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커스] 정부 협상 전략 왜 바꿨나?

입력 2008.05.06 (08: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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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멘트>

미국산 쇠고기 재수입 협상 전 우리 정부가 마련한 협상전략 문건이 공개됐습니다.

그 내용을 보면 논리와 원칙을 앞세워 수입 조건을 까다롭게 규정하고 있습니다.

협상 뒤 우리 정부의 입장, 180도 달라졌죠?

그 배경에 의문이 일고 있습니다.

김시원 기자! 이 문건을 보면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우리나라 사람의 유전자 구조가 광우병에 취약하다는 점을 우리 정부도 알고 있었다는 거죠?

<리포트>

네, 농림부 문건 대로라면 정부도 그런 특성을 고려해서 지난해 10월에 열린 미국과의 1차 협상에 임했던 것으로 보입니다.

하지만 불과 6개월 뒤에 열린 지난달 2차 협상에서 새롭게 들어선 이명박 정부는 이같은 원칙을 포기하고, 미국 측의 요구를 대부분 수용했는데요.

왜 정부가 협상 근거를 스스로 무너뜨렸는지 논란이 커지고 있습니다.

강기갑 민주노동당 의원이 공개한 쇠고기 협상 관련 농림부 문건입니다.

지난해 9월 미국과의 1차 쇠고기 협상을 앞두고 작성한 겁니다.

아직 과학적 안전성이 확보되지 않아 30개월 미만의 소만 수입해야 한다. 또 소의 내장 전체와 사골과 꼬리뼈 등 살코기를 제거한 상태의 뼈를 수입금지해야 한다는 의견이 적혀 있습니다.

특히 한국인은 인간광우병 감수성이 높은 유전적 특성이 있어 30개월 미만의 어린 소라도 모든 광우병 특정위험물질을 제거해야 한다고 돼 있습니다. 이 문건 내용과 이번 협상 결과를 정리해 봤는데요.

소의 나이 제한은 풀리고, 어린 소는 2개의 특정 위험물질만 제거하도록 기준이 완화됐습니다. 내장 등의 수입 제한도 풀렸습니다.

하지만 정부는 협상 타결 뒤 말을 바꿨습니다.

<인터뷰> 양기화(대한의사협회 연구조정실장): "MM형이 대다수를 차지한다고 해서 광우병에 노출된 리스크가 있는 소고기에 노출됐을 때 100% 감염된다고 단정지을 수 없다는 것이 저희의 생각입니다."

강기갑 의원은 새 정부가 기존 방침을 뒤집은 데는 정치적 판단이 개입됐다고 주장합니다.

<인터뷰> 강기갑(민주노동당 의원) :"검역주권과 국민 건강권을 부시대통령을 만나러 가기위해 선물 보따리로 준겁니다."

이번 문건 외에도 협상 내용을 두고 말이 많은데요.

지금까진 광우병 위험 물질이 반입되면 검역과 수입을 중단할 수 있었지만, 새로운 조건에서는 이미 들어온 쇠고기에서 위험물질이 나와도 미국의 원인 조사가 끝날 때까지는 아무런 조치도 할 수 없습니다.

<인터뷰> 박상표(국민건강을위한 수의사연대 정책국장): "국민의 건강을 뒷전에 두고 권리를 포기하는 것과 같다."

미국이 어제 회견에서 밝힌 동물성 사료금지 강화 조항도 논란입니다.

미국은 이번에 30개월 이상 된 소의 뇌와 척수를 가축 사료로 쓰는 것을 금지했기 때문에 이 부위만 빼면 여전히 돼지나 닭 등의 사료로 소와 그 부산물을 사용할 수 있습니다.

이는 지난 2004년에 모든 동물성 사료에 소의 부산물 이용을 전면 금지하겠다고 발표했던 것보다 오히려 후퇴했다는 지적입니다.

우리 정부는 어제 부랴부랴 검역 강화대책을 발표했습니다.

미국 쇠고기 작업장에 특별 점검단을 파견하고, 우리 검역관이 미국에 상주하며 수시로 검역 과정을 감시하겠다는 겁니다.

하지만, 정부가 특별점검단을 보내겠다고 한 곳은 우리 정부가 이전에 이미 안전하다고 승인한 작업장 31곳이 전부입니다.

그런데 앞으로 새로운 수입 위생조건이 발효되고 90일만 지나면 우리 정부의 승인없이도 미국이 독단적으로 수출 작업장을 추가로 승인해줄 수 있기 때문에 효과가 없을 것이라는 지적입니다.

또 검역관을 상주시키겠다고 했지만, 미국이 과연 수용할지도 미지수입니다.

<인터뷰> 위성환(검역원 검역검사과장): "현실적으로 어려운 부분이 있습니다. 특별 점검단이 점검을 하고 평가를 해보고요."

쇠고기 협상 청문회가 내일 열립니다.

