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혼하신다고요?

입력 2001.02.22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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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최근 이혼율이 급증하고 있는 가운데 제 2의 인생을 출발하려는 재혼 또한 크게 늘고 있습니다.
기존의 결혼정보회사에서는 재혼만을 전담하는 팀을 따로 운영하는가 하면 재혼만을 전문으로 하는 업체들까지 속속 생기고 있어서 적극적으로 배우자를 찾는 사람들에게 도움을 주고 있습니다.
바뀌고 있는 재혼 풍속도를 이영준 프로듀서가 취재했습니다.
⊙기자: 지난 일요일 서해안의 한 선상레스토랑, 사회자의 진행에 따라 남녀의 맞선행사가 한창입니다.
첫 만남의 수줍어하는 모습이 다른 맞선과 다를 게 없어 보이지만 사실 이 맞선은 여느 맞선과는 조금 다릅니다.
오로지 재혼만을 위한 자리이기 때문입니다.
이혼이나 사별 등 혼자 된 이유는 서로 다르지만 이들은 한결같이 재혼만큼은 꼭 필요한 하나의 선택이라고 말합니다.
⊙김 모씨(42살/이혼 3년째, 서비스업): 첫 번째 결혼이 좀 불행했으니까, 이혼한 거거든요.
한동안은 재혼 생각이 없었어요.
그런데 이제 나이 들어가면서 이제는 정말 그 동안 그 불행했던 거 다시 보상받고 싶고, 그래서 재혼 결심했습니다.
⊙박 모씨(47살/부인과 사별, 회사원): 저는 사별을 했는데, 3년 전에 사별을 했는데 누구든지 제가 겪어보니까 빠른 시간 안에 그런 새로운 행복의 보금자리를 찾는 게 굉장히 좋은 것 같고 권장을 하고 싶은 그런 마음입니다.
⊙기자: 자유롭게 이야기 할 시간이 주어지자 진지한 대화들이 오고갑니다.
이들 모두는 한 재혼중개업체에 스스로 가입한 회원들로 재혼상대를 찾는 일에 매우 적극적입니다.
이처럼 재혼을 바라는 이들이 부쩍 는 이유는 급격하게 증가한 이혼이 큰 몫을 하고 있습니다.
지난 13일 발표된 서울시 통계에 의하면 하루에 결혼한 3쌍 중 1쌍이 이혼을 하고 있습니다.
10년 전 이혼율보다 3배가 넘는 수치입니다.
⊙이 모씨(35살/이혼 3년 만에 재혼 2년째): 아들이 커가면서 엄마를 찾게 되고 그러다 보니 좀 갑갑한 면도 있었고...
빨리 결혼을 해야겠구나 생각이 들더라구요, 자식 있으니까...
⊙신 모씨(34살/이혼 2년 만에 재혼 2개월): 나이는 점점 먹는 것 같은데 혼자 사는 게 남들 보기도 안 좋았고 저 스스로도 힘들었어요.
⊙기자: 기존의 결혼정보업체에도 재혼에 대한 문의가 봇물처럼 쏟아지고 있습니다.
이 결혼정보업체도 재혼전담팀을 꾸려 재혼회원만을 따로 관리하고 있을 정도입니다.
재혼회원 중 일부만이 사별자고 대다수는 이혼을 한 이들입니다.
연령은 3, 40대가 80%를 넘습니다.
직접 재혼상대를 찾아 보고자하는 사람들도 많습니다.
또한 사이버공간에도 초혼 못지 않게 각종 재혼상담 사이트가 급격히 늘고 있는 추세입니다.
⊙이상호(듀오정보(주) 홍보팀): 지금 저희 재혼회원수가 2000명 정도입니다.
남의 이목을 두려워하거나 부끄러워하는 게 아니라 제2의 인생을 살아가기 위해서 오히려 당당하게 재혼을 서두르시는 경향이 있거든요.
⊙기자: 그러나 한 번 실패한 경험이 있는 만큼 상대를 고르는 조건이 초혼과는 많이 다릅니다.
