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전 무시한 어린이학원

입력 2001.02.24 (21:00) 수정 2018.08.29 (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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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서울의 한 대형 외국어학원이 준공 검사가 나지 않은 건물에서 1000여 명의 어린이 수강생을 모아놓고 수업을 하고 있습니다.
안전보다는 규정만을 내세운 탁상행정을 고발합니다.
기동취재부 정제혁 기자입니다.
⊙기자: 서울 중계동의 한 학원으로 어린이들이 들어갑니다.
유치원생과 초등학생 어린이 1000여 명이 다니는 영어전문학원입니다.
⊙인터뷰: 한 줄로 죽 서서 올라오세요.
⊙기자: 3, 4, 5층에 있는 강의실로 올라가는 계단은 어린이와 학부모들로 꽉 차 몸을 가누기조차 어려울 정도입니다.
안전요원이 뒤늦게 배치됐지만 비상용 계단인데다 경사가 급해 금방이라도 사고가 날까 위태롭습니다.
⊙인터뷰: 오늘도 어디 부딪쳐 가지고 넘어졌어요.
⊙인터뷰: 떨어질까봐 무섭고 그래요.
⊙학부모: 사고가 날 경우 밑에서 휩쓸려 가지고 깔릴 염려도 있고 굉장히 저희들은 신경이 쓰여요.
⊙기자: 각종 공사자재가 널려 있는 것은 물론 화장실에는 물조차 나오지 않습니다.
⊙인터뷰: 소변만 보고요.
대변은 그냥 참고 있어야죠.
⊙기자: 학원측은 준공검사를 받지 않은 이 건물을 분양받아 임시 사용승인을 받은 채 어린이들을 가르쳐왔습니다.
⊙김시영(외국어학원 원장): 겨울방학 동안에 수강하려고 하는 학생들이 많이 있습니다.
그 학생들을 수용해서 학원을 개업하려고 서두르다 보니까 이런 어려움이 발생했습니다.
⊙기자: 취재 결과 관할구청은 1000명이 넘는 어린이들이 다니는 이 학원건물에 대해 임시 사용승인을 해 주면서 안전에 관한 최소한의 고려나 현장 확인을 전혀 하지 않았습니다.
⊙오광현(노원구 도시관리국장): 그 학원이 구체적으로 어떻게 운영될 것인가를 생각해 가면서 건축물을 사용승인을 할 수 없습니다.
⊙기자: 소방서가 확인했다는 소방시설 완공 검사 필증입니다.
소화설비에 아무 문제가 없는 것으로 돼 있습니다.
소화전을 열어본 결과 있어야 할 소방호스는 간데없이 텅 비었습니다.
⊙소방담당 공무원: 서류상 소화전 구비됐고 완강기 같은 모든 시설이 설치된 사진도 있습니다.
⊙기자: 하나뿐인 9인용 승강기도 멈추었습니다.
이런 상황인데도 어린이 안전과 교육을 책임지고 있는 교육청은 일단 책임을 떠넘깁니다.
⊙권희식(서울 북부교육청 과장): 3일 전 (구청에서)임시사용 승인됐기 때문에 (현장실사가)조금 등한시 된 것 변명 않겠습니다.
⊙기자: 더욱이 이들 행정기관은 학부모들의 민원이 잇따라 제기되자 뒤늦게 현장을 확인하고도 안전대책을 마련하는 데 소극적이었습니다.
학원측은 취재가 시작되자 지난 20일 수강료를 모두 되돌려 주고 휴원신고를 낸 뒤 승강기 증설공사를 하고 있습니다.
KBS뉴스 정제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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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안전 무시한 어린이학원
    • 입력 2001-02-24 21:00:00
    • 수정2018-08-29 15:00:00
    뉴스 9
⊙앵커: 서울의 한 대형 외국어학원이 준공 검사가 나지 않은 건물에서 1000여 명의 어린이 수강생을 모아놓고 수업을 하고 있습니다. 안전보다는 규정만을 내세운 탁상행정을 고발합니다. 기동취재부 정제혁 기자입니다. ⊙기자: 서울 중계동의 한 학원으로 어린이들이 들어갑니다. 유치원생과 초등학생 어린이 1000여 명이 다니는 영어전문학원입니다. ⊙인터뷰: 한 줄로 죽 서서 올라오세요. ⊙기자: 3, 4, 5층에 있는 강의실로 올라가는 계단은 어린이와 학부모들로 꽉 차 몸을 가누기조차 어려울 정도입니다. 안전요원이 뒤늦게 배치됐지만 비상용 계단인데다 경사가 급해 금방이라도 사고가 날까 위태롭습니다. ⊙인터뷰: 오늘도 어디 부딪쳐 가지고 넘어졌어요. ⊙인터뷰: 떨어질까봐 무섭고 그래요. ⊙학부모: 사고가 날 경우 밑에서 휩쓸려 가지고 깔릴 염려도 있고 굉장히 저희들은 신경이 쓰여요. ⊙기자: 각종 공사자재가 널려 있는 것은 물론 화장실에는 물조차 나오지 않습니다. ⊙인터뷰: 소변만 보고요. 대변은 그냥 참고 있어야죠. ⊙기자: 학원측은 준공검사를 받지 않은 이 건물을 분양받아 임시 사용승인을 받은 채 어린이들을 가르쳐왔습니다. ⊙김시영(외국어학원 원장): 겨울방학 동안에 수강하려고 하는 학생들이 많이 있습니다. 그 학생들을 수용해서 학원을 개업하려고 서두르다 보니까 이런 어려움이 발생했습니다. ⊙기자: 취재 결과 관할구청은 1000명이 넘는 어린이들이 다니는 이 학원건물에 대해 임시 사용승인을 해 주면서 안전에 관한 최소한의 고려나 현장 확인을 전혀 하지 않았습니다. ⊙오광현(노원구 도시관리국장): 그 학원이 구체적으로 어떻게 운영될 것인가를 생각해 가면서 건축물을 사용승인을 할 수 없습니다. ⊙기자: 소방서가 확인했다는 소방시설 완공 검사 필증입니다. 소화설비에 아무 문제가 없는 것으로 돼 있습니다. 소화전을 열어본 결과 있어야 할 소방호스는 간데없이 텅 비었습니다. ⊙소방담당 공무원: 서류상 소화전 구비됐고 완강기 같은 모든 시설이 설치된 사진도 있습니다. ⊙기자: 하나뿐인 9인용 승강기도 멈추었습니다. 이런 상황인데도 어린이 안전과 교육을 책임지고 있는 교육청은 일단 책임을 떠넘깁니다. ⊙권희식(서울 북부교육청 과장): 3일 전 (구청에서)임시사용 승인됐기 때문에 (현장실사가)조금 등한시 된 것 변명 않겠습니다. ⊙기자: 더욱이 이들 행정기관은 학부모들의 민원이 잇따라 제기되자 뒤늦게 현장을 확인하고도 안전대책을 마련하는 데 소극적이었습니다. 학원측은 취재가 시작되자 지난 20일 수강료를 모두 되돌려 주고 휴원신고를 낸 뒤 승강기 증설공사를 하고 있습니다. KBS뉴스 정제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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