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중취재>내 집 앞 눈 치우기

입력 2001.02.16 (21:00) 수정 2018.08.29 (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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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이번 폭설은 지난번과 다른 것이 있습니다.
내 집 앞을 쓰는 시민들이 부쩍 많아진 것입니다. 그러나 일부 지역에서는 남의 일인양 모르는 척하는 얌체 시민들도 눈에 띱니다.
폭설 뒤 주택가 표정, 조현진, 박일중 두 기자가 집중 취재했습니다.
⊙기자: 서울 창신동의 산동네.
주민 20여 명이 가파른 비탈길에서 4시간째 쌓인 눈을 치우고 있습니다.
남자, 여자, 노인 가릴 것없이 모두 힘을 합쳐 쉬지 않고 삽질과 가래질을 합니다.
눈이 조금만 내려도 걸어다니기조차 힘들었던 비탈길을 차량까지 다닐 수 있게 됐습니다.
⊙기자: 안 힘드세요?
⊙인터뷰: 안 힘들어.
동네 일이니까 안 힘들어.
⊙기자: 경비원들에게만 맡겨두던 아파트단지의 눈치우기에도 주민들이 나섰습니다.
어린이부터 주부까지 모두 삽과 빗자루를 들고 각자 힘 닿는 데까지 눈을 치웁니다.
지난달 폭설 때만 해도 찾아보기 힘든 모습입니다.
⊙아파트주민: 이참에 너무나 많이 왔잖아요.
그러니까 저희도 나와서 해야죠.
⊙아파트주민: 그럼 같이 밟고 다니는 땅인데...
⊙기자: 공무원과 군인들도 눈 치우기에 팔을 걷어붙였고 직장인들은 넥타이를 맨 채 도로의 눈을 치웠습니다.
한나라당 이회창 총재까지 눈을 치우기 위해 삽을 쥔 오늘만큼은 모두가 공동체 의식으로 하나된 하루였습니다.
KBS뉴스 조현진입니다.
⊙기자: 서울 시내의 한 아파트단지, 눈이 내린 지 하루가 지났지만 눈이 그대로 쌓여있어 차들이 자기 집 앞길도 제대로 벗어나지 못하고 있습니다.
낮에는 눈이 녹아 온통 진흙탕길로 변했습니다. 그런데도 눈을 치우는 사람은 아파트 경비원들뿐, 주민들의 모습은 결코 보이지 않습니다.
⊙아파트 경비원: 오늘 새벽부터 시작한 거예요. 6시부터 나와서... 주민들은 안 해요.
⊙기자: 주택가도 마찬가지입니다.
군데군데 눈을 치우기는 했지만 제대로 치우지 않아 치워진 눈이 오히려 길 가운데를 막아버렸습니다.
차를 빼려는 이웃 사람은 급한 마음에 삽을 들어봅니다.
⊙인터뷰: 잘 놨으면 내려갈텐데 가운데로 돼 있어 가지고...
⊙기자: 내 집 앞 뿐 아니라 심지어 운행중인 자기 차량에 쌓인 눈도 치우지 않고 배짱 좋게 운전을 하고 있습니다.
조그만 수고도 귀찮아하는 마음, 결국 우리에게 더 큰 불편으로 돌아옵니다.
KBS뉴스 박일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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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집중취재>내 집 앞 눈 치우기
    • 입력 2001-02-16 21:00:00
    • 수정2018-08-29 15:00:00
    뉴스 9
⊙앵커: 이번 폭설은 지난번과 다른 것이 있습니다. 내 집 앞을 쓰는 시민들이 부쩍 많아진 것입니다. 그러나 일부 지역에서는 남의 일인양 모르는 척하는 얌체 시민들도 눈에 띱니다. 폭설 뒤 주택가 표정, 조현진, 박일중 두 기자가 집중 취재했습니다. ⊙기자: 서울 창신동의 산동네. 주민 20여 명이 가파른 비탈길에서 4시간째 쌓인 눈을 치우고 있습니다. 남자, 여자, 노인 가릴 것없이 모두 힘을 합쳐 쉬지 않고 삽질과 가래질을 합니다. 눈이 조금만 내려도 걸어다니기조차 힘들었던 비탈길을 차량까지 다닐 수 있게 됐습니다. ⊙기자: 안 힘드세요? ⊙인터뷰: 안 힘들어. 동네 일이니까 안 힘들어. ⊙기자: 경비원들에게만 맡겨두던 아파트단지의 눈치우기에도 주민들이 나섰습니다. 어린이부터 주부까지 모두 삽과 빗자루를 들고 각자 힘 닿는 데까지 눈을 치웁니다. 지난달 폭설 때만 해도 찾아보기 힘든 모습입니다. ⊙아파트주민: 이참에 너무나 많이 왔잖아요. 그러니까 저희도 나와서 해야죠. ⊙아파트주민: 그럼 같이 밟고 다니는 땅인데... ⊙기자: 공무원과 군인들도 눈 치우기에 팔을 걷어붙였고 직장인들은 넥타이를 맨 채 도로의 눈을 치웠습니다. 한나라당 이회창 총재까지 눈을 치우기 위해 삽을 쥔 오늘만큼은 모두가 공동체 의식으로 하나된 하루였습니다. KBS뉴스 조현진입니다. ⊙기자: 서울 시내의 한 아파트단지, 눈이 내린 지 하루가 지났지만 눈이 그대로 쌓여있어 차들이 자기 집 앞길도 제대로 벗어나지 못하고 있습니다. 낮에는 눈이 녹아 온통 진흙탕길로 변했습니다. 그런데도 눈을 치우는 사람은 아파트 경비원들뿐, 주민들의 모습은 결코 보이지 않습니다. ⊙아파트 경비원: 오늘 새벽부터 시작한 거예요. 6시부터 나와서... 주민들은 안 해요. ⊙기자: 주택가도 마찬가지입니다. 군데군데 눈을 치우기는 했지만 제대로 치우지 않아 치워진 눈이 오히려 길 가운데를 막아버렸습니다. 차를 빼려는 이웃 사람은 급한 마음에 삽을 들어봅니다. ⊙인터뷰: 잘 놨으면 내려갈텐데 가운데로 돼 있어 가지고... ⊙기자: 내 집 앞 뿐 아니라 심지어 운행중인 자기 차량에 쌓인 눈도 치우지 않고 배짱 좋게 운전을 하고 있습니다. 조그만 수고도 귀찮아하는 마음, 결국 우리에게 더 큰 불편으로 돌아옵니다. KBS뉴스 박일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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