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따라잡기] 폐지 줍기 ‘서글픈 경쟁’

입력 2008.07.30 (08:47) 수정 2008.07.30 (10: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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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요즘 폐지 줍는 분들 많죠? 폐지를 수집해 고물상에 내다 팔면 짭짤한 돈이 된다고 하는데요.

하지만 요즘엔 폐지 수집에도 치열한 경쟁이 벌어져 그마저 쉽지 않다고 합니다.

최성원 기자! 아무래도 고물가다 불경기다해서 서민들 살기가 갈수록 어려워졌기 때문 아닌가 싶어요?

<리포트>

네 폐지 줍는 분들은 주로 일자리가 마땅찮은 노인분 들인데요.

폐지 값이 오르다보니 요즘엔 비교적 젊은 사람들도 폐지 줍기에 나서 그야말로 폐지 줍기 전쟁이라고 합니다.

불경기에 소비가 줄다보니 동네 수퍼에서 나오는 폐지가 줄어들고 폐지값이 두 배 가량 올랐다고 하는데요...

때문에 폐지 줍기에 나서는 서민들이 많아지다 보니 폐지 줍기 경쟁은 더욱 치열해지고 있습니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폐지 줍기는 예전 보다 더욱 힘들어지고 손에 쥐는 돈도 얼마 되지 않는데요. 불황 속 서민들의 치열한 폐지 수집 경쟁을 취재했습니다.

어제 아침 7시쯤, 서울의 한 지하철역입니다. 출근길에 오른 직장인들이 발길을 재촉하고 있는데요. 사람들 손엔 지하철 역 앞에서 나눠주는 무가지가 하나씩 다 들려있습니다.

아직은 한산한 지하철 안에서 취재진은 일흔이 넘은 김모 할아버지를 만날 수 있었습니다. 이 할아버지는 잠시도 쉬지 않고 열차 안을 돌아다니며 승객들이 두고 내린 무가지를 수거했습니다.

<녹취> 김00 : “(왜 그렇게 빨리 하세요?) 그래야지 줍죠. 늦게 하면 시간 다 가고 못해요.”

매일 아침, 식사도 거른 채 무가지를 수거하러 다닌 것이 벌써 몇 달째. 할아버지가 하루에 버는 돈은 1-2만 원 정도 됩니다.

얼마 되지 않는 돈이지만 할아버지는 어려운 살림에 한 푼이라도 더 보태고 싶어 이 일을 시작했다고 합니다.

<녹취> 김00 : “다들 돈이 궁해서 나와서 하는 거죠. 이 세상 돈 없으면 살겠어요? 그러니까 나와서 하는 거죠. 손님들에겐 미안하지만 뭐 어떻게 해. 그렇게라도 먹고 살아야죠.”

주말을 제외하고 매일 아침 7시부터 10시까지, 마치 전쟁터 같이 복잡한 출근길 지하철에선 이렇게 무가지를 수거하러 다니는 노인들을 많이 만날 수 있습니다.

폐지를 수거해 팔면 돈이 된다는 소문이 나면서 너나없이 폐지 수집에 나섰기 때문입니다.

지하철 무가지를 수거하는 작업은 사람들이 출근하는 짧은 몇 시간동안 바쁘게 이루어지기 때문에 한 열차 안에서 다른 수거자와 마주칠 때가 많다고 합니다. 이런 경우, 무가지를 수거하는 사람들 사이에선 나름의 원칙이 적용됩니다.

<녹취> 폐지수거 노인 : “전 다른 사람 있으면 그냥 내려요. 어차피 같이 나누어 먹기인데.”

노인들은 무가지를 수거하면서 승객들에게 불편을 끼치지 않기 위해 최대한 조심을 한다고 하는데요.

대부분의 승객들이 이 작업에 대해 이해를 해주고 있긴 하지만 때론 불편한 기색을 내보이기도 합니다

<인터뷰> 서용덕(지하철 승객) : “사람이 적을 때는 괜찮은데 많을 때는 좀 짜증날 때도 있습니다.”

<녹취> 지하철 승객 : “노인들 지나가면 안쓰러울 때도 있지만 젊은 사람들 무분별하게 잡아당기고 그러면 너무 싫죠.”

또 무가지를 나눠주는 사람과 수거하는 노인들 사이에서 실랑이가 벌어지기도 하는데요. 폐지를 더 많이 모으려고 무리를 하다 보니 사람들이 보지도 않은 무가지를 뭉텅이로 집어가는 경우도 있기 때문입니다.

<현장음> “한 장씩 가져가세요. 한 장씩...”

<녹취> 무가지 배포원 : “만나면 싸우죠. 하나씩만 가져가라고. (왜 싸우세요?) 저는 이게 일이라면 일인데 이렇게 우리가 하는 걸 많이씩 집어가면 속상하면서도 그 사람들 가져가는 거 보면 안타깝죠.”

출근 시간이 끝나면 노인들은 이렇게 모은 무가지를 가지고 2호선 충정로역으로 향합니다. 하루에 40여명 정도가 모이는데요. 폐지수거업체에 팔기 위해서입니다.

