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 맡길 데 없다

입력 2001.02.22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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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집집마다 할머니들 말씀이 애 키운 공은 없고 애 다친 탓만 한다고들 하십니다.
사실 부모가 자기 애 보는 것도 힘에 부치는데 할머니, 할아버지들은 오죽하시겠습니까? 이제 그분들도 두 손 들고 나름대로의 생활을 구축하고 있는데요.
이 맞벌이 부부들의 고민만 더욱 커져만 가고 있습니다.
안세득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기자: 두 달 전 아기를 낳은 현혜정 씨는 최근 직장을 그만두었습니다.
직장을 계속 다니고 싶었지만 어쩔 수 없었습니다.
애를 맡아줄 사람이 없기 때문입니다.
시어머니가 아기를 맡아 주기를 바랐지만 뜻대로 되지 않았습니다.
⊙현혜정(서울 석계동): 항상 바쁘시기 때문에 아이를 봐주실 수 없다고 말씀하셔서 이제 2년 내지 3년 정도는 제가 아기를 키우면서 집에 있고, 아기를 맡길 수 있는 시기가 되면 저도 일을 하려고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기자: 시어머니나 친정어머니나 요즘 애보기를 꺼리는 것은 마찬가지입니다.
딸이 아기를 낳기 전에 애보기가 싫다고 미리 통보하기도 합니다.
이런 추세 때문에 신세대 부부들은 부모가 애를 봐준다고 해도 잘 맡기지 않습니다.
⊙김정원(서울 당산동): 대놓고 싫다고 하시는 분들도 많고 또 건강상 편찮으신 분들, 연세가 있으시니까 그런 분들도 힘들어 하시고, 저 같은 경우에는 엄마가 몸이 약하시니까...
⊙기자: 전문 보육사들을 찾는 부부들이 늘면서 육아업체들이 성업중입니다.
애보는 비용은 하루 8시간에 4만원, 부담이 만만치 않지만 신청건수는 크게 늘고 있습니다.
요즘은 애를 보고 있는 할머니들도 애보는 사람을 구하고 있습니다.
1, 2년 동안 손자를 길러 주다가 힘에 부친 노인들입니다.
⊙정지아(육아전문업체 실장): 이제 아이들이 크다보니까 할머님 혼자 보시기도 힘들고 또 할머니라는 개념이 예전하고 틀려요, 지금은.
젊으시고 또 나름대로의 사회생활도 하시고 취미생활을 하시기 때문에...
⊙기자: 아기를 보육사들에게 맡긴 할머니들은 나름대로 생활의 여유를 즐깁니다.
음악에 맞춰 에어로빅으로 땀을 흘리고 친구들도 만납니다.
⊙모현옥(에어로빅 수강): 아직 인생이 별로 안 남았으니까 그 동안 좀 즐겁고 또 행복하게 그렇게 노년을 보내고 싶어요.
⊙기자: 볼링장이나 탁구장에는 60대 할머니, 할아버지들이 동호회를 결성해 매일 스포츠를 즐깁니다.
한 때 손자를 돌봤던 할머니들입니다.
그러나 요즘은 애보는 일 만큼은 자식들이 알아서 하기를 바라고 있습니다.
⊙이혜자(볼링동호회 회원): 봐줄 때 봐줘야죠, 그렇지만 나도 또 자식 키우느라 애썼으니까 우리가 조금 더 있으면 노년이 아주 가거든, 지금 안즐기면 못 즐겨요, 지금 즐겨야 되요.
⊙기자: 할머니가 손자를 길러주던 시대는 갔습니다.
육아문제는 이제 집에서 해결할 수 없게 됐습니다.
그러나 직장과 사회 역시 아직 준비가 덜 돼 육아는 이제 새로운 사회문제로 대두되고 있습니다.
KBS뉴스 안세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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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아이 맡길 데 없다
    • 입력 2001-02-22 20:00:00
    뉴스투데이
⊙앵커: 집집마다 할머니들 말씀이 애 키운 공은 없고 애 다친 탓만 한다고들 하십니다. 사실 부모가 자기 애 보는 것도 힘에 부치는데 할머니, 할아버지들은 오죽하시겠습니까? 이제 그분들도 두 손 들고 나름대로의 생활을 구축하고 있는데요. 이 맞벌이 부부들의 고민만 더욱 커져만 가고 있습니다. 안세득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기자: 두 달 전 아기를 낳은 현혜정 씨는 최근 직장을 그만두었습니다. 직장을 계속 다니고 싶었지만 어쩔 수 없었습니다. 애를 맡아줄 사람이 없기 때문입니다. 시어머니가 아기를 맡아 주기를 바랐지만 뜻대로 되지 않았습니다. ⊙현혜정(서울 석계동): 항상 바쁘시기 때문에 아이를 봐주실 수 없다고 말씀하셔서 이제 2년 내지 3년 정도는 제가 아기를 키우면서 집에 있고, 아기를 맡길 수 있는 시기가 되면 저도 일을 하려고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기자: 시어머니나 친정어머니나 요즘 애보기를 꺼리는 것은 마찬가지입니다. 딸이 아기를 낳기 전에 애보기가 싫다고 미리 통보하기도 합니다. 이런 추세 때문에 신세대 부부들은 부모가 애를 봐준다고 해도 잘 맡기지 않습니다. ⊙김정원(서울 당산동): 대놓고 싫다고 하시는 분들도 많고 또 건강상 편찮으신 분들, 연세가 있으시니까 그런 분들도 힘들어 하시고, 저 같은 경우에는 엄마가 몸이 약하시니까... ⊙기자: 전문 보육사들을 찾는 부부들이 늘면서 육아업체들이 성업중입니다. 애보는 비용은 하루 8시간에 4만원, 부담이 만만치 않지만 신청건수는 크게 늘고 있습니다. 요즘은 애를 보고 있는 할머니들도 애보는 사람을 구하고 있습니다. 1, 2년 동안 손자를 길러 주다가 힘에 부친 노인들입니다. ⊙정지아(육아전문업체 실장): 이제 아이들이 크다보니까 할머님 혼자 보시기도 힘들고 또 할머니라는 개념이 예전하고 틀려요, 지금은. 젊으시고 또 나름대로의 사회생활도 하시고 취미생활을 하시기 때문에... ⊙기자: 아기를 보육사들에게 맡긴 할머니들은 나름대로 생활의 여유를 즐깁니다. 음악에 맞춰 에어로빅으로 땀을 흘리고 친구들도 만납니다. ⊙모현옥(에어로빅 수강): 아직 인생이 별로 안 남았으니까 그 동안 좀 즐겁고 또 행복하게 그렇게 노년을 보내고 싶어요. ⊙기자: 볼링장이나 탁구장에는 60대 할머니, 할아버지들이 동호회를 결성해 매일 스포츠를 즐깁니다. 한 때 손자를 돌봤던 할머니들입니다. 그러나 요즘은 애보는 일 만큼은 자식들이 알아서 하기를 바라고 있습니다. ⊙이혜자(볼링동호회 회원): 봐줄 때 봐줘야죠, 그렇지만 나도 또 자식 키우느라 애썼으니까 우리가 조금 더 있으면 노년이 아주 가거든, 지금 안즐기면 못 즐겨요, 지금 즐겨야 되요. ⊙기자: 할머니가 손자를 길러주던 시대는 갔습니다. 육아문제는 이제 집에서 해결할 수 없게 됐습니다. 그러나 직장과 사회 역시 아직 준비가 덜 돼 육아는 이제 새로운 사회문제로 대두되고 있습니다. KBS뉴스 안세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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