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비평]② 되풀이된 파업, 언론의 책임은?

입력 2008.06.21 (22:25) 수정 2008.06.22 (14: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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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화물 연대 파업이 일주일 만에 마무리됐습니다. 이번 파업 사태에서 언론 보도에는 어떤 문제가 있었는지, 이랑 기자와 함께 알아보겠습니다.

이 기자, 5년 전에도 화물연대가 대규모 파업에 들어갔지요? (그렇습니다.) 우선 왜 파업이 되풀이됐는지 알아야 할 것 같은데요?

<리포트>

파업 이유는 간단합니다. 한 마디로 일을 해도 돈을 벌 수가 없다는 겁니다. 5년 전과 똑같은 상황입니다.

구조적인 문제가 있기 때문입니다.

화물 연대 조합원들이 운전대를 놓고 파업에 들어간다고 선언했습니다.

하지만 엄밀하게 말하면 파업이 아닙니다.

법적으로 노동자가 아닌 개인사업자이기 때문입니다.

바로 이 특별한 신분에서 문제가 시작됐습니다.

일을 시키는 사람은 있는데 정작 일하는 사람들은 법적으로 노동자가 아니기 때문에 노동자로서의 권리는 없습니다.

차가 고장 나도 자기 돈으로 고쳐야 하고, 산업재해 보험 혜택도 일부밖에 받지 못합니다.

요즘처럼 기름값이 오르면 차라리 운송을 포기하는 것이 낫다고 합니다.

화물차 차주로서는 상황을 바꾸고 싶어도 협상조차 하기 힘듭니다. 교섭권이 없기 때문입니다.

더구나 화물차 수요보다 공급이 턱없이 많기 때문에 운송업체와의 운송료 계약은 불리하게 맺어지기 십상입니다.

<인터뷰>김달식(전국운수산업노조 화물연대 본부장): “단 한 번도 정부가 제대로 화물연대의 목소리를 귀담아 들어준 적이 없었습니다.”

운송을 멈추는 집단 행동이 아니면 그 누구와도 협상조차 시작될 수 없습니다.

<질문 2> 집단 행동을 하게 된 배경에는 이런 상황이 있었군요. 어찌됐든 파업으로 물류 대란이 일어났는데 언론이 이런 파업 배경을 제대로 보도했나요?

<답변 2>

네, 언론사들은 파업 기사들을 비중있게 다뤘습니다. 대부분의 언론들은 이번 파업이 생계형 파업, 그러니까 먹고 살기 어려워서 벌어진 일이라는 점에 주목했습니다.

지난 9일부터 각 방송사는 모두 화물 연대 파업 소식을 전했습니다.

특히 왜 화물 연대 조합원들이 운송을 중단할 수 밖에 없었는지 주목했습니다.

<녹취>KBS 뉴스 2008·6·13 : “주 5일을 꼬박 운전하는데도 가족들 앞에 내밀 생활비가 너무 부족합니다.”

<녹취>MBC 뉴스데스크 2008·6·13: “살기 위해서 거리에 나선다는 정서가 깔려있습니다.”

<녹취> SBS 8시뉴스 2008·6·13: “이번 파업은 종전과는 전혀 양상이 다릅니다. 트럭을 운행하면 할수록 손해가 나는 절박한 상황이 불러온 이른바 생계형 파업입니다.”

기름값을 감안하면 운전사들은 운송을 거부하는 것이 아니라 운송을 하지 못하는 것이라는 기사도 잇따랐습니다.

“서울 부산 운송료 90만 원, 기름값만 70만 원. 파업 안해도 그냥 차 세워놓을 수 밖에”

“올해 집단 운송 거부는 상황이 다르다, 화물 운전자 대부분이 ‘차를 운행할수록 적자’라는 생각을 하고 있다.”

노조원들의 살기 위한 마지막 투쟁에 시민들의 공감도 확산되고 있다고 보도하기도 했습니다.

<질문 3> 그러니까 언론들도 초반에 이번 파업의 배경을 정확하게 진단한 셈인데요. 파업이 진행되는 동안 언론 보도는 어땠습니까?

