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경기 속 홍콩 가짜 명품 ‘기승’

입력 2008.06.29 (2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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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홍콩 명품'이라고 들어보셨습니까. 쇼핑 천국 홍콩의 명성에 기대서 홍콩에서 만든 질 좋은 가짜 상품 이른바 A급 짝퉁을 가리키는 말입니다.

최근 인터넷을 통한 이런 홍콩판 가짜 상품 판매가 기승을 부리고 있습니다.

하지만 홍콩이란 이름만 도용한 뒤 중국에서 만들어진 저급 상품들을 국내로 들여오는 것인데요.

밀수 업자까지 개입된 가짜 명품 유통 과정을 파헤쳐봤습니다.

<리포트>

세계적인 교역항 홍콩. 홍콩의 중심가는 세계 유명 상품의 향연장입니다.

<녹취> “쇼핑이요. 주 목적이 쇼핑이요.”

<녹취> “명품이 싸다... 그러니까 한국에서 비싸게 살 수 있는 고가의 제품들이 여기서는 싸게 구입할 수 있으니까...”

쇼핑을 하기 위해 홍콩을 찾는 관광객들. 그리고 일부 관광객들은 홍콩에서 가짜 상품... 이른바 짝퉁의 유혹에 쉽게 빠져듭니다. 홍콩 거리를 조금 걷자 한국어로 말을 건네는 호객꾼을 쉽게 만날 수 있습니다.

<녹취> “한국 사람이에요? 가방 루이비통 구찌... 아이 헤브 시계 롤렉스 까르띠에…”

홍콩의 뒷골목 건물 깊숙이 자리 잡은 가게 4단으로 짜여진 진열장. 벽면 가득히 유명상표 가짜 가방들이 진열돼 있습니다.

한 쪽 벽을 가득 채운 선글라스. 바닥에는 지갑들이 깔려 있습니다. 상품명을 대자 시계 십여 개를 꺼내 보여줍니다.

방 두 개로 이뤄진 사무실 마치 가짜 상품 전시장을 방불케 합니다. 많은 한국 사람이 여기서 물건을 사갔다는 말도 빼 놓지 않습니다.

<녹취> “투데이스 적어도 5개 한국사람한테...”

보관하고 있는 물건 규모가 상당한 듯 사무실 한쪽에는 아직 풀지 않은 물건 보따리가 쌓여 있습니다.

밤이 되면 가짜 판매는 더욱 대담해집니다. 수 많은 관광객이 찾는 홍콩 야시장 10여 미터 간격으로 상품 목록을 내놓고 가짜 명품을 파는 사람을 쉽게 만날 수 있습니다.

한 업자를 따라 들어가자 먼저 물품 목록을 보여줍니다. 그리고 물건을 지목하자 5분도 안돼 어디선가 가방을 가져옵니다.

한 외국 여성도 목록을 보며 물건을 고르느라 여념이 없습니다.

홍콩 어디서나 쉽게 접할 수 있는 이른바 가짜 상품의 유혹. 이미 관광객들도 홍콩에서의 가짜 명품 구입을 너무도 당연하게 여깁니다.

<녹취> 한국 관광객: (홍콩 오면 사람들이 짝퉁 많이 산다고 하는데) “네 야시장 가서 36불에 샀어요. 질도 괜찮고 디자인도 괜찮은 것 같아요. 원래 CK 디자인이잖아요. 정교하죠.”

홍콩에서 이뤄지는 이 같은 가짜 상품, 이른바 짝퉁 판매가 이제 인터넷을 파고들고 있습니다.

유명 포털에 ‘홍콩 명품’이라는 검색어를 치자 인터넷 쇼핑몰이 죽 올라옵니다. 홍콩 명품 구매 대행을 표방하고 있지만 모두 가짜 상품을 파는 사이트들입니다.

SA급 이미테이션 홍콩 직수입, 메이드인 홍콩, 정품 동일 99.9%. 인기 상품이라는 가방을 클릭해봤습니다.

아예 어떤 부분이 정품과 동일하게 만든 것인지 자세한 비교까지 곁들여 있습니다.

<녹취> 판매업자: “들고 다닐 때는 티 안나구요. 이니셜에다 최상급 제품이에요. 거의 정품하고 가깝게 만들어서 저희 고객님들 후기 보시면 아시겠지만...구매하셔서 친구분들 하고 비교하시고 대부분 여성분들이 만족스러워하세요.”

