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중취재>즉결심판장 된 이혼법정

입력 2001.02.09 (21:00) 수정 2018.08.29 (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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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전국에서 매일 500쌍이 넘는 부부가 법정에서 불과 1, 2분 만에 서로 등을 돌리고 있습니다.
이렇게 이혼이 급증하면서 이후의 삶과 이혼가족의 복지에 대해서 관심을 가져야 한다는 의견이 대두되고 있습니다.
조종옥, 박에스더 두 기자가 집중 취재했습니다.
⊙기자: 서울가정법원 대기실.
이혼 신청자들로 가득합니다.
정말 이혼하겠냐는 판사의 질문에 예, 라는 대답이 나온 즉시 성립된 이혼이 오늘 오후에만 50여 쌍입니다.
소요시간 불과 1, 2분.
즉결심판장이나 다름 없습니다.
전국에서 매일 500쌍이 넘는 부부가 이런 식으로 서로 등을 돌립니다.
⊙남편: 성격이 안 맞으니까요.
⊙부인: 얽매여 살기 싫었어요.
⊙기자: 5, 60년대 가장 큰 이혼 사유는 배우자의 부정과 시집살이.
7, 80년대에는 폭력과 부당한 대우가 주종이었습니다.
90년대에 접어들어 좀더 행복해지기 위한 이혼까지 그 사유도 다양해졌습니다.
⊙곽배희(가정법률상담소장): 성격 차이나 대화 단절이나 애정 없는 것, 불성실하고 무책임한 생활 태도 또는 도박 같은 이러한 추상적인 이유들을 가지고...
⊙기자: 이 같은 현상을 놓고 가족의 가치가 무너져 내리고 있다는 우려의 시각이 여전하지만 반론도 만만치 않습니다.
⊙함인희(이화여대 사회학과 교수): 이혼하면 가족해체의 한 징후로 보았지만 오늘날은 불행한 결혼을 해소하는 하나의 문제 해결의 방식으로 인식하는 경향이 증가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기자: 과거 갈라선 남녀 모두에게 부덕한 현상으로 인식되던 이혼이 마침내 시대적 현실로 다가서 부작용에 대한 대책마련이 요구되는 시점입니다.
KBS뉴스 조종옥입니다.
⊙기자: 결혼 9년만에 이혼한 30대 후반의 여성입니다.
처음에는 홀가분했지만 아이가 초등학교에 들어간 뒤 고민이 커졌습니다.
⊙김 모씨(38살/3년 전 이혼): 부모가 이혼한 사실만으로 정상인데도 뭔가 이상이 있을 거라고….
⊙기자: 서울 시립아동보호소.
1년에 이곳에 들어오는 7, 800명의 어린이 가운데 절반 가량이 이혼한 부모의 자녀들입니다.
⊙이정희(서울시립아동상담소장): 할 수 없이 이런 곳에 오게 되는데 그럴 때에 그 아이들은 정말 심리적으로나 신체적으로 너무나 많은 상처를 받고 오기 때문에...
⊙기자: 여자의 경우 중년의 나이에 취업은 거의 불가능하고 남자 역시 경제적인 곤란을 겪기는 마찬가지입니다.
⊙정 모씨(40살/2년 전 이혼): 대출이나 신용보증 면에서도 혼자라는 이유로 굉장히 불이익을 많이 당합니다.
특수한 직장에서는 이혼했다라는 하나의 이유 만으로도 사직원을 내야 되는 경우도...
⊙기자: 이혼자들을 위한 인터넷 사이트까지 등장했습니다.
사회가 뒷받침하지 않는 이혼 이후 삶의 문제를 함께 해결해 보자는 노력입니다.
⊙남기주(쏠로닷컴 대표): 임시 거처, 재활을 위한 재활센터 그리고 양육비에 대한 실제적인 정부의 지원이 아주 시급한 상태입니다.
⊙기자: 찬반의 문제를 떠나 급증하는 이혼가족의 복지는 이제 분명 사회 문제입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이혼한 사람들은 뭔가 문제가 있는 사람들로, 이혼가정을 결손가정으로 보는 사회적인 편견을 없애는 게 가장 중요할 것입니다.
