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따라잡기] “추석 기분 안 나요”

입력 2008.09.02 (08:52)

읽어주기 기능은 크롬기반의
브라우저에서만 사용하실 수 있습니다.

<앵커 멘트>

비 내린 뒤 가을로 성큼 다가선 느낌입니다. 추석도 얼마 안 남았죠?

그런데 명절 특수다, 상여금이다..해서 북적이고 설레던 느낌은 없는 듯 한데요. 정지주 기자, 어째 추석 분위기가 썰렁하네요?

<리포트>

네, 올해는 추석이 다른 해보다 열흘 가량 이릅니다.

여름 휴가가 끝난지 얼마 안 되서 추석 기분이 안 난다고 말씀하시는 분들도 있던데요..

무엇보다 회복될 기미가 안 보이는 불경기에 추석 분위기도 바짝 움츠러든 모습입니다. 한창 바쁠 시장에서는 명절 대목이 예전 같지 않다는 상인들의 한숨이 깊어지고, 상여금을 기대했던 근로자들은 얇아진 봉투에 아쉬운 마음을 감추고 있는데요... 명절 연휴의 특수를 누리던 업체들도 올해는 조용한 분위깁니다.

추석을 앞둔 각계 각층의 표정을 담아봤습니다.

근로자들에게 추석 기분이 나게 하는 건 연휴와 상여금일텐데요, 서울에서 마을 버스를 운전하는 진명옥씨는 이번 추석에 상여금을 크게 기대하지 않는다고 합니다.

<인터뷰> 진명옥(기사) : "월급이라도 많으면 (모르겠는데) 추석 때 차례 지내는 것도 주부로서 이 마을버스 운전하는 것도 힘들잖아요. 보너스도 사장님이 주실지 모르겠네요."

기름값이 올라 회사 운영이 수월하지 않다는 것을 잘 알고 있어서, 직원들도 어려움을 함께 나누고 있었습니다.

<인터뷰> 오세정 (대표) : "돈을 차입해서 운영을 하다 보니까 넉넉하게는 못 드려도 조금이라도 해드릴까 생각하고 있죠."

소규모의 주방 설비 업체인 이곳은 사정이 더 어렵습니다. 원자재 값이 오르면서 업주들의 한숨이 깊어가고 있는데요.

추석을 앞두고 직원들을 챙겨야 하는 업주들의 마음은 더욱 무겁기만 합니다.

<인터뷰> 주방 설비 업체 사장 : "장사가 안 되니 애들 월급만 챙겨주기도 벅찬데, 월급이라도 안 밀리고 주면 그게 최고 아니에요. 그게 힘들어요."

양손에 넉넉히 선물이라도 사 들고 고향을 찾고 싶지만 여느 해보다 빠듯한 사정에 김영균씨는 고향에 내려가지 않는 편을 택했습니다.

올 추석에는 김씨처럼 고향에 가지 않는 사람도 늘어날 것으로 보입니다.

<인터뷰> 김영균 (직원) : "고향에 돈이 없으면 못 내려가는 거고 돈이 좀 있으면 내려가고 그렇죠. (이번에 돈이 안 나오면?) 안 나온다면 못 가는 거지. 가족들한테 미안하죠."

오늘 새벽, 서울 남대문 시장입니다. 예년 같으면 명절을 앞두고 물건을 하러 전국 각지에서 올라온 상인들로 붐빌 때지만 올해는 분위기가 썰렁합니다.

경북 안동에서 아동복 가게를 운영하는 김정현씨는 추석이 코앞이지만 떼어가는 물량을 오히려 반 정도 줄였다고 합니다.

괜히 물건을 많이 해갔다가 팔리지 않으면 서울을 오고 가는 차비도 남지 않는다고 하는데요.

<인터뷰> 김정현(아동복 소매상) : "우리도 팔아서 다른 물건을 사야 하는데 경기가 안 좋다 보니 사람들이 여러 가지를 안 사요. 검정이면 검정 이렇게 사요 여러 가지 받쳐입을 수 있는 거, 색상을 그렇게 하죠."

찾아오는 소매상인도 적고 떼어가는 물량도 적다 보니 도매상인들의 얼굴에서도 추석 분위기를 느끼기가 어렵습니다.

<인터뷰> 이경순(아동복 도매상) : "작년에 비해서 1/3도 없어요 손님이. 이맘때면 한창 대목이에요. 그리고 조금 있으면 끝나야 하는데 지금 손님이 없으니까 시장 사람들 다 지금 어떻게 될지 몰라요."

재래시장 상인들은 추석 특수는 커녕 오히려 추석이 더 힘들기만 하다고 푸념하기도 합니다.

