지역에서는 3층 이상의 건물을 지을 수 없습니다. 건물의 모서리도 부드러운 느낌이 나도록 커브 형태로 지어져야 합니다. <인터뷰> 니콜라스(산토리니 관광청): “창문과 창틀도 나무로 만든 것을 사용해야 합니다. 건물 밖에서 보이는 창문과 창틀에는 금속 재료를 쓸 수 없습니다.” 기원전 16세기 거대한 화산 폭발이 일어나 5개의 화산섬으로 이뤄진 지금의 모습을 갖추게 됐다는 산토리니 섬. 언제부터, 어떤 이유로 흰색과 파란색으로 섬을 물들이게 됐는지는 정확하지 않습니다. 흰색은 태양, 파란색은 에게 바다를 상징한다는 설과 그리스가 외세의 침입을 받았을 때 저항의 의미로 그리스 국기의 색깔을 건물 외벽과 창틀에 칠했다는 설이 가장 설득력 있습니다. 또 종교적인 의미를 부여하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인터뷰> 크리스토포로스(향토사학가): “흰색은 모든 색들과 잘 어울리면서도 다른 색깔 없이도 환상적인 색깔을 냅니다. 교회 지붕의 파란색은 하늘을 상징하는 의미가 있습니다.” 섬을 물들이는 색깔에 대해 저마다 다른 해석을 내놓고 있지만 산토리니는 해마다 같은 색깔의 옷을 입습니다. 인구 2만 명에 불과한 산토리니에 해마다 3백 만 명에 가까운 관광객이 찾아오는 이유입니다. 산토리니 섬이 세계적인 관광지가 된 것은 천혜의 자연 환경 때문만은 아닙니다. 수 천 년을 통해 전해 내려온 전통과 그 전통을 계승해 독특한 개성으로 만들어낸 산토리니 사람들의 노력도 큰 몫을 하고 있습니다. 지난 2005년 외국인 관광객 천 5백만 명이 그리스를 방문했습니다. 이 가운데 5분의 1 가량이 지중해와 에게해에 자리한 3천 여개의 섬에서 관광을 즐겼습니다. 수천 개의 섬을 가진 우리나라가 눈여겨볼 대목입니다. 대낮 서울 한복판을 오성홍기로 뒤덮은 중국 시위대의 폭력 사태는 우리의 심경을 매우 복잡하게 만들었습니다. 무엇보다 왜곡된 역사 인식아래 자라난 젊은이들에게서 중국의 불안한 미래를 엿볼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특파원 현장보고, 오늘 순서 여기서 마치겠습니다. 여러분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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