<답변 3>

네, 파업이 계속되자 언론들은 피해 실태를 보도하는데 집중했습니다.

해결을 촉구하거나 해결 방안을 제시하는 보도는 부족했습니다. 특히 경제적 피해를 강조하면서 파업에 대한 부정적인 시각을 키웠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습니다.

화물 연대 집단 행동이 시작된 지난 13일부터 지금까지의 언론 기사 대부분은 파업의 피해실태에 집중됐습니다.

'화물차 1만 대 스톱 부산항, 의왕컨테이너 기지 등 물류 마비'

'자재도 없고 재고는 쌓이고, 물류대란에 공장도 멈췄다.'

'화물차 1만여대 스톱…수출 비명'

'화물차 1만 여대 멈춰 ‘물류대란’'

'제품출하 지연, 공장가동 중단 속출'

파업이 장기화되면 서민이 더 어려워진다는 기사도 잇따랐습니다.

“화물연대 운송 서부의 후폭풍이 민생과 소비 현장에 불어 닥칠 조짐이다. 일부 지역 상점은 배송 차량이 멈춰 서면서 생필품 확보에 어려움을 겪는다.”

피해 추정 액수는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것으로 보도됐습니다. 기사마다 수천 억 원에서 많게는 수 조원이라고 밝혔습니다.

<녹취> KBS 뉴스 2008·6·18 : “지난달 가까스로 흑자로 돌아선 무역 수지의 적자도 우려됩니다.”

한국무역협회는 이날 52개 수출 업체가 1073만 달러의 수출 차질을 빚은 것으로 집계했다.

운송 거부로 통관이 늦어지면서 생긴 수출 차질액은 이날 낮 12시 현재 1조 7576억 원으로 추정됐다.

하지만 수출 차질은 운송이 재개되면 해결되기 때문에 당시 상황에서 피해액수를 집계하는 것은 의미가 없습니다. 더구나 조 단위의 수치까지 제시하는 것은 피해를 실제보다 과장하는 보도입니다.

<인터뷰>은수미(한국노동연구원 박사): "오늘 그것이 운송이 안됐다 하더라도 일주일 후 혹은 이주일 후 한달 후에 만약 운송이 된다면 물론 그에 따른 약간의 비용 부담은 있겠으나 사실은 생산 차질이라고 하기엔 어렵죠. 그것이 경기 전체를 뒤흔들 것이냐는 사실은 그 해의 경기 동향 적어도 일 년 단위로 좀 바라봐야 한다고 생각을 하고요."

파업에 따른 수출입 지연이 바로 그 만큼의 손실을 가져온다고 보기에는 어려운데도 굳이 언론이 피해액수에 집착했다는 지적입니다.

<질문 4> 언론들이 파업의 부정적 여파는 자세히 보도했는데 그렇다면 과연 파업을 어떻게 풀어가야 할 것인지에 대한 해법은 제대로 제시했습니까?

<답변 4>

그 부분은 많이 미흡했습니다. 파업을 어떻게 풀어가야 할 것인지, 과연 해법은 있는 것인지에 대해서도 언론들은 대부분 제대로 지적하지 못했습니다. 해마다 같은 이유로 파업이 벌어진 데는 핵심을 제대로 짚지 못한 언론의 책임도 큽니다.

5년 전 화물연대가 대규모 파업에 들어갔을 때 이미 언론들은 화물차 운송 시스템에 문제가 있다는 점을 파악했습니다.

당시 협상에 나섰던 노·사·정은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11개 조항에 합의했습니다.

5년이 지나는 동안 이 문제들은 해결되지 않았고 결국 또다시 파업 사태를 맞았습니다.

지난 5년 동안 왜 파업의 원인이 해결되지 않았는지를 짚어준 기사를 보기는 힘들었습니다.

정부의 책임을 지적한 언론사는 한겨레와 방송사가 유일했습니다.

이번 화물연대 총파업을 보면, 요구 사항은 2003년 화물연대 파업의 판박이 같다. 구조적 문제가 여전한 상황이라 여기서 파생되는 유류 보조금이나 운송료 인상 요구가 다시 불거질 수밖에 없다.”