외모나 직업보다는 성격을 우선 따져본다고 합니다.
또 특이하게 초혼 때와는 달리 재혼상대와의 궁합을 먼저 따져보는 경우도 많이 있다고 합니다.
⊙이상호(듀오정보(주) 홍보팀): 초혼과는 달리 재미있는 사실 중의 하나가 궁합을 많이 봅니다.
사주, 궁합을 미리 봐서 생년월일을 먼저 입수한 다음에 점집이나 이런 데를 가서 궁합을 먼저 본 다음에 매칭에 들어가는...
⊙기자: 이렇게 재혼을 원하는 사람들이 급격히 늘어나자 아예 재혼만을 다루는 전문 재혼업체들도 생겨났습니다.
이 재혼업체는 하루에만도 수십 건이 넘는 가입 문의가 줄을 잇고 있습니다.
가입 회원 수만도 4000명이 넘어 연령, 성별, 직업별로 프로필을 나누어 관리하고 있습니다.
⊙기자: 이게 다 뭡니까?
⊙인터뷰: 저희 회원 명부예요.
⊙인터뷰: (재혼할) 여성분들이 원하는 남자 40대 회원들의 프로필이 다 있죠.
⊙기자: 이 업체의 대표인 최원일 씨, 재혼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라고 말합니다.
또 재혼 때는 이전과는 정 반대인 사람을 찾는 사람도 많지만 이런 선택법은 실패를 초래하기 십상이라고 충고합니다.
⊙최원일('행복출발' 대표): 좋은 사람을 만날 생각을 하지 마시고 나하고 잘 맞는 사람을 만날 생각을 하셔야 됩니다.
이 많은 분들이 이혼에 대한 원인을 내가 나쁜 사람을 만났다는 생각이 짙어요.
먼저 번에 내가 술을 많이 마시는 남편을 만나서 헤어졌다, 그러면 이번에는 술 안 마시는 사람만 찾아요.
그런데 이것은 아니죠, 이번에는 술 안 마시는 분을 만난다고 하더라도 다른 문제점이 분명히 있는 법이거든요.
그러니까 남녀가 모여서 결혼생활한다는 자체는 일반적으로 보편적으로 좋은 사람이 좋은 게 아니고, 제일 좋은 게 뭐예요, 죽입니다.
나하고 잘 맞는 사람, 이 사람을 찾는 데 신경을 쓰셔야 되고...
⊙기자: 경기도 의왕시의 송영식 씨 부부, 재혼업체를 통해 만나 1년 전 재혼에 성공했습니다.
주위에서는 자녀문제로 많은 우려를 하기도 했지만 이 부부는 자녀가 있어 더욱 행복하다고 합니다.
고맙게도 각자의 자녀들이 서로 잘 어울리고, 새 가정에도 빨리 적응해 주었습니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이들의 행복에는 많은 노력이 숨겨져 있습니다.
⊙송영식(48살/자영업, 부인과 사별 후 재혼 1년째): 저 같은 경우가 그래요, 집사람도 그런 얘기를 하는데 아무래도 그런 아픈 기억들이 있으니까 더 아껴주고 싶고, 더 이해를 하게 되고, 그래요.
⊙김경숙(41살/이혼 후 재혼): 내 것, 네 것을 버려야죠, 첫째는.
처음에 시작할 때는 사실 아무 것도 없이 신혼 때 시작하잖아요.
그렇지만 재혼이라는 거는 굉장히 너것 내것 따지고 그런 걸 전부 버려야지...
⊙기자: 누구라도 처음 결혼하면서 혼자 되기를 바라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누구에게라도 이혼이나 사별이라는 뜻밖의 상황은 찾아올 수도 있습니다.
변화하는 사회 현실 속에서 다양한 형태의 가정 중 하나로 재혼가정을 바라보는 시각이 필요합니다.
재혼은 더 이상 숨기거나 부끄러워 할 무엇은 아니기 때문입니다.