이번에 공개된 정부 문건과 검역 주권에 대한 문제 등이 뜨거운 쟁점이 될 전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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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멘트> 미국산 쇠고기 재수입 협상 전 우리 정부가 마련한 협상전략 문건이 공개됐습니다. 그 내용을 보면 논리와 원칙을 앞세워 수입 조건을 까다롭게 규정하고 있습니다. 협상 뒤 우리 정부의 입장, 180도 달라졌죠? 그 배경에 의문이 일고 있습니다. 김시원 기자! 이 문건을 보면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우리나라 사람의 유전자 구조가 광우병에 취약하다는 점을 우리 정부도 알고 있었다는 거죠? <리포트> 네, 농림부 문건 대로라면 정부도 그런 특성을 고려해서 지난해 10월에 열린 미국과의 1차 협상에 임했던 것으로 보입니다. 하지만 불과 6개월 뒤에 열린 지난달 2차 협상에서 새롭게 들어선 이명박 정부는 이같은 원칙을 포기하고, 미국 측의 요구를 대부분 수용했는데요. 왜 정부가 협상 근거를 스스로 무너뜨렸는지 논란이 커지고 있습니다. 강기갑 민주노동당 의원이 공개한 쇠고기 협상 관련 농림부 문건입니다. 지난해 9월 미국과의 1차 쇠고기 협상을 앞두고 작성한 겁니다. 아직 과학적 안전성이 확보되지 않아 30개월 미만의 소만 수입해야 한다. 또 소의 내장 전체와 사골과 꼬리뼈 등 살코기를 제거한 상태의 뼈를 수입금지해야 한다는 의견이 적혀 있습니다. 특히 한국인은 인간광우병 감수성이 높은 유전적 특성이 있어 30개월 미만의 어린 소라도 모든 광우병 특정위험물질을 제거해야 한다고 돼 있습니다. 이 문건 내용과 이번 협상 결과를 정리해 봤는데요. 소의 나이 제한은 풀리고, 어린 소는 2개의 특정 위험물질만 제거하도록 기준이 완화됐습니다. 내장 등의 수입 제한도 풀렸습니다. 하지만 정부는 협상 타결 뒤 말을 바꿨습니다. <인터뷰> 양기화(대한의사협회 연구조정실장): "MM형이 대다수를 차지한다고 해서 광우병에 노출된 리스크가 있는 소고기에 노출됐을 때 100% 감염된다고 단정지을 수 없다는 것이 저희의 생각입니다." 강기갑 의원은 새 정부가 기존 방침을 뒤집은 데는 정치적 판단이 개입됐다고 주장합니다. <인터뷰> 강기갑(민주노동당 의원) :"검역주권과 국민 건강권을 부시대통령을 만나러 가기위해 선물 보따리로 준겁니다." 이번 문건 외에도 협상 내용을 두고 말이 많은데요. 지금까진 광우병 위험 물질이 반입되면 검역과 수입을 중단할 수 있었지만, 새로운 조건에서는 이미 들어온 쇠고기에서 위험물질이 나와도 미국의 원인 조사가 끝날 때까지는 아무런 조치도 할 수 없습니다. <인터뷰> 박상표(국민건강을위한 수의사연대 정책국장): "국민의 건강을 뒷전에 두고 권리를 포기하는 것과 같다." 미국이 어제 회견에서 밝힌 동물성 사료금지 강화 조항도 논란입니다. 미국은 이번에 30개월 이상 된 소의 뇌와 척수를 가축 사료로 쓰는 것을 금지했기 때문에 이 부위만 빼면 여전히 돼지나 닭 등의 사료로 소와 그 부산물을 사용할 수 있습니다. 이는 지난 2004년에 모든 동물성 사료에 소의 부산물 이용을 전면 금지하겠다고 발표했던 것보다 오히려 후퇴했다는 지적입니다. 우리 정부는 어제 부랴부랴 검역 강화대책을 발표했습니다. 미국 쇠고기 작업장에 특별 점검단을 파견하고, 우리 검역관이 미국에 상주하며 수시로 검역 과정을 감시하겠다는 겁니다. 하지만, 정부가 특별점검단을 보내겠다고 한 곳은 우리 정부가 이전에 이미 안전하다고 승인한 작업장 31곳이 전부입니다. 그런데 앞으로 새로운 수입 위생조건이 발효되고 90일만 지나면 우리 정부의 승인없이도 미국이 독단적으로 수출 작업장을 추가로 승인해줄 수 있기 때문에 효과가 없을 것이라는 지적입니다. 또 검역관을 상주시키겠다고 했지만, 미국이 과연 수용할지도 미지수입니다. <인터뷰> 위성환(검역원 검역검사과장): "현실적으로 어려운 부분이 있습니다. 특별 점검단이 점검을 하고 평가를 해보고요." 쇠고기 협상 청문회가 내일 열립니다. 이번에 공개된 정부 문건과 검역 주권에 대한 문제 등이 뜨거운 쟁점이 될 전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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