<녹취> KBS 뉴스(6·18): “이번 파업에서 화물연대가 요구하고 있는 표준요율제 도입 등은 2003년 총파업때도 거론됐던 사항입니다. 지난 5년 동안 뭘 하고 있다 또 다시 이런 상황을 맞게 된 걸까요?”

정부가 새 대책을 마련한 뒤에도 대부분의 언론은 정부안을 그대로 기사화했고 그 실효성을 따지지 않았습니다.

<인터뷰>운송노조 정책실장: "또 고통 분담, 양보 이런 이야기를 하면서도 대체 누가 어떤 양보를 해야 되는지에 대해서는 아예 뒤 일언반구도 하지 않고 이런 것에 분개하고 있죠."

정부와 기업의 적극적인 해결 자세를 촉구한 언론도 일부에 불과했습니다.

<질문 5> 그렇다면 5년 전에는 어땠습니까? 그 때도 지금처럼 해결 방안에 있어서 보도가 소극적이었나요?

<답변 5>

당시에는 보도 태도가 사뭇 달랐습니다. 일부 신문들은 지금과는 달리 정부뿐만 아니라 집권 여당도 적극적으로 해결에 나설 것을 촉구했습니다.

5년 전 화물 연대가 총파업에 들어갔을 때 조선일보는 정부가 적극 나설 것을 촉구했습니다.

“이미 예고된 사태에 정부가 손을 놓고 있다가 교통, 물류 대란을 불러들이는 나라, 이런 나라에서 경제와 기업이 온전하다면 그게 비정상이다.”

하지만 5년 뒤 지금은 정부가 협상 상대가 될 수 없다고 보도했습니다.

문제는 정부가 협상에 나서기는 했지만, 화물 연대의 요구 사항은 화주와 화물차 소유주들이 합의해야 할 문제지 정부가 협상 상대가 될 수 없는 사안이라는 점이다.

5년 전 조선일보는 화물연대의 파업의 책임이 집권 여당에도 있다고 비난했습니다.

“물류대란 같은 화급한 국정 현안들이 잇단 경고음을 내고 있지만, 집권당인 민주당은 아무 대책을 내놓지 않고 있다. 대책을 커녕 주요 현안들에 대해 논의하거나 고민하는 모습조차 발견하지 힘들다. 그래서 “대한민국에 집권당은 없다”는 말까지 나온다.”

하지만 5년 뒤인 지금 한나라당은 화물연대 협상에 개입하지 않겠다고 밝혔습니다.

<녹취>김기현(한나라당 제4정조위원장): "한나라당에서는 이 모든 문제해결의 대화창구를 정부에 일임하고 당에서는 더 이상 이 일에 참여하거나 관여해서 역할을 판단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여기에 대해 조선일보는 아무런 입장을 밝히지 않았습니다.

중앙일보도 5년 전에는 정부의 개입을 촉구했습니다.

“화물연대의 운송거부 사태가 악화 일로인데도 정부가 해결책을 내놓지 못하고 허둥대고 있다. 과연 정부에 위기관리 능력이 있는지 답답하다.”

하지만 지금은 정부 대신 기업들의 해결 노력을 촉구했습니다.

“정부도 화주가 먼저 문제를 풀어야 한다며 독려하고 있다. 이윤호 지식경제부 장관은 15일 포스코, 한일시멘트 등 화주기업 대표 12명과 긴급 회동을 하고 사태 해결에 힘써 달라고 당부했다.”

특히 2003년 파업 당시 노동부가 앞장서 협상을 주도했던 것과는 달리 노동부가 끝까지 나서지 않았던 이유를 따진 언론은 거의 없었습니다.

<인터뷰>은수미(박사): "구조적이고 구체적인 분석이 동시에 필요하지 않느냐, 그래서 파업 희생양 찾기에서 이제는 파업을 파업의 근본적인 대책 찾기로 좀 논조가 바뀌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봅니다."

이번에도 운송료만 올렸지 구조적인 문제들은 해결되지 않았습니다. 이런 문제들이 해결되는지 언론이 제대로 해결되지 못한다면 언제든지 파업은 되풀이 될 수 있습니다.

