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추적>무용지물된 매연측정기

입력 2001.02.21 (21:00) 수정 2018.08.29 (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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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자동차 정비업소에는 배기가스를 측정하는 수백만원짜리 매연측정기가 있습니다.그런데 지금은 이 기계들 모두가 무용지물이 돼 있습니다.
이민우 기자가 그 이유를 취재했습니다.
⊙기자: 서울의 한 자동차 부분 정비업체입니다.
업소 한 구석에 포장도 뜯지 않은 기계 두 대가 처박혀 있습니다.
두 대에 500만원이 넘는 매연측정기입니다. 하지만 구입한지 3년이 지나도록 한 번도 사용한 적이 없습니다.
⊙기자: 3년 동안 몇 번 쓰셨어요?
⊙카센터 주인: 처음 사서 설명 듣느라 한 번 쓰고 그 뒤로 처박아놨죠.
⊙기자: 또 다른 카센터도 사정은 마찬가지입니다.
이곳 역시 매연측정기가 먼지가 수북히 쌓인 채 방치돼 있습니다.
물론 제대로 작동이 되는지 검사조차 받은 적도 없습니다. 지난 98년 이 기계를 설치해야 허가를 내준다는 건설교통부의 방침에 따라 수백만원을 주고 구입한 것입니다.
하지만 정작 복잡한 배기가스 기관을 수리하지 못하도록 되어 있는 정비업체들로써는 있으나마나한 장치입니다.
⊙카센터 주인: 정비도 안 됐고 사용도 못 합니다.
허가 내려고 샀는데 기계만 보면 짜증나요.
⊙기자: 게다가 새 것이나 다름없는 기계들은 이미 폐기 처분된 처지나 다름없습니다.
지난해부터 배기가스의 단속 기준이 대폭 강화돼 이 장비들로는 측정조차 불가능하기 때문입니다.
관할부처인 건설교통부는 매연측정기를 사라고만 했을 뿐 사후 관리는 타부서 소관이라며 나몰라라하고 있습니다.
⊙건설교통부 관계자: 업무도 이원화됐어요. 배출가스라든지 환경은 모두 환경부 소관입니다.
⊙기자: 전국의 1만 5000여 정비업체가 이 장비를 구입하는 데 든 돈만도 350여 억원.
영세한 정비업체들은 정부 부처들의 나홀로 행정에 애꿎은 고철 덩어리만 산 꼴이 됐다며 분통을 터뜨리고 있습니다.
KBS뉴스 이민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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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현장추적>무용지물된 매연측정기
    • 입력 2001-02-21 21:00:00
    • 수정2018-08-29 15: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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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자동차 정비업소에는 배기가스를 측정하는 수백만원짜리 매연측정기가 있습니다.그런데 지금은 이 기계들 모두가 무용지물이 돼 있습니다. 이민우 기자가 그 이유를 취재했습니다. ⊙기자: 서울의 한 자동차 부분 정비업체입니다. 업소 한 구석에 포장도 뜯지 않은 기계 두 대가 처박혀 있습니다. 두 대에 500만원이 넘는 매연측정기입니다. 하지만 구입한지 3년이 지나도록 한 번도 사용한 적이 없습니다. ⊙기자: 3년 동안 몇 번 쓰셨어요? ⊙카센터 주인: 처음 사서 설명 듣느라 한 번 쓰고 그 뒤로 처박아놨죠. ⊙기자: 또 다른 카센터도 사정은 마찬가지입니다. 이곳 역시 매연측정기가 먼지가 수북히 쌓인 채 방치돼 있습니다. 물론 제대로 작동이 되는지 검사조차 받은 적도 없습니다. 지난 98년 이 기계를 설치해야 허가를 내준다는 건설교통부의 방침에 따라 수백만원을 주고 구입한 것입니다. 하지만 정작 복잡한 배기가스 기관을 수리하지 못하도록 되어 있는 정비업체들로써는 있으나마나한 장치입니다. ⊙카센터 주인: 정비도 안 됐고 사용도 못 합니다. 허가 내려고 샀는데 기계만 보면 짜증나요. ⊙기자: 게다가 새 것이나 다름없는 기계들은 이미 폐기 처분된 처지나 다름없습니다. 지난해부터 배기가스의 단속 기준이 대폭 강화돼 이 장비들로는 측정조차 불가능하기 때문입니다. 관할부처인 건설교통부는 매연측정기를 사라고만 했을 뿐 사후 관리는 타부서 소관이라며 나몰라라하고 있습니다. ⊙건설교통부 관계자: 업무도 이원화됐어요. 배출가스라든지 환경은 모두 환경부 소관입니다. ⊙기자: 전국의 1만 5000여 정비업체가 이 장비를 구입하는 데 든 돈만도 350여 억원. 영세한 정비업체들은 정부 부처들의 나홀로 행정에 애꿎은 고철 덩어리만 산 꼴이 됐다며 분통을 터뜨리고 있습니다. KBS뉴스 이민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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