<인터뷰> 예균해(건어물 판매상) : "다들 큰 매장으로 가버리고 재래식 시장으로는 손님들이 자꾸 줄어. 추석이 더 힘들지. 평상시가 차라리 더 나아. 추석이라고 대목 준비하고 이래야 하니까 힘만 들지 재래식 시장은..."

재래시장이 대형 할인매장보다 저렴하긴 하지만 여유가 없는 소비자들의 지갑은 쉽게 열리지 않습니다.

<인터뷰> 손님 : "(돈이) 배로 들어갈 것 같아요. 뭐든지 다 줄여야지. 절반씩 놔야지 제사를 지내도. 절반씩 놔야해. 어쩔 수 없어요."

지난 주말부터 추석 선물 판매를 시작한 대형 할인매장은 손님은 많지만 구입하는 상품의 단가는 더 낮아졌습니다.

부녀회장인 유일선 씨는 아파트 관계자들의 명절 선물 구입을 맡아 할인매장을 찾았는데요, 예산에 맞추기가 쉽지 않습니다.

<인터뷰> 유일선(주부) : "경비 아저씨들, 통장님들, 반장님들, 관리소 직원들.. 구정 같은 경우는 11,100원 꼴로 해드렸는데 추석 때는 좀 비싸네요."

명절 특수를 누리던 여행업계도 울상입니다. 이번 추석 연휴는 여름 휴가철이 끝난지 얼마 되지 않은 데다, 주말을 끼고 3일 밖에 안 돼 해외 여행객이 지난해보다 절반 가량 줄 것으로 보이기 때문입니다. 징검다리 휴일로 최대 9일까지 쉴 수 있었던 지난 해에 비하면 추석 특수라는 말이 무색합니다.

경기 침체와 고환율, 고유가 등 3중고에 시달리는 여행업계를 비롯해, 각계 각층 서민들의 이번 추석나기는 그 어느 때보다 가라앉은 모습입니다.

‘더도 말고 덜도 말고 한가위만 같아라’ 라는 말처럼 마음만은 넉넉하고 풍성한 추석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 제보하기
▷ 카카오톡 : 'KBS제보' 검색, 채널 추가
▷ 전화 : 02-781-1234, 4444
▷ 이메일 : kbs1234@kbs.co.kr
▷ 유튜브, 네이버, 카카오에서도 KBS뉴스를 구독해주세요!