네, 이기자 수고했습니다. 미디어 포커스 오늘 순서 여기서 마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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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슈&비평]② 되풀이된 파업, 언론의 책임은?
    • 입력 2008-06-21 21:51:03
    • 수정2008-06-22 14:1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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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화물 연대 파업이 일주일 만에 마무리됐습니다. 이번 파업 사태에서 언론 보도에는 어떤 문제가 있었는지, 이랑 기자와 함께 알아보겠습니다. 이 기자, 5년 전에도 화물연대가 대규모 파업에 들어갔지요? (그렇습니다.) 우선 왜 파업이 되풀이됐는지 알아야 할 것 같은데요? <리포트> 파업 이유는 간단합니다. 한 마디로 일을 해도 돈을 벌 수가 없다는 겁니다. 5년 전과 똑같은 상황입니다. 구조적인 문제가 있기 때문입니다. 화물 연대 조합원들이 운전대를 놓고 파업에 들어간다고 선언했습니다. 하지만 엄밀하게 말하면 파업이 아닙니다. 법적으로 노동자가 아닌 개인사업자이기 때문입니다. 바로 이 특별한 신분에서 문제가 시작됐습니다. 일을 시키는 사람은 있는데 정작 일하는 사람들은 법적으로 노동자가 아니기 때문에 노동자로서의 권리는 없습니다. 차가 고장 나도 자기 돈으로 고쳐야 하고, 산업재해 보험 혜택도 일부밖에 받지 못합니다. 요즘처럼 기름값이 오르면 차라리 운송을 포기하는 것이 낫다고 합니다. 화물차 차주로서는 상황을 바꾸고 싶어도 협상조차 하기 힘듭니다. 교섭권이 없기 때문입니다. 더구나 화물차 수요보다 공급이 턱없이 많기 때문에 운송업체와의 운송료 계약은 불리하게 맺어지기 십상입니다. <인터뷰>김달식(전국운수산업노조 화물연대 본부장): “단 한 번도 정부가 제대로 화물연대의 목소리를 귀담아 들어준 적이 없었습니다.” 운송을 멈추는 집단 행동이 아니면 그 누구와도 협상조차 시작될 수 없습니다. <질문 2> 집단 행동을 하게 된 배경에는 이런 상황이 있었군요. 어찌됐든 파업으로 물류 대란이 일어났는데 언론이 이런 파업 배경을 제대로 보도했나요? <답변 2> 네, 언론사들은 파업 기사들을 비중있게 다뤘습니다. 대부분의 언론들은 이번 파업이 생계형 파업, 그러니까 먹고 살기 어려워서 벌어진 일이라는 점에 주목했습니다. 지난 9일부터 각 방송사는 모두 화물 연대 파업 소식을 전했습니다. 특히 왜 화물 연대 조합원들이 운송을 중단할 수 밖에 없었는지 주목했습니다. <녹취>KBS 뉴스 2008·6·13 : “주 5일을 꼬박 운전하는데도 가족들 앞에 내밀 생활비가 너무 부족합니다.” <녹취>MBC 뉴스데스크 2008·6·13: “살기 위해서 거리에 나선다는 정서가 깔려있습니다.” <녹취> SBS 8시뉴스 2008·6·13: “이번 파업은 종전과는 전혀 양상이 다릅니다. 트럭을 운행하면 할수록 손해가 나는 절박한 상황이 불러온 이른바 생계형 파업입니다.” 기름값을 감안하면 운전사들은 운송을 거부하는 것이 아니라 운송을 하지 못하는 것이라는 기사도 잇따랐습니다. “서울 부산 운송료 90만 원, 기름값만 70만 원. 파업 안해도 그냥 차 세워놓을 수 밖에” “올해 집단 운송 거부는 상황이 다르다, 화물 운전자 대부분이 ‘차를 운행할수록 적자’라는 생각을 하고 있다.” 