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중취재>환자 권리 실종

입력 2001.02.04 (21:00) 수정 2018.08.29 (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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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여러 차례 의료수가 조정에도 불구하고 환자들의 불편은 좀처럼 나아지지를 않고 있습니다.
촌각을 다투는 중환자가 이 병원 저 병원을 떠돌고 있고 진료 예약을 해도 한두 시간 기다리는 일은 예사입니다.
조성원, 성재호 기자가 집중 취재했습니다.
⊙기자: 서울의 한 대형 병원 응급실.
촌각을 다투는 패혈증 환자가 실려와 있습니다.
당장 인공호흡기가 있는 중환자실에서 치료를 받지 않으면 목숨이 위태롭지만 치료는 뒷전.
때아닌 실랑이가 벌어집니다.
⊙인터뷰: 지금 중환자실 빈자리가 하나도 없어요.
여기 이대로 두면 죽는다니까요.
⊙인터뷰: 여기서 중환자실 빈 병원을 찾아줘요, 그럼.
⊙기자: 결국 이 환자는 다른 15군데의 병원을 수소문한 뒤에야 중환자실에 입원할 수 있었습니다.
신생아 중환자의 경우 문제는 더욱 심각합니다.
신생아 중환자들은 성인 환자에 비해 호흡력과 면역성이 급격하게 떨어져 보다 쉽게 생명의 위협을 받기 때문입니다.
이처럼 중환자실을 찾아 헤매는 환자만전국에서 한 달에 300여 명.
그런데도 병원들은 중환자실 늘리기를 꺼리고 있습니다.
중환자실은 시설 운영비가 일반 병실의 10배나 되지만 의료보험수가는 2, 3배에 그친다는 이유에서입니다.
⊙인터뷰: 환자가 늘면 늘수록 적자폭이 커져서 우리 병원의 경우 20년 전보다 3, 40% 줄여서 운영하고 있습니다.
⊙기자: 그러나 보건복지부는 이미 지난 99년에 의료보험수가를 100% 인상했기 때문에 추가 인상은 어렵다고 밝혔습니다.
보건복지부와 병원측이 의료보험수가 인상을 놓고 줄다리기를 하는 사이 중환자들은 오늘도 목숨을 위협받고 있습니다.
KBS뉴스 조성원입니다.
⊙기자: 서울대학교 병원 외래진료실.
낮 12시가 넘었지만 대기실은 환자들로 가득합니다.
대부분 오전에 진료 예약이 돼 병원을 찾은 환자들입니다.
예약 시간보다 30분 늦은 것은 기본이고 한두 시간씩 기다린 환자들은 언제 진료를 받을지 지친 표정들입니다.
한 환자는 아예 대기실 의자에 누워 버렸습니다.
신촌 세브란스병원도 사정은 비슷합니다.
아예 문 앞에 사과문까지 내붙였습니다.
유명 의사일수록 진료 지연은 더 심합니다.
⊙제경수(예약환자): 우리가 여기 올 때에 11시 반이었거든요.
지금 1시간 정도 된 것 같아요.
⊙기자: 병원측이 진료 시간에 비해 예약환자를 너무 많이 받기 때문입니다.
이 의사는 한나절 진료를 하는 3시간 반 동안 예약 환자가 무려 105명이나 됩니다.
한 환자당 진료 시간이 2분밖에 되지를 않는다는 계산이 나옵니다.
⊙김인자(예약환자): 2분 내지 3분.
3분 진료 받자고 1시간, 2시간을 기다리는...
⊙기자: 병원측은 수지를 맞추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다는 얘기입니다.
⊙안정남(서울대학병원 직원): 환자를 줄여가지고 진료를 하게 되면 도저히 병원 경영을 맞출 수가 없습니다.
바로 이게 우리나라 의료제도 즉, 의료수가의 문제인 것이죠.
⊙기자: 있으나마나한 진료예약 제도.
환자들만 분통을 터뜨리고 있습니다.
