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언장 쓰는 젊은이들

입력 2001.02.28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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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젊은 직장인들 사이에 유언장 미리 쓰기가 유행한다고 합니다.
유언장이라면 죽음을 눈앞에 두고 쓰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요, 왜 그들은 유언장을 미리 쓰는 걸까요? 최세경 프로듀서가 취재했습니다.
⊙손용구(회사원): 사랑하는 나의 자녀들에게, 너의 아빠가 이 세상을 먼저 떠날 경우 다음과 같이 당부한다.
첫째, 시신에 관하여, 온전한 시신이 있다면 필요한 이들에게 기증할 것이며...
⊙기자: 대기업에 다니는 손용규 씨가 아내와 함께 쓴 유언장입니다.
손 씨 부부는 살아 있는 동안 자신과의 약속으로 유언장을 쓴다고 합니다.
⊙손용구(회사원): 유언장을 한 번 써봄으로 인해서 제 삶에 조금 더 충실해지자고 하는 저희 부부간에 하나의 서약이라고 생각을 하거든요.
⊙기자: 최근 인터넷에 유언장 미리쓰기 바람이 확산되고 있습니다.
한 인터넷 회사가 작년 말과 올해 초 유언장 미리쓰기 이벤트를 벌였습니다.
약 한 달 동안 1300여 명이 참가해 성황을 이루었고, 대부분이 일반 직장인들이었습니다.
중소기업에 근무하는 정행란 씨도 자신의 유언장을 인터넷에 올렸습니다.
⊙정행란(회사원): 내가 내 사랑하는 남편보다 앞서간다면 여보, 난 당신을 내 마음속 깊은 곳에서부터 존경해요, 그리고 내가 당신이랑 살면서 진정으로 느꼈던 나에 대한 헌신적인 사랑, 난 당신의 이름만 떠올려도 눈물이 나올 정도로 당신이 소중하고 고맙습니다.
⊙기자: 결혼하기 전 알 수 없는 병으로 하반신 마비가 된 적이 있는 정 씨는 자신에게 힘이 되어 주었던 사람들이 소중한 존재라는 것을 유언장을 쓰면서 느끼게 됐습니다.
⊙정행란(회사원): 나에게 주어진 시간이 얼마인지 모르지만 더욱더 충실하게 살아야겠다라는 생각을 갖게 됐죠.
⊙기자: 이미 22년 전에 유언장을 작성한 이시형 박사는 임종 직전에 유언장을 쓰는 것은 경계할 일이라고 말합니다.
⊙이시형(신경정신과 전문의): 평소에 건강했더라면 그런 유언을 안 남겼을 텐데 당장 자기가 약해지니까 당장 자기 곁에서 잘 해 주는 사람에게 유언을 남겨서 때로는 실망을 하게 하는 경우도 있거든요, 역시 그 사람이 건강할 때 건전한 이성을 가지고 판단할 수 있을 때 유언장을 써야 된다고 생각합니다.
⊙기자: 흔히 죽음 직전에 쓰는 것으로 알려져 왔던 유언장, 이 유언장이 자신과의 약속, 소중한 이에 대한 고마움의 표현 등으로 젊은 직장인들 사이에서 새롭게 쓰여지고 있습니다.
KBS뉴스 최세경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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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유언장 쓰는 젊은이들
    • 입력 2001-02-28 20:00:00
    뉴스투데이
⊙앵커: 젊은 직장인들 사이에 유언장 미리 쓰기가 유행한다고 합니다. 유언장이라면 죽음을 눈앞에 두고 쓰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요, 왜 그들은 유언장을 미리 쓰는 걸까요? 최세경 프로듀서가 취재했습니다. ⊙손용구(회사원): 사랑하는 나의 자녀들에게, 너의 아빠가 이 세상을 먼저 떠날 경우 다음과 같이 당부한다. 첫째, 시신에 관하여, 온전한 시신이 있다면 필요한 이들에게 기증할 것이며... ⊙기자: 대기업에 다니는 손용규 씨가 아내와 함께 쓴 유언장입니다. 손 씨 부부는 살아 있는 동안 자신과의 약속으로 유언장을 쓴다고 합니다. ⊙손용구(회사원): 유언장을 한 번 써봄으로 인해서 제 삶에 조금 더 충실해지자고 하는 저희 부부간에 하나의 서약이라고 생각을 하거든요. ⊙기자: 최근 인터넷에 유언장 미리쓰기 바람이 확산되고 있습니다. 한 인터넷 회사가 작년 말과 올해 초 유언장 미리쓰기 이벤트를 벌였습니다. 약 한 달 동안 1300여 명이 참가해 성황을 이루었고, 대부분이 일반 직장인들이었습니다. 중소기업에 근무하는 정행란 씨도 자신의 유언장을 인터넷에 올렸습니다. ⊙정행란(회사원): 내가 내 사랑하는 남편보다 앞서간다면 여보, 난 당신을 내 마음속 깊은 곳에서부터 존경해요, 그리고 내가 당신이랑 살면서 진정으로 느꼈던 나에 대한 헌신적인 사랑, 난 당신의 이름만 떠올려도 눈물이 나올 정도로 당신이 소중하고 고맙습니다. ⊙기자: 결혼하기 전 알 수 없는 병으로 하반신 마비가 된 적이 있는 정 씨는 자신에게 힘이 되어 주었던 사람들이 소중한 존재라는 것을 유언장을 쓰면서 느끼게 됐습니다. ⊙정행란(회사원): 나에게 주어진 시간이 얼마인지 모르지만 더욱더 충실하게 살아야겠다라는 생각을 갖게 됐죠. ⊙기자: 이미 22년 전에 유언장을 작성한 이시형 박사는 임종 직전에 유언장을 쓰는 것은 경계할 일이라고 말합니다. ⊙이시형(신경정신과 전문의): 평소에 건강했더라면 그런 유언을 안 남겼을 텐데 당장 자기가 약해지니까 당장 자기 곁에서 잘 해 주는 사람에게 유언을 남겨서 때로는 실망을 하게 하는 경우도 있거든요, 역시 그 사람이 건강할 때 건전한 이성을 가지고 판단할 수 있을 때 유언장을 써야 된다고 생각합니다. ⊙기자: 흔히 죽음 직전에 쓰는 것으로 알려져 왔던 유언장, 이 유언장이 자신과의 약속, 소중한 이에 대한 고마움의 표현 등으로 젊은 직장인들 사이에서 새롭게 쓰여지고 있습니다. KBS뉴스 최세경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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