또 다른 사이트의 시계 판매업자는 백화점에 가도 모른다며 자랑을 늘어놓습니다.

<녹취> 판매업자: “시계 사가신 분이 안된다고 해서 저희가 그 시계 가지고 한국 백화점에 가져갔더니 그 사람이 다 해주시더라고요.”

지난해 7월부터 운영된 것으로 보이는 한 사이트는 이미 물품 구입대금을 입금한 사람이 2천 명을 넘어섰습니다.

이러한 사이트들은 모두 홍콩에서 물건을 구입해 보내기 때문에 질이 좋다는 점을 특히 강조합니다.

그래서 홈페이지에도 사무실이 홍콩에 있다며 현지 주소를 내걸어 놓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과연 믿을 수 있는 걸까. 주소지를 직접 찾아다니며 사무실 존재 유무를 확인해 봤습니다.

홍콩에서 가장 번화한 거리 중에 한 곳인 침사추입니다. 위조 상품 사이트들은 이 거리 주변의 빌딩에 주소를 두고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대표적인 인터넷 사이트가 홍콩 지사를 두고 있다고 게재한 빌딩. 해당 층을 샅샅이 뒤졌지만 홈페이지에 게재한 호수는 존재하지도 않습니다.

<녹취> 빌딩 입주 한국인: “그러니까 이제 7층에 F6?...F6이라고 없는데” (한국 사람이 왔다갔다 하거나 사무실 쓰는거 못봤나) “아니요. 못봤는데 전혀 못봤어요”

또 다른 사이트의 사무실은 홍콩의 대표적인 사무실 빌딩에 입주해 있는 것으로 돼 있지만 해당 층에는 홍콩 주식 선물 거래소가 입주해 있을 뿐 어떤 관련도 없습니다.

<녹취> 건물 경비원: “10층 11층 12층은 홍콩교역소가 입주해 있다. 한 회사다.”

존재하지도 않는 사무실에 ‘홍콩 명품’이라는 국적 불명의 이름을 내건 가짜 판매. 취재진은 이들 가짜 상품의 판매 경로를 추적하기 위해 가방과 시계를 각각 다른 사이트에 주문했습니다.

가방은 17만원. 시계는 32만원. 상당한 고갑니다. 통관이 비교적 용이한 것으로 알려진 가방이 먼저 도착했습니다.

주문한지 9일만에 물건이 배송돼 왔습니다. 지금부터 포장을 개봉해 보겠습니다.

그럴싸한 포장에 안에는 품질 보증서까지 있습니다. 하지만 바느질이 엉성하고 이음처리도 조악합니다. 한국의류산업협회에 정식 감정을 의뢰했습니다.

<녹취> 이재길(법무팀장): “역한 냄새가 많이 나죠. 저질 원단, 저질 합성 피혁 쓰니까... 누구나 주의깊게 보면 봉재라든가 부자재 마감 처리가 좀 조악하고 부실하게 돼 있다는 걸 느낄 정도고…”

하지만 같은 날 주문한 시계는 결국 3주가 다 되도록 배송되지 않았습니다.

취재진은 이에 따라 홍콩 현지에서 동일 모델의 시계를 구입해 감정을 의뢰했습니다. 전문가는 평가할 가치조차 없는 시계라는 결과를 내 놓았습니다.

가장 문제는 이들 제품들이 홍콩산, A급을 내세우며 몇 십 만 원씩하며 폭리를 취하는 구조를 가지고 있다는 점. 사실 이들 제품들은 모두 홍콩과 무관한 중국에서 만들어진 것들입니다.

<녹취> 중국 현지 짝퉁 판매 업자: “홍콩에 만드는데도 없고 그런 A급 팔지도 않고. 한국에 있는 것도 다 (중국)광주에서 만드는 거에요.”

한국의류산업협회가 국내에서 적발된 가짜 명품 업자들을 상대로 조사한 바에 따르면 가짜 유명 상표 가방을 만드는 데 드는 원가는 2만 5천 원에서 4만 원 선. 중국에서 만들 경우 원가는 여기의 50~60% 수준으로 떨어집니다.