노조원들의 살기 위한 마지막 투쟁에 시민들의 공감도 확산되고 있다고 보도하기도 했습니다. <질문 3> 그러니까 언론들도 초반에 이번 파업의 배경을 정확하게 진단한 셈인데요. 파업이 진행되는 동안 언론 보도는 어땠습니까? <답변 3> 네, 파업이 계속되자 언론들은 피해 실태를 보도하는데 집중했습니다. 해결을 촉구하거나 해결 방안을 제시하는 보도는 부족했습니다. 특히 경제적 피해를 강조하면서 파업에 대한 부정적인 시각을 키웠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습니다. 화물 연대 집단 행동이 시작된 지난 13일부터 지금까지의 언론 기사 대부분은 파업의 피해실태에 집중됐습니다. '화물차 1만 대 스톱 부산항, 의왕컨테이너 기지 등 물류 마비' '자재도 없고 재고는 쌓이고, 물류대란에 공장도 멈췄다.' '화물차 1만여대 스톱…수출 비명' '화물차 1만 여대 멈춰 ‘물류대란’' '제품출하 지연, 공장가동 중단 속출' 파업이 장기화되면 서민이 더 어려워진다는 기사도 잇따랐습니다. “화물연대 운송 서부의 후폭풍이 민생과 소비 현장에 불어 닥칠 조짐이다. 일부 지역 상점은 배송 차량이 멈춰 서면서 생필품 확보에 어려움을 겪는다.” 피해 추정 액수는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것으로 보도됐습니다. 기사마다 수천 억 원에서 많게는 수 조원이라고 밝혔습니다. <녹취> KBS 뉴스 2008·6·18 : “지난달 가까스로 흑자로 돌아선 무역 수지의 적자도 우려됩니다.” 한국무역협회는 이날 52개 수출 업체가 1073만 달러의 수출 차질을 빚은 것으로 집계했다. 운송 거부로 통관이 늦어지면서 생긴 수출 차질액은 이날 낮 12시 현재 1조 7576억 원으로 추정됐다. 하지만 수출 차질은 운송이 재개되면 해결되기 때문에 당시 상황에서 피해액수를 집계하는 것은 의미가 없습니다. 더구나 조 단위의 수치까지 제시하는 것은 피해를 실제보다 과장하는 보도입니다. <인터뷰>은수미(한국노동연구원 박사): "오늘 그것이 운송이 안됐다 하더라도 일주일 후 혹은 이주일 후 한달 후에 만약 운송이 된다면 물론 그에 따른 약간의 비용 부담은 있겠으나 사실은 생산 차질이라고 하기엔 어렵죠. 그것이 경기 전체를 뒤흔들 것이냐는 사실은 그 해의 경기 동향 적어도 일 년 단위로 좀 바라봐야 한다고 생각을 하고요." 파업에 따른 수출입 지연이 바로 그 만큼의 손실을 가져온다고 보기에는 어려운데도 굳이 언론이 피해액수에 집착했다는 지적입니다. <질문 4> 언론들이 파업의 부정적 여파는 자세히 보도했는데 그렇다면 과연 파업을 어떻게 풀어가야 할 것인지에 대한 해법은 제대로 제시했습니까? <답변 4> 그 부분은 많이 미흡했습니다. 파업을 어떻게 풀어가야 할 것인지, 과연 해법은 있는 것인지에 대해서도 언론들은 대부분 제대로 지적하지 못했습니다. 해마다 같은 이유로 파업이 벌어진 데는 핵심을 제대로 짚지 못한 언론의 책임도 큽니다. 5년 전 화물연대가 대규모 파업에 들어갔을 때 이미 언론들은 화물차 운송 시스템에 문제가 있다는 점을 파악했습니다. 당시 협상에 나섰던 노·사·정은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11개 조항에 합의했습니다. 5년이 지나는 동안 이 문제들은 해결되지 않았고 결국 또다시 파업 사태를 맞았습니다. 지난 5년 동안 왜 파업의 원인이 해결되지 않았는지를 짚어준 기사를 보기는 힘들었습니다. 정부의 책임을 지적한 언론사는 한겨레와 방송사가 유일했습니다. 이번 화물연대 총파업을 보면, 요구 사항은 2003년 화물연대 파업의 판박이 같다. 