KBS뉴스 성재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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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집중취재>환자 권리 실종
    • 입력 2001-02-04 21:00:00
    • 수정2018-08-29 15:00:00
    뉴스 9
⊙앵커: 여러 차례 의료수가 조정에도 불구하고 환자들의 불편은 좀처럼 나아지지를 않고 있습니다. 촌각을 다투는 중환자가 이 병원 저 병원을 떠돌고 있고 진료 예약을 해도 한두 시간 기다리는 일은 예사입니다. 조성원, 성재호 기자가 집중 취재했습니다. ⊙기자: 서울의 한 대형 병원 응급실. 촌각을 다투는 패혈증 환자가 실려와 있습니다. 당장 인공호흡기가 있는 중환자실에서 치료를 받지 않으면 목숨이 위태롭지만 치료는 뒷전. 때아닌 실랑이가 벌어집니다. ⊙인터뷰: 지금 중환자실 빈자리가 하나도 없어요. 여기 이대로 두면 죽는다니까요. ⊙인터뷰: 여기서 중환자실 빈 병원을 찾아줘요, 그럼. ⊙기자: 결국 이 환자는 다른 15군데의 병원을 수소문한 뒤에야 중환자실에 입원할 수 있었습니다. 신생아 중환자의 경우 문제는 더욱 심각합니다. 신생아 중환자들은 성인 환자에 비해 호흡력과 면역성이 급격하게 떨어져 보다 쉽게 생명의 위협을 받기 때문입니다. 이처럼 중환자실을 찾아 헤매는 환자만전국에서 한 달에 300여 명. 그런데도 병원들은 중환자실 늘리기를 꺼리고 있습니다. 중환자실은 시설 운영비가 일반 병실의 10배나 되지만 의료보험수가는 2, 3배에 그친다는 이유에서입니다. ⊙인터뷰: 환자가 늘면 늘수록 적자폭이 커져서 우리 병원의 경우 20년 전보다 3, 40% 줄여서 운영하고 있습니다. ⊙기자: 그러나 보건복지부는 이미 지난 99년에 의료보험수가를 100% 인상했기 때문에 추가 인상은 어렵다고 밝혔습니다. 보건복지부와 병원측이 의료보험수가 인상을 놓고 줄다리기를 하는 사이 중환자들은 오늘도 목숨을 위협받고 있습니다. KBS뉴스 조성원입니다. ⊙기자: 서울대학교 병원 외래진료실. 낮 12시가 넘었지만 대기실은 환자들로 가득합니다. 대부분 오전에 진료 예약이 돼 병원을 찾은 환자들입니다. 예약 시간보다 30분 늦은 것은 기본이고 한두 시간씩 기다린 환자들은 언제 진료를 받을지 지친 표정들입니다. 한 환자는 아예 대기실 의자에 누워 버렸습니다. 신촌 세브란스병원도 사정은 비슷합니다. 아예 문 앞에 사과문까지 내붙였습니다. 유명 의사일수록 진료 지연은 더 심합니다. ⊙제경수(예약환자): 우리가 여기 올 때에 11시 반이었거든요. 지금 1시간 정도 된 것 같아요. ⊙기자: 병원측이 진료 시간에 비해 예약환자를 너무 많이 받기 때문입니다. 이 의사는 한나절 진료를 하는 3시간 반 동안 예약 환자가 무려 105명이나 됩니다. 한 환자당 진료 시간이 2분밖에 되지를 않는다는 계산이 나옵니다. ⊙김인자(예약환자): 2분 내지 3분. 3분 진료 받자고 1시간, 2시간을 기다리는... ⊙기자: 병원측은 수지를 맞추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다는 얘기입니다. ⊙안정남(서울대학병원 직원): 환자를 줄여가지고 진료를 하게 되면 도저히 병원 경영을 맞출 수가 없습니다. 바로 이게 우리나라 의료제도 즉, 의료수가의 문제인 것이죠. ⊙기자: 있으나마나한 진료예약 제도. 환자들만 분통을 터뜨리고 있습니다. KBS뉴스 성재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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