<녹취> 이재길(한국의류산업협회 법무팀장): “짝퉁의 시장 유통 판매가의 10분의 1도 안되는 가격으로 제조가 되고 있거든요. 쉽게 이야기 하면 짝퉁 가격이 10만원이면 제조 원가는 만원도 채 되지 않는다라고 생각하면 됩니다.”

<녹취> 한국 가짜 명품 수입업자: “인터넷 사이트에서 홍콩이 SA급이다 해서 제일 좋은거 나온다 어쩐다 그러는데 바가지죠. 짝퉁이어도 비싸게 많이 받아요.”

20만 원대 가방, 30만 원 대 시계를 사도 품질은 그 가격대 비슷한 제품에 훨씬 미치지 못하는 이유입니다.

인천국제공항 국제 특송 통관장. 매일 수만 개의 소포가 배달돼 오지만 일일이 X레이 검사를 통해 내용물을 확인합니다.

오늘도 가짜 상표 가방이 국내로 배송돼 오다 적발됐습니다.

<녹취> 이승민(인천 공항 세관 특송통관과): “이런 지적 재산권 침해 물품은 반송도 안되구요. 폐기만 됩니다.”

최근까지 가짜 상품 판매업자들은 구매자 집으로 국제 우편을 통해 소포를 직접 보내주는 수법을 써왔습니다.

<녹취> 국내 판매 업자: “2월까지는 국제 특송이 됐는데, 3월 2월 중반부터 국제 특송이 안돼서, 비행기는 100% 엑스레이 검사랑 다하니까 걸리거든요. 선그라스랑 시계는 무조건 걸려요.”

특송 배달이 어려워지면서 최근에는 배편을 이용한 밀수가 성행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녹취> 국내 가짜 상품 수입 업자: “이게 통관 시키는 데 비용이 되게 많이 들어가요. 들여오는게 배로 들어오거든요. 배는 아무래도 저희가 빼기가 쉽죠.”

인터넷을 통해 물건을 주문하면 업자는 중국에 연락을 해 물건을 수집합니다. 그리고 이 물건은 전문적인 운반 업자에게 건네지고 대형 컨네이너 화물 등에 섞여서 세관을 통과한 뒤 한국 업자에게 전해지는 것입니다.

<녹취> 수입업자: (물건이 통관 물건이 많은가 보죠?) “저희 것만 있는 게 아니라 한꺼번에 큰 박스로 해서 들어오거든요. 통관, 물류 쪽은 어떻게 오는지 몰라요. 어떻게 통관 시키는지. 이미테이션이 불법이라서 아마 다르게 하는 거 같은데, 그래도 컨테이너 섞여서 어떻게 빼는 것 같은데 자세히는 모르겠어요.”

지난해 인천항으로 들어온 60만 여 개의 수입 컨테이너 가운데 X레이 검색이 이뤄진 컨테이너가 만 900여 개로 전체 화물에 1.8%. 아무래도 구멍이 있을 수밖에 없습니다. 한 업자는 일종의 뒷거래가 있음을 암시합니다.

<녹취> 짝퉁 수입업자: “여기 관세하는 사람들하고 짜고 안하고는 할 수가 없어. 여기서 우리 물건 들어가니까 패스 좀 시켜 주시오. 감시관하고 그런 커뮤니케이션이 있어야지 없이 그냥 무대뽀로 들어오면 큰 난리가 나니까”

이른바 짝퉁의 가격이 뛰는 데는 업자들이 취하는 폭리 이외에도 우리나라에 물건을 들여오는 과정 즉 밀수 과정에서 붙는 일종의 위험수당이 한 몫을 하는 것입니다.

<녹취> 짝퉁 수입업자: “정상적인 제품이면 10만원 이면 주는 돈을 50만원을 주고 들어오니까...그 만큼 위험 부담비가 들어가고…”

유명 상표라면 가짜라도 좋다며 수십만 원씩 주고 이른바 짝퉁을 구입하는 사람들. 이런 소비자들의 비뚤어진 소비행태에 힘입어 홍콩판 가짜 명품의 유통은 인터넷을 통해 오늘도 공공연히 이뤄지고 있습니다.