KBS뉴스 이영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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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01-02-22 2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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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최근 이혼율이 급증하고 있는 가운데 제 2의 인생을 출발하려는 재혼 또한 크게 늘고 있습니다. 기존의 결혼정보회사에서는 재혼만을 전담하는 팀을 따로 운영하는가 하면 재혼만을 전문으로 하는 업체들까지 속속 생기고 있어서 적극적으로 배우자를 찾는 사람들에게 도움을 주고 있습니다. 바뀌고 있는 재혼 풍속도를 이영준 프로듀서가 취재했습니다. ⊙기자: 지난 일요일 서해안의 한 선상레스토랑, 사회자의 진행에 따라 남녀의 맞선행사가 한창입니다. 첫 만남의 수줍어하는 모습이 다른 맞선과 다를 게 없어 보이지만 사실 이 맞선은 여느 맞선과는 조금 다릅니다. 오로지 재혼만을 위한 자리이기 때문입니다. 이혼이나 사별 등 혼자 된 이유는 서로 다르지만 이들은 한결같이 재혼만큼은 꼭 필요한 하나의 선택이라고 말합니다. ⊙김 모씨(42살/이혼 3년째, 서비스업): 첫 번째 결혼이 좀 불행했으니까, 이혼한 거거든요. 한동안은 재혼 생각이 없었어요. 그런데 이제 나이 들어가면서 이제는 정말 그 동안 그 불행했던 거 다시 보상받고 싶고, 그래서 재혼 결심했습니다. ⊙박 모씨(47살/부인과 사별, 회사원): 저는 사별을 했는데, 3년 전에 사별을 했는데 누구든지 제가 겪어보니까 빠른 시간 안에 그런 새로운 행복의 보금자리를 찾는 게 굉장히 좋은 것 같고 권장을 하고 싶은 그런 마음입니다. ⊙기자: 자유롭게 이야기 할 시간이 주어지자 진지한 대화들이 오고갑니다. 이들 모두는 한 재혼중개업체에 스스로 가입한 회원들로 재혼상대를 찾는 일에 매우 적극적입니다. 이처럼 재혼을 바라는 이들이 부쩍 는 이유는 급격하게 증가한 이혼이 큰 몫을 하고 있습니다. 지난 13일 발표된 서울시 통계에 의하면 하루에 결혼한 3쌍 중 1쌍이 이혼을 하고 있습니다. 10년 전 이혼율보다 3배가 넘는 수치입니다. ⊙이 모씨(35살/이혼 3년 만에 재혼 2년째): 아들이 커가면서 엄마를 찾게 되고 그러다 보니 좀 갑갑한 면도 있었고... 빨리 결혼을 해야겠구나 생각이 들더라구요, 자식 있으니까... ⊙신 모씨(34살/이혼 2년 만에 재혼 2개월): 나이는 점점 먹는 것 같은데 혼자 사는 게 남들 보기도 안 좋았고 저 스스로도 힘들었어요. ⊙기자: 기존의 결혼정보업체에도 재혼에 대한 문의가 봇물처럼 쏟아지고 있습니다. 이 결혼정보업체도 재혼전담팀을 꾸려 재혼회원만을 따로 관리하고 있을 정도입니다. 재혼회원 중 일부만이 사별자고 대다수는 이혼을 한 이들입니다. 연령은 3, 40대가 80%를 넘습니다. 직접 재혼상대를 찾아 보고자하는 사람들도 많습니다. 또한 사이버공간에도 초혼 못지 않게 각종 재혼상담 사이트가 급격히 늘고 있는 추세입니다. ⊙이상호(듀오정보(주) 홍보팀): 지금 저희 재혼회원수가 2000명 정도입니다. 남의 이목을 두려워하거나 부끄러워하는 게 아니라 제2의 인생을 살아가기 위해서 오히려 당당하게 재혼을 서두르시는 경향이 있거든요. ⊙기자: 그러나 한 번 실패한 경험이 있는 만큼 상대를 고르는 조건이 초혼과는 많이 다릅니다. 