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금융위기] 한국 경제 영향은?

<앵커 멘트>

추석 연휴기간 미국 3, 4위 투자은행이 줄줄이 넘어가면서 세계 금융시장이 사실상 '공황'에 빠져들고 있습니다.

미국을 강타한 금융 불안이 9월 위기설을 간신히 넘긴 국내 금융시장에 미칠 충격에 대해 경제과학팀 최영철 기자와 자세히 알아보겠습니다.

우선 우리나라 투자자들 피해가 없는지 궁금한데요?

<리포트>

네, 일단 국내 금융회사들이 파산을 신청한 리먼브라더스에 투자한 액수는 모두 7억 2천만 달러에 달한다고 금융위원회는 발표했습니다.

국내 은행이나 보험, 증권사들은 리먼브라더스의 주식파생결합상품에 주로 투자하고 있는데, 이들 투자금은 손실을 볼 가능성이 큽니다.

다만, BoA가 인수하게 되는 메릴린치 주식에는 한국투자공사가 20억 달러, 하나은행이 5천만 달러 정도 투자한 상태입니다.

일단 매입가격이 인수가격보다 낮아 당장의 피해는 없을 것으로 보이지만 아직 합병 비율 등에 대한 협상이 남아있어 안심할 수만은 없는 상황입니다.

한국투자공사 측은 이번 인수 조건이 시세보다 비싼 주당 29달러 수준이기 때문에 시세차익과 배당금을 포함해 2억2천만 달러 정도 수익을 보게 된다고 밝히고 있습니다.

하지만, 인수 가격이 확정된 것은 아니어서 불안감이 가신 것은 아닙니다.

이와 함께 국내 금융회사가 메릴린치의 주식이나 채권, 파생상품 등에 투자한 규모도 리먼 브라더스와 같은 7억 2천만 달러 수준이지만, BoA가 채무를 승계하면서 피해 가능성은 적은 것으로 금융위는 보고 있습니다.

<질문 2> 또 하나의 문제가 국내 계약자들이 많은 AIG 문제인데요. 일단 우리나라 투자자들의 피해는 없는지 궁금한데요?

<답변 2>

네, AIG손해보험이 국내에 들어와 영업을 하고 있는데, 보험계약자가 120만 명에 이르기 때문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습니다.

금융위는 그러나 최악의 경우 미국 AIG 영업에 문제가 생기더라도 국내에서 영업중인 AIG는 현재 국내에 충분한 자산이 있어서 보험계약자 보호에는 차질이 없을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실제로 우리나라에 들어온 외국계 손보 가운데 AIG는 덩치가 커서 지난 6월 말 기준으로 자산 총액이 2천365억 원에 달합니다.

또 AIG 서울지점은 예금자보호법에따라 예금보험공사에 보험료를 내고 있고, 지급준비금도 갖추고 있어서 보험금 지급 여력에는 문제가 없다고 밝히고 있습니다.

<질문 3> 어제가 추석연휴여서 우리 주식시장은 휴장을 보였는데, 아시아 금융시장이 벌써 흔들렸죠? 문제는 우리나라 주식 시장 아닙니까?

<답변 3>

네, 어제 중국과 홍콩, 우리나라와 일본이 휴일로 장이 열리지 않은 반면, 타이완과 싱가포르 등이 열렸는데, 4% 넘게 주가가 폭락했습니다.

유럽과 미국 증시의 주가도 4% 안팎의 폭락세를 보인 것으로 봐서 우리 주식시장도 단기적으로는 충격이 불가피해 보입니다.

더구나 지난주 9월 위기설을 사실상 마무리하면서 추석 이후 반등할 것이라는 기대감에 주가가 오르면서 장을 마쳤다는 것도 부담스러운 게 사실입니다.

사실 이번 파산과 인수합병으로 잠재적 부실 금융회사들이 일단 정리됐다는 점에선 장기적으로는 호재로 받아들여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당장 유동성 위기에 빠진 미국 금융회사들이 국내에 투자한 돈을 한꺼번에 빼갈 가능성도 큽니다.

이와 함께 지난주 정부가 9월 위기설 불식 차원에서 정부가 추진했던 10억 달러 규모의 외평채 발행이 이미 연기됐고,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의 건강문제까지 '안보' 리스크를 높이면서 국내 기업과 은행들이 해외에서 달러를 차입하기가 더욱 어려워질 것이라는 우려도 부담이 되고 있습니다.

<질문 4> 우리 정부는 어떻게 대책을 마련하고 있나요?

<답변 4>

정부는 일단 리먼 관련 자산 7조 2천억 원에서 손실이 나더라도 금융시장에 심각한 충격은 없을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국내 금융회사들이 갖고 있는 해외자산을 모두 합쳐도 615억 달러, 전체 보유 자산의 3% 수준이기 때문에 큰 영향은 없다는 게 금융위 판단입니다.

하지만, 사실상 실체가 없던 9월 위기설에도 우리 금융시장이 요동쳤듯이, 심리적인 충격이 더 큰 문제로 파악하고 조기에 불안심리 차단에 나섰습니다.

이 때문에 장이 열리기 전인 오전 8시에 기획재정부와 금융위원회, 한국은행 등 당국자들이 모여 금융상황 긴급점검 회의를 열고, 시장에 안정감을 심어준다는 계획입니다.

이와 함께 리먼브라더스 서울 지점에 대해 금감원 검사 인력을 보내 영업과 자산현황을 조사하고 필요할 경우 영업 정지를 포함해 투자자 보호대책을 마련할 계획입니다.

또 국내 금융회사나 기업들이 달러 조달이 어려워질 때는 외환보유액이라도 풀어서 달러 유동성을 공급하기로 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