이들 덕분에 명품에 소비되는 돈은 그만큼 줄어들지 몰라도 홍콩산 가짜 명품 시장은 불경기 속에서도 호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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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불경기 속 홍콩 가짜 명품 ‘기승’
    • 입력 2008-06-29 21:41:23
    취재파일K
<앵커 멘트> '홍콩 명품'이라고 들어보셨습니까. 쇼핑 천국 홍콩의 명성에 기대서 홍콩에서 만든 질 좋은 가짜 상품 이른바 A급 짝퉁을 가리키는 말입니다. 최근 인터넷을 통한 이런 홍콩판 가짜 상품 판매가 기승을 부리고 있습니다. 하지만 홍콩이란 이름만 도용한 뒤 중국에서 만들어진 저급 상품들을 국내로 들여오는 것인데요. 밀수 업자까지 개입된 가짜 명품 유통 과정을 파헤쳐봤습니다. <리포트> 세계적인 교역항 홍콩. 홍콩의 중심가는 세계 유명 상품의 향연장입니다. <녹취> “쇼핑이요. 주 목적이 쇼핑이요.” <녹취> “명품이 싸다... 그러니까 한국에서 비싸게 살 수 있는 고가의 제품들이 여기서는 싸게 구입할 수 있으니까...” 쇼핑을 하기 위해 홍콩을 찾는 관광객들. 그리고 일부 관광객들은 홍콩에서 가짜 상품... 이른바 짝퉁의 유혹에 쉽게 빠져듭니다. 홍콩 거리를 조금 걷자 한국어로 말을 건네는 호객꾼을 쉽게 만날 수 있습니다. <녹취> “한국 사람이에요? 가방 루이비통 구찌... 아이 헤브 시계 롤렉스 까르띠에…” 홍콩의 뒷골목 건물 깊숙이 자리 잡은 가게 4단으로 짜여진 진열장. 벽면 가득히 유명상표 가짜 가방들이 진열돼 있습니다. 한 쪽 벽을 가득 채운 선글라스. 바닥에는 지갑들이 깔려 있습니다. 상품명을 대자 시계 십여 개를 꺼내 보여줍니다. 방 두 개로 이뤄진 사무실 마치 가짜 상품 전시장을 방불케 합니다. 많은 한국 사람이 여기서 물건을 사갔다는 말도 빼 놓지 않습니다. <녹취> “투데이스 적어도 5개 한국사람한테...” 보관하고 있는 물건 규모가 상당한 듯 사무실 한쪽에는 아직 풀지 않은 물건 보따리가 쌓여 있습니다. 밤이 되면 가짜 판매는 더욱 대담해집니다. 수 많은 관광객이 찾는 홍콩 야시장 10여 미터 간격으로 상품 목록을 내놓고 가짜 명품을 파는 사람을 쉽게 만날 수 있습니다. 한 업자를 따라 들어가자 먼저 물품 목록을 보여줍니다. 그리고 물건을 지목하자 5분도 안돼 어디선가 가방을 가져옵니다. 한 외국 여성도 목록을 보며 물건을 고르느라 여념이 없습니다. 홍콩 어디서나 쉽게 접할 수 있는 이른바 가짜 상품의 유혹. 이미 관광객들도 홍콩에서의 가짜 명품 구입을 너무도 당연하게 여깁니다. <녹취> 한국 관광객: (홍콩 오면 사람들이 짝퉁 많이 산다고 하는데) “네 야시장 가서 36불에 샀어요. 질도 괜찮고 디자인도 괜찮은 것 같아요. 원래 CK 디자인이잖아요. 정교하죠.” 홍콩에서 이뤄지는 이 같은 가짜 상품, 이른바 짝퉁 판매가 이제 인터넷을 파고들고 있습니다. 유명 포털에 ‘홍콩 명품’이라는 검색어를 치자 인터넷 쇼핑몰이 죽 올라옵니다. 홍콩 명품 구매 대행을 표방하고 있지만 모두 가짜 상품을 파는 사이트들입니다. SA급 이미테이션 홍콩 직수입, 메이드인 홍콩, 정품 동일 99.9%. 인기 상품이라는 가방을 클릭해봤습니다. 아예 어떤 부분이 정품과 동일하게 만든 것인지 자세한 비교까지 곁들여 있습니다. <녹취> 판매업자: “들고 다닐 때는 티 안나구요. 