구조적 문제가 여전한 상황이라 여기서 파생되는 유류 보조금이나 운송료 인상 요구가 다시 불거질 수밖에 없다.” <녹취> KBS 뉴스(6·18): “이번 파업에서 화물연대가 요구하고 있는 표준요율제 도입 등은 2003년 총파업때도 거론됐던 사항입니다. 지난 5년 동안 뭘 하고 있다 또 다시 이런 상황을 맞게 된 걸까요?” 정부가 새 대책을 마련한 뒤에도 대부분의 언론은 정부안을 그대로 기사화했고 그 실효성을 따지지 않았습니다. <인터뷰>운송노조 정책실장: "또 고통 분담, 양보 이런 이야기를 하면서도 대체 누가 어떤 양보를 해야 되는지에 대해서는 아예 뒤 일언반구도 하지 않고 이런 것에 분개하고 있죠." 정부와 기업의 적극적인 해결 자세를 촉구한 언론도 일부에 불과했습니다. <질문 5> 그렇다면 5년 전에는 어땠습니까? 그 때도 지금처럼 해결 방안에 있어서 보도가 소극적이었나요? <답변 5> 당시에는 보도 태도가 사뭇 달랐습니다. 일부 신문들은 지금과는 달리 정부뿐만 아니라 집권 여당도 적극적으로 해결에 나설 것을 촉구했습니다. 5년 전 화물 연대가 총파업에 들어갔을 때 조선일보는 정부가 적극 나설 것을 촉구했습니다. “이미 예고된 사태에 정부가 손을 놓고 있다가 교통, 물류 대란을 불러들이는 나라, 이런 나라에서 경제와 기업이 온전하다면 그게 비정상이다.” 하지만 5년 뒤 지금은 정부가 협상 상대가 될 수 없다고 보도했습니다. 문제는 정부가 협상에 나서기는 했지만, 화물 연대의 요구 사항은 화주와 화물차 소유주들이 합의해야 할 문제지 정부가 협상 상대가 될 수 없는 사안이라는 점이다. 5년 전 조선일보는 화물연대의 파업의 책임이 집권 여당에도 있다고 비난했습니다. “물류대란 같은 화급한 국정 현안들이 잇단 경고음을 내고 있지만, 집권당인 민주당은 아무 대책을 내놓지 않고 있다. 대책을 커녕 주요 현안들에 대해 논의하거나 고민하는 모습조차 발견하지 힘들다. 그래서 “대한민국에 집권당은 없다”는 말까지 나온다.” 하지만 5년 뒤인 지금 한나라당은 화물연대 협상에 개입하지 않겠다고 밝혔습니다. <녹취>김기현(한나라당 제4정조위원장): "한나라당에서는 이 모든 문제해결의 대화창구를 정부에 일임하고 당에서는 더 이상 이 일에 참여하거나 관여해서 역할을 판단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여기에 대해 조선일보는 아무런 입장을 밝히지 않았습니다. 중앙일보도 5년 전에는 정부의 개입을 촉구했습니다. “화물연대의 운송거부 사태가 악화 일로인데도 정부가 해결책을 내놓지 못하고 허둥대고 있다. 과연 정부에 위기관리 능력이 있는지 답답하다.” 하지만 지금은 정부 대신 기업들의 해결 노력을 촉구했습니다. “정부도 화주가 먼저 문제를 풀어야 한다며 독려하고 있다. 이윤호 지식경제부 장관은 15일 포스코, 한일시멘트 등 화주기업 대표 12명과 긴급 회동을 하고 사태 해결에 힘써 달라고 당부했다.” 특히 2003년 파업 당시 노동부가 앞장서 협상을 주도했던 것과는 달리 노동부가 끝까지 나서지 않았던 이유를 따진 언론은 거의 없었습니다. <인터뷰>은수미(박사): "구조적이고 구체적인 분석이 동시에 필요하지 않느냐, 그래서 파업 희생양 찾기에서 이제는 파업을 파업의 근본적인 대책 찾기로 좀 논조가 바뀌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봅니다." 이번에도 운송료만 올렸지 구조적인 문제들은 해결되지 않았습니다. 이런 문제들이 해결되는지 언론이 제대로 해결되지 못한다면 언제든지 파업은 되풀이 될 수 있습니다. 네, 이기자 수고했습니다. 미디어 포커스 오늘 순서 여기서 마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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