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층취재>도심 파고든다

입력 2001.02.25 (21:00) 수정 2018.08.29 (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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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21세기를 일컬어 첨단 과학기술과 정보화의 시대라고들 합니다마는 점을 보려는 사람은 줄지 않고 점집도 도심 한가운데로까지 파고 들고 있습니다.
모순적인 우리 세태의 단면을 윤 상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기자: 서울 압구정동에 있는 한 점집입니다.
깔끔한 액세서리 가게를 연상시키는 이 집은 젊은층이 주 고객들입니다.
칸막이로 여러 개의 방을 만들어 놓고 동양과 서양의 점 가운데 손님이 택한 점을 봐줍니다.
역술이 아닌 신을 모셔 놓고 점을 치는 한 무속인 집은 예약을 하지 않고는 점을 볼 수 없을 정도로 손님들이 끊이지를 않습니다.
⊙손님: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에서 상담을 하고 나니 확신이 생겨요.
⊙기자: 한 철학원에는 카메라가 설치된 컴퓨터 모니터를 통해 손님이 점집을 찾지 않고도 점을 볼 수 있는 화상점까지 등장했습니다.
⊙인터뷰: 제가 언제 결혼해요?
⊙인터뷰: 임오년이거든요, 2002년이.
⊙기자: 서울에서만 역술인협회와 무속인협회에 등록된 각종 점집은 1만여 곳.
음성적으로 점치는 곳까지 합하면 그 수가 더욱 늘어날 정도로 점이 성행하고 있습니다.
게다가 인터넷에서도 점은 인기입니다.
클릭 한 번이면 간단히 자신의 운명을 알아볼 수 있기 때문입니다.
왜 이렇게 점에 심취하는 사람들이 많을까? 구조조정 등 예측할 수 없는 미래에 대한 불안심리 등이 주된 이유로 꼽히고 있습니다.
그러나 재미나 심심풀이로 점을 볼지라도 본다는 그 자체의 역기능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고 전문가들은 충고합니다.
⊙최인철(서울대 심리학과 교수): 자기에 대한 분명한 생각들이 점차 없어지게 될 거고 또 무슨 일이 있을 때마다 점에 의존하게 되니까 의존성이 증가하는...
⊙기자: 시대는 첨단을 달리는 21세기 정보화 사회지만 도심 가까이로 파고든 점집은 20세기로 후퇴하는 듯한 우리 사회의 씁쓸한 모습입니다.
KBS뉴스 윤 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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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심층취재>도심 파고든다
    • 입력 2001-02-25 21:00:00
    • 수정2018-08-29 15: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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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21세기를 일컬어 첨단 과학기술과 정보화의 시대라고들 합니다마는 점을 보려는 사람은 줄지 않고 점집도 도심 한가운데로까지 파고 들고 있습니다. 모순적인 우리 세태의 단면을 윤 상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기자: 서울 압구정동에 있는 한 점집입니다. 깔끔한 액세서리 가게를 연상시키는 이 집은 젊은층이 주 고객들입니다. 칸막이로 여러 개의 방을 만들어 놓고 동양과 서양의 점 가운데 손님이 택한 점을 봐줍니다. 역술이 아닌 신을 모셔 놓고 점을 치는 한 무속인 집은 예약을 하지 않고는 점을 볼 수 없을 정도로 손님들이 끊이지를 않습니다. ⊙손님: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에서 상담을 하고 나니 확신이 생겨요. ⊙기자: 한 철학원에는 카메라가 설치된 컴퓨터 모니터를 통해 손님이 점집을 찾지 않고도 점을 볼 수 있는 화상점까지 등장했습니다. ⊙인터뷰: 제가 언제 결혼해요? ⊙인터뷰: 임오년이거든요, 2002년이. ⊙기자: 서울에서만 역술인협회와 무속인협회에 등록된 각종 점집은 1만여 곳. 음성적으로 점치는 곳까지 합하면 그 수가 더욱 늘어날 정도로 점이 성행하고 있습니다. 게다가 인터넷에서도 점은 인기입니다. 클릭 한 번이면 간단히 자신의 운명을 알아볼 수 있기 때문입니다. 왜 이렇게 점에 심취하는 사람들이 많을까? 구조조정 등 예측할 수 없는 미래에 대한 불안심리 등이 주된 이유로 꼽히고 있습니다. 그러나 재미나 심심풀이로 점을 볼지라도 본다는 그 자체의 역기능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고 전문가들은 충고합니다. ⊙최인철(서울대 심리학과 교수): 자기에 대한 분명한 생각들이 점차 없어지게 될 거고 또 무슨 일이 있을 때마다 점에 의존하게 되니까 의존성이 증가하는... ⊙기자: 시대는 첨단을 달리는 21세기 정보화 사회지만 도심 가까이로 파고든 점집은 20세기로 후퇴하는 듯한 우리 사회의 씁쓸한 모습입니다. KBS뉴스 윤 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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