보통 폐지 1kg 당 200원 정도를 받습니다.

<현장음> “1만 8천원, 오늘 많이 벌었네요.”

<인터뷰> 주재현(폐지수거업체 관계자) : “요즘 할머니 할아버지들이 굉장히 많이 늘었고, 요즘엔 양복 입고 이거 수거하시는 분들도 있어요. 담뱃값이 충분히 되니까.”

이렇게 치열한 폐지 수집은 지하철 밖에서도 계속됩니다. 서울 영등포의 한 시장을 찾았는데요. 시장과 동네 곳곳을 다니며 폐지 수거하는 노인을 만날 수 있었습니다.

경쟁이 치열하다보니 서로 싸우기도 하고 애써 모은 폐지를 도둑맞는 경우도 생깁니다.

<녹취> 폐지수거 노인 : “싸움하게 되죠. 네가 주웠냐, 내가 주웠냐. 어디 가면 가져가버려. 도둑 맞아버려. 한 30번도 더 있어...”

폐지를 수집한지 20년이 넘었다는 이 할머니는 요즘엔 폐지를 줍는 사람들이 너무 많아져 수입이 예전 같지 않다고 말합니다.

<녹취> 폐지수거 노인 : “옛날엔 내가 아무리 못 벌어도 10만원씩은 벌었는데 이젠 못해. 얼마 안 돼. 잘해야 2-3만원.”

최근 불경기로 소비가 줄고 폐지 구하기 또한 어려워지면서 폐지가격이 두 배 가량 올랐습니다. 생활이 어려운 노인들이 너나없이 이 일에 매달리면서 오히려 수거되는 폐지량은 줄었다고 하는데요.

<인터뷰> 정진환 사장(00 자원) : “(노인들이) 비 오는 날도 막 비 맞으면서 가져오시고 그러면 제가 비 오는 데 비 맞지 말라고, 감기 걸리면 약값도 안 나온다고... 그런 것 보면 안타깝죠. 현실이.”

최근에는 젊은이들까지 폐지 줍기 경쟁에 뛰어든다고 합니다.

<녹취> 고물상 주인 : “여기 대학생들 20명이 와요. 하루에. 취직 못하니까 돈 벌려고 그러는 거지.”

불경기가 계속되면서 어려운 살림에 보탬이 되고자 거리로 나서는 서민들이 늘고 있습니다. 때문에 폐지 줍기 경쟁 또한 더욱 치열해지고 있는데요.