이니셜에다 최상급 제품이에요. 거의 정품하고 가깝게 만들어서 저희 고객님들 후기 보시면 아시겠지만...구매하셔서 친구분들 하고 비교하시고 대부분 여성분들이 만족스러워하세요.” 또 다른 사이트의 시계 판매업자는 백화점에 가도 모른다며 자랑을 늘어놓습니다. <녹취> 판매업자: “시계 사가신 분이 안된다고 해서 저희가 그 시계 가지고 한국 백화점에 가져갔더니 그 사람이 다 해주시더라고요.” 지난해 7월부터 운영된 것으로 보이는 한 사이트는 이미 물품 구입대금을 입금한 사람이 2천 명을 넘어섰습니다. 이러한 사이트들은 모두 홍콩에서 물건을 구입해 보내기 때문에 질이 좋다는 점을 특히 강조합니다. 그래서 홈페이지에도 사무실이 홍콩에 있다며 현지 주소를 내걸어 놓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과연 믿을 수 있는 걸까. 주소지를 직접 찾아다니며 사무실 존재 유무를 확인해 봤습니다. 홍콩에서 가장 번화한 거리 중에 한 곳인 침사추입니다. 위조 상품 사이트들은 이 거리 주변의 빌딩에 주소를 두고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대표적인 인터넷 사이트가 홍콩 지사를 두고 있다고 게재한 빌딩. 해당 층을 샅샅이 뒤졌지만 홈페이지에 게재한 호수는 존재하지도 않습니다. <녹취> 빌딩 입주 한국인: “그러니까 이제 7층에 F6?...F6이라고 없는데” (한국 사람이 왔다갔다 하거나 사무실 쓰는거 못봤나) “아니요. 못봤는데 전혀 못봤어요” 또 다른 사이트의 사무실은 홍콩의 대표적인 사무실 빌딩에 입주해 있는 것으로 돼 있지만 해당 층에는 홍콩 주식 선물 거래소가 입주해 있을 뿐 어떤 관련도 없습니다. <녹취> 건물 경비원: “10층 11층 12층은 홍콩교역소가 입주해 있다. 한 회사다.” 존재하지도 않는 사무실에 ‘홍콩 명품’이라는 국적 불명의 이름을 내건 가짜 판매. 취재진은 이들 가짜 상품의 판매 경로를 추적하기 위해 가방과 시계를 각각 다른 사이트에 주문했습니다. 가방은 17만원. 시계는 32만원. 상당한 고갑니다. 통관이 비교적 용이한 것으로 알려진 가방이 먼저 도착했습니다. 주문한지 9일만에 물건이 배송돼 왔습니다. 지금부터 포장을 개봉해 보겠습니다. 그럴싸한 포장에 안에는 품질 보증서까지 있습니다. 하지만 바느질이 엉성하고 이음처리도 조악합니다. 한국의류산업협회에 정식 감정을 의뢰했습니다. <녹취> 이재길(법무팀장): “역한 냄새가 많이 나죠. 저질 원단, 저질 합성 피혁 쓰니까... 누구나 주의깊게 보면 봉재라든가 부자재 마감 처리가 좀 조악하고 부실하게 돼 있다는 걸 느낄 정도고…” 하지만 같은 날 주문한 시계는 결국 3주가 다 되도록 배송되지 않았습니다. 취재진은 이에 따라 홍콩 현지에서 동일 모델의 시계를 구입해 감정을 의뢰했습니다. 전문가는 평가할 가치조차 없는 시계라는 결과를 내 놓았습니다. 가장 문제는 이들 제품들이 홍콩산, A급을 내세우며 몇 십 만 원씩하며 폭리를 취하는 구조를 가지고 있다는 점. 사실 이들 제품들은 모두 홍콩과 무관한 중국에서 만들어진 것들입니다. <녹취> 중국 현지 짝퉁 판매 업자: “홍콩에 만드는데도 없고 그런 A급 팔지도 않고. 한국에 있는 것도 다 (중국)광주에서 만드는 거에요.” 한국의류산업협회가 국내에서 적발된 가짜 명품 업자들을 상대로 조사한 바에 따르면 가짜 유명 상표 가방을 만드는 데 드는 원가는 2만 5천 원에서 4만 원 선. 