KBS뉴스 박에스더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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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집중취재>즉결심판장 된 이혼법정
    • 입력 2001-02-09 21:00:00
    • 수정2018-08-29 15:00:00
    뉴스 9
⊙앵커: 전국에서 매일 500쌍이 넘는 부부가 법정에서 불과 1, 2분 만에 서로 등을 돌리고 있습니다. 이렇게 이혼이 급증하면서 이후의 삶과 이혼가족의 복지에 대해서 관심을 가져야 한다는 의견이 대두되고 있습니다. 조종옥, 박에스더 두 기자가 집중 취재했습니다. ⊙기자: 서울가정법원 대기실. 이혼 신청자들로 가득합니다. 정말 이혼하겠냐는 판사의 질문에 예, 라는 대답이 나온 즉시 성립된 이혼이 오늘 오후에만 50여 쌍입니다. 소요시간 불과 1, 2분. 즉결심판장이나 다름 없습니다. 전국에서 매일 500쌍이 넘는 부부가 이런 식으로 서로 등을 돌립니다. ⊙남편: 성격이 안 맞으니까요. ⊙부인: 얽매여 살기 싫었어요. ⊙기자: 5, 60년대 가장 큰 이혼 사유는 배우자의 부정과 시집살이. 7, 80년대에는 폭력과 부당한 대우가 주종이었습니다. 90년대에 접어들어 좀더 행복해지기 위한 이혼까지 그 사유도 다양해졌습니다. ⊙곽배희(가정법률상담소장): 성격 차이나 대화 단절이나 애정 없는 것, 불성실하고 무책임한 생활 태도 또는 도박 같은 이러한 추상적인 이유들을 가지고... ⊙기자: 이 같은 현상을 놓고 가족의 가치가 무너져 내리고 있다는 우려의 시각이 여전하지만 반론도 만만치 않습니다. ⊙함인희(이화여대 사회학과 교수): 이혼하면 가족해체의 한 징후로 보았지만 오늘날은 불행한 결혼을 해소하는 하나의 문제 해결의 방식으로 인식하는 경향이 증가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기자: 과거 갈라선 남녀 모두에게 부덕한 현상으로 인식되던 이혼이 마침내 시대적 현실로 다가서 부작용에 대한 대책마련이 요구되는 시점입니다. KBS뉴스 조종옥입니다. ⊙기자: 결혼 9년만에 이혼한 30대 후반의 여성입니다. 처음에는 홀가분했지만 아이가 초등학교에 들어간 뒤 고민이 커졌습니다. ⊙김 모씨(38살/3년 전 이혼): 부모가 이혼한 사실만으로 정상인데도 뭔가 이상이 있을 거라고…. ⊙기자: 서울 시립아동보호소. 1년에 이곳에 들어오는 7, 800명의 어린이 가운데 절반 가량이 이혼한 부모의 자녀들입니다. ⊙이정희(서울시립아동상담소장): 할 수 없이 이런 곳에 오게 되는데 그럴 때에 그 아이들은 정말 심리적으로나 신체적으로 너무나 많은 상처를 받고 오기 때문에... ⊙기자: 여자의 경우 중년의 나이에 취업은 거의 불가능하고 남자 역시 경제적인 곤란을 겪기는 마찬가지입니다. ⊙정 모씨(40살/2년 전 이혼): 대출이나 신용보증 면에서도 혼자라는 이유로 굉장히 불이익을 많이 당합니다. 특수한 직장에서는 이혼했다라는 하나의 이유 만으로도 사직원을 내야 되는 경우도... ⊙기자: 이혼자들을 위한 인터넷 사이트까지 등장했습니다. 사회가 뒷받침하지 않는 이혼 이후 삶의 문제를 함께 해결해 보자는 노력입니다. ⊙남기주(쏠로닷컴 대표): 임시 거처, 재활을 위한 재활센터 그리고 양육비에 대한 실제적인 정부의 지원이 아주 시급한 상태입니다. ⊙기자: 찬반의 문제를 떠나 급증하는 이혼가족의 복지는 이제 분명 사회 문제입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이혼한 사람들은 뭔가 문제가 있는 사람들로, 이혼가정을 결손가정으로 보는 사회적인 편견을 없애는 게 가장 중요할 것입니다. KBS뉴스 박에스더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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