  • [뉴스 따라잡기] “추석 기분 안 나요”
    • 입력 2008-09-02 08:05:25
    아침뉴스타임
<앵커 멘트> 비 내린 뒤 가을로 성큼 다가선 느낌입니다. 추석도 얼마 안 남았죠? 그런데 명절 특수다, 상여금이다..해서 북적이고 설레던 느낌은 없는 듯 한데요. 정지주 기자, 어째 추석 분위기가 썰렁하네요? <리포트> 네, 올해는 추석이 다른 해보다 열흘 가량 이릅니다. 여름 휴가가 끝난지 얼마 안 되서 추석 기분이 안 난다고 말씀하시는 분들도 있던데요.. 무엇보다 회복될 기미가 안 보이는 불경기에 추석 분위기도 바짝 움츠러든 모습입니다. 한창 바쁠 시장에서는 명절 대목이 예전 같지 않다는 상인들의 한숨이 깊어지고, 상여금을 기대했던 근로자들은 얇아진 봉투에 아쉬운 마음을 감추고 있는데요... 명절 연휴의 특수를 누리던 업체들도 올해는 조용한 분위깁니다. 추석을 앞둔 각계 각층의 표정을 담아봤습니다. 근로자들에게 추석 기분이 나게 하는 건 연휴와 상여금일텐데요, 서울에서 마을 버스를 운전하는 진명옥씨는 이번 추석에 상여금을 크게 기대하지 않는다고 합니다. <인터뷰> 진명옥(기사) : "월급이라도 많으면 (모르겠는데) 추석 때 차례 지내는 것도 주부로서 이 마을버스 운전하는 것도 힘들잖아요. 보너스도 사장님이 주실지 모르겠네요." 기름값이 올라 회사 운영이 수월하지 않다는 것을 잘 알고 있어서, 직원들도 어려움을 함께 나누고 있었습니다. <인터뷰> 오세정 (대표) : "돈을 차입해서 운영을 하다 보니까 넉넉하게는 못 드려도 조금이라도 해드릴까 생각하고 있죠." 소규모의 주방 설비 업체인 이곳은 사정이 더 어렵습니다. 원자재 값이 오르면서 업주들의 한숨이 깊어가고 있는데요. 추석을 앞두고 직원들을 챙겨야 하는 업주들의 마음은 더욱 무겁기만 합니다. <인터뷰> 주방 설비 업체 사장 : "장사가 안 되니 애들 월급만 챙겨주기도 벅찬데, 월급이라도 안 밀리고 주면 그게 최고 아니에요. 그게 힘들어요." 양손에 넉넉히 선물이라도 사 들고 고향을 찾고 싶지만 여느 해보다 빠듯한 사정에 김영균씨는 고향에 내려가지 않는 편을 택했습니다. 올 추석에는 김씨처럼 고향에 가지 않는 사람도 늘어날 것으로 보입니다. <인터뷰> 김영균 (직원) : "고향에 돈이 없으면 못 내려가는 거고 돈이 좀 있으면 내려가고 그렇죠. (이번에 돈이 안 나오면?) 안 나온다면 못 가는 거지. 가족들한테 미안하죠." 오늘 새벽, 서울 남대문 시장입니다. 예년 같으면 명절을 앞두고 물건을 하러 전국 각지에서 올라온 상인들로 붐빌 때지만 올해는 분위기가 썰렁합니다. 경북 안동에서 아동복 가게를 운영하는 김정현씨는 추석이 코앞이지만 떼어가는 물량을 오히려 반 정도 줄였다고 합니다. 괜히 물건을 많이 해갔다가 팔리지 않으면 서울을 오고 가는 차비도 남지 않는다고 하는데요. <인터뷰> 김정현(아동복 소매상) : "우리도 팔아서 다른 물건을 사야 하는데 경기가 안 좋다 보니 사람들이 여러 가지를 안 사요. 검정이면 검정 이렇게 사요 여러 가지 받쳐입을 수 있는 거, 색상을 그렇게 하죠." 찾아오는 소매상인도 적고 떼어가는 물량도 적다 보니 도매상인들의 얼굴에서도 추석 분위기를 느끼기가 어렵습니다. <인터뷰> 이경순(아동복 도매상) : "작년에 비해서 1/3도 없어요 손님이. 이맘때면 한창 대목이에요. 그리고 조금 있으면 끝나야 하는데 지금 손님이 없으니까 시장 사람들 다 지금 어떻게 될지 몰라요." 재래시장 상인들은 추석 특수는 커녕 오히려 추석이 더 힘들기만 하다고 푸념하기도 합니다. <인터뷰> 예균해(건어물 판매상) : "다들 큰 매장으로 가버리고 재래식 시장으로는 손님들이 자꾸 줄어. 추석이 더 힘들지. 평상시가 차라리 더 나아. 추석이라고 대목 준비하고 이래야 하니까 힘만 들지 재래식 시장은..." 재래시장이 대형 할인매장보다 저렴하긴 하지만 여유가 없는 소비자들의 지갑은 쉽게 열리지 않습니다. <인터뷰> 손님 : "(돈이) 배로 들어갈 것 같아요. 뭐든지 다 줄여야지. 절반씩 놔야지 제사를 지내도. 절반씩 놔야해. 어쩔 수 없어요." 지난 주말부터 추석 선물 판매를 시작한 대형 할인매장은 손님은 많지만 구입하는 상품의 단가는 더 낮아졌습니다. 부녀회장인 유일선 씨는 아파트 관계자들의 명절 선물 구입을 맡아 할인매장을 찾았는데요, 예산에 맞추기가 쉽지 않습니다. <인터뷰> 유일선(주부) : "경비 아저씨들, 통장님들, 반장님들, 관리소 직원들.. 구정 같은 경우는 11,100원 꼴로 해드렸는데 추석 때는 좀 비싸네요." 명절 특수를 누리던 여행업계도 울상입니다. 이번 추석 연휴는 여름 휴가철이 끝난지 얼마 되지 않은 데다, 주말을 끼고 3일 밖에 안 돼 해외 여행객이 지난해보다 절반 가량 줄 것으로 보이기 때문입니다. 징검다리 휴일로 최대 9일까지 쉴 수 있었던 지난 해에 비하면 추석 특수라는 말이 무색합니다. 경기 침체와 고환율, 고유가 등 3중고에 시달리는 여행업계를 비롯해, 각계 각층 서민들의 이번 추석나기는 그 어느 때보다 가라앉은 모습입니다. ‘더도 말고 덜도 말고 한가위만 같아라’ 라는 말처럼 마음만은 넉넉하고 풍성한 추석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이 기사가 좋으셨다면

오늘의 핫 클릭

실시간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는 뉴스

이 기사에 대한 의견을 남겨주세요.

수신료 수신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