중국에서 만들 경우 원가는 여기의 50~60% 수준으로 떨어집니다. <녹취> 이재길(한국의류산업협회 법무팀장): “짝퉁의 시장 유통 판매가의 10분의 1도 안되는 가격으로 제조가 되고 있거든요. 쉽게 이야기 하면 짝퉁 가격이 10만원이면 제조 원가는 만원도 채 되지 않는다라고 생각하면 됩니다.” <녹취> 한국 가짜 명품 수입업자: “인터넷 사이트에서 홍콩이 SA급이다 해서 제일 좋은거 나온다 어쩐다 그러는데 바가지죠. 짝퉁이어도 비싸게 많이 받아요.” 20만 원대 가방, 30만 원 대 시계를 사도 품질은 그 가격대 비슷한 제품에 훨씬 미치지 못하는 이유입니다. 인천국제공항 국제 특송 통관장. 매일 수만 개의 소포가 배달돼 오지만 일일이 X레이 검사를 통해 내용물을 확인합니다. 오늘도 가짜 상표 가방이 국내로 배송돼 오다 적발됐습니다. <녹취> 이승민(인천 공항 세관 특송통관과): “이런 지적 재산권 침해 물품은 반송도 안되구요. 폐기만 됩니다.” 최근까지 가짜 상품 판매업자들은 구매자 집으로 국제 우편을 통해 소포를 직접 보내주는 수법을 써왔습니다. <녹취> 국내 판매 업자: “2월까지는 국제 특송이 됐는데, 3월 2월 중반부터 국제 특송이 안돼서, 비행기는 100% 엑스레이 검사랑 다하니까 걸리거든요. 선그라스랑 시계는 무조건 걸려요.” 특송 배달이 어려워지면서 최근에는 배편을 이용한 밀수가 성행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녹취> 국내 가짜 상품 수입 업자: “이게 통관 시키는 데 비용이 되게 많이 들어가요. 들여오는게 배로 들어오거든요. 배는 아무래도 저희가 빼기가 쉽죠.” 인터넷을 통해 물건을 주문하면 업자는 중국에 연락을 해 물건을 수집합니다. 그리고 이 물건은 전문적인 운반 업자에게 건네지고 대형 컨네이너 화물 등에 섞여서 세관을 통과한 뒤 한국 업자에게 전해지는 것입니다. <녹취> 수입업자: (물건이 통관 물건이 많은가 보죠?) “저희 것만 있는 게 아니라 한꺼번에 큰 박스로 해서 들어오거든요. 통관, 물류 쪽은 어떻게 오는지 몰라요. 어떻게 통관 시키는지. 이미테이션이 불법이라서 아마 다르게 하는 거 같은데, 그래도 컨테이너 섞여서 어떻게 빼는 것 같은데 자세히는 모르겠어요.” 지난해 인천항으로 들어온 60만 여 개의 수입 컨테이너 가운데 X레이 검색이 이뤄진 컨테이너가 만 900여 개로 전체 화물에 1.8%. 아무래도 구멍이 있을 수밖에 없습니다. 한 업자는 일종의 뒷거래가 있음을 암시합니다. <녹취> 짝퉁 수입업자: “여기 관세하는 사람들하고 짜고 안하고는 할 수가 없어. 여기서 우리 물건 들어가니까 패스 좀 시켜 주시오. 감시관하고 그런 커뮤니케이션이 있어야지 없이 그냥 무대뽀로 들어오면 큰 난리가 나니까” 이른바 짝퉁의 가격이 뛰는 데는 업자들이 취하는 폭리 이외에도 우리나라에 물건을 들여오는 과정 즉 밀수 과정에서 붙는 일종의 위험수당이 한 몫을 하는 것입니다. <녹취> 짝퉁 수입업자: “정상적인 제품이면 10만원 이면 주는 돈을 50만원을 주고 들어오니까...그 만큼 위험 부담비가 들어가고…” 유명 상표라면 가짜라도 좋다며 수십만 원씩 주고 이른바 짝퉁을 구입하는 사람들. 이런 소비자들의 비뚤어진 소비행태에 힘입어 홍콩판 가짜 명품의 유통은 인터넷을 통해 오늘도 공공연히 이뤄지고 있습니다. 이들 덕분에 명품에 소비되는 돈은 그만큼 줄어들지 몰라도 홍콩산 가짜 명품 시장은 불경기 속에서도 호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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