그나마 해왔던 폐지 수집마저도 쉽지 않은 이 팍팍한 현실 앞에서 서민들의 한숨도 더욱 깊어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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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08-07-30 08:31:52
    • 수정2008-07-30 10:5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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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요즘 폐지 줍는 분들 많죠? 폐지를 수집해 고물상에 내다 팔면 짭짤한 돈이 된다고 하는데요. 하지만 요즘엔 폐지 수집에도 치열한 경쟁이 벌어져 그마저 쉽지 않다고 합니다. 최성원 기자! 아무래도 고물가다 불경기다해서 서민들 살기가 갈수록 어려워졌기 때문 아닌가 싶어요? <리포트> 네 폐지 줍는 분들은 주로 일자리가 마땅찮은 노인분 들인데요. 폐지 값이 오르다보니 요즘엔 비교적 젊은 사람들도 폐지 줍기에 나서 그야말로 폐지 줍기 전쟁이라고 합니다. 불경기에 소비가 줄다보니 동네 수퍼에서 나오는 폐지가 줄어들고 폐지값이 두 배 가량 올랐다고 하는데요... 때문에 폐지 줍기에 나서는 서민들이 많아지다 보니 폐지 줍기 경쟁은 더욱 치열해지고 있습니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폐지 줍기는 예전 보다 더욱 힘들어지고 손에 쥐는 돈도 얼마 되지 않는데요. 불황 속 서민들의 치열한 폐지 수집 경쟁을 취재했습니다. 어제 아침 7시쯤, 서울의 한 지하철역입니다. 출근길에 오른 직장인들이 발길을 재촉하고 있는데요. 사람들 손엔 지하철 역 앞에서 나눠주는 무가지가 하나씩 다 들려있습니다. 아직은 한산한 지하철 안에서 취재진은 일흔이 넘은 김모 할아버지를 만날 수 있었습니다. 이 할아버지는 잠시도 쉬지 않고 열차 안을 돌아다니며 승객들이 두고 내린 무가지를 수거했습니다. <녹취> 김00 : “(왜 그렇게 빨리 하세요?) 그래야지 줍죠. 늦게 하면 시간 다 가고 못해요.” 매일 아침, 식사도 거른 채 무가지를 수거하러 다닌 것이 벌써 몇 달째. 할아버지가 하루에 버는 돈은 1-2만 원 정도 됩니다. 얼마 되지 않는 돈이지만 할아버지는 어려운 살림에 한 푼이라도 더 보태고 싶어 이 일을 시작했다고 합니다. <녹취> 김00 : “다들 돈이 궁해서 나와서 하는 거죠. 이 세상 돈 없으면 살겠어요? 그러니까 나와서 하는 거죠. 손님들에겐 미안하지만 뭐 어떻게 해. 그렇게라도 먹고 살아야죠.” 주말을 제외하고 매일 아침 7시부터 10시까지, 마치 전쟁터 같이 복잡한 출근길 지하철에선 이렇게 무가지를 수거하러 다니는 노인들을 많이 만날 수 있습니다. 폐지를 수거해 팔면 돈이 된다는 소문이 나면서 너나없이 폐지 수집에 나섰기 때문입니다. 지하철 무가지를 수거하는 작업은 사람들이 출근하는 짧은 몇 시간동안 바쁘게 이루어지기 때문에 한 열차 안에서 다른 수거자와 마주칠 때가 많다고 합니다. 이런 경우, 무가지를 수거하는 사람들 사이에선 나름의 원칙이 적용됩니다. <녹취> 폐지수거 노인 : “전 다른 사람 있으면 그냥 내려요. 어차피 같이 나누어 먹기인데.” 노인들은 무가지를 수거하면서 승객들에게 불편을 끼치지 않기 위해 최대한 조심을 한다고 하는데요. 대부분의 승객들이 이 작업에 대해 이해를 해주고 있긴 하지만 때론 불편한 기색을 내보이기도 합니다 <인터뷰> 서용덕(지하철 승객) : “사람이 적을 때는 괜찮은데 많을 때는 좀 짜증날 때도 있습니다.” <녹취> 지하철 승객 : “노인들 지나가면 안쓰러울 때도 있지만 젊은 사람들 무분별하게 잡아당기고 그러면 너무 싫죠.” 또 무가지를 나눠주는 사람과 수거하는 노인들 사이에서 실랑이가 벌어지기도 하는데요. 폐지를 더 많이 모으려고 무리를 하다 보니 사람들이 보지도 않은 무가지를 뭉텅이로 집어가는 경우도 있기 때문입니다. <현장음> “한 장씩 가져가세요. 한 장씩...” <녹취> 무가지 배포원 : “만나면 싸우죠. 하나씩만 가져가라고. (왜 싸우세요?) 저는 이게 일이라면 일인데 이렇게 우리가 하는 걸 많이씩 집어가면 속상하면서도 그 사람들 가져가는 거 보면 안타깝죠.” 출근 시간이 끝나면 노인들은 이렇게 모은 무가지를 가지고 2호선 충정로역으로 향합니다. 하루에 40여명 정도가 모이는데요. 폐지수거업체에 팔기 위해서입니다. 보통 폐지 1kg 당 200원 정도를 받습니다. <현장음> “1만 8천원, 오늘 많이 벌었네요.” <인터뷰> 주재현(폐지수거업체 관계자) : “요즘 할머니 할아버지들이 굉장히 많이 늘었고, 요즘엔 양복 입고 이거 수거하시는 분들도 있어요. 담뱃값이 충분히 되니까.” 이렇게 치열한 폐지 수집은 지하철 밖에서도 계속됩니다. 서울 영등포의 한 시장을 찾았는데요. 시장과 동네 곳곳을 다니며 폐지 수거하는 노인을 만날 수 있었습니다. 경쟁이 치열하다보니 서로 싸우기도 하고 애써 모은 폐지를 도둑맞는 경우도 생깁니다. <녹취> 폐지수거 노인 : “싸움하게 되죠. 네가 주웠냐, 내가 주웠냐. 어디 가면 가져가버려. 도둑 맞아버려. 한 30번도 더 있어...” 폐지를 수집한지 20년이 넘었다는 이 할머니는 요즘엔 폐지를 줍는 사람들이 너무 많아져 수입이 예전 같지 않다고 말합니다. <녹취> 폐지수거 노인 : “옛날엔 내가 아무리 못 벌어도 10만원씩은 벌었는데 이젠 못해. 얼마 안 돼. 잘해야 2-3만원.” 최근 불경기로 소비가 줄고 폐지 구하기 또한 어려워지면서 폐지가격이 두 배 가량 올랐습니다. 생활이 어려운 노인들이 너나없이 이 일에 매달리면서 오히려 수거되는 폐지량은 줄었다고 하는데요. <인터뷰> 정진환 사장(00 자원) : “(노인들이) 비 오는 날도 막 비 맞으면서 가져오시고 그러면 제가 비 오는 데 비 맞지 말라고, 감기 걸리면 약값도 안 나온다고... 그런 것 보면 안타깝죠. 현실이.” 최근에는 젊은이들까지 폐지 줍기 경쟁에 뛰어든다고 합니다. <녹취> 고물상 주인 : “여기 대학생들 20명이 와요. 하루에. 취직 못하니까 돈 벌려고 그러는 거지.” 불경기가 계속되면서 어려운 살림에 보탬이 되고자 거리로 나서는 서민들이 늘고 있습니다. 때문에 폐지 줍기 경쟁 또한 더욱 치열해지고 있는데요. 그나마 해왔던 폐지 수집마저도 쉽지 않은 이 팍팍한 현실 앞에서 서민들의 한숨도 더욱 깊어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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