외모나 직업보다는 성격을 우선 따져본다고 합니다. 또 특이하게 초혼 때와는 달리 재혼상대와의 궁합을 먼저 따져보는 경우도 많이 있다고 합니다. ⊙이상호(듀오정보(주) 홍보팀): 초혼과는 달리 재미있는 사실 중의 하나가 궁합을 많이 봅니다. 사주, 궁합을 미리 봐서 생년월일을 먼저 입수한 다음에 점집이나 이런 데를 가서 궁합을 먼저 본 다음에 매칭에 들어가는... ⊙기자: 이렇게 재혼을 원하는 사람들이 급격히 늘어나자 아예 재혼만을 다루는 전문 재혼업체들도 생겨났습니다. 이 재혼업체는 하루에만도 수십 건이 넘는 가입 문의가 줄을 잇고 있습니다. 가입 회원 수만도 4000명이 넘어 연령, 성별, 직업별로 프로필을 나누어 관리하고 있습니다. ⊙기자: 이게 다 뭡니까? ⊙인터뷰: 저희 회원 명부예요. ⊙인터뷰: (재혼할) 여성분들이 원하는 남자 40대 회원들의 프로필이 다 있죠. ⊙기자: 이 업체의 대표인 최원일 씨, 재혼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라고 말합니다. 또 재혼 때는 이전과는 정 반대인 사람을 찾는 사람도 많지만 이런 선택법은 실패를 초래하기 십상이라고 충고합니다. ⊙최원일('행복출발' 대표): 좋은 사람을 만날 생각을 하지 마시고 나하고 잘 맞는 사람을 만날 생각을 하셔야 됩니다. 이 많은 분들이 이혼에 대한 원인을 내가 나쁜 사람을 만났다는 생각이 짙어요. 먼저 번에 내가 술을 많이 마시는 남편을 만나서 헤어졌다, 그러면 이번에는 술 안 마시는 사람만 찾아요. 그런데 이것은 아니죠, 이번에는 술 안 마시는 분을 만난다고 하더라도 다른 문제점이 분명히 있는 법이거든요. 그러니까 남녀가 모여서 결혼생활한다는 자체는 일반적으로 보편적으로 좋은 사람이 좋은 게 아니고, 제일 좋은 게 뭐예요, 죽입니다. 나하고 잘 맞는 사람, 이 사람을 찾는 데 신경을 쓰셔야 되고... ⊙기자: 경기도 의왕시의 송영식 씨 부부, 재혼업체를 통해 만나 1년 전 재혼에 성공했습니다. 주위에서는 자녀문제로 많은 우려를 하기도 했지만 이 부부는 자녀가 있어 더욱 행복하다고 합니다. 고맙게도 각자의 자녀들이 서로 잘 어울리고, 새 가정에도 빨리 적응해 주었습니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이들의 행복에는 많은 노력이 숨겨져 있습니다. ⊙송영식(48살/자영업, 부인과 사별 후 재혼 1년째): 저 같은 경우가 그래요, 집사람도 그런 얘기를 하는데 아무래도 그런 아픈 기억들이 있으니까 더 아껴주고 싶고, 더 이해를 하게 되고, 그래요. ⊙김경숙(41살/이혼 후 재혼): 내 것, 네 것을 버려야죠, 첫째는. 처음에 시작할 때는 사실 아무 것도 없이 신혼 때 시작하잖아요. 그렇지만 재혼이라는 거는 굉장히 너것 내것 따지고 그런 걸 전부 버려야지... ⊙기자: 누구라도 처음 결혼하면서 혼자 되기를 바라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누구에게라도 이혼이나 사별이라는 뜻밖의 상황은 찾아올 수도 있습니다. 변화하는 사회 현실 속에서 다양한 형태의 가정 중 하나로 재혼가정을 바라보는 시각이 필요합니다. 재혼은 더 이상 숨기거나 부끄러워 할 무엇은 아니기 때문입니